마칠 몇 가지를 마무르지 않았지만
새벽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버스를 내려
인천으로 건너갈 텐데
마침 철도파업이란다.

파업을 하기 앞서
바꾸고 손볼 얼거리를
서로 얼마나 살폈을까.

가만 보면
거의 모든 파업은 서울(도시)에서 한다.
시골에서는 파업이 없지 싶다.

시골이 파업하면
들숲바다가 파업하면
그야말로 다 죽으리라.

우리는 뮐 얼마나
보거나 느끼거나 알까?

읍내에 나와서 서울버스 기다린다.
한 시간 기다리면 탄다.
시골에서는 한두 시간쯤 가볍게 기다린다.

아직 안 돌아간 제비를 둘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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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염통 마음 (2022.8.27.)

― 제주 〈노란우산〉



  시골에서 살더라도 숲을 잊으면 바보로 나아갑니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숲을 품으면 어진 눈빛을 틔웁니다. 삶터도 대수롭되, 삶터를 가꾸는 마음이 더없이 대수롭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운데에 있어서 ‘가슴’입니다. 생각을 빛으로 맑게 틔우며 가꾸는 곳인 ‘마음’입니다. 옛말로는 ‘슴·음’이 ‘삼·움’에 ‘살·알’로 같습니다.


  이제는 ‘염통’을 짐승한테만 써야 하는 듯 치지만, ‘옆구리’처럼 ‘옆’이라는 자리이면서 ‘여미’는 몫을 하는 속을 가리키는 이름이에요. ‘여기다’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여기 + 다’인 ‘여기다’인데, 말밑인 ‘여’는 ‘열다’하고 맞물려요. 열고 엮어서 여미고 여기는 동안 마음이 자라고 몸이 깨어납니다.


  빗방울이 노래하는 날, 제주 〈노란우산〉에서 조촐히 이야기꽃을 폅니다. 말 한 마디가 어떤 씨앗으로 우리 숨결로 깃드는가 하고 나누는 자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반가우면서 즐겁습니다. 눈을 틔우려면 눈치 아닌 눈길일 노릇이에요. 눈치를 보기에 움츠리고, 눈길을 열기에 움직입니다. 눈여겨볼 수 있다면 웅크릴 까닭이 없어요. 눈빛을 밝혀 눈꽃으로 피어나려고 움트면서 일어나요.


  우리 힘으로 나아갑니다. 언제나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신나게 펼치는 자리입니다. 일부러 왁자지껄해야 하지 않고, 붐비거나 북적거려야 대단하지 않습니다. 북새통이라면 돈은 모일는지 모르나, 마음이나 꿈이나 사랑이 싹트기 어려워요. 아니, 북새통에서는 오히려 씨앗이 밟히고 나무뿌리도 밟혀서 아파요.


  서울 한복판을 봐요. 풀싹이 날 틈이 없습니다. 나무가 가지를 뻗을 틈바구니가 없습니다. 새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을 틈새란 어디 있을까요?


  가슴을 여는 글로 여민 책도 널리 팔리거나 읽힐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드뭅니다. 마음을 밝히는 글로 엮은 책도 두루 팔리거나 읽힐 만한데, 아직 우리나라 마을책집에서는 이 대목에 덜 마음을 기울입니다.


  탓을 하고 타박을 놓고 투정을 부리기는 매우 쉬워요. 하나씩 해보는 길도 아주 쉽지요. 어느 ‘쉬운길’을 갈는지 스스로 고를 노릇입니다. 여태 써온 말도 스스로 돌아보자면 ‘쉬운말’일 테지만, 먼 옛날부터 숲사람이 스스로 지은 말도 ‘쉬운말’이요, 오늘 우리가 숲빛으로 새롭게 지을 말도 ‘쉬운말’입니다.


  눈에 띄는 책은 ‘뜨일’ 뿐입니다. 손에 잡히는 책은 ‘잡힐’ 뿐입니다. 그들을 탓할 틈이 있으면, 우리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 즐거워요. 그들을 타박할 짬이 있으면, 멧새랑 바닷새를 보금자리 곁으로 불러서 함께 노래하면 사랑스럽습니다.


ㅅㄴ


《오늘이》(이성강, 한솔수북, 2017.3.29.)

《오름나그네 1》(김종철, 다빈치, 2020.4.15.)

《오름나그네 2》(김종철, 다빈치, 2020.4.15.)

《오름나그네 3》(김종철, 다빈치, 2020.4.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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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나와 너 (2023.4.22.)

― 서울 〈다시서점〉



  요새는 어린이집부터 아이들을 일찌감치 가르치려 들면서 ‘위인’을 알려주고, ‘존경할 인물 소개’까지 합니다. 그림숲(미술관)·박물관(살림숲)에 아이들을 데려가서 일찍부터 ‘입시공부’에 이바지할 밑동을 닦으려 하더군요. 어른이란 이름인 자리에서 아이들한테 으레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하고 묻는데, 저는 어릴 적에 으레 ‘어머니’라고 대꾸했습니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 여섯 해를 ‘어머니를 높일 만하다’고 밝혔습니다.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로 옮긴 뒤에는 ‘높이 여길 사람’으로 ‘헌책집지기’를 더 꼽았습니다. ‘그냥 책집’이 아닌 ‘헌책집’으로 콕 집었어요. ‘그냥 책집’은 ‘팔 책’을 손쉽게 시키고, ‘안 팔리는 책’은 손쉽게 물립니다. ‘헌책집’은 ‘팔 책’을 먼지더미를 헤치면서 캐내고서 하나하나 손질하고 말린 뒤에, ‘안 팔리는 책’을 내내 끌어안다가 눈물바람으로 외려 돈을 더 치러서 내놓아야 합니다. ‘그냥 책집’은 이미 둘레에 알려진 책을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맞춰 주면 됩니다만, ‘헌책집’은 둘레에 잊히거나 안 알려진 책을 새롭게 캐내고 알아내고 찾아내어 겨우 한 자락을 갖춥니다.


  누구나 스스로 삶을 지으면 저마다 하루가 별빛으로 나아갑니다. 안 높은(존경)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높고, 누구나 너울거리고, 누구나 하늘하고 바다(바닥) 사이를 가만히 춤추듯 오르내립니다. 낮이 있으니 밤이 있고, 해가 뜨니 별이 돋습니다. 어머니 곁에 아버지가 어질게 있으니 보금자리를 일구는 어버이로 거듭나고, 어른 두 사람이 온삶으로 보여주는 사랑을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롭게 가꾸기에 온누리가 아름다울 수 있어요. 이 얼거리가 틀어지면 온누리는 그저 싸움판입니다.


  서울 하늬녘 〈다시서점〉을 찾아갑니다. 어느 모로는 ‘서쪽 끝’이라 여기지만, 푸른별에는 끝이 딱히 없이 모든 곳이 ‘가운’입니다. 가운데요, 가운터요, 가운숲이요, 가운자리요, 한복판이에요.


  나라지기(대통령)를 맡는 이가 책을 안 읽는다고들 합니다만, 여느 벼슬꾼(공무원)은 얼마나 읽을까요? 여느 길잡이(교사)는 얼마나 읽을까요? 겨우 읽는 책은 품이나 갈래가 얼마나 넓거나 깊을까요? 뻔한 책조차 안 읽는다지만, 뻔한 책만 똑같이 읽는 나라가 오히려 더 외곬이기 쉬워요. 나라가 무너져도 되면, 책집이 무너져도 되겠지요. 나라가 사라져도 되면, 숲이 사라져도 될 테고요. 나라가 죽어도 되면, 말글이 죽어도 되겠고요.


  ‘나’를 잊는 ‘나라’는 없어도 됩니다. ‘나’를 스스로 사랑할 때라야 ‘너’를 알아보며 서로 빛나요. 저마다 날개를 달면서 함께 너머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영등포 시장한 요리》(고미랑, 플랜포히어, 2020.11.첫./2021.11.15.2벌)

《문화재 탐방》(김민혜, 1994.8.첫/2022.9.22.고침)

《어느 바보의 일생》(아쿠타가와 류노스케/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1.8.7.)

《강서뭉클 백과도감》(강서는뭉클뭉클, 강서구, 2023.)

《안부, 21명의 문학 작가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김경현 엮음, 다시서점, 2021.11.9.)

《엄마방 아빠방》(김경현, 다시서점, 2016.3.30.)

《더러워진 옷에 웃으며 우아하게 대처하는 법》(신수철, 무모한 스튜디오, 2022.7.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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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그림과 (2023.8.19.)

― 서울 〈악어책방〉



  숲노래 씨는 여러 가지를 알거나 모릅니다. 아는 길은 알되, 모르는 길은 모릅니다. 1982∼87년에 다닌 어린배움터(국민학교)가 얼마나 어린이를 짓밟고 때리고 괴롭히고 돈을 빼앗고 막말을 일삼는 죽음터였는지 낱낱이 압니다.


  숲노래 씨는 2008년하고 2011년에 낳은 두 아이를 배움터에 안 보냈습니다. 아니, 숲노래 씨랑 함께 살아가는 두 아이는 스스로 ‘집에서 배우겠다’고 밝혔고, 스스럼없이 아이들 뜻을 따라, 넷이서 시골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누립니다. 그래서 숲노래 씨는 ‘집배움’을 조금 압니다. 그렇지만 2014∼2023년에 어린배움터(초등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요즈음 어린이가 무엇을 듣고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모릅니다.


  서울 〈악어책방〉에서 서울 어린이 여럿하고 ‘노래꽃수다(시창작수업)’를 여러 달째 하는데, 오늘 새삼스레 하나를 느낍니다. 이 아이들은 집이나 배움터에서 ‘그리고픈 그림’을 느긋하거나 마음껏 손을 놀려서 그릴 틈이 없군요. 예전 어린이는 만화책을 옆에 놓고서 흉내그림을 했습니다. 오늘날 어린이는 손전화를 켜서 흉내그림을 합니다. 아스라한 옛날 어린이는 하늘을 보고 풀꽃나무랑 들숲바다를 보면서 나뭇가지를 슥슥 흙바닥에 놀리면서 그림소꿉을 누렸습니다.


  어린이는 ‘학교에 다니려’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는 ‘사랑받’으려고 태어났으며, 느긋하게 하루를 통째로 뛰놀면서 노래하려고 태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이 나라 어린이는 하루 가운데 쪽틈조차 마음껏 뛰지도 놀지도 그림을 그리지도 말을 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집에서는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야 하고, 배움터에서는 어른이 이끄는 대로 좇으면서 달달 외워야 하는 어린이입니다. 스스로 보고 느끼고 배우는 하루가 없다면, 이 어린이는 ‘다 다른 숨결을 입고서 자라나는 하루’가 맞을까요?


  다 다른 어린이가 막상 ‘다 같은 굴레’에 갇히는 틀에서 허덕이면서 ‘똑같이 외우고 따라해야’ 하면, 이 아이는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어른은 ‘남하고 똑같이 나이를 먹으며 늙어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른은 ‘나다운 빛을 어질게 밝히면서 철을 읽고 알아 나누는 상냥한 사람’입니다.


  서울 어린이가 스스로 붓을 쥐고서 글을 적어 보도록 얘기하다가, 이 아이들이 그냥 입으로 터뜨리는 속내를 옆에서 옮겨적다가, 이 아이들로서 ‘노래쓰기(시쓰기)’란, 그저 ‘빠듯한 두 시간’을 신나게 그림놀이를 즐기도록 하면서, ‘놀고픈 마음’을 읽는 길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ㅅㄴㄹ


《날마다 미친년》(김지영, 노란별빛책방, 2023.3.12.)

《여자, 사람, 자동차》(고선영·김지선·나리·소서·하영·해영, 새벽감성, 2021.12.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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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연 (2023.7.21.)

― 인천 〈아벨서점〉



  인천도 서울도 온나라 고을마다 담그림(벽화)이 볼썽사납습니다. 이 나라는 담그림을 아름답게 빚거나 담아내지 못 합니다. 옛날 임금집 둘레에 ‘꽃담’을 쌓던 꽃스러운 손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꽃담은 오백 해를 흘러도 꽃담입니다. 그러나 온나라 담그림은 백 해는커녕 열 해조차 못 버틸 뿐 아니라, 처음부터 마을빛을 깔보거나 골목빛을 얕보면서 마구마구 돈으로 처바르는 붓질입니다.


  골목사람이 담벼락에 작대기 하나를 줄에 받쳐서 옷걸이에 빨래를 꿰어 볕바라기로 말리려고 내놓는 손길이 담그림입니다. 골목사람이 귀퉁이나 빈터에 꽃그릇 하나 놓고서 숲이나 멧골에서 퍼온 흙을 담아서 씨앗 한 톨 묻고서 기르는 남새가 푸르게 밝히는 숨결이 담그림입니다. 해가 하루를 나아가면서 드리우는 빛줄기랑 그림자가 담그림입니다.


  뿌리를 알 길조차 없는, 더구나 누리판(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쁘장하다’거나 ‘멋지다’는 그림이나 무늬를 얼렁뚱땅 옮겨서 그린대서 담그림일 수 없어요. 그러나 숱한 ‘문화예술가’에다가 ‘공무원’이 손을 잡고서 ‘골목하고 마을을 볼썽사납게 망가뜨리는 벽화사업’을 자꾸자꾸 벌입니다.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에서 뻗어나가는 딱한 담그림을 보다가, 얼마 앞서 이슬로 떠난 김구연 님을 떠올립니다. 송월동 골목집에서 달개비 파란꽃을 그윽히 사랑하며 지켜본 김구연 님은 들꽃빛을 담은 글자락을 남겼어요. 손에 힘이 다하여 더는 종이를 넘길 수 없는 날까지 꾸준히 책읽기를 품으면서 넋을 가꾸었어요.


  책을 읽어야 마을이나 골목을 알지 않습니다. 숱한 책을 두루 읽으면서 마음을 일구어야 인천을 속속들이 헤아리면서 담그림을 펼 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다리 책골목이라는 데에 깃들어 ‘문화예술’을 펴려 한다면, 사나흘에 하루쯤 책집마실을 하면서 책을 장만하고, 여러 책집지기님 삶자락에 오래오래 밴 책빛을 듣고 살펴보면서 ‘벼가 익듯’ 고개를 숙이면서 배울 노릇입니다.


  푸른씨(청소년)는 어른씨가 무엇을 보여주거나 얘기하거나 밝히려 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지켜봅니다. 푸른씨는 어른씨가 대단한 것을 보여주거나 얘기하거나 밝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별처럼 빛나는 씨앗을 보여주거나 얘기하거나 밝히기를 바라고 기다립니다. 우리 나이가 이미 푸른씨 나이를 훌쩍 넘었더라도, 우리 마음은 누구나 푸르게 일렁입니다. 한해살이 풀꽃도 여러해살이 풀꽃도 해마다 해바람비를 새롭게 맞아들이면서 싱그럽습니다. 우리도 언제나 새롭게 책빛이며 골목빛이며 삶빛이며 사랑빛을 익힐 적에 비로소 사람빛을 펴리라 봅니다.


ㅅㄴㄹ


《文化 속의 數學》(김용운, 현암사, 1976.10.9.)

《獄中記·高原의 사랑》(루이제 린저/김문숙·홍경호 옮김, 범우사, 1975.9.25.첫/1982.8.10.3벌)

《그런 의미에서》(임후성, 문학과지성사, 1997.7.15.)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배상환, 나남, 1988.3.5.첫/1989.1.5.5벌)

《두고 온 시》(고은, 창작과비평사, 2002.1.15.)

《한글세대를 위한 불교》(E.콘즈/한형조 옮김, 세계사, 1990.3.20.첫/1990.6.30.3벌)

《까치가 감나무에게 들려 준 동화들》(이동렬 글·이영원 그림, 늘푸른, 1991.11.30.첫/1992.11.20.2벌)

《실록연작시 지리산》(이기형, 아침, 1988.12.15.)

《베트남戰爭》(리영희, 두레, 1985.5.5.)

《일송정 푸른솔은》(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엮음, 삼민사, 1988.8.15.)

《자유인이 되기 위하여 3》(지두 크리슈나무르티/안정효 옮김, 청하, 1982.11.20.첫/1991.1.25.2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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