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0) -의 존재


 신의 존재를 부인하다 → 신이 있지 않다고 여기다 / 신이 없다고 여기다

 상대방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다 → 마주하는 사람이 있는지 느끼지 못하다

 이어도의 존재에 대해서도 → 이어도가 있는지를 놓고도 / 이어도가 있는지도


  ‘존재(存在)’는 “현실에 실제로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있음”을 가리키고 “바로 여기 있음”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신이나 하느님이라면 “있는지”나 “있는지 없는지”를 헤아리고, 옆사람이 “있는지”나 “있는지 없는지”를 살핍니다.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무엇이 있는지를 살핍니다. 저쪽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이 있으면 “서성거리는 모습”을 살필 테며, 서성거리는 저 사람들이 “누구인가 알아보려” 할 수 있어요. 4348.9.23.물.ㅅㄴㄹ



두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

→ 두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두 사람이 있는 모습을 살펴보고

→ 두 사람이 서성거리는 모습을 살펴보고

→ 두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보고

→ 두 사람을 곰곰이 살펴보고

→ 두 사람을 찬찬히 살피고

《이진희/이규수 옮김-해협, 한 재일 사학자의 반평생》(삼인,2003) 171쪽


턴의 대학시절 여자친구인 나트레의 존재를 알게 된다

→ 턴한테 대학시절 여자친구인 나트레를 안다

→ 턴이 대학을 다닐 때에 사귀던 나트레를 알아차린다

→ 턴이 대학을 다닐 무렵 사귄 여자친구 나트레를 깨닫는다

→ 턴이 대학생 때에 사귀던 나트레 이야기를 듣는다

《김석원-영화가 사랑한 사진》(아트북스,2005) 37쪽


인간은 상처를 받음으로써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서 영혼이 있는지를 알기 마련이다

→ 사람은 마음이 다치면서 영혼을 알곤 한다

→ 사람은 마음이 아프면서 넋이 있는지를 깨닫는다

→ 사람은 아프고 힘들면서 넋을 알아차리곤 한다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51쪽


I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 ㅇ이 있어서 고마울 뿐이었다

→ ㅇ이 있어서 고마웠다

→ ㅇ이 고마울 뿐이었다

→ ㅇ이 고마웠다

→ ㅇ 같은 동무가 고마웠다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122쪽


그 사본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았나

→ 그 사본이 있는지 잊어버리지 않았나

→ 그 사본이 있는지 없는지 잊어버리지 않았나

→ 그 사본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리지 않았나

→ 그 사본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로렌스 R.스펜서/유리타 옮김-외계인 인터뷰》(아이커넥,2013) 258쪽


전에는 이 방의 존재도 몰랐다

→ 예전에는 이 방이 있는지도 몰랐다

→ 예전에는 이 방도 몰랐다

《조에 부스케/류재화 옮김-달몰이》(봄날의책,2015) 3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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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46) 간헐적


 간헐적 공격 → 잠깐 공격 / 살짝 공격 / 가끔 공격

 간헐적 단식 → 잠깐 단식 / 살짝 단식 / 가끔 단식

 부엉이의 울음이 간헐적으로 골짝을 울려온다

→ 부엉이 울음이 이따금 골짝을 울려온다


  ‘간헐적(間歇的)’은 “얼마 동안의 시간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일어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뜻으로 쓰는 한국말이 있습니다. 바로 ‘가끔’하고 ‘이따금’입니다.


  “간헐적인 여드름”처럼 쓰는 분이 있는데, 이때에는 “자꾸 돋는 여드름”으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간헐적인 운동을 하다”는 “드문드문 운동을 하다”라든지 “틈틈이 운동을 하다”라든지 “살짝살짝 운동을 하다”로 고쳐써야 뜻이 제대로 살아요. 4348.9.23.물.ㅅㄴㄹ



옆방 노인의 간헐적인 기침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

→ 옆방 늙은이가 드문드문 기침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 옆방 어르신이 자꾸 기침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 옆방 할배(할매)가 때때로 기침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톨스토이/이상영 옮김-광인의 회고록》(인간,1982) 20쪽


생산물 교환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다

→ 생산물은 드문드문 바꾸었다

→ 생산물을 주고받는 일은 드물었다

→ 생산물은 어쩌다 바꾸곤 했다

→ 생산물은 가끔 바꾸었다

《클라우스 뮐러/편집부 옮김-돈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들불,1988) 24쪽


전압을 간헐적으로 공급해 줄 뿐이니까, 전력소모가 거의 없었죠

→ 전압을 띄엄띄엄 넣어 줄 뿐이니까, 전기를 거의 안 쓰지요

→ 전압을 가끔 넣어 줄 뿐이니까, 전기를 거의 안 먹지요

→ 전압을 어쩌다 한 번 넣을 뿐이니까, 전기가 거의 안 들지요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158쪽


간헐적으로 초점을 바꿀 수 있는 능력

→ 틈틈이 초점을 바꿀 수 있는 재주

→ 가끔 초점을 바꿀 수 있는 재주

→ 때 맞춰 초점을 바꿀 수 있는 솜씨

→ 때에 따라 초점을 바꿀 수 있는 힘

《클레어 워커 레슬리,찰스 E.로스/박현주 옮김-자연 관찰 일기》(검둥소,2008) 61쪽


경솔한 언동을 간헐적으로 행하면서

→ 가벼운 말과 몸짓을 띄엄띄엄 하면서

→ 가벼운 말과 몸짓을 가끔 보여주면서

 이따금 가볍게 말하거나 움직이면서

《조에 부스케/류재화 옮김-달몰이》(봄날의책,2015) 8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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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59) 극도의


 극도로 긴장하다 → 더없이 긴장하다 / 마음을 바짝 조이다

 극도로 흥분하다 → 매우 흥분하다 / 매우 북받치다

 극도에 달했던 초조와 불안 → 하늘을 찌르던 조마조마함

 극도의 두려움에 떨다 → 몹시 두려워하다 / 몹시 두려워서 떨다


  ‘극도(極度)’라는 한자말은 “(‘극도로’, ‘극도에’, ‘극도의’ 꼴로 쓰여) 더할 수 없는 정도”를 뜻한다고 합니다. “더할 수 없는 만큼”을 뜻한다면 이러한 뜻대로 쓰면 되고, “더할 나위 없이”나 ‘더없이’로 쓸 수 있습니다. ‘대단하다’거나 ‘매우 크다’고 해도 잘 어울립니다. 4348.9.22.불.ㅅㄴㄹ



극도의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 더할 나위 없이 힘들었다

→ 더없이 쪼들렸다

→ 살림이 몹시 힘들었다

→ 살림이 매우 쪼들렸다

→ 살림이 찢어지듯 고되었다

→ 아주 힘들도록 가난했다

→ 무척 고달프고 가난했다

→ 더할 수 없이 가난했다

《박연구-어항 속의 도시》(문예출판사,1976) 93쪽


극도의 영양실조였어

→ 끔찍한 영양실조였어

→ 대단한 영양실조였어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

→ 밥을 제대로 먹어 보지도 못했어

→ 못 먹어서 삐쩍 말랐

→ 죽을 만큼 굶주렸

《싼마오/조은 옮김-사하라 이야기》(막내집게,2008) 43쪽


주체성 상실에 무식을 겸해서 극도의 혐오감을 자아낸다

→ 줏대도 없고 어리석을 뿐 아니라 몹시 볼썽사납다

→ 줏대를 잃고 바보스러운데다가 매우 볼꼴사납다

→ 줏대 없고 알지도 못하면서 ​무척 보기 싫다

→ 줏대를 잃은데다 멍청해서 도무지 봐줄 수 없다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42쪽


극도의 노력을 다해야 만질 수 있었다

 온힘을 다해야 만질 수 있었다

→ 젖먹던 힘까지 다해야 만질 수 있었다

→ 몹시 애써야 만질 수 있었다

《조에 부스케/류재화 옮김-달몰이》(봄날의책,2015) 13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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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53) 개개의


 개개의 사건 → 낱낱 사건 / 사건 하나하나

 개개의 물건 → 낱낱 물건 / 물건 하나하나

 개개의 사람 → 사람 하나하나


  ‘개개(個個/箇箇)’라는 한자말은 “하나하나. 낱낱”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온 풀이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국말로 ‘하나하나’이거나 ‘낱낱’이라면, 이러한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될 텐데, 왜 구태여 이 한국말을 한자로 옮기는 ‘個個’나 ‘箇箇’를 써야 할까요? 구태여 안 써도 될 한자말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의’도 자꾸 들러붙고 말지 않을까요? 4348.9.21.달.ㅅㄴㄹ



개개의 작품으로서가 아니고

→ 따로따로인 작품이 아니고

→ 따로따로 노는 작품이 아니고

→ 따로따로 있는 작품이 아니고

→ 작품 하나하나가 아니고

《나까니시 모토오/박진숙 옮김-경영전략으로서의 다지인 : 철도 지하철》(시각문화사,1979) 6쪽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 안에서 움직이는 개개의 인격체를 나타내는 표시이다

→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하나하나 나타내기도 한다

→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하나하나 나타낸다

→ 인격체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움직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나타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 노동하는 인간》(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1983) 5쪽


개개의 영역이 더욱 확장될수록

 저마다 영역이 더욱 늘어날수록

→ 저마다 제자리가 더욱 커질수록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김대웅 옮김-독일 이데올로기》(두레,2015) 192쪽


모든 작물은 개개의 성질이 있으므로

→ 모든 작물은 하나하나 성질이 다르므로

→ 모든 곡식은 저마다 성질이 다르므로

→ 모든 곡식과 남새는 성질이 다 다르므로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눌민,2015) 7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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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앞두고 나올 책에 들어가는 글을 손질하다가

'시작'하고 '애로' 이야기를 새로 써 보았다.

곧 나올 책에 실리는 글이지만

이렇게 함께 걸어 놓는다.


'시작'이나 '애로'라는 말을 그냥저냥 쓰고 싶다면 쓰면 되지만,

이러한 말이 언제부터 왜 쓰여서 어떻게 퍼졌는가를

조금이라도 살피면서 생각하고 헤아리는

한국사람이 늘어날 수 있기를 빈다.


..


시작: ‘처음’으로 읊을 말 ‘시작’


논두렁길을 걷기 시작했다 → 논두렁길을 걸었다

회의가 시작되다 → 회의를 하다

곧 학기가 시작하면 → 곧 새 학기가 되면

날이 어둡기 시작했다 → 날이 어두워진다


  한국사람은 ‘시작(始作)’이라는 한자말을 안 쓰며 살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이 한자말이 널리 퍼졌기에 오늘날처럼 씁니다. 한국사람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을 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라 하지 않았습니다. “하다가 그치면 아니 함만 못 하다”라 했을 뿐, “중간에 포기하면 아니 시작함만 못 하다”라 하지 않았어요. 일본에서는 ‘始め’나 ‘始まり’처럼 쓰고 한국에서는 ‘始作’으로 쓰는데, “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시작이 좋으면 끝이 좋다”, “또 시작이군”,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사업을 시작하다”, “새로 시작하다”, “걷기 시작하다”, “꽃이 피기 시작하다” 같은 말마디는 모두 일본말을 번역하면서 퍼졌어요. 한국말로는 “처음이 반이다”, “처음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다시 하다”, “처음이 좋으면 끝이 좋다”, “또 하는군/또 저러는군”, “무엇부터 할까요”, “아직 맛보기이다/아직 맛보기일 뿐이다”, “일을 하다”, “새로 하다”, “걷다”, “꽃이 피다/꽃이 피려 한다/꽃이 막 핀다”처럼 적어야 옳아요.


  “준비(準備), 시작!”도 일본 말투입니다. “요이, 땅!”을 “준비, 시작!”으로 바꾸었을 뿐이고, “준비, 출발!”도 일본 말투입니다. 한국말로는 “자, 가자!”나 “자, 달려!”나 “자, 하자!”처럼 써야 올바릅니다.


  “시작과 끝”이란 “처음과 끝”을 가리킵니다. “공연이 시작되었어”는 “공연을 해”를 가리킵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나 “시작도 끝도 없다”는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나 “처음도 끝도 없다”처럼 손질하면 됩니다. 4348.9.20.해.ㅅㄴㄹ


+


애로 사항: ‘애로(隘路)’는 ‘걸림돌’이나 ‘어려운 일’로 적어요


그 도로의 남쪽 끝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애로가 되어

 → 그 길 남쪽 끝은 바윗돌로 이루어져 좁고 거칠어

애로가 많다

 → 많이 어렵다 / 많이 힘들다

덕유산까지 들어가기엔 적잖은 애로가 있었다

 → 덕유산까지 들어가기엔 적잖이 어려웠다


  한자말 ‘애로(隘路)’는 “1. 좁고 험한 길 2.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좁고 거친 길”을 가리켜 ‘애로’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좁고 거친 길”은 그저 “좁고 거친 길”입니다. 그러면 한국말사전에 왜 이런 말풀이가 나올까요? 바로 일본말사전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널리 쓰는 한자말 ‘애로’는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퍼졌습니다. 일본말사전에 나오는 “販賣上の隘路”를 “판매상의 애로”처럼 적는다고 해서 한국말이 될 수 없습니다. “판매상의 애로가 있다”는 “팔기 어렵다”나 “팔기 힘들다”로 바로잡아야 옳습니다.


  한국말로는 어떤 일을 할 적에 걸림돌(장애)이 된다면 ‘걸림돌’이라 말합니다. 걸림돌이 있다면 어렵거나 힘들다는 뜻이니 ‘어렵다’나 ‘힘들다’라 말하기도 합니다. 어렵거나 힘들다면, 이러한 대목을 바로잡거나 고치기를 바라는 만큼 ‘고쳤으면 하는’ 일이나 ‘바로잡기를 바라는’ 일이라고도 말합니다.


  ‘힘들다’와 ‘어렵다’를 쓰면 되고, 때와 곳에 따라서는 ‘고단하다’나 ‘고되다’를 쓸 수 있습니다. ‘고칠 대목’이나 ‘바꿀 곳’처럼 쓸 수 있습니다. 윗자리에 있는 분들은 으레 “애로 사항이 있으면 건의하라”고 말합니다만, 이때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말하라”로 고치거나 “일하며 어려운 대목은 말하라”로 고쳐서 말해야지 싶어요. 4348.9.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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