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5) 표標


 O표 하여 봅시다

→ 동그라미를 그려 봅시다

→ 동그라미를 그립시다

 표를 하기 위해 공책에 선을 그었다

→ 자국을 내려고 공책에 금을 그었다

→ 나중에 알아보게 하려고 공책에 금을 그었다

→ 잘 보이게 하려고 공책에 금을 그었다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표가 얼굴에 나타나 있다

→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는 티가 얼굴에 나타난다

 붉은색 동그라미를 표하다

→ 붉은 동그라미를 그리다

→ 붉은 동그라미를 그려 넣다


  ‘표(標)’는 “1. 증거가 될 만한 필적 2. 준거가 될 만한 형적. 안표(眼標) 따위를 이른다 3. 같은 종류의 다른 사물과 분간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사물만의 두드러진 특징 4. 특징이 되게 하는 어떤 지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한자말하고 쓰임새가 같은 한국말로 ‘티’가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자국’이나 ‘자취’를 쓸 수 있어요.


  ‘표(標)하다’라는 낱말도 따로 있어서 “표지로 삼기 위하여 표를 남기다”를 뜻한다고 하는데, “동그라미를 표하다”처럼 쓰는 ‘표하다’는 ‘그리다’나 ‘넣다’나 ‘그려 넣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표를 내다” 같은 말마디는 “티를 내다”로 고쳐쓸 만하고, “표가 있다” 같은 말마디는 “두드러지다”나 “돋보이다”나 “티가 있다”로 고쳐쓸 만하며, “표가 나다” 같은 말마디는 “티가 나다”나 “드러나다”나 “나타나다”로 고쳐쓸 만합니다. 4348.8.19.물.ㅅㄴㄹ



남들 눈에 보기에도 대뜸 표가 날 만큼

→ 남들 눈에 보기에도 대뜸 티가 날 만큼

→ 남들 눈에 보기에도 대뜸 드러날 만큼

《샘이깊은 물》 1985년 8월호 117쪽


편견이나 차별을 표나게 다시 세워 드러내려 하는

→ 편견이나 차별을 티나게 다시 세워 드러내려 하는

→ 편견이나 차별을 눈에 띄게 다시 세워 드러내려 하는

→ 편견이나 차별을 도드라지게 다시 세워 드러내려 하는

《강덕상-학살의 기억 관동대지진》(역사비평사,2005) 19쪽


누가 수컷이고 누가 암컷인지 금세 표가 납니다

→ 누가 수컷이고 누가 암컷인지 곧 티가 납니다

→ 누가 수컷이고 누가 암컷인지 바로 드러납니다

《정부희-곤충들의 수다》(상상의힘,2015) 1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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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9) 여타의


 주변의 여타 지역과는 달리 → 둘레와는 달리

 여타의 일은 → 다른 일은 / 다른 사람 일은


  ‘여타(餘他)’는 “그 밖의 다른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다른’을 가리키는 한자말 ‘여타’입니다. 또는 ‘그밖에’를 가리킨다고 할 한자말 ‘여타’입니다.


  다르니 ‘다르다’라 할 뿐이지만, 이처럼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餘他’를 끌어들이는 분이 있고, ‘差異’ 같은 한자말을 끌어들이는 분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을 살피면 “여타 지역과는 달리” 같은 말마디가 보이는데, 말뜻을 곰곰이 따지며 고쳐쓰면 “다른 곳과는 달리”가 됩니다. 이렇게 적으려 한다면 적을밖에 없는데, “같은 곳과는 같이”나 “비슷한 곳과는 비슷이”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앞이나 뒤에서 ‘다른’이나 ‘달리’ 하나를 덜어내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주변의 여타 지역과는 달리”는 “주변 지역과는 달리”처럼 적어야 올바르고 “주변 지역”이란 ‘둘레’를 가리키니 “둘레와는 달리”처럼 적으면 단출하면서 또렷합니다.


 ‘다른’이나 ‘그밖에’나 ‘나머지’나 ‘이런저런’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알맞게 넣으면, 토씨 ‘-의’는 저절로 떨어져 나갑니다.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알맞는 낱말을 하나하나 살리고 살핀다면 알맞는 토씨를 붙일 수 있고, 알맞지 못한 낱말을 자꾸자꾸 쓰려 하면, 알맞지 못한 토씨가 자꾸자꾸 들러붙습니다. 4348.8.18.불.ㅅㄴㄹ



석탄 등의 생필품을 제외하면 여타의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다른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올랐다고 한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나머지 상품은 모두 비슷하게 올랐단다

→ 석탄 같은 생필품을 빼면 이밖에는 모두 비슷하게 올랐다고 한다

《중공유학기》(녹두,1985) 81쪽


여타의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조잡할 수 있을까

→ 다른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엉성할 수 있을까

→ 나머지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어설플 수 있을까

→ 이밖에 다른 인천 기념조각들은 그처럼 엉터리일 수 있을까

《최원식-황해에 부는 바람》(다인아트,2000) 92쪽


이 영화는 여타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여태껏 찍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 이 영화는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가쎄,2009) 75쪽


여타의 사실은 많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 다른 사실은 여러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 이밖에 다른 사실은 여러 기록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정광-한글의 발명》(김영사,2015) 3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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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108) 삐까번쩍


 삐까번쩍하게 마루를 닦았다

→ 번쩍번쩍하게 마루를 닦았다

→ 번쩍거리도록 마루를 닦았다

 네 자전거가 삐까삐까하구나

→ 네 자전거가 번쩍번쩍하구나

→ 네 자전거가 번쩍거리는구나


  ‘삐까삐까(ぴかぴか)’는 일본말입니다. 한국말로는 ‘번쩍번쩍’입니다. 일본 만화 가운데 한국에 널리 알려진 ‘피카츄(ピカチュウ)’에서 ‘피카’는 ‘삐까’하고 같은 일본말이고, 이 ‘피카츄’라는 이름은 한국말로 옮기면 ‘번쩍돌이’나 ‘번쩍이’입니다. 또는 ‘번개돌이’라 할 수 있어요.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스며든 숱한 일본말 가운데 ‘삐까’는 한국말 ‘번쩍’하고 만나서 ‘삐까번쩍’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번쩍번쩍’처럼 손질하면 됩니다. 흐름을 살펴서 ‘반짝반짝’으로 쓸 수 있고, ‘반들반들’이라든지 ‘번들번들’이라든지 ‘번드르르’라든지 ‘반드르르’로 쓸 수 있어요.

  마루를 닦는다면 “환하게 빛나도록 마루를 닦았다”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 마련한 자전거가 번쩍거린다면 “네 자전거가 눈부시구나”라든지 “네 자전거가 아주 빛나는구나”처럼 쓸 만해요. 4327.8.17.달.ㅅㄴㄹ



도시에는 삐까번쩍한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 도시에는 번쩍번쩍한 건물들이 가득합니다

→ 도시에는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넘칩니다

→ 도시에는 번쩍거리는 건물들이 빽빽합니다

《정부희-곤충들의 수다》(상상의숲,2015) 17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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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84) 후하다


 인심이 후하다 → 마음이 넉넉하다 / 마음씀이 넓다

 학점이 후한 → 학점을 잘 주는

 보수가 후하다 → 일삯을 많이 준다 / 품삯을 잘 준다


  ‘후(厚)하다’는 “1. 마음 씀이나 태도가 너그럽다 2. 두께가 매우 두껍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두꺼운 것을 가리키면서 ‘후하다’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테니, 외마디 한자말 ‘후하다’는 ‘너그럽다’를 가리키는 자리에 쓴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로는 ‘너그럽다’를 쓰면 됩니다. 이와 비슷한 얼거리로 ‘넓다’나 ‘넉넉하다’를 쓰면 되고요.


  값을 이야기하는 자리라면 ‘좋다’ 같은 말을 쓸 만합니다. 밥을 이야기한다면 ‘푸짐하다’거나 ‘푸지다’ 같은 말을 쓸 만해요. 마음씨를 가리킬 적에는 ‘너그럽다’를 비롯해서 ‘착하다’나 ‘멋지다’나 ‘예쁘다’ 같은 말을 쓸 만해요. 4348.8.17.달.ㅅㄴㄹ



후한 값을 제시했지만

→ 좋은 값을 불렀지만

→ 값을 넉넉히 말했지만

→ 넉넉히 쳐주겠다고 했지만

《팀 윈튼/이동욱 옮김-블루백》(눌와,2000) 99쪽


후하게 깎아 줄게

→ 넉넉히​ 깎아 줄게

→ 얼마든지 깎아 줄게

→ 아주 싸게 줄게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38쪽


“요츠바는 참 후하구나.” “요츠바는 후해.”

→ “요츠바는 참 넉넉하구나.” “요츠바는 넉넉해.”

→ “요츠바는 참 마음이 넓구나.” “요츠바는 넓어.”

→ “요츠바는 참 너그럽구나.” “요츠바는 너그러워.”

→ “요츠바는 참 착하구나.” “요츠바는 착해.”

→ “요츠바는 참 멋지구나.” “요츠바는 멋져.”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59쪽


이리도 후한 대접을 받았는데

→ 이리도 좋은 대접을 받았는데

→ 이리도 푸짐한 대접을 받았는데

《정부희-곤충들의 수다》(상상의힘,2015) 12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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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19) 인고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 괴로움을 참는 나날을 보내다

→ 괴로운 나날을 참으며 보내다

 인고하며 살고 있다

→ 괴로움을 참으며 산다

→ 괴로움을 이기며 산다


  ‘인고(忍苦)’는 “괴로움을 참음”을 뜻합니다. 그러니 ‘인고하다’ 꼴처럼 쓴다면 “괴로움을 참는다”는 뜻이고 “괴로움을 견딘다”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인고의 세월”이란 “괴로움을 참는 나날”이라는 뜻인데, 괴로움을 참는 나날은 “괴로운 나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단한 나날”이요 “고달픈 나날”이며 “고된 나날”입니다. “힘겨운 나날”이고 “힘든 나날”이며 “힘에 부치는 나날”이거나 “벅찬 나날”이에요.


  “인고의 시간”이라면 “괴로움을 참는 시간”이 될 테고, “괴로운 시간”처럼 단출하게 손볼 만합니다. 무엇을 기다리면서 괴로움을 참는다고 한다면, 때로는 “지겨운 시간”이나 “따분한 시간”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4348.8.17.달.ㅅㄴㄹ



그토록이나 오랜 인고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일까

→ 그토록이나 오랜 힘든 나날이 들어야 했을까

→ 그토록이나 오래 고된 나날을 보내야 했을까

《송언-좋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내일을여는책,1997) 26쪽


사진가는 무한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 사진가는 끝없이 괴로움을 참으며 보내야 한다

→ 사진가는 더없이 괴로움을 견디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119쪽


그 인고의 시간이 좀 유난스럽게 폭발한 적도 있다

→ 그 괴로움을 참는 시간이 좀 유난스럽게 터진 적도 있다

→ 그 지겨움을 참는 시간이 좀 유난스럽게 터진 적도 있다

《이유경-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인물과사상사,2007) 195쪽


낯선 땅에서 잡초와 같은 인고의 세월을 살다가 고향에 돌아오지도 못한 채

→ 잡풀과 같은 고단한 나날을 살다가

→ 들풀과 같은 힘겨운 나날을 살다가

→ 들풀과 같이 괴롭게 살다가

《정부희-곤충들의 수다》(상상의힘,2015) 10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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