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난분분 亂紛紛


 백설(白雪)이 난분분하다 → 흰눈이 흩날리다 / 눈이 날리다


  ‘난분분(亂紛紛)’은 “눈이나 꽃잎 따위가 흩날리어 어지러움”을 가리킨다고 합니다만, ‘나뒹굴다·나부끼다·나풀거리다’나 ‘나풀나풀·나불나불’로 고쳐씁니다. ‘날다·날림·날리다·날려가다’나 ‘팔랑거리다·팔랑·팔랑팔랑·펄렁·펄렁펄렁’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어수선하다·어지럽다·추다·춤’이나 ‘헤치다·풀어헤치다·풀다·풀리다·흐트러지다’로 고쳐쓰고, ‘흩다·흩날리다·흩어지다·흩뜨리다’로 고쳐쓰지요. ‘하늘하늘·하늘거리다·하느작·흐늘흐늘·흐늘거리다·흐느적’이나 ‘텁수룩·헙수룩·쑥대머리·쑥대강이·쑥밭머리’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많이 보는 만큼 인생은 난분분(亂紛紛)할 뿐이다

→ 많이 보는 만큼 삶은 어지러울 뿐이다

→ 많이 보는 만큼 삶은 어수선할 뿐이다

→ 많이 보는 만큼 삶은 어지러이 흩날릴 뿐이다

→ 많이 보는 만큼 삶은 흩날려 어지러울 뿐이다

《나쁜 소년이 서 있다》(허연, 민음사, 2008) 13쪽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는 봄눈은

→ 땅에서 땅으로 나풀나풀하는 봄눈은

→ 이곳에서 이곳으로 날리는 봄눈은

→ 이 길에서 이 길로 나부끼는 봄눈은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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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디아스포라Diaspora



디아스포라(Diaspora) :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

Diaspora : 1. 디아스포라 (바빌론 유수 후의 유대인의 분산 2. (팔레스타인 이외의) 타국에 거주하는 유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외의 유대인 거주지 3. (국외) 집단 이주[탈출]; 이산; 이주자 집단, 소수 이교도 집단

ディアスポラ(Diaspora) : 1. 디아스포라 2.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幽囚) 후의 이산(離散)



유대사람이라면 그들 스스로 ‘Diaspora’를 쓸 테지만, 우리로서는 우리말로 ‘구르는’ 삶을 나타낼 노릇입니다. 어떻게 맴돌거나 떠도는지, 왜 나그네인지 밝히면 됩니다. 그래서 ‘구르다·구름·구름같다·구름처럼’이나 ‘굴러다니다·굴러먹다·맴돌다·흐르다·흘러가다’나 ‘맴돌이·맴돌별·맴돌이별·맴돌꽃·맴돌빛’이라 하면 됩니다. ‘길살림이·나그네’나 ‘나그네새·나그네별·나그네꽃’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나라를 잃다·떠난이·없다·집없다·집을 잃다’라 할 만하고, ‘떠돌다·떠돌별·떠돌이별·떠돌새·떠돌이새’나 ‘떠돌님·떠돌빛·떠돌꽃·떠돌아다니다’나 ‘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라 하면 되어요. 때로는 ‘떨꺼둥이·한뎃잠이·뜨내기·옮긴이·옮김꽃’이라 할 테고, ‘새터님·새터벗’이나 ‘사람들·이웃’이라 할 자리도 있습니다. ㅅㄴㄹ



아직도 서울에 정착하지 못했으니 나 역시 난민이었다. 나는 내국 디아스포라였다

→ 아직도 서울에 자리잡지 못했으니 나도 나그네였다. 나는 이곳 나그네였다

→ 아직도 서울에 터잡지 못했으니 나도 떠돌이였다. 나는 이 나라 떠돌이였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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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84 : 완성된 -의 수가 많아지고



완성(完成) : 완전히 다 이룸

수(數) : 1. 셀 수 있는 사물을 세어서 나타낸 값



하나씩 그려가면, 그림이 하나둘 늡니다. 하나씩 마무리하니, 어느새 꽤 쌓습니다. 마감하는 만큼 하나하나 불고, 마치는 대로 천천히 쌓아요. 그림을 차곡차곡 그립니다. 이야기도 말도 살림도 차근차근 늘립니다. ㅅㄴㄹ



완성된 그림의 수가 많아지고

→ 마무리한 그림이 늘고

→ 마감한 그림이 늘어나고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김두엽, 북로그컴퍼니, 2021)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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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83 : P를 향해 추파를 던지는 기색 분명



향하다(向-) : 1. 어느 한쪽을 정면이 되게 대하다 2. 어느 한쪽을 목표로 하여 나아가다 3. 마음을 기울이다 4. 무엇이 어느 한 방향을 취하게 하다

추파(秋波) : 1. 가을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 2.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은근히 보내는 눈길 3. 환심을 사려고 아첨하는 태도나 기색 4. 미인의 맑고 아름다운 눈길

기색(氣色) : 1. 마음의 작용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빛 ≒ 기상 2. 어떠한 행동이나 현상 따위가 일어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여 주는 눈치나 낌새

분명(分明) : 1. 틀림없이 확실하게 2.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3. 태도나 목표 따위가 흐릿하지 않고 확실하다 4. 어떤 사실이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



우리는 한글을 쓰니까, 사람이나 어느 곳을 가리킬 적에는 “P를 향해”가 아닌 “ㅍ을”이나 “ㅍ한테”라 하면 됩니다.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여 “추파를 던지다”인데, “눈짓을 하다”나 ‘쳐다보다’로 손볼 만합니다. “듯한 기색”은 겹말이에요. ‘듯하다’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이 글월 “추파를 던지는 듯한 기색이 분명 있었다”라면 “쳐다보는 듯했다”처럼 단출히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P를 향해 추파를 던지는 듯한 기색이 분명 있었다

→ 아무래도 ㅍ을 쳐다보는 듯했다

→ 틀림없이 ㅍ한테 눈짓을 한 듯싶다

《안으며 업힌》(이정임·박솔뫼·김비·박서련·한정현, 곳간, 2022)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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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1080 : 건 사진을 찍어내듯 소중 -려져 봉인된 기억들



사진(寫眞) : 1.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 2.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냄. 또는 그렇게 그려 낸 형상

소중하다(所重-) : 매우 귀중하다

봉인(封印) : 1. 밀봉(密封)한 자리에 도장을 찍음 2. [법률] 형체가 있는 동산에 대하여 그 모양을 바꾸지 못하도록 처분으로서 날인함

기억(記憶) :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찰칵찰칵 찍거나 담거나 옮기거나 놓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말려서 건사한다고 여길 수 있고, 그저 묶거나 가둔 어제일 수 있습니다. 물 한 모금이나 국 한 그릇에 지나온 나날을 담아서 돌아볼 수 있습니다. 걸어온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어요. 알뜰히 여밉니다. 살뜰히 품습니다. 나는, 너는, 우리는, 우리 이야기와 오늘과 어제를 고루 누립니다. ㅅㄴㄹ



내가 마신 건, 사진을 찍어내듯 소중하게 말려져 봉인된 기억들이었어

→ 나는, 찍어내듯 알뜰하게 말려서 담은 어제를 마셨어

→ 나는, 찍어내듯 살뜰하게 말려서 묻은 얘기를 마셨어

《키친 4》(조주희, 마녀의책장, 2010)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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