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턱 (2023.5.30.)

― 인천 〈문학소매점〉



  사람들이 우리말을 곱거나 바르게 쓰기를 바랄 수 있지만, 이보다는 스스로 마음이 있는 사람들부터 늘 곱거나 바르게 생각을 빛내는 우리말을 살펴서 쓰면 된다고 느낍니다. 들불처럼 일어나서 말빛을 살려도 안 나쁠 테지만, 하루아침에 바꾼다거나 밀물이나 회오리처럼 바꾸려 하다가는, 느림벗한테는 너무 벅찹니다.


  둘레를 보면 ‘마음이 있는’ 사람이 꽤 적거나 드물어요. 다들 ‘몸에 익은 대로’ 말을 하더군요. ‘익숙하다고 여기는 말씨’라면 틀렸건 어긋났건 엉성하건 얄궂건 못 털거나 안 씻더군요. ‘말이 씨가 된다’나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 같은 옛말이 무슨 속뜻인지 하나도 모르는 분이 대단히 많습니다.


  모름지기 모든 일은 천천히 할 노릇입니다. 글도 천천히 쓰고, 책도 천천히 읽을 노릇입니다. 아무 책이나 읽기보다는 아름다운 책을 읽을 일입니다. 미움이란 불씨를 지피는 글이 아닌,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밝히는 글을 챙겨서 곁에 둘 적에 우리 보금자리부터 깨어나고, 온누리가 꽃으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안 쓰면 어설프지만, 쓰면 즐겁습니다. 아름말을 혀에 얹는 사람은 아름말하고 먼 줄거리를 알아채고, 어린이하고 함께 읽으면서 물려줄 글을 알아봅니다.


  엊그제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고흥에서 살짝 등허리를 펴다가 이내 인천으로 건너옵니다. 시외버스에서 끙끙했지만, 전철을 타고 덜컹덜컹 건너오면서, 어느새 한켠은 중국빛이고 맞은켠은 일본빛으로 바뀌는 인천 중구 골목을 낯설게 느끼면서 〈문학소매점〉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곳곳이 중국거리에 일본거리로 바뀌는데, 정작 ‘한겨레거리’는 찾아볼 길이 없다시피 합니다. ‘개항문화’라는 허울을 내세워 껍데기만 중국스럽거나 일본스럽게 덧씌우는데, 다 돈 때문입니다.


  돈은 안 나쁘되, 돈바라기로 뒹구니까 ‘나다움’을 등져요. ‘우리다움’하고 등돌리니까, 마음을 담는 말을 사랑으로 아름답게 다스리는 길을 잊은 채 아무 말이나 하거나 쓰거나 읽으며 쳇바퀴에 갇힙니다.


  예전에는 누가 “괜찮으냐?”고 누가 묻는다면, ‘공연찮다(괜찮다)’라는 일본스런 말은 ‘까닭이 없다’는 뜻이라고 토를 달면서 “글쎄요?” 하고 대꾸했지만, 요새는 “다친 데가 낫기까지 두어 달 걸릴 듯하네요.”라든지 “이 바보스런 나라꼴을 보면 일찌감치 시골로 터전을 옮겨 살기를 잘 했네요.” 하고 얘기합니다.


  길턱이 자꾸 생깁니다. 걸어다니는 사람은 길바닥에 선 쇳덩이(자동차) 탓에 버거운데, 쇳덩이는 안 줄어듭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 서로 느긋이 삶을 지을 마을은 다 어디 갔을까요. 글턱이 높고, 이름턱에 돈턱에 갖은 턱이 곳곳에 생깁니다.


ㅅㄴㄹ


《그때 치마가 빛났다》(안미선, 오월의봄, 2022.10.4.)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페니 플래그/김후자 옮김, 민음사, 2011.1.1.첫/2020.9.15.)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5.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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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 메, 내 (2023.11.3.)

― 구례 〈봉서리책방



  00시에 하루를 엽니다. 05시 30분에 택시를 불러 고흥읍으로 갑니다. 06시 20분 첫 시외버스로 여수로 건너가고, 09시부터 여수 어린배움터에서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겉으로 적힌 글씨만 훑을 적에는 ‘읽기 아닌 훑기’입니다. 둘레에서는 그냥 일본말 ‘문해력’을 쓰지만,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글읽기’를 얘기해야 생각을 나눌 만하다고 느낍니다.


  북중미 텃사람을 끔찍하게 죽이면서 땅을 빼앗은 이들은 ‘북중미 텃사람 말’을 배우려 하지 않았고,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숱한 글바치(작가·교사·기자)는 어린이 말을 배우려 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 쳇바퀴에 갇힌 일본 한자말에 옮김말씨를 외우라고 닦달하는 얼거리입니다. 처음부터 어린이하고 푸름이 모두 못 알아들을 얄궂은 말을 쓰면서, 이 얄궂은 말을 억지로 외우라고 내모는 틀이 ‘문해력 교육’인 셈입니다.


  순천을 거쳐 구례로 건너갑니다. 다시 택시를 탑니다. 택시 일꾼은 책집 앞까지 모시겠다고 자꾸 말씀하지만, 저는 책집을 둘러싼 마을을 걸을 마음이기에 “내려서 걸어갈 생각입니다!” 하고 몇 판이나 따지듯 말합니다. 내린 곳에서 부러 큰길로 돌아갑니다. 천천히 둘레를 헤아리면서 걷습니다. 냇물이 흐르면서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구름이 바람 따라 흐르는 결을 살피고, 어느 멧새가 나는지 지켜보고, 저 멀리 가르는 빠른길(고속도로)을 어림합니다.


  국시모(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하고 나란히 붙은 〈봉서리책방〉 앞에 서기까지 마을집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습니다. 꽤 큰 마을이고, 담하고 미닫이하고 나무하고 지붕마다 오랜 손길이 흐릅니다.


  적잖은 글꾼이나 책꾼은 ‘작품’을 바라기에 그만 허울이나 겉멋에 사로잡힙니다. 그저 글을 쓰고 그림(회화·사진·영상)을 담으면 되어요. 살림빛을 바라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찍을 만하고, 바라볼 만하고, 남길 만하고, 나눌 만합니다.


  크거나 작은 일(사고)은 따로 없어요. 여러 일을 거치면서 무엇을 배우며 살아가는 하루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잘 걷고 잘 쉬면 되어요. 저는 1991년부터 돌봄터(병원)를 안 쳐다보았습니다. 갈 마음도 없고, 몸을 맡길 마음도 없습니다. 보금자리가 돌봄자리이면 되는걸요. 비록 이웃님이 쓴 글과 책을 읽지만, 늘 스스로 새롭게 이야기를 여미어서 쓰려고 합니다.


  누구나 스스로 내는 길이요 걷는 삶이며 짓는 사랑입니다. 즐겁게 앓으면 즐겁게 낫고, 즐겁게 쓰면 즐겁게 읽습니다. 즐겁게 있기에 즐겁게 이을 수 있어요.


ㅅㄴㄹ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리베드 로비엑스키/작은 우주 옮김, 달팽이, 2004.7.21.)

#AldoLeopold #AFierceGreenFire #MarybethLorbiecki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재키 아주아 크레이머 글·신디 더비 그림/박소연 옮김, 달리, 2020.10.20.)

#TheBoyandTheGorilia #JackieAzia Kramer

《제시의 일기》(양우조·최선화 글, 김현주 엮음, 우리나비, 2019.2.28.첫/2020.2.28.2벌)

《우리 안의 친일》(조형근, 역사비평사, 2022.10.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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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고흥 글님 (2023.9.28.)

― 고흥 〈더바구니〉



  고흥 녹동에서 마을 어린이하고 어른이 쉬어가며 책을 벗삼을 수 있는 〈더바구니〉에서 ‘고흥 글님(작가)’이 여민 책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이모저모 추스릅니다. 누가 어떻게 만나서 읽다가 품을는지 모르지만, 사랑스레 쓰다듬으면서 기쁘게 살림빛을 익히는 징검다리로 삼기를 바라며 넉줄꽃(사행시)을 적어 넣습니다.


  이러면서 노래꽃(동시)을 글판에 옮겨적습니다. 시골 마을책집까지 마실하는 분한테 살짝 덤(선물)으로 건네는 글자락입니다. 열다섯 글자락을 옮겨적자니 꽤 품이 듭니다. 책집에 와서 글을 쓰자니 다른 책을 볼 겨를이 없습니다. 오늘은 책마실은 접어놓아야 하는구나 싶어요.


  책집 한켠에는 빛꽃판(사진 전시판)도 세웁니다. 시골숲을 누리는 두 아이 수수한 삶을 담은 빛꽃입니다. 마을에서 차츰 사라지는 빨래터에 골짜기에 여러 푸른살림과 놀이살림을 그때그때 담았어요. 비록 사라지는 살림빛이 자꾸 늘어난다지만, 앞으로 우리 나름대로 새 살림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여깁니다.


  모든 삶과 말과 넋은 매한가지예요. 바쁘게 글을 쓰거나 말을 할 적에도 겹말이 나올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지 않으니 겹말이 불거져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은 글빛을 여미려는 이웃님이 곁에 두면서 ‘바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차근차근 돌아보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비슷한 낱말 = 닮은 낱말 = 다른 낱말’이란 얼거리를 깨닫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른 몸과 마음이되, 숨결이 깃든 빛나는 넋이라는 대목은 같아요. 말씨앗에서도 이 실마리를 느끼기를 바라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썼습니다.


  굳이 어렵게 쓰면 글자랑에 그칩니다. 열 살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면서 어깨동무하는 숲말로 생각을 펼 적에 서로서로 사랑으로 어깨동무를 합니다. 이런 마음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쉬운 말이 평화》에 담았어요. 누가 가르치거나 이끌지 않더라도, 스스럼없이 곰곰이 볼 수 있다면, 우리 삶 어디에서나 빛살을 느끼면서 아름다이 살아갑니다. 이런 뜻을 《곁책》하고 《곁말》하고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에 얹었어요.


  둘레에서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집을 올리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밭을 일구면 즐겁습니다. 이런 마음을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우리말 글쓰기 사전》에 담았지요. 마을책집이 마을과 나라를 살리기에 《책숲마실》을 썼고, 어린이도 어른도 늘 노래님(시인)이니 《우리말 동시 사전》하고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를 썼어요. 우리는 다 다른 빛이자 하늘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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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누가 사읽는가 (2023.5.20.)

― 부산 〈국제서적〉



  책이란 마음을 틔우는 조그마한 씨앗이면서, 이 마음에 스스로 사랑을 심는 길을 넌지시 비추는 빛줄기인 줄 천천히 받아들였습니다. 열 살 무렵에 흰고니나 여우나 지게꾼이나 옛 시골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책이란 싱그러운 이야기샘이라고 느꼈어요. 예전에는 ‘마을책집’보다는 ‘글붓집(문방부)에 딸린 책시렁’이 흔했습니다. 어린이는 ‘글붓집 책시렁’에서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만났고, 어른은 큰책집보다는 조그마한 책집에 “이 책 좀 들여놓아 주십시오” 하고 여쭈고서 여러 날 기다린 끝에 받곤 했어요.


  요새야 누리책집에서 바로바로 살 뿐 아니라, 하루조차 안 기다리고 책을 받는다고 하지만, 손에 쥐어 차근차근 넘기는 책은 빨리 읽어치우는 종이뭉치가 아니었어요.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마음을 새기고 가꾸는 빛씨앗인 책입니다.


  푸름이하고 어린이는, 책을 안 사더라도 책집마실을 하는 틈을 내는 마음으로도 넉넉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요. 책시렁을 돌아보는 눈망울로도 즐겁게 생각을 밝힐 수 있는 푸름이입니다. 골마루를 거니는 발걸음으로도 신나게 하루를 노래할 수 있는 어린이예요.


  느긋하지 않다면 책을 못 읽고 글을 못 씁니다. 느긋할 때라야 하늘빛을 읽고 풀빛을 살피고 풀벌레노래에 귀를 기울이면서 책이며 글을 가까이합니다. 이윽고 집살림을 돌아볼 만하고 어느새 마을살림을 새삼스레 일구는 길을 찾을 테고요.


  보수동 〈국제서적〉에 들어섭니다. 빗물에 젖고 곰팡이가 먹었으나 ‘대본소판 강경옥 현재진행형’ 꾸러미가 있습니다. 망설입니다. 빗물에 안 젖고 곰팡이를 안 먹은 ‘대본소판 강경옥 만화책’을 헌책집에서 만나기란 아득합니다. 아니, 오늘 눈앞에서 이 그림꽃(만화)을 만나고 만질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책도 글도 삶도 사랑도, 언제나 ‘어제·오늘·모레(과거·현재·미래)’를 하나로 잇지 싶어요. 저마다 다르게 하루를 살아내면서 모든 날을 새롭게 잇고 얽고 마주하고 사귑니다. 속으로 끄응 하고 한숨을 쉬다가 덥석 품습니다. 고흥으로 데려가서 이레쯤 해바라기를 시키면서 이 사랑스러운 꾸러미를 토닥이기로 합니다.


  책을 사읽을 수 있다면, 스스로 삶에 틈을 낸다는 뜻입니다. 쇳덩이(자동차) 없이 두다리나 두바퀴로 느긋이 책집마실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삶에 낸 틈에 사랑씨앗을 심는다는 뜻입니다. 큰책집이건 작은책집이건 모두 반기면서 책빛으로 물들 수 있다면, 스스로 삶자락에 꿈씨앗도 나란히 심는다는 뜻입니다. 손때 묻은 책은 행주로 잘 닦고서 해바람에 말리면 됩니다. 모든 손때란 손빛이요 손길입니다.


ㅅㄴㄹ


《삶과 꿈 65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89.12.5.)

《삶과 꿈 66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90.1.5.)

《삶과 꿈 68호》(김용원 엮음, 대우전자, 1990.3.5.)

《가정의 벗 288호》(김용완 엮음, 대한가족계획협회, 1992.8.1.

《스페인 음악의 즐거움》(浜田滋郞/김종만 옮김, 세광음악출판사, 1988.4.20.)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1》(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09.10.26.)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2》(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0.2.11.)

《고양이mix 환기담 토라지 3》(타무라 유미/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0.11.30.)

《약사의 혼잣말 9》(휴우가 나츠 글·쿠라타 미노지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1.30.)

《약사의 혼잣말 10》(휴우가 나츠 글·쿠라타 미노지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1.5.30.)

《현재진행형 1》(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2》(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3》(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4》(강경옥, 창만사, 1991.5.4.)

《현재진행형 5》(강경옥, 창만사, 1991.5.8.)

《현재진행형 6》(강경옥, 창만사, 1991.7.2.)

《현재진행형 7》(강경옥, 창만사, 1991.9.21.)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12.31.)

《미륵을 묻다》(김형로, 신생, 2019.9.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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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철들기 (2022.11.21.)

― 부천 〈용서점〉



  11월이 무르익을 즈음은 시골도 서울(도시)도 가을빛이 흐드러집니다. 네철은 ‘첫·한·늦’으로 다릅니다. 첫여름·한여름·늦여름이 다르고, 첫가을·한가을·늦가을이 달라요.


  우리말을 살피면, ‘다르다·닮다’는 한동아리입니다. 다르기에 닮고, 닮기에 다릅니다. 다르다고 할 적에는 닮은 데가 반드시 있고, 닮다고 할 적에도 다른 구석이 꼭 있습니다.


  네 가지 철은 서로 다르지만, 뭇숨결이 살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노릇으로는 매한가지입니다. 네 가지 철은 서로 닮되, 온누리가 흐르는 길이 얼마나 다른지 알려주는 눈금입니다. 철을 알기에 눈이 밝아요. 철이 들기에 눈이 빛나요. 철을 모르기에 눈이 어두워요. 철을 잊기에 그만 어리석게 굴어요.


  서울에서 부천으로 전철을 달리는 길에서는 철을 느끼거나 읽거나 알기 어렵습니다. 그저 이 전철길이 고단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어쩌면 이 길을 늘 오가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지치겠다고 느낍니다. 바람도 해도 눈비도 모르는 채 맴돌아야 하는 전철길입니다. 서울에 집이 있더라도 아침저녁으로 끔찍하게 짓눌리고 밟히고, 서울에 집이 없으면 새벽밤으로 더 모질고 사납게 일그러지고 망가집니다.


  가을잎이 길바닥을 가득 채웁니다. 밖에 나와 밖바람을 쐬며 숨을 돌립니다. 〈용서점〉으로 걸어갑니다. 늦가을이라는 철을 돌아보며 늦가을 수다꽃을 피웁니다. 아직 덜 철이 들었기에 마음을 일깨우려고 책을 더 읽고 장만하고 새기면서 이야기를 폅니다. 앞으로 철이 들고 싶기에 생각을 밝히고 책을 다시 읽고 사들이고 손수 쓰면서 이야기를 베풉니다.


  읽고 느끼고 헤아리는 마음을 펼치는 모든 숨결에는 오늘 하루를 짓는 생각이 차곡차곡 깃듭니다. 많이 읽거나 빨리 읽어야 하지 않습니다. 늘 읽으면 됩니다. 종이책도 읽고, 살림살이도 읽고, 풀꽃나무도 읽고, 날씨도 읽을 노릇입니다. 하루에 책을 읽는 겨를만큼 살림을 돌보고, 아이 곁에서 이야기를 함께하고, 이슬이며 별밤을 느긋이 누리면 되어요. 이름을 드날리는 책에 안 사로잡히면 됩니다. 우리 이름을 되새기면서 꽃이름하고 별이름을 짚으면 됩니다. 놀라운 책이나 대단한 책이 아니라, 우리 마음그릇이라는 책을 살피면 아름다워요.


  몸을 내려놓아도 넋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몸에 깃들어도 넋이 몸을 건사하고 움직입니다. 겉몸이 아닌 속마음을 읽고 익히고 잇기에 모든 숨빛이 사랑입니다.


《종이의 신 이야기》(오다이라 가즈에 글·고바야시 기유우 사진/오근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7.12.22.

#大平一枝 #紙さまの話 #紙とヒトをつなぐひそやかな物語

《해방의 미학》(富山妙子/이현강 옮김, 한울, 1985.9.10.첫/1995.4.30.재판2벌)

- 도미야마 다에코

《위대한 몰락》(엔도 슈사꾸/김갑수 옮김, 홍성사, 1983.7.15.)

《김지하論·神과 혁명의 통일》(푸미오 타부치/정지련 옮김, 다산글방, 1991.5.25.)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2007.10.30.)

《J 이야기》(신경숙, 마음산책, 2002.8.5.)

《한 문장》(김언, 문학과지성사, 20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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