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채만식과 김수미 (2022.10.25.)

― 군산 〈봄날의 산책〉



  아침에 군산으로 건너옵니다. 두걸음째입니다. 첫걸음에는 골목을 바지런히 걸었고, 오늘은 버스길을 알아보다가 택시를 탑니다. ‘말랭이고개’ 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잡기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택시일꾼한테 ‘채만식 글돌(시비)’이 있는 데로 가자고 여쭈니 못 알아듣습니다. 둘레 배움터 이름을 대고서야 이럭저럭 가까이 내립니다. 그러나 채만식 글돌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길바닥을 파헤치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여기저기 ‘김수미 거리’를 알리는 판이 있습니다.


  군산 한켠을 밝히는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널리 알려진 이름을 붙여서 나쁠 일은 없되,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름을 등진다면, 모두 허울이자 허물입니다. 우리는 이름쪽(명함)에는 저마다 무슨 일을 하는지를 밝힌다고 합니다. 작은 이름쪽에 “할머니 아무개”나 “할아버지 아무개”나 “어머니 아무개”나 “아버지 아무개”나 “어린이 아무개”라고만 새겨 놓아도 아름답겠지요.


  〈봄날의 산책〉에 이릅니다. 야트막하게 오르는 마을 한켠에 볕바라기 골목집이 마을책집입니다. 책집에 들어서기 앞서 앞자락을 바라봅니다. 마을을 빙 둘러서 걸어오는 동안 곳곳에 자란 들꽃을 헤아렸습니다. 우리가 책집마실을 할 적에는 ‘읽고 싶은 책’을 찾는 마음이 있기도 하겠지만 ‘책이 태어난 마을이 품은 빛’에다가 ‘책을 품은 마을이 들려주는 빛’을 살피는 마음이 있다고 여깁니다.


  홀로서기(독립)를 하는 책집이라면, 교보나 영풍이나 알라딘이나 예스24가 아닌, 마을을 사랑하고 작은이웃을 어깨동무하면서 숲이 베푼 종이를 나누는 꿈을 징검다리로 삼는 쉼터이자 수다마당이라는 길을 살피기를 바라요. 그야말로 마을책집이요 작은책집인, 들꽃책집으로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짓기를 바랍니다.


  글 한 줄도 들꽃이고, 책 한 자락도 들꽃이요, 마을 한켠 골목집도 들꽃 한 송이입니다. 이 들꽃빛을 잊거나 잃기에 자꾸 이름값에 얽매여 책도 살림도 사람도 살림도 마을도 등져요.


  책읽기란, 지은이가 여민 줄거리가 태어난 삶을 헤아리면서 오늘 우리가 저마다 살아가는 터전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음길이라고 느낍니다. 새로 여는 철을 느끼고, 새로 여는 하루를 새기고, 늘 웃음꽃과 이야기꽃과 노래꽃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으면서 책을 쥔다고 봅니다.


  그림으로 구경할 적하고는 참말 다를 수밖에 없는 마을입니다. 발걸음을 사뿐사뿐 디디며 마을길을 거닐어 깃들 적에는 늘 다를 뿐 아니라 새로우며 즐거운 책숲마실에 이웃마실이지 싶습니다. 마을에 사람에 숲을 고루 누리는 마실길이에요.


ㅅㄴㄹ


《소금》(강경애, 민음사, 2019.10.18.)

《내게도 돌아갈 곳이 생겼다》(노나리, 책나물, 2021.8.31.)

《어부마님 울엄마》(박모니카, 진포, 2020.10.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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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2023.5.27.)

― 서울 〈악어책방〉



  비가 신나게 들이붓는 날에 서울마실을 합니다. 서울로 가는 버스도, 고흥으로 돌아오는 버스도, 어쩐지 찾거나 잡기 어렵습니다. 광주나 순천을 도는 버스는 이따금 빈자리가 있습니다. 하루치기로 서울길을 다녀오자고 여기면서 시외버스에서 졸며 자며 글 몇 자락을 씁니다. 오늘 낮에 만날 서울 어린이한테 건네주고 들려줄 노래를 건사하면서 구름송이를 보고, 비내음을 맡습니다.


  어버이로서 별빛을 품고 그릴 적에 우리 아이들한테 별노래를 들려줍니다. 어른으로서 잎빛을 보고 품을 적에 이웃 아이들한테 숲노래를 속삭입니다.


  쇳덩이(자동차)를 모는 하루가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만, ‘오늘 스스로 꿈으로 그리면서 누릴 사랑’부터 헤아리고서 마음에 담지 않은 채 손잡이부터 쥐면, 우리 마음에는 쇳소리에 쇳밥이 스며요. 돈을 버는 일감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오늘 스스로 푸르게 나누며 길어올릴 사랑’부터 생각하고서 마음에 얹은 채 돈부터 벌면, 우리 마음에는 땟국에 티끌이 쌓여요.


  시골에서 논밭을 지으면서 풀죽임물(농약)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오롯이 푸른사랑을 품으면서 풀죽음물을 치는 이웃님은 아직 못 만났습니다. 저놈은 저놈이라서 밉다고 여기면, 저놈 탓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에 스스로 미움씨를 심었기에 스스로 불길이 화르르 일어나요.


  새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꾸는 하루라면, 언제나 즐겁게 빛납니다. 작은새도 큰새도 우리한테 하늘노래랑 땅노래랑 나무노래를 들려주거든요. 풀벌레를 손바닥에 얹고서 소근소근 수다를 떠는 마음을 돌보는 하루라면, 늘 싱그럽고 밝아요. 애벌레도 딱정벌레도 잎벌레도 사슴벌레도 우리하고 똑같이 숨붙이입니다.


  우리는 딴짓도 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기에, 이 삶이 하루하루 새롭고 즐거울 만하지 싶습니다. 딴짓은 안 나빠요. 헤매는 길도 안 나빠요. 아름책만 읽을 까닭이 없어요. 좀 엉터리인 사람이 벼슬을 쥐고서 허튼짓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마음자리에 한결같이 푸르고 파랗게 어우러지는 사랑을 그리면서 보금자리를 노래할 만합니다.


  ‘시를 쓰기에 시인’이 아닙니다. ‘시인이기에 시를 쓰지’ 않습니다. ‘시·시인·문학·예술’은 모두 껍데기예요. 허울입니다. 겉치레를 털고 허물을 벗어던질 때라야 삶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짓는 살림길에 새롭게 한 발을 디디고서 노래합니다. 이 노래란, 말 한 마디입니다. 말 한 마디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란, 오늘빛이 이슬로 물들면서 스미는 꽃내음입니다.


ㅅㄴㄹ


《사과꽃》(김정배 글·김휘녕 그림, 공출판사, 2023.3.31.)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5.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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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까이 (2023.6.10.)

― 부산 〈파도책방〉



  멀리멀리 갈 적에만 나들이(여행)일 수 없습니다. 마당에 내려서는 발걸음도 나들이입니다. 마루하고 부엌을 오가는 길도 나들이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바람을 한 줄기 쐬면서 볕바라기를 하는 살림도 나들이예요.


  날개를 타고서 옆나라로 가야만 나들이라 할 만하지 않습니다. 사뿐히 거닐며 골목마실을 할 적에도,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에도, 우리 스스로 즐거이 빛내는 하루마실이자 하루길입니다. 마을책집을 찾아가는 길, 이른바 책마실하고 책길도 새롭게 마음을 틔우거나 밝히는 놀잇길이에요.


  붓을 쥐어 글 한 자락을 쓸 적에, 여태 아무도 안 썼다고 여길 만한 놀랍거나 대단하다 싶은 글감을 찾아내야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으레 쓸 만한 ‘삶’이라는 한 마디를 글감으로 삼아 ‘오늘 하루 이야기’를 쓸 만합니다. ‘나’라는 한 마디를 글감으로 놓고서 ‘내가 바라보는 여름’을 쓰면 되어요.


  먼먼 곳에도 이야기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우리 집이며 마을에도 이야기가 흐릅니다.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에도 이야기가 감돕니다. 풀벌레가 속삭이는 가락에도 이야기가 번집니다. 구름 한 송이랑 꽃잎 하나에도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눈을 틔우기에 이야기를 알아봅니다. 마음을 열기에 이야기를 들어요. 생각을 키우기에 이야기씨앗을 심고, 사랑을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두런두런 지핍니다.


  보수동 〈파도책방〉에 깃듭니다. 〈파도〉 지기님이 자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책집지기가 자리를 비운 ‘혼책집(무인책방)’으로 있기도 합니다. 여름볕은 후끈후끈 보수동 책골목으로 내리쬡니다. 골목집 마당에서 해를 먹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골목길 한켠에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서 같이 해를 보는 길꽃을 들여다봅니다. 책 한 자락을 손에 쥐고서 슬슬 넘기다가, 볕이 드는 밖으로 나와서 책에 햇볕을 씌워 줍니다.


  우리 가까이에는 무엇이 있는가요? 우리는 곁에 어떤 숨결이 자라도록 북돋우나요? 손길을 탄 책이 새롭게 읽힐 날을 기다립니다. 미처 손길을 타지 못 한 채 잊힌 책이 비로소 읽힐 날을 기다리는군요. 모든 책은 다 다른 사람들이 온누리를 다 다르게 사랑하면서 지핀 살림새를 품습니다. 우리는 다 다른 책을 다 다른 눈길로 읽으면서 다 다른 이야기를 새록새록 담아 놓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책은 앞으로 열 해 뒤에 누가 새롭게 읽어 줄까요? 앞으로 서른 해쯤 뒤에 이 책은 누구 손길을 타면서 빙그레 웃음지을까요? 저 멀디먼 데에서 찾아오는 별빛이 밤에 반짝이고, 이 가까운 곳에서 살랑이는 들풀이 낮에 푸르게 춤춥니다.


ㅅㄴㄹ


《내 방 여행》(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장석훈 옮김, 지호, 2001.4.10.)

《그 섬에 내가 있었네》(김영갑, Human & Bokks, 2004.1.20.첫/2010.8.9.16벌)

《스파시바, 시베리아》(이지상, 삼인, 2014.8.10.)

《가까이》(이효리, 북하우스, 2012.5.24.첫/2012.6.8.3벌)

《新潮世界文學 19 トルストイ 4》(トルストイ/木村 浩 옮김, 新潮社, 1970.6.20.첫/1975.6.15.3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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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책으로 (2023.7.21.)

― 인천 〈책방건짐〉



  숲노래 씨는 어버이한테서 ‘최종규’란 이름을 받았으나, 열아홉 살 무렵부터 ‘함께살기’란 이름을 지어서 썼고, 서른아홉 살 무렵부터 ‘숲노래’란 이름을 지어서 씁니다. 다만, 법원에 가서 이름을 고치진 않았어요. 이름쪽(주민등록증)을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던 무렵을 떠올리는 분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만, 푸른별에서 ‘사람줄(주민등록번호)’을 쓰는 나라는 오직 둘입니다. 사람한테 ‘셈값(숫자)’을 매겨서 부르는 곳은 ‘사슬터(감옥)’인데,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이름 아닌 셈값’으로 가리키려고 하는 나라(정부·사회)에 길들 적에는 우리 넋을 스스로 잊고 잃다가 나라한테 바칩니다. 〈센과 치히로가 사라지다〉라는 보임꽃(영화)에 이름을 둘러싼 이야기가 잘 나옵니다. 그들(권력자)은 우리 이름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우리 이름이 ‘순이’이건 ‘돌이’이건 ‘꽃님’이건 ‘별님’이건, 우리 이름에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빛나면서 이 푸른별에서 삶을 짓는 숨씨앗이 깃들거든요.


  오늘 인천으로 가려고 밤 한 시부터 이모저모 꾸립니다. 아침 일곱 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갑니다. 읍내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며 노래꽃(시)을 씁니다. 08시 30분 버스는 빠른길(고속도로)을 달리다가 한참 섭니다. 길에 수레도 많고, 곳곳에서 꽝꽝 부딪혔나 봐요. 겨우 서울에 내려 인천으로 쇳길(전철)을 갈아탔고, 인천예술회관에서 내리니, 드디어 여덟 시간에 걸친 맴돌이가 끝납니다.


  천천히 햇볕을 쬐며 〈책방건짐〉으로 갑니다. 책집지기님은 어떤 마음과 눈빛으로 ‘건지다’라는 말씨를 품으셨을까요? ‘건사·간직·거느림·건듦’ 같은 낱말을 헤아리다가 ‘거’를 뿌리로 ‘걷다·건지다’가 하나요, ‘가다’하고도 만나는구나 느낍니다. ‘건지다 = 건(거는 손) + 지(짓는 길)’가 얽힌 말씨입니다.


  어떤 책이 우리 살림길에 이바지하는지 굳이 말할 까닭은 없되 즐겁게 수다를 떨 만합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책이 스스로 살립니다. 스스로 노래하는 책이 스스로 빛냅니다. 마을이란, 마음을 모아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책이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하루로 보금자리를 이룬 즐거운 하루를 나누는 글꾸러미입니다.


  사랑으로 눈을 뜨면서 책을 읽는 사람은 마을을 읽습니다. 살림을 하면서 책을 나누는 사람은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숲을 노래하면서 책을 쓰고 엮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별씨앗 한 톨로 만납니다. 인천에 이제 잿집(아파트)을 그만 짓기를 바라요. 골목집마다 흐르는 사랑빛을 알아보고서 푸른빛을 풀어내기를 빕니다.


ㅅㄴㄹ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소얼, 세나북스, 2023.4.20.)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은유, 읻다, 2023.6.14.)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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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22.9.19.)

― 서울 〈서울책보고〉



  새벽바람으로 고흥을 떠난 버스는 한낮에 서울에 닿습니다. 바로 전철을 갈아타고서 천호동 쪽으로 갑니다. 〈강동헌책방〉을 찾아가는데 마침 아직 안 엽니다. 둘레에 있는 〈현대헌책방〉으로 걸어갑니다. 책을 한 꾸러미 장만하고서 전철나루로 걸어갑니다. 이제 잠실나루에 닿아 〈서울책보고〉로 갑니다.


  푹푹 찌는 여름이라지만, 사람들은 입가리개를 용케 하고도 견딥니다. 가만히 돌아보자니, 숲노래 씨는 2005∼06년에 충북 충주에서 서울로 이레마다 두바퀴(자전거)로 오갈 적에 길에서 으레 입가리개를 했습니다. 쇳덩이(자동차)가 내뿜는 방귀로 숨막혔거든요. 요즈음은 돌림앓이 때문에 입가리개를 한다고들 하지만, 매캐바람(배기가스·공해)이야말로 우리 목숨을 갉아요.


  고뿔은 누구나 걸릴 만합니다. 몸살도 누구나 걸릴 수 있어요. 때로는 몸을 앓고서 푹 쉬고서 말끔히 낫습니다. 우리는 ‘앓기’에 ‘나을’ 뿐 아니라 한결 튼튼합니다. 앓지 않으면 ‘알지’도 않습니다. 사람도 새도 벌레도 헤엄이도 처음에는 더없이 작은 ‘알’이에요. 암수가 서로 다른 작은 알을 하나로 여미어 새빛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새숨(아기)이 ‘한알(하나로 여미는 사랑을 품은 알)’로 깨어날 수 있습니다. 알이란, 앓는 동안 고요히 꿈꾸면서 새길로 나아가려는 몸짓이에요. 돌림앓이나 몸살이나 고뿔은 두려울 일이 아닙니다. 스쳐 보내면 될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등돌림(무심·무관심)’으로 넘는 ‘줄(선)’은 고단하지만, ‘사랑을 다하는 마음’으로 ‘금(분단·분열)’을 녹이고 허무는 ‘너머(넘기)’는 아름답고 반가워요. 돌림앓이를 핑계로 모든 사람 입을 틀어막는 짓은 ‘금긋기’이자 ‘괴롭힘질’이라고 느낍니다. 서로서로 등돌리면서 손가락질을 일삼는 바보짓으로 치닫는 굴레이자 종살이라고 느낍니다.


  이웃이 아프기에 이웃한테 다가가서 토닥토닥 사랑을 폅니다. 한집살림을 짓는 피붙이가 앓으면 보금자리를 더욱 정갈히 여미고 바깥바람하고 햇볕을 끌어들여서 말끔하게 돌봅니다. 우리는 해바람비를 품기에 맑고 튼튼하며 밝습니다. 몸도 마음도 해바람이를 품는 길을 바라보아야 눈길을 틔우고 마음씨를 가꿔요.


  두려울 일이란 없고, 무서울 까닭이란 없어요.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모든 일은 새롭고, 사랑으로 눈을 뜨고 마주하면 언제나 설렐 하루예요. 책사랑이란, 아무 책이나 덥석 읽는 몸짓이 아닙니다. 책사랑이란, 어느 책이건 사르르 녹일 줄 아는, 금도 허울도 담벼락도 부드러이 녹여서 상냥히 이야기를 건네는 몸짓입니다. 책사랑이란, 삶을 사랑으로 읽는 살림살이를 글 한 자락으로 나누려는 이음길입니다.


ㅅㄴㄹ


《時間의 손》(민용태, 문학사상사, 1982.12.10.첫/1984.2.29.3벌)

《革新의 理念》(피터 F.드루커/유호선 옮김, 을유문화사, 1961.3.20.)

《충청도여 시인이여·새여울 11집》(임강빈 외 14인, 청하, 1986.12.20.)

《피카소의 靑色時代》(김지현, 열화당, 1978.12.25.첫/1996.1.10.4벌)

《모나리자의 신비》(르네 위그/김화영 옮김, 열화당, 1979.1.10.첫/1997.8.10.5벌)

《오리 농법》(김광은, 서원, 1994.12.10.)

《럭치기》(이현세, 현대추리사, 1991.6.25.)

《21동행시 6집·함께 가서 좋은 길》(이경애 외, 아동문예, 1999.7.20.)

《농경얼 창간호》(편집부, 동국대학교 농과대학 농업경제학과, 1990.12.12.)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김은호 그림·이구열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2 朴得鎬》(박득호 그림·김인환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세계 위인 전기 전집 4 링컨·간디·워싱턴·쑨원·처어칠, 국민서관, 1978.7.20.첫/1980.7.15.중판)

《세계 위인 전기 전집 13 마르코폴로·콜룸부스·마젤란·리빙스턴·아문센, 국민서관, 1978.7.20.첫/1980.7.15.중판)

《시골에서의 1년》(수 허벨/김기영 옮김, 출판사 뜰, 2005.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지난 2022년 9월 이야기를

이제 갈무리를 해서 걸쳐 놓는다.

지난해에 여미어 올리고 싶었으나

지난해 여름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통제사회'였던 터라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좀 눈을 뜰까?

그동안 '입가리개'가 무슨 '통제와 강압'이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할까?

아직도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한다면

우리는 그저 '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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