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3년 9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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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4


비가 오면 비 탓에 큰물이 진다고 걱정하고, 돌개바람이 불면 돌개바람 탓에 무너진다고 탓하고, 볕이 따끈따끈 내리쬐면 가물다고 근심하면, 하늘더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비날은 비오는 대로 뜻깊고, 바람날은 바람부는 대로 즐겁고, 볕날은 후끈거리는 대로 고맙다. 눈날은 눈빛으로 눈놀이를 할 테니, 가을은 가을날을 바라보며 가을말을 혀에 얹는다.



풀꽃나무

풀하고 꽃하고 나무를 아우를 적에 한자말 ‘초목’이나 ‘화초’나 ‘식물’을 쓰기도 하지만, 수수하게 ‘풀꽃나무’라 하면 된다. 단출히 ‘풀꽃’이라 해도 된다. 들풀이나 들꽃이란 낱말로 ‘백성·시민·민중·민초·인민·국민’을 빗대기도 하는데, ‘풀꽃나무·풀꽃’으로 빗대거나 나타내어도 어울릴 뿐 아니라, 싱그러우면서 짙푸른 숨결까지 흐른다.


풀꽃나무 (풀 + 꽃 + 나무) : 풀하고 꽃하고 나무를 아우르는 이름. 풀·꽃·나무를 함께 가리킬 분 아니라, 수수한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 (= 풀꽃. ← 화초花草, 무명초無名草, 무명화無名花, 방초芳草, 백초, 야생초, 허브, 약초, 초야草野, 생화生花, 백화百花, 백화초목百花草木, 초목, 목초木草, 화훼, 식물, 녹색식물, 생태, 자연, 환경, 대자연, 천지자연, 산야, 산천, 산하山河, 산수山水, 산천초목, 백성, 백인百人, 백정, 민중, 민초, 양민, 유권자, 선거인, 중생衆生, 인민, 서민, 시민, 소시민, 불가촉천민, 천민賤民, 프티부르주아, 대중, 도민道民, 만백성, 만인, 국민, 잡초, 잡화雜花)



소꿉날개

조그맣게 마련해서 하늘로 띄우는 소꿉이 있다. 커다랗게 지으면 사람도 타고 짐도 싣고, 손에 쥘 만큼 여미거나 짜면, 바람이 가볍게 띄우면서 즐겁게 놀 수 있다. 놀이를 하면서 쥐는 날개라면 ‘놀이날개’이다. 어른이 되어도 ‘작은날개’를 곁에 두면서 말미를 누릴 만하니, ‘소꿉날개’를 쥐고서 바람을 가르고 들을 달리면서 활짝 웃는다.


소꿉날개 (소꿉 + 날개) : 소꿉으로 삼거나 지은 날개·비행기. 가볍게 띄워 보거나 놀려는 마음으로 작게 짓거나 엮은 날개·비행기. (= 소꿉나래·놀이날개·놀이나래·작은날개·작은나래. ← 모형비행기)

소꿉 : 1. 어른이 살림을 하는 모습을 어린이가 지켜보면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해보는 놀이. 2. 어른이 살림을 하는 모습을 어린이가 지켜보면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비슷하게 해보며 놀 적에 쓰는 여러 가지. 3. 어른이 하는 살림이 제대로 서지 않고 서툴거나 엉성한 모습.



그늘나루

건널목에 해를 가리는 그늘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를 ‘횡단보도 차양 시설’처럼 한자말로 길게 이름을 붙이는데, 건너기에 ‘건널목’이듯, 그늘을 이룬 건널목이니 ‘그늘목’이라 하면 되고, 건너기 앞서 그늘을 누리는 자리란 뜻으로 ‘그늘나루’라 할 만하다. 수수하게 ‘볕가리개·해가리개’라 해도 된다.


그늘나루 (그늘 + 나루) : 한길이나 찻길을 가로지르는 자리인 건널목에 놓아 사람들이 그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자리 (= 그늘목·볕가리개·볕쉼터·더위쉼터·해가리개·해가림나루·해가림목. ← 차양, 차양막, 차양 시설, 차광, 차광막, 차일遮日, 횡단보도 차양 시설, 파라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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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토마토> 2023년 8월호에 실은 글입니다



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3



여름을 밝히는 자귀나무가 꽃을 피우고, 풀밭에는 까마중이 흰꽃을 피우다가 지면서 어느새 푸릇푸릇 동글알을 맺는다. 매미가 노래하고 빗줄기는 더없이 시원하다. 여름철을 손바닥에 얹으며 하늘빛을 읽는다.



그림잎

여느 어른이라면 익숙한 대로 그냥 말을 하거나 글을 쓴다. 곁에 아이가 있다면 ‘어른한테는 익숙하거나 쉬워도 아이한테는 낯설거나 어려운 말’이 수두룩한 줄 알기에, 말을 바꾸거나 새말을 짓는다. ‘엽서’는 여느 어른이라면 안 어렵고 익숙할 테지. 그러나 어린이를 헤아려 보자. ‘잎(葉) + 글(書)’이란 얼개이다. 수수하게 ‘잎글·잎종이’라 할 만하다. 그림을 넣으면 ‘그림잎·그림잎글’이다.


그림잎 (그림 + 잎) : 한쪽에는 그림·빛꽃(사진)을 담고, 다른 한쪽에는 이야기를 적도록 꾸민 조그마한 종이로, 날개꽃(우표)을 붙여서 가볍게 띄울 수 있다. 나무가 맺는 잎이 바람·물결을 타고서 가볍게 멀리 나아가듯, 조그마한 종이에 그림·글·이야기를 엮어서 가볍게 띄우는 종이. (= 그림잎글. ← 그림엽서-葉書)

잎글 (잎 + 글. = 잎쪽·잎종이. ← 엽서(葉書) : 1. 값을 미리 치러 놓은 조그마한 글월종이. 보내는이·받는이를 적고 뒤쪽이나 한켠에 이야기를 적어서 곧바로 우체통에 넣어서 띄울 수 있다. 2. 한쪽에는 그림·빛꽃(사진)을 담고, 다른 한쪽에는 이야기를 적도록 꾸민 조그마한 종이로, 날개꽃(우표)을 붙여서 가볍게 띄울 수 있다. 나무가 맺는 잎이 바람·물결을 타고서 가볍게 멀리 나아가듯, 조그마한 종이에 그림·글·이야기를 엮어서 가볍게 띄우는 종이.



하늘삯

배를 탈 적에 ‘뱃삯’을 치른다. 나루터에서는 ‘나룻삯’을 낸다.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하늘을 날 적에는 ‘하늘삯’을 치른다고 할 만하다. 바다에서는 ‘바닷길’이요, 하늘에서는 ‘하늘길’이니, ‘바닷삯·하늘삯’처럼 새말을 지을 수 있다.


하늘삯 (하늘 + 삯) : 1. 하늘을 날면서 내는 삯. 비행기를 타려면 내야 하는 돈. 2. 돌아다니거나 무엇을 탈 적에 드는 삯. (← 항공료, 경비, 여비, 차비車費, 노자路資, 노잣돈, 교통비, 통행료, 운임비, 운임료)



지는꽃

우리 나이를 꽃으로 견주면서 돌아본다면, 어린이는 봉긋봉긋 꽃망울일 테고, 젊은이는 활짝 벌어진 꽃송이일 테고, 늙은이는 시들어 흙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일 테지. 시드는 꽃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꽤 있으나, 꽃이 져야 비로소 씨앗을 맺고 열매가 굵다. 꽃이 지지 않으면 씨앗도 열매도 없다. 쌀밥도 볍씨인 줄 알아야 하고, 벼꽃이 지기에 맺는 낟알인 풀열매이다. “늙은 나이”를 꽃에 빗대어 ‘지는꽃’이라 해볼 만하다. ‘진다’기보다 ‘물려주’는 ‘꽃’이라는 뜻이다.


지는꽃 (지다 + -는 + 꽃) : 한창 피어서 맑고 밝은 내음을 나누다가 이제 흙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꽃. 눈부신 젊음을 뒷사람한테 물려주고서 새롭게 피어날 살림살이를 씨앗으로 남기는 철든 숨결로 나아가려는 나이. (= 지는 나이. ← 노년, 낙화, 은퇴자, 쇠락, 퇴물, 퇴락, 퇴색, 고물古物, 폐물, 폐품, 낙마자, 낙향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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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2


손바닥 못지않게 발바닥도 땅바닥에 대면 작다. 그런데 발바닥으로 한 걸음씩 디디면서 마을을 느끼고 골목을 느끼다가 숲에 깃들어 해바람비를 맞이하고 보면, “아! 모든 말과 마음은 숲에서 왔네!” 하고 깨달을 수 있을까?



나래꽃

‘우표(郵票)’는 일본이 만들어서 우리나라에 퍼뜨렸다. 우리나라로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만들거나 짜거나 짓기 어렵던, 아니 모조리 이웃나라한테서 받아들여서 써야 하던 지난날이었으니 어쩔 길이 없었으리라. 일본사람이 지어서 퍼뜨렸기에 안 써야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을 안 거치고서 ‘postage stamp’나 ‘stamp’를 곧바로 받아들여서 나누려 했다면 어떤 이름을 지었을까? 아무래도 1884년에는 한자를 썼을 만하지만, 글월을 글자루에 담아 띄울 적에 “훨훨 날아간다”는 뜻으로 ‘나래·날개’ 같은 낱말을 살려썼을 수 있다. 글월을 ‘보내다’라고만 하지 않고 ‘띄우다’라고도 하기에, ‘띄우다 = 날려서 가다’라는 얼거리를 돌아볼 만하다. 글월을 띄우는 값을 미리 치러서 붙이는 종이는 작다. 테두리가 오돌토돌하다. “작은 종이꽃”으로 여길 만하다. “날아가는 작은 종이꽃”이기에 ‘날개꽃·나래꽃’처럼 새롭게 가리킬 수 있다. 어느덧 ‘우표’를 쓴 지 한참 지났어도, 우리 나름대로 새길을 찾는 새말로 새꽃을 피울 만하다.


날개꽃 (날개 + 꽃) : 글월을 부칠 적에 붙이는 작은 종이로, 미리 값을 치른다. “글월을 띄우려고 날아가는 작은 종이꽃”이다. (= 나래꽃. ← 우표郵票)

날개삯 (날개 + 삯) : 1. 하늘을 날아서 다른 곳으로 갈 적에 내는 돈. 날개(비행기)를 타고서 움직이며 내는 돈·길삯. (= 나래삯. ← 비행기표 가격, 항공운임비) 2. 글월을 부칠 적에 글자루 겉에 붙이는 작은 종이에 치르는 돈. (= 나래삯. ← 우편요금, 우편료, 우편비, 우편비용)



천바구니

온누리가 푸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닐자루를 안 쓰려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면 온누리뿐 아니라 우리 넋을 가꾸는 바탕인 우리말도 푸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푸른말’을 여미고 ‘숲말’을 사랑하면서 ‘푸른바구니·푸른자루’나 ‘숲바구니·숲자루’를 쓸 만하다. ‘풀빛바구니·풀빛자루’는 천으로 짜거나 짓는다. 그래서 ‘천바구니’요 ‘천자루’이다.


천바구니 (천 + 바구니) : 천으로 짜거나 짓거나 마련하여 여러 가지를 담는 살림. 바구니나 자루 같은 모습으로 짜거나 짓거나 마련한다. (= 천자루·천주머니·푸른바구니·푸른자루·푸른주머니·풀빛바구니·풀빛자루·풀빛주머니·숲바구니·숲자루·숲주머니. ← 에코백, 친환경가방, 푸대負袋, 부대負袋, 포包, 포대包袋, 포대布帶, 마대麻袋)



눈밥

예전에는 북녘에서 ‘얼음보숭이’라 흔히 썼다고 하지만, 요새는 북녘도 ‘아이스크림’이란 영어나 ‘빙수’라는 한자말을 그냥 쓴다고도 한다. 곰곰이 생각한다면, ‘-보숭이’나 ‘-고물’을 굳이 뒤에 안 붙이고 ‘얼음’이라고만 단출히 가리킬 만하다. 그리고, 얼음을 마치 눈송이처럼 갈아서 먹는다면, 또는 얼린 고물을 고스란히 누린다고 할 적에도, ‘눈밥’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맛나게 먹는다는 뜻으로 사이에 ‘-꽃’을 넣어 ‘눈꽃밥’이라 할 수 있다. ‘얼음꽃’을 먹는다고 해도 어울릴 테고.


눈밥 (눈 + 밥) : 얼려서 눈처럼 누리는 먹을거리. 달콤한 고물을 얹거나 섞어서 누리기도 한다. (= 눈송이밥·눈꽃밥·얼음·얼음밥·얼음꽃·얼음고물·얼음보숭이. ← 빙수, 아이스크림)


ㅅㄴㄹ


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3년 7월호에 실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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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



손바닥은 땅바닥에 대면 작다. 그러나 손바닥은 개미한테는 넓고, 나비가 내려앉기에도 넉넉하고, 풀씨를 그득 받을 만큼 넓다. 우리말을 꼭 이 손바닥만큼 생각해 보면 하루가 새로울 수 있을까?



닷새일

지난날에는 이레 가운데 하루조차 안 쉬고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설이랑 한가위조차 안 쉬던 분도 많았다. 이분들은 늘 ‘이레일’을 한 셈이다. 이러다가 ‘엿새일’로 바뀌고 ‘닷새일’로 자리를 잡는데, ‘나흘일’을 하는 곳도 꽤 늘었다. 다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늘 이레일을 한다. 낱말책을 여미는 일꾼도 언제나 이레일을 한다. 시골에서 흙살림을 하는 이웃도 노상 이레일을 한다.


나흘일 (나흘 + 일) : 이레 가운데 나흘을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나흘살림. ← 주4일근무, 주4일근무제, 주4일제, 주4일노동, 사일제근무, 사일제노동)

닷새일 (닷새 + 일) : 이레 가운데 닷새를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닷새살림. ← 주5일근무, 주5일근무제, 주5일제, 주5일노동, 오일제근무, 오일제노동)

이레일 (이레 + 일) : 이레 내내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이레살림. ← 주7일근무, 주7일근무제, 주7일제, 주7일노동, 칠일제근무, 칠일제노동)



하루벌이

일하고 또 일하지만 가난한 살림이 있다. 하루하루 땀흘리는데 땀값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하는 살림이 있다. 참으로 ‘가난벌이’요 ‘굶는벌이’로 여길 만하다. 하루일꾼은 하루일이 있더라도 일거리가 잇지 않으면 어느새 가난하다. 하루팔이란, 하루를 품팔이를 하지만 앞날이 안 보이는 길이다. 하루벌이란, 하루는 벌되 이튿날은 벌잇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길이다.


하루벌이 (하루 + 벌다 + -이) : 1. 하루 일한 만큼 돈·삯·값을 받는 길이나 자리. 하루를 일하고서 받는 돈·삯·값. (= 하루팔이·하루삯꾼·하루일꾼·날삯꾼·날품팔이. ← 일수日收, 일수입, 일용직, 일용 노동자, 비정규직) 2. 부지런히·힘껏 일하지만 가난한 살림이나 얼개나 모습. (= 하루팔이·하루삯꾼·하루일꾼·가난팔이·가난벌이·가난일꾼·가난삯꾼·굶는벌이·굶는일꾼·굶는삯꾼. ← 워킹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 생고생)



봄맞이새

그대로 눌러앉으니 ‘텃새’이고, 철마다 보금자리를 바꾸니 ‘철새’이다. 새는 늘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기에 ‘텃새·철새’는 수수하게 새를 바라보면서 아끼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낱말을 얄궂게 빗대는 자리에 으레 쓰더라. 그러면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말을 지을 수 있다. 봄철새는 ‘봄맞이새’로, 겨울철새는 ‘겨울맞이새’라 할 만하다. 봄맞이꽃처럼 이름을 붙이고 겨울눈처럼 이름을 헤아린다.


봄맞이새 (봄 + 맞이 + 새) : 봄을 맞이할 즈음이나, 봄부터 여름 사이에 찾아오는 새. 봄을 누리려고 찾아와서 여름까지 누리다가 가을 무렵 돌아가는 새. (= 봄새·봄철새. ← 춘조)


ㅅㄴㄹ


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3년 6월호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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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짓는 글살림

54. 아직, 그대로, 내내, 자꾸, 동동동



  우리가 그리지 못할 말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건사하고 쓰고 누리는 삶이자 살림이라면 모두 말로 담아낼 만합니다. 생각해 봐요. 우리말로 깔끔하고 알맞고 사랑스럽게 이름을 붙이든, 우리말로 미처 못 붙이고서 일본말이나 중국말이나 영어 이름을 그냥 쓰든, 모든 삶과 살림을 ‘말’로 나타냅니다.


  일본말이란,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지은 이름입니다. 중국말이란, 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지은 이름입니다. 영어란, 영어를 쓰는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지은 이름입니다. 우리말(한국말)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지은 이름이에요.


  경상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스스로 지은 이름이기에 경상말이고, 전라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스스로 지은 이름이라서 전라말입니다. 이러한 말은 고장하고 고을하고 마을하고 집마다 다릅니다. 왜냐하면, 누가 시키기에 외워서 쓰던 말이 아니라, 스스로 살고 살림하고 사랑하다 보니 저절로 마음에서 피어나 즐겁게 생각하면서 지은 말이거든요.


  스스로 즐겁게 지어서 스스로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려고 생각한다면, 모든 살림을 ‘우리말(전라말이든 경상말이든 서울말이든 충청말이든 제주말이든)’로 짓기 마련입니다. 즐거움도 사랑도 잊거나 등돌린 채 스스로 살림을 가꾸거나 지으려는 생각을 안 한다면, 우리는 예나 오늘이나 앞으로나 ‘우리말을 스스로 짓는 눈빛하고 넋’을 북돋우지 못합니다. 한자말 ‘계속(繼續)’을 짚어 보려고 합니다.


 지난 강의의 계속이다 → 지난 이야기와 잇닿는다

 계속 쏟아지는 폭우 → 쉬잖고 쏟아지는 비 / 줄기차게 퍼붓는 비

 열흘 동안 계속 열렸다 → 열흘 동안 열렸다 / 열흘 내리 열렸다

 계속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 나날이 줄어든다 / 자꾸 준다


  여느 낱말책은 ‘계속(繼續)’을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로 풀이합니다. 이는 “끊이지 않고”나 ‘잇따라’로 고쳐서 쓰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밖에 어떻게 다루면 즐겁고 알맞을는지 차곡차곡 펼쳐 볼게요.


 꾸준하다·줄기차다·죽·쭉·줄곧·줄잇다·줄줄이

 자꾸·내리·내처·내내·내·내도록·그동안·동안


  어제도 오늘도 꾸준합니다. 안 지치는지 줄기찹니다. 죽 해왔고 쭉쭉 뻗습니다. 줄을 잇듯이, 줄줄이 흐르듯, 줄곧 했는걸요. 했는데 자꾸 합니다. 아침부터 내리 합니다. 저녁까지 내처 했어요. 오늘도 하루 내내 하는데, 냇물처럼 내 하는군요. 밤새도록 하듯 내도록 하고, 그동안 했어요.


 밤낮·밤낮없다·낮밤·낮밤으로

 꼬박꼬박·곰비임비·걸어가다·거침없이·막힘없이


  밤이며 낮이며 없이 합니다. 밤낮으로 또는 낮밤으로 하고, 밤낮없이 또는 낮밤없이 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꼬박꼬박 할까요. 곰비임비 하더니 잘 걸어갑니다. 거침없는 너울 같고, 막힘없는 바람 같아요.


 그냥·그렇게·곧게·곧바로·고스란히

 늘·언제나·노상·언제까지나


  그냥, 그냥그냥 하는군요. 그렇게 하다 보니 곧게 하고,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마음이 되어 고스란히 합니다. 안 하는 때가 없으니 늘 합니다. 오늘도 어제도 언제나 합니다. 말려도 안 듣고 노상 하니, 멈출 때를 알 길이 없이 언제까지나 합니다.


 끊임없다·끈덕지다·끈질기다·끝없다·가없다

 질질·지며리·좔좔·꼬리를 물다·술술·철철


  끊이지 않네요. 끈덕지군요. 아니, 끈질길까요. 끊이지 않으니 끝이 없어요. 가없는 하늘마냥 하네요. 그러나 질질 끄는 듯하네요. 다시 가다듬어 지며리 하고, 물결처럼 좔좔 흐르듯 해요. 꼬리를 물듯 하고, 가루가 솨르르 쏟아지듯 술술 하고, 샘물이 솟듯 철철 터져나오듯이 합니다.


 퍼붓다·빗발치다·쏟아지다·넘치다

 그대로·이대로·있는 그대로·저대로


  함박비가 퍼붓듯 합니다. 빗발이 치는데 끊어질 틈이 없어요. 한꺼번에 쏟아지듯 하고, 찰랑찰랑 넘치는 하루입니다. 여태 했으니 그대로 갈까요. 이제껏 했으니 이대로 가지요. 있는 그대로 둡니다. 저대로 잘 가겠지요.


 사뭇·여태·이제껏·새록새록·아직·씩씩하다

 더·좀더·또·또다시·-다가·다시


  사뭇 새삼스럽게 하고, 여태 해요. 이제껏 두고두고 했으며, 오늘은 새록새록 떠올리며 합니다. 얼마나 오래 했는지 아직 하네요. 이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 씩씩하게 가네요. 더 해볼까요. 좀더 하면 어떤가요. 또 하고 또다시 한다면, 하다가 지치지 말고 다시 하면 새롭습니다.


 이어가다·잇다·잇달다·잇닿다·잇대다·잇따라

 쉬잖다·쉴새없다·숨돌릴틈없다·숨쉴틈없다


  이어가는 삶입니다. 잇는 끈입니다. 잇달아 노래하고, 잇닿는 마음이에요. 잇대는 손길이 반갑고, 잇따라 가는 동무가 즐겁습니다. 쉬어도 좋고, 쉬잖고 해도 좋습니다. 쉴새없이 가면 바쁠 테지만, 웃고 노래하면서 한다면 숨돌릴틈이 없어도 기뻐요.


 재잘거리다·조잘거리다·동동거리다·종종거리다·중얼중얼·지저귀다

 한결같다·한꽃같다


  참새마냥 끝없이 재잘재잘 조잘조잘입니다. 내내 동동거리고 내처 종종거리더니 지절지절 지저귀듯이 잇습니다. 그래요. 흩어진 여럿을 가만가만 모두는구나 싶은, 한결같은 마음씨입니다. 한결같이 눈부시니 한꽃같이 곱네요.


  이럭저럭 여러 낱말을 혀에 얹어 봅니다. 이 숱한 우리말은 참으로 오래도록 ‘계속’으로 가리키는 자리에 두루 쓰던 살림입니다. 한자말이나 바깥말을 쓰기에 나쁠 까닭은 없되, 다 다른 자리에 다 다른 숨결하고 마음을 드러내던 말빛이 자꾸 사그라들어요. ‘사라지다·사그라들다·스러지다·수그러들다’는 비슷하면서 다른 말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이 비슷하면서 다른 말을 팽개치면서 서울말에 너무 쏠려 버렸지 싶습니다. 사투리란 삶말이요 살림말이자 사랑말입니다. 투박하면서 투실합니다. 다 다른 삶이란 다 다른 눈빛으로 투박하면서 투실한 오늘을 그리는 튼튼하고 든든한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꾸준히 흐르는 냇물다운 결을 담은 ‘내내·내도록’이란 수수한 말 한 마디야말로 두고두고 찬찬히 우리 넋을 살찌워 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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