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8.


《내가 잡은 예쁜 물고기》

 야엘 방 데 호브 글·그림/강미라 옮김, 봄봄, 2004.5.10.



‘책숲 꽃종이(도서관 소식지)’인 〈책숲 1007〉이 나왔다. 마당에서 볕바라기를 하면서 글자루에 받는분 이름을 적는데 큰아이가 문득 내다본다. “도울까요?” “도와주시면 고맙지요.” 바지런히 적고 담고 여민다. 읍내 나래터로 간다. 시골버스가 붐비고 시끄럽다. 읍내에 내리고 보니 배움터 마침잔치(졸업식)라도 한 듯싶다. 돌아오는 시골버스를 타면서 살피니 버스일꾼이 바뀌었다. 새로 모는 분은 퍽 부드럽다. 시골에서 굳이 휙휙 몰아야 할 까닭이 없다. 시골버스에는 어린이하고 어르신이 많이 타니 제발 앞으로도 천천히 부드럽게 몰기를 빈다. 《내가 잡은 예쁜 물고기》를 돌아본다. 두 아이가 어릴 적에 퍽 자주 읽었다. 아이는 낚싯대로도 놀고, 마음으로도 놀고, 언제 어디에서나 논다. 아이는 맨손으로도 헤엄이랑 놀고, 구름이랑 놀고, 별하고 논다. 놀며 자라 어른으로 서기에 온누리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꾼 노릇이다. 놀지 못 하거나 노닥거리는 굴레에 사로잡히다가 몸뚱이만 크거나 나이만 먹으면 그만 꼰대로 뒹군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어른 흉내를 내는 꼰대만 득시글하지 않나? 이제라도 스스로 되새기고 돌아보면서 어른다움을 찾아나서기를 빈다. 아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해야 어른이다.


#Au Bout De La Ligne #YaelVentdesHov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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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7.


《빼앗긴 사람들》

 아민 그레더 글·그림/윤지원 옮김, 지양어린이, 2018.2.5.



마을 한켠은 까치가 잔뜩 무리짓고, 맞은켠은 물까치가 그득그득 떼지어 하늘을 덮는다. 아침에는 까마귀떼가 우리 집 뒤꼍이며 마당에 내려앉아서 놀더라. 겨울 늦은낮에 큰아이하고 읍내 나래터를 들르고, 가볍게 저잣마실을 하는데, 겨울 늦은낮은 저녁이라 여길 만하고, 시골버스도 읍내도 온갖 불빛으로 눈이 따갑다. 하늘을 안 보면 하늘을 모르겠지. 땅을 안 보면 땅을 모를 테고. 나무를 안 보니 나무를 알 길이 없다. 《빼앗긴 사람들》을 읽었다. 2023년에 이스라엘이 일으킨 싸움을 돌아본다. 이스라엘은 저쪽 놈들이 옛땅에서 안 떠난다며 짓밟고 죽인다. 저쪽 사람은 이스라엘 겨레보다 더 옛날부터 그곳에서 살았는데, 난데없이 쫓겨나야 하면서 먼 옛사람 숨결을 지켜려고 맞선다. 나라나 겨레가 달라도 얼마든지 한지붕에 한별(지구공동체)을 이룰 만한데, 왜 꼭 어느 터에 “한쪽 나라와 겨레”만 살아야 한다고 총칼을 앞세워서 윽박지르고 죽여야 할까? 모든 다 다른 나라와 겨레가 이웃이라면, 다같이 총칼을 없애야 맞을 텐데. 총칼을 때려짓는 돈 탓에 가난하고야 만다. 어떤 총칼도 어깨동무하고 멀다. 호미와 삽과 괭이를 쥔 손이어야 어깨동무를 이룬다. 나하고 너는 같다. 나랑 너를 가르니 남이고, 서로 어울려서 님이다.


#GliStranieri #ArminGreder

이방인 낯선 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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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6.


《일흔에 쓴 창업일기》

 이동림 글, 산아래詩, 2023.8.1.



어제그제 시끄럽게 막삽질 소리에 잿가루가 날렸다. 바람 없이 볕날이던 하루가 저물고 별이 돋을 즈음 갑작스레 구름이 몰려들더니 세차게 비바람을 흩뿌린다. 비바람은 굵고 짧게 지나간다. 이윽고 구름이 말끔히 걷히고서 별이 반짝인다. 마을을 덮은 먼지띠를 정갈히 씻고 털어내는 이 비바람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가.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헤아리고 품는 하루일까? 우리는 집과 마을에서 살림짓기를 하는가, 아니면 잿더미를 끌어안는가. 잿고을(도시)이 아닌 숲마을에서 보금자리를 누리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글길을 펴는 이웃은 몇이나 있을까. 《일흔에 쓴 창업일기》를 읽었다. 대구 한켠에서 ‘노래책 마을책집’을 연 할아버지가 있단다. 할아버지는 ‘마을책집 이야기’를 노래로 여미었다. 책집지기는 일흔 살부터 할 수 있고, 열일곱 살부터 할 수 있다. 대구 〈산아래 시〉 지기님이 나중에 인천 〈아벨서점〉을 찾아가 본다면, 앳된 나이부터 책집지기로 일하여 쉰 해 발자국을 훌쩍 넘긴 일흔세 살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책도 글도 그림도 빛꽃도, 가방끈 아닌 살림손으로 여미어도 아름답다. 배움턱을 넘을 틈이 없던 숱한 분들은 늘 온삶으로 사랑을 지으며 말을 여미어 ‘노래’를 일구었다. 노래하기에 놀이하며 훨훨 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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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5.


《성공과 좌절》

 노무현 글, 학고재, 2009.9.25.



열세 살 작은아이는 하루하루 말글을 새로 익힌다. 둘레에서는 ‘열셋’이 아닌 ‘초6’으로 바라보려 하는데, 집에서 스스로 배우는 어린이는 ‘걸어온 나이’뿐 아니라, ‘품는 들숲바다’를 함께 볼 노릇이다. 우리 집으로 찾아드는 뭇새를 날마다 바라본다. 밤이면 별잔치를 누린다. 낮에는 구름밭을 헤아린다. 이 모든 살림새를 말 한 마디로 여미어서 배운다. 요즈막 우리 마을은 한켠에서 새삼스레 삽질을 한다. 도랑을 잿더미로 덮는다. 이미 웬만한 시골 들판은 흙고랑을 잿고랑으로 바꿨다. 박정희·전두환은 ‘슬레트(석면)’로 시골을 짓밟았다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는 ‘시멘트’로 박살을 냈고, 문재인은 ‘태양광·풍력’으로 죽였다. 어제 읍내 나래터에 가서 본 〈광주일보〉에 ‘출판기념회’ 아닌 ‘출마모금회’를 다루는 글이 있던데, ‘출마모금회를 감싸는 대학교수’가 있더라. 《성공과 좌절》을 되읽었다. 이미 떠난 이한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느냐만, 그대는 ‘성공·좌절’이 아닌, ‘사람들(백성·국민·시민·민중·인문) 목소리’에 귀를 닫아서 엇나갔을 뿐. ‘퇴임한 뒤 자전거에 손녀 태운 대통령’이 아닌 ‘전기자전거에 발만 얹고서 자전거 흉내’를 했으니, 그야말로 삶조차 몰랐던 길이다.


+


2023년 언저리는 ‘전기자전거’가 꽤 싸게 퍼진다만, 노무현 씨가 ‘자전거 타는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던 무렵에는 ‘전기자전거’가 꽤나 비쌌다. 예전에 시골 할아버지 누가 전기자전거를 탔는가? 흉내를 내지 말고 삶이라는 몸짓이어야 하지 않는가? 무릎이 안 좋아서 비싼 전기자전거로 흉내를 냈다고? 무릎이 안 좋으면 손녀 손을 잡고서 들길을 거닐면 된다. ‘서민이 아니기’에 ‘서민 흉내와 체험’을 한다. ‘가난한 시골 할아버지’가 손녀하고 어떻게 마주할는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 돈·이름·힘을 죄 내려놓고서 가난하게 살아갈 노릇이다. 안 내려놓으니까 이녁 둘레에서 끝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무리가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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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4.


《엄마하고 나하고》

 박경종 글, 백록출판사, 1981.11.10.



시골버스를 타려고 들길을 걸어 옆마을로 간다. 우리 보금자리는 시골치고는 시골버스가 자주 온다. 두어 시간에 하나이다. 서울내기는 버스가 5분만 늦어도 투덜대는데, 두어 시간마다 들어오는 버스는 으레 15분 늦게 온다. 읍내에서 바깥일을 본다.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또 들길을 걸어 집으로 온다. 읍내만 나가도 시끄러운 곳이다. 드디어 시골버스를 내려 들길을 거닐어 마을로 돌아오면,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에 새가 베푸는 노래에 구름이 흐르는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구름소리’를 안다. 그러나 요새 구름소리를 듣고 아는 아이어른은 어디에 몇이나 있을까? 숲노래 씨가 여미는 낱말책하고 글책에는 별소리·구름소리·풀꽃소리·숲소리·바닷소리·들소리를 담으려고 한다. 아직 안 알아채는 분이 많더라도, 머잖아 알아듣고 어깨동무할 이웃이 있으리라 본다. 《엄마하고 나하고》를 되읽었다. 1984년 즈음 우리 아버지 책시렁에서 처음으로 슬쩍 엿보던 때에도, 2023년 겨울에 곰곰이 되읽는 때에도, 참 엉터리라고 느낀다. 말장난에 ‘동시’란 허울을 씌웠고, 그냥 ‘동심천사주의 + 일제강점기 찌꺼기’에 머문다. 이런 글을 ‘어린이문학’이라며 아이들한테 읽힌 이 나라는 어제도 오늘도 앞날도 캄캄하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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