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4.


《순면과 벌꿀》

 슬로보트 글, 어떤우주, 2023.7.20.



살며시 풀리는 날씨를 누린다. 부드럽게 맞이하는 하루를 돌아본다. 마당에 놓은 비받이통에 들어가서 물씻이를 하는 직박구리를 지켜본다. 직박구리가 다 놀고서 후박나무 품으로 날아갈 때까지 조용히 바라본다. 고흥마실을 하는 이웃님이 있기에, 발포 바닷가 ‘빅토리아 호텔’을 알려준다. 그곳이 고흥읍 다른 데보다 잠삯이 조금 센 듯하지만, 그곳에서 묵으면 왜 그곳을 얘기하는지 아시리라고 말씀을 여쭌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불빛 하나 없이 별하늘에 물결소리가 흘러넘치는 길손채는 없으리라 본다. 《순면과 벌꿀》은 인천에서 마을책집 〈북극서점〉을 일구는 책집지기님이 쓴 책이다. 곱다시 나온 책을 곰곰이 읽었다. 책집지기님 어린날을 돌아보다가 내 어린날을 돌이켜본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세 사람 곁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다가 스무 살에 집을 뛰쳐나오고서 다시는 그곳에 안 돌아갔을까? 우리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기껏 들어간 in Seoul 대학교를 자퇴”했을 적에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첫맺이를 그만둔” 때에도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큰아이를 집에서 가르친다”고 할 적부터 여태 말을 안 섞는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들과 곁님하고 시골에서 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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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3.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이임하 글, 철수와영희, 2023.10.16.



광주로 나들이를 가는 분이라면 무엇을 보거나 누리거나 느낄 마음일까? 광주라는 고장은 이웃고장 사람들한테 무엇을 베풀거나 선보일 만할까? 더 커다란 고루가게(백화점)가 있어야 할까? 눈물마실(다크투어리즘)을 더 늘려야 할까? 광주는 1980년에서 멈추었지 싶다. 1979년에도 사람이 살았고, 1959년에도 오순도순 어우러졌는데, 1800년이나 1500년 이야기라면 아예 벙긋조차 않는다. 다른 고장도 비슷하다. 옛자취를 왜 한두 가지에 옭매어야 할까? 왜 스스로 새길을 헤아리면서 아이들 앞길을 숲빛으로 펴는 길하고는 등질까?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한참 생각을 기울이다가 꿈나라로 간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를 고맙게 읽었다. 이런 발자취를 여미는 분이 있으니 반갑다. 2023년 올해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싶다. 요사이는 ‘페미니스트’를 이쪽에서건 저쪽에서건 너무 좁게 가둔다. 한자말 ‘여성해방’은 우리말로는 ‘사랑물결’이나 ‘어깨동무’이다. 왜 이렇게 옮기겠는가? 여태 억눌렸기에 이제껏 억누른 바보를 똑같이 족치거나 죽이자는 물결이 아니다. 마음이 찌들고 뒤틀린 멍청이를 일깨워서 참사랑으로 눈을 뜨도록 북돋우는 물결이다. 아이는 순이 혼자 못 낳는다. 돌이를 숲사람으로 가르쳐야 나라가 살아난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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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2.


《박만순의 기억전쟁 2》

 박만순 글, 고두미, 2022.7.1.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려다가, 아침 열한 시에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나래터에 들러서 ‘파브르 200돌’을 기리는 나래꽃(우표)을 장만한다. 광주로 건너간다. 〈광일서점〉에 들른다.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일본책이 잔뜩 쌓였다. 광주에 있던 어느 길잡이 집에서 나온 듯싶다. 이 책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되살아나겠지.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를 들른다. 골목 한켠을 밝히는 불빛이라고 느낀다. 저녁에 광주 이웃님을 만나고서 길손집에 깃든다. 서울이나 부산에 대면 작더라도, 먹고 마시고 노는 물결이 대단하다. 귀가 멍했다. 일하느라 고되고, 고된 몸으로 실컷 먹고 마시고 노느라 바쁘니, 책을 쥐거나 펼 겨를이란 없을 듯싶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스무 살까지 읽은 책이 “모든 읽은 책”일 뿐, 서른이나 마흔이나 예순이나 일흔에 이르러도 굳이 안 읽는구나 싶다. 《박만순의 기억전쟁 2》을 읽으며 참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총칼을 겨누며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스스로이다. 우리가 스스로 한집에서도 미워하고 한마을에서도 미워하다가 한나라에서까지 미워했다. 죽이고 죽은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요, 우리요, 이웃이고 동무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우리는 스스로 미워하기 바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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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1.


《엔칸토 마법의 세계》

 디즈니 동화 아트팀 그림·수잔 프랜시스 엮음/이지안 옮김, 애플비, 2021.11.24.



마을 해모임(총회)을 한다. 어느덧 열세 해째 해모임을 한다. 그동안 마을 할배는 참 많이 늙었다. 마을 할매도 많이 늙었다. 마을도 늙어가고, 고흥도 전남도 부쩍부쩍 늙는다. 우리나라도 하루가 다르게 늙어간다. 요새는 어린이조차 거의 애늙은이 뺨친다. 시골도 서울도 철없이 나이만 먹고 몸뚱이만 자라는 푸름이가 너무 많다. 마을과 나라가 살아날 길은 아주 쉽다. “대학교 안 가고 마을에 깃들며 흙을 일구면서 즐겁게 노래하고 사랑을 찾아서 아이를 낳아 돌볼 보금자리를 물려줄 터전을 누리는 길”로 거듭나면 된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를 읽었다. 굳이 책으로 볼 일은 없을 듯하되, 책으로 다시 살피니 ‘미라벨’이 입은 옷에 잔뜩 박은 나비 무늬가 새삼스럽다. 그렇다. 애벌레가 나비로 거듭날 만한 들숲이 있으면 마을이 살아난다. 반딧불이가 돌아오면, 시골에 아이들이 돌아온다. 아주 쉽다. 이제라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서울이 없어도 나라는 멀쩡하다. 우두머리나 벼슬아치가 없어도 나라는 걱정없다. 시골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 들숲바다가 망가지면 나라도 죽는다. 대학교나 군대에 얽매인다면, 그런 나라는 스스로 벼랑으로 치닫는 셈이다. 우리는 〈서울의 봄〉보다는 〈엔칸토〉를 봐야 하지 않을까?


#Encant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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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0.


《이오덕 일기 1》

 이오덕 글, 양철북, 2013.6.24.



나래터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려고 마을 어귀에 선다. 시골버스가 들어온다. 어라, 쌈지를 집에 놓고 왔네. 조금 앞서 기름 300들이를 넣느라 쌈지를 꺼내어 값을 치르고서 깜빡 다른 데에 놓았구나. 해가 나다가 눈발이 날리다가 해가 나기를 되풀이하는 하루이다. 17시 버스를 타고서 부랴부랴 읍내를 다녀온다. 오늘은 밤에 이르러 구름이 싹 걷히고 별이 쏟아진다. 《이오덕 일기 1》를 또 되읽고서 한참 자리맡에 놓는다. 이제 이 책을 우리 책숲으로 옮겨놓으면 언제 다시 들출는지 모른다. 이오덕 어른은 2003년에 흙으로 돌아갔으니 벌써 스무 해가 지났다. 아득하다. 이오덕 어른하고는 1999년 2월에 처음 말을 섞었고, 이해에 새뜸나름이를 그만두고서 보리출판사 일꾼으로 옮겼고, 2001년부터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으로 지냈고, 2003년 8월 25일에 더는 책마을이 꼴보기싫어 그만두려는 때에 “멧새가 된 어른” 이야기를 들었고, 2003년 9월부터 서울에서 충주를 오가며 이오덕 어른 글을 여미었다. 외울 수 있을 만큼 어른 글을 되읽은 지난날을 돌아본다. 앞으로는 우리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보금숲을 일구는 길을 헤아리며 걸어가야지. 글이란, 허울을 쓰면 허물이 가득한 굴레이고, 사랑을 그리면 새롭게 꿈꿀 길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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