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8.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김낙년·김용삼·주익종·정안기·이우연 글, 미래사, 2019.7.10.



부산에서 순천으로 시외버스를 달린다. 순천 버스나루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고흥으로 들어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읍내에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일곱 시간 만에 보금자리에 닿는다. 하늘빛을 바라보고 구름빛을 어림한다. 《반일 종족주의》를 돌아본다. 알맹이가 워낙 허술해서 7분 만에 다 읽었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몫이 있되, ‘검증된 사실’이라는 허울을 붙이면 발자국(역사)이 될까? 조선총독부는 일찌감치 1920년에 《朝鮮語辭典》을 엮었는데, 일본은 우리말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일본은 왜 ‘國語(국어)’라는 이름으로 ‘일본글’을 이 나라와 대만과 중국에서 가르쳤을까? ‘일본사람이 남긴 글(자료·통계)’을 헤아려야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밑길을 짚을 수 있다지만, 총칼잡이 눈으로 보려고 하니 참(진실)이 아닌 겉(사실)에서 맴돌 뿐이다. 나는 싸움터(군대)에서 1995∼1997년에 날마다 신나게 얻어맞았을 뿐 아니라, 중대장이 갈긴 총에 맞아 의문사로 골로 갈 뻔했으나 용케 살아남았다. 그러나 ‘21사단 기록’에는 그무렵 ‘숱한 군대폭력’과 ‘망나니 중대장’과 ‘곰취 사역 시키는 사단장’이나 ‘부식 빼돌리는 행보관’ 이야기가 한 줄로조차 안 남는다. 그러면 나는 싸움터에서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싸울아비로 있은 셈인가? 아닐 테지. ‘누가 남긴 글’뿐 아니라 ‘아무 글로 남지 않았으나 사람들 온몸에 남은 피멍과 눈물’을 못 읽는다면, 무슨 얼어죽을 대학교수에 역사학자인가? 그냥 먹물쓰레기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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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7.


《책과 우연들》

 김초엽 글, 열림원, 2022.9.26.



보수동 책집골목 〈남해서적〉을 들른다. 날이 얼어붙고, 책을 보는 손발가락도 언다. 끙끙거리면서 손발을 녹인다. 손발이 녹으면 다시 책을 읽는다. 맨손에 고무신이니 손발가락이 얼는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찰칵 찍으려면 맨손이어야 하고, 한 해 내내 고무신을 꿸 뿐이다. 〈곳간〉에서 ‘살림씨앗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동무·마음·헌책’ 세 낱말을 놓고서 이야기를 일군다. 우리 생각을 저마다 갈무리해서 글로 옮긴다. 하루를 마친 밤에 길손집에 드러눕는다. 아무리 얼어붙어도 길손집에서는 바깥바람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날 서울살림(도시생활)도 이와 같으리라. 《책과 우연들》을 읽으면서 띵했다. 어쩐지 글쓴이가 자꾸, 굳이, 애써 ‘가난·힘듦 시늉’을 하는구나 싶더라. 이제 돈 많이 벌지 않나? 김초엽 씨가 책수다를 펴는 자리에서 수다삯을 꽤 받는다고 들었는데, 왜 글에는 ‘없어서 힘들다’는 줄거리가 자꾸 나올까? 없으면 없을 뿐이고, 있으면 있을 뿐이다. 나는 부산마실을 하면 35000∼50000원에 묵는 길손집에 간다. 35000원 길손집에 오래 드나들다가 ‘책상이 없어 힘들’기에, ‘책상이 넉넉’한 50000원 길손집으로 바꾸었다. 그저 오늘 누리는 살림을 사랑으로 적으면 되는 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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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3.12.16.


《샌드 카운티 연감》

 알도 레오폴드 글/이동신 옮김, 이다북스, 2023.2.9.



새벽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읍내로 건너간다.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저녁에 금정구 오륜동으로 갈 일이 있다. 사상에서 버스를 내려 전철로 갈아타고서, 서면 〈알라딘 중교샵〉을 살짝 들른다. 다른 책집에 들를 짬은 없다. 서면은 사람도 많고 잿집도 높은데, 이런 한복판 책집에 사람들도 많이 드나든다. 서면 같은 데에 여느 마을책집이 서기는 어렵겠지. 얼마 앞서 들른 마을책집에서 《샌드 카운티 연감》을 집다가 “자연은 스스로 조화롭고 이제 우리의 결정만 남았다” 같은 옮김말에 고개를 절레절레하고서 내려놓았다.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옮긴 글자락이 이만큼이라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서글픈가. 또는 옮기는 일은 아무나 하면 안 되는구나. 예전에 나온 “모래땅의 사계”나 “모래 군(郡)의 열두 달”을 떠올린다. “모래밭 열두달”이나 “모래밭 한 해”처럼 어린이도 알아볼 만하게 책이름을 붙이고서 글줄을 풀어내어야 비로소 글바치(지식인·작가·전문가·기자·교수)이리라 본다. 어느 날 우리 집 큰아이하고 곁님이 “옮기려는 사람부터 스스로 글을 못 알아보았기 때문에 얄궂은 옮김말씨를 쓰겠지요. 그런데 못 알아들었으면 알아들을 때까지 다시 읽고서 옮겨야 하지 않나요?” 하더라. 이 말씀이 옳다.


#A Sand County Almanac And Sketches Here and Ther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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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23.12.15.


《닥치고 정치》

 김어준 글, 푸른숲, 2011.10.5.



비는 그칠 동 말 동하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가는 길에 노래꽃을 새로 쓴다. 시끌벅적한 길이어도 손에 붓을 쥐면 시끌소리가 사라진다. 오직 마음소리에 온마음을 기울여 한 줄 두 줄 잇는다. 저잣마실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 일찍 자리에 눕는다. 조금씩 얼어붙는 듯한 겨울이다. 《닥치고 정치》를 2011년 아닌 2023년에 펴 보았다. 니캉 내캉 짝 갈라서, ‘니캉’이면 미워하고 ‘내캉’이면 그지없이 감싸는 얼거리이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너랑 나라는 자리가 다른 줄 느끼면서 살아갈 텐데, 다르기에 감싸거나 싸울 노릇이 아니라, 다르기에 어깨동무할 길을 찾을 일이지 싶다. 김어준 씨를 비롯한 이쪽이든 저쪽이든 으레 싸움을 붙이고, 싸움을 즐기고, 싸움을 부추긴다. 우리는 이들이 부추기는 싸움말에 신나게 휘둘리면서 “이쪽으로 가야 옳아!”나 “아니야, 저쪽이 옳아!” 하는 쳇바퀴에서 맴돈다. ‘싸우다·감싸다·싸다·쌓다’는 말밑이 같다. 네 낱말이 왜 같은 밑동인지 헤아려 본다면, 스스로 창피해서 싸움질도 감쌈질도 쌓음질도 멈추고서, 삶길과 살림길과 사랑길로 거듭나는 사람길을 찾으리라. 아직 창피를 모르기에 싸운다. 또는 창피를 잊기에 싸움놀이에 흠뻑 빠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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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4.


《전래놀이》

 함박누리 글, 홍영우 그림, 보리, 2009.3.17.



아침에는 가늘게 오는 비요, 낮부터 주룩주룩 오는 비이고, 하루 내내 적시는 비이다. 빗살을 바라본다. 빗발을 느낀다. 빗줄기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자잘한 소리를 치우는 비. 땅을 씻고 하늘을 씻는 비. 이 비를 가르는 새. 조용히 감기는 시골이다. 빗물이 고인 길을 밟으면서 걷는다. 바깥에 감알을 내놓는다. 새밥으로 삼는다. 《전래놀이》는 제법 품을 들인 꾸러미라고 느끼는데, 어쩐지 여러모로 덧없지 싶다. 예부터 모든 소꿉놀이는 어린이 스스로 짓고 나누고 가꾸고 퍼뜨렸는데, 이제는 아이들 손이 아닌 어른들이 가르치는 틀로 굳는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이 대목을 얼마나 느끼는가? 어른이 가르치거나 이끌면 ‘어린이놀이’일 수 없다. 숱한 놀이는 늘 어린이가 느긋이 생각하고 살피고 뛰고 달리고 드러눕고 노래하다가 문득문득 지어 왔다. 왜 놀이를 따로 가르쳐야 할까? 왜 어린이가 실컷 놀 겨를을 모조리 빼앗았는가? 왜 어린이한테 놀이와 놀틈을 돌려줄 마음이 여태 없는가? 어린이한테 놀이를 돌려주려면 배움터를 닫아걸어야 할 수 있다. 어린이가 놀틈을 누리려면 나라(정부)부터 걷어치워야 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배움터도 나라도 몽땅 쓸어내고서, 어린이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누리로 갈 수 있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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