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3.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고미 타로 글·그림/황진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0.2.20.



도화초등학교에 어김없이 ‘취학유예신청서’를 내러 간다. 올해 열네 살 작은아이가 “교과서 그림이 너무 엉성하다”고 얘기한다. 요새는 하도 배움책을 안 보기에 눈을 끌려고 이렇게 엮는구나 싶으나, 오히려 어지러우니 더 볼거리가 없다고 느낀다. 2011년 무렵에는 200쯤이던 시골 어린배움터인데, 2024년에는 마흔 밑이다. 시골을 떠난 어린이는 모두 서울로 갔을까? 시골은 왜 어린이가 남으려 하지 않을까? 시골이 오래오래 이으려면, 시골에서 나고자라는 아이가 이 고장에서 자란 다음에 사랑으로 짝을 맺어서 오롯이 사랑으로 아이를 낳는 살림을 수수하게 짓고는, 새 아이들이 새롭게 하루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온나라 ‘인구소멸대책’은 하나같이 엉터리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를 곱씹는다. 스스로 어떤 꿈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어린이랑 손을 맞잡고서 생각해 보자는 뜻을 느긋이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나라가 살려면 ‘아무 그림책’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책’을 같이 읽어야지 싶다. ‘이름난 책’이 아닌 ‘아름다운 책’을 손에 쥐고서 되읽을 적에 비로소 마을도 나라도 산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사람답게 사랑을 하려면, 스스로 아름글을 쓸 일이고, 이웃이 쓴 아름글을 챙겨 읽으면 된다.


#きみののぞみはなんですか #GomiTaro #五味太郞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0.7.12.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가 북적인다. 날도 포근하고,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놀러다닌다. 바람이 가볍고 볕이 넉넉하다. 한겨울에 이렇게 드는 볕이란 오롯이 사랑이다. 문득 ‘고흥에서 시골버스를 열네 해째 타는데, 버스일꾼한테도 노래를 드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척척 새로 쓰고 옮긴다. 내릴 적에 건넨다. 저녁에는 구름이 덮는다. 겨울빛을 헤아리며 《10대와 통하는 철학 이야기》를 돌아본다. 일본사람이 엮은 ‘철학’이란 한자말을 우리말로는 어떻게 옮길 만할까? 얼핏 ‘생각’을 떠올릴 수 있되, 이보다는 ‘길·길눈·길꽃’이라는 말씨가 어울린다고 느낀다. 배움갈래 가운데 ‘철학’은 우리가 스스로 어느 길로 나아갈 적에 스스로 빛나는 사람인가를 밝힌다고 여길 만하다. 그러니 ‘길눈’이요 ‘길꽃’일 테지. 어린이는 길눈을 뜨는 나날을 누릴 적에 즐겁다. 푸름이는 길꽃을 피우는 하루를 살리면서 아름답다. 길눈하고 길꽃을 거쳐서 스무 살을 지나고 서른마흔을 가로지르는 사이에, 천천히 길빛을 일구는 삶을 누리겠지. 남이 시키는 대로 길들면 바보이지만, 스스로 나아갈 실마리를 찾는 길이라면 어질다. 새해에 갈고닦을 길을 돌아본다. 생각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독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이오덕 글, 길, 2004.4.20.



바람이 잠들고 볕이 넉넉히 퍼지는 아침이다. 새한테 줄 과일이 떨어졌다.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는 새마다 “뭐야? 어제도 오늘도 없잖아?” 하면서 소리친다. 읍내를 다녀올 적에 좀 장만해 놓아야겠다. 나도 먹고 아이도 먹고 새도 먹는다. 벌레도 먹고, 흙도 먹고, 나무도 새롭게 먹는다.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가 나온 지 벌써 스무 해가 흘렀다. 책이름에 왜 ‘-서’가 빠졌는지 아리송했지만, 그만큼 ‘-한테·-한테서’를 옳게 가누는 글바치가 적다. 이오덕 어른이 떠난 뒤에 나온 책이니 이오덕 어른이 글손질을 못 봐준다면, 엮는이가 더 살필 노릇일 텐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차근차근 익히는 사람이 뜻밖에 매우 적다. 요즈막에 〈티쳐스〉라는 풀그림을 곧잘 들여다보는데, 숱한 아이들이 ‘영어·수학’에는 그야말로 온힘을 쏟되, 막상 ‘우리말’에는 그리 마음도 힘도 안 쏟거나 덜 쏟는다. 무엇보다도 온갖 책을 고루 읽는 매무새도 차츰 줄어든다. 몇몇 책만 읽어서는 글눈을 못 틔운다. 글눈을 못 틔우면 이야기를 못 읽고, 삶도 살림도 사랑도 숲도 못 읽게 마련이다. 왜 아이들한테서 배워야겠는가? 어린이 눈높이로 삶을 짓고, 어린이와 어깨동무하는 말빛을 살찌울 적에, 누구나 어진 어른으로 일어설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1.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

 히니 글, 이르비치, 2023.10.27.



오랜만에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로 간다. 오늘은 바람이 유난하지만 세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맞바람만 불지 않는다. 긴밤이 지난 뒤부터 바람결도 살짝 바뀌어 가는구나 싶다. 하루 내내 구름춤을 베풀던 하늘은 밤을 맞이하면서 활짝 갠다. 다만 먼지띠가 다 가시지는 않아 별이 와락 쏟아지지는 않고, 조금 넉넉히 보인다. 한 해가 저문다. 새해 첫날이 곧 밝겠구나. 《서울 밖에도 사람이 산다》를 읽었다. ‘서울곁’이 아닌, ‘서울품’도 아닌, ‘서울밖’에서 겪고 마주한 하루를 그리는구나 싶었으나, 줄거리는 어느새 짝맺기로 기운다. 뒤죽박죽이네. 두 가지를 다 펼쳐도 되지만, 이 책은 ‘서울밖’에 마음을 쏟고서, 나중에 ‘짝맺기’를 따로 쓰는 길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서울밖’ 하나만 놓고도 3000쪽이나 10000쪽에 이를 만큼 풀어낼 이야기가 ‘서울밖’ 사람들이면 누구나 있을 텐데. 숲노래 씨가 이런 글감으로 책을 쓴다면 “서울에는 숲이 없다”라든지 “서울을 떠나야 숲을 본다”처럼 길머리를 잡으리라. 참말 그런걸. 서울에 어디 숲이 있는가? 서울에는 ‘숲흉내’만 있다. 또는 ‘숲척’이 있다. 아무리 흉내를 낸들, 제아무리 숲인 척 꾸민들, 하나도 숲이 아니다. 숲을 등지는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0.


《구석구석 부산》

 강동진 글, 비온후, 2023.7.31.



볕날로 연 하루인데, 조금씩 구름이 몰리더니 늦은낮부터 비를 뿌린다. 요 며칠은 하늘이 밤낮으로 뿌얬다. 비씻이를 한다. 어젯밤에 별을 보면서 희뿌연 먼지띠에 놀라기도 했는데, 우리는 언제쯤 쇳덩이를 내려놓고, 삽질을 줄이고, 잿집을 더는 안 쌓는 수수한 숲빛으로 거듭나려나. 《구석구석 부산》을 읽었다. 두툼하게 여민 꾸러미만큼 부산을 두루 거닐었다는 뜻일까 하고 헤아렸으나, 다리품보다는 “이미 나온 다른 글”에서 따온 줄거리가 많다. ‘대학교수’라는 이름이나 자리가 아니라, ‘마을사람’이라는 눈망울에 걸음걸이로 마주한다면, 얼거리도 줄거리도 확 달랐겠지. 여기부터 저기까지 한달음에 가로지르듯 걷는다면, 모처럼 걷더라도 마을도 골목도 햇살도 놓친다. 숲을 알려면, 숲을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한 해 내내 꾸준히 품어야 하는데, 이렇게 열 해쯤 누릴 노릇이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고작 “열 살”이다. “거기 다녀온 적 있다”는 마음이라면, 다리품이 아닌 ‘관광’마저 아닌 ‘답사’일 뿐인데, 맛보기만으로 어떻게 부산을 골목골목 알거나 읽어낼까? 보금자리에서 수수한 살림꾼으로서 아이를 낳아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눈빛과 눈높이로 써내려갈 적에라야 비로소 ‘마을자취(지역사)’란 이름이 어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