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8.


《일만칠천 원》

 조영옥 글, 작은숲, 2015.6.1.



오늘 하루는 조용히 집에서 쉰다. 바람을 마시고, 물까치떼랑 직박구리를 지켜본다. 귤하고 능금을 바깥에 내놓는다. 우리가 안 쳐다볼 적에 어느새 이 새랑 저 새가 내려와서 콕콕 쫀다. 콕콕 쪼는 모습을 보려고 마루에 살그마니 앉아서 내다본다. 마당에 얌전히 서서 꼼짝을 안 하면서 바라본다. 먼먼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사람은 새하고 동무였다. 까마득히 먼 옛적부터 사람은 곰이며 여우에 늑대에 범하고도 이웃이었다. 이제 사람은 누가 이웃일까? 오늘 사람은 이웃을 다 잊지 않았나? 사람 사이에서도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그저 남남이면서 미운털에 가시로 여기지 않는가? 《일만칠천 원》을 읽었다. 힘을 덜기가 어려울는지 모르나, 우리나라는 더더욱 ‘시인이라는 어깨힘’이 너무 세다. 다들 비슷비슷한 낱말(시어)을 쓰는데, ‘엮다·짜다’ 같은 우리말을 모르는지 ‘직조’ 타령을 한다. 살아온 오늘을 보고, 살아갈 모레를 그리고, 살아낸 어제를 되새기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노래님이다. 삶을 삶말로 담는다. 살림을 살림말로 옮긴다. 사랑을 사랑말로 노래한다. 글이란, 이렇게 삶과 살림과 사랑을 오롯이 숲빛으로 여미면 넉넉하다. 꾸미려 하니까 겉치레에 허울이다. 꿈을 그려야 논밭을 일구듯 열매를 거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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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7.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구로카와 유지 글/안선주 옮김, 글항아리, 2022.3.11.



어제 잘못 산 쟁개비 뚜껑을 바꾸러 읍내에 다시 나간다. 날이 포근하면서 읍내마실을 하는 할매할배도 늘어난 듯싶다. 앞으로 이 시골에서 시골버스를 탈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무 살만 넘어도 버스를 안 탄다. 어린이·푸름이하고 할매할배가 타고, 숲노래 씨처럼 “앞으로도 부릉거리는 쇳덩이는 안 건사할” 사람이 탈 텐데, 시골에서 살며 “부릉거리는 쇳덩이”를 안 거느리는 20∼60살 이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늘이 뿌옇다. 뿌열 만하다. 다들 부릉거리는 쇳덩이를 몰잖은가?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서울나라이잖은가?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읽었다.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지만, 또 우리 스스로 쓴 책조차 아닌, 일본 이웃이 쓴 책이지만, 고맙게 읽었다. 일본은 진작 우크라이나 발자취도 찬찬히 새기고 나눌 만큼 눈썰미가 넓다. 우리는 겨우 “일본책을 옮길 뿐”인데 “우리말씨 아닌 일본말씨”로 범벅이다. 아이들이 무엇을 물려받아야 할까? ‘무인군사드론’이나 ‘핵탄두를 붙인 대륙간탄도탄’을 물려줘야 하나? 푸르게 우거진 들숲바다를 정갈히 돌보며 사랑하는 살림빛을 물려줄 수 있는가? 싸움으로 타오르는 불바다는 얼뜬 우두머리 하나가 일으키지 않는다. 얼뜬 얼간이는 바로 우리가 뽑아서 세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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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6.


《철새, 생명의 날갯짓》

 스즈키 마모루 글·그림/김황 옮김, 천개의바람, 2018.10.26.



오늘도 한 뼘 높아가는 해를 느낀다.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등짐을 짊어진 채 읍내 기스락숲으로 들어선다. 땀을 식히면서 천천히 거닌다. 새소리를 듣고, 나무내음을 맡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헤아리면서 걷는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는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가, 아니면 부릉부릉 끝없이 시끄러운 소리에 휩싸이는가? 《철새, 생명의 날갯짓》은 반갑게 나온 그림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를 이렇게 사랑하면서 여민 그림책이 이제껏 안 나왔다. 아니, 새를 이처럼 사랑으로 지켜보고 바라보고 품은 그림책도 글책도 빛꽃책도 여태까지 없다고 해야 옳겠지. 큰아이랑 작은아이랑 집에서고 들에서고 마을에서고 바다에서고 숲에서고 늘 귀를 기울여 새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비가 꽃송이에 내려앉는 모습을 본다. 바람을 가르는 날갯짓이 그리는 빛살을 읽는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새빛과 새노래와 새살림을 품을 만할까? 시골에서 살더라도 새를 등지거나 잊거나 멀리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어디에서 살건 대수롭지 않겠지. 눈길을 틔우느냐 안 틔우느냐가 대수롭다. 눈을 깨워야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 온몸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저마다 파랗게 물들면서 사랑으로 갈 수 있다.


#鈴木まもる #わたり鳥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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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5.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

 리베드 로비엑스키 글/작은 우주 옮김, 달팽이, 2004.7.21.



동강면 이웃님이 쌀자루를 들고 마실하셨다. 이웃님에 아이들은 열네 살이라지. 고흥군에서 동강면은 아주 동떨어졌다고 여길 만하다. 군수는 고흥읍이랑 녹동읍만 쳐다볼 뿐, 다른 면은 거의 안 거들떠보는데, 이 가운데 동강면이 가장 따돌림이다. 이웃님이랑 말을 섞으면서, 아이들하고 함께 살아가며 서로 배우는 살림을 돌아본다. 우리가 걷는 길을 되씹는다. 미역국을 끓이고 곁밥을 볶는다. 이러고서 한 그릇을 비우니 졸립다. 포근히 풀리면서 해가 높아가는 결을 느낀다. 날마다 한 뼘씩 올라가겠지. 《야생의 푸른 불꽃 알도 레오폴드》를 되읽는다. 석벌째 읽는데, 2004년부터 스무 해가 흐르도록 아직 느낌글을 안 쓴 줄 깨닫는다. 어라, 진작 쓴 줄 알았는데, 여태 안 썼잖아! 스무 해를 묵혔으니 더 느긋이 되새기면서 느낌글을 다독이자고 생각한다. 다 뜻이 있으니 2004년부터 2014년을 지나도록 되읽기만 했을 테고, 다가오는 2024년에 비로소 글결을 여미리라 본다.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인데, 거듭 돌아보고 다시 새기고 또 헤아릴 적에 한결 깊고 넓게 바라보곤 한다. 들숲이 두벌 바뀐 스무 해를 거친 책이니, 그동안 새삼스레 배우고 누린 삶과 살림을 곁들이는 이야기를 여밀 수 있겠지. 되읽을수록 깊은 책이 아름답다.


#AldoLeopold #AFierceGreenFire #MarybethLorbiecki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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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4.


《순면과 벌꿀》

 슬로보트 글, 어떤우주, 2023.7.20.



살며시 풀리는 날씨를 누린다. 부드럽게 맞이하는 하루를 돌아본다. 마당에 놓은 비받이통에 들어가서 물씻이를 하는 직박구리를 지켜본다. 직박구리가 다 놀고서 후박나무 품으로 날아갈 때까지 조용히 바라본다. 고흥마실을 하는 이웃님이 있기에, 발포 바닷가 ‘빅토리아 호텔’을 알려준다. 그곳이 고흥읍 다른 데보다 잠삯이 조금 센 듯하지만, 그곳에서 묵으면 왜 그곳을 얘기하는지 아시리라고 말씀을 여쭌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불빛 하나 없이 별하늘에 물결소리가 흘러넘치는 길손채는 없으리라 본다. 《순면과 벌꿀》은 인천에서 마을책집 〈북극서점〉을 일구는 책집지기님이 쓴 책이다. 곱다시 나온 책을 곰곰이 읽었다. 책집지기님 어린날을 돌아보다가 내 어린날을 돌이켜본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세 사람 곁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다가 스무 살에 집을 뛰쳐나오고서 다시는 그곳에 안 돌아갔을까? 우리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기껏 들어간 in Seoul 대학교를 자퇴”했을 적에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첫맺이를 그만둔” 때에도 몇 해쯤 말도 안 섞고 안 쳐다봤고, “큰아이를 집에서 가르친다”고 할 적부터 여태 말을 안 섞는다. 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들과 곁님하고 시골에서 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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