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3.


《마거릿, 아폴로호를 부탁해!》

 딘 로빈스 글·루시 나이슬리 그림/김재희 옮김, 청어람아이, 2019.7.5.



며칠 앞서 부산마실을 하며 장만한 옥편이 고흥으로 날아왔다. 이 옥편을 곁에 놓고서 아이들하고 글살림을 더 다지려고 한다. 어릴 적에 쓰던 옥편은 너무 낡았다. 마르고 닳도록 펴고 읽고 외었으니 그저 폭 쉬어야겠고, 새로 장만한 옥편으로 또 마르고 닳도록 펴고 읽고 외우겠구나. 어제보다 얼어붙은 날씨이되, 바람은 어제보다 덜 세차다. 밤에는 며칠 만에 별이 나온다. 《마거릿, 아폴로호를 부탁해!》를 돌아본다. 영어로 나온 그림책은 “Margaret And The Moon”이다. 마가릿 님이 ‘아폴로 배’에 이바지하기는 했으나, 이보다는 다른 쪽을 볼 노릇이지 싶다. 틀을 여미어서 여는 길이란 무엇이겠는가. 틀만 잘 다룬다고 해서 뜻을 다 이루지는 않는다. 틈바구니가 없거나 메마른 곳에 셈길을 놓아서 함께 나아가는 마음을 풀어내는 실마리를 마련한 마가릿 님이라고 느낀다. 뛰어난 솜씨로 과학자·기술자가 되어야 할 수도 있지만,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숲빛으로 영글어 놓을 줄 아는 품부터 짚을 적에, 비로소 아름길을 새로 연다고 느낀다. 이 푸른별에 미움도 싸움도 자꾸 불거지지만, 숱한 미움과 싸움 한복판에서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름답게 자란 바탕이란 무엇일까? 어질고 슬기로운 수수한 숨빛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MargaretAndTheMoon #DeanRobbins #LucyKnisley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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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글, 오월의봄, 2022.10.4.



겨울이면 매울음을 듣는데, 봄여름이면 어느 멧골이나 들숲으로 떠나려나 궁금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 매는 철 따라 가볍게 마녘하고 높녘을 오갈는지 모른다. 때로는 어느 곳에 그대로 눌러앉기도 할 테고. 낮에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오는데, 참으로 숱한 쇳덩이가 “사람들 거니는 자리”까지 마구 밀어댄다. ‘자동차·승용차’라는 이름은 안 어울린다. 이 “무시무시한 쇳덩이”는 “작은 싸움수레(전차)”라 여겨야 걸맞다고 느낀다. 숱한 사람들은 손잡이를 잡으면 넋을 잃고 사람빛을 잊어버린다. 널따란 부릉길뿐 아니라 좁은 골목길까지 마구 들이밀면서 비키라고 빵빵거린다. 책을 안 읽으니 손잡이를 쥐고, 손잡이를 쥐느라 더더욱 책을 안 읽는다. 책만 읽어야 배우지 않는다만, 책조차 안 읽으니 새로 배우는 일이 없다시피 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싸우는 굴레가 더 짙다. 《그때 치마가 빛났다》를 읽었다. 글쓴이는 쇳덩이를 모는 살림일까? 글쓴이는 걷거나 두바퀴를 굴릴까? 글쓴이는 서울이나 서울곁을 멀리 벗어난 시골이나 들숲바다에서 이웃을 얼마나 만났을까? 이제는 목소리만으로 쓰는 글이 아닌, ‘서울밖’이나 ‘시골’에서 ‘맨몸’으로 ‘아이들 곁’에서 살림을 짓는 틈에 쓰는 글로 거듭날 때라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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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


《운빨 로맨스 1》

 김달님 글·그림, 재미주의, 2015.8.17.



구름이 짙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까마귀도 까치도 떼지어 날다가 흩어진다. 매울음이 굵고 짧게 퍼진다. 《우리말꽃》 머리말을 새로 쓴다. 이모저모 손보고 고칠 곳을 추스른다. 숨을 돌리고서 드러누워 허리를 편다. 끙 소리를 내고 일어나서 밥을 차려놓고 다시 눕는다. 다 다른 새는 다 다르게 날고 노래하고 둥지를 틀어 다 다른 알을 낳아 다 다르게 삶을 잇는다. 다 다른 사람은 이 땅에 다 다르게 태어날 텐데, 우리는 스스로 어떤 꿈으로 하루를 그리면서 오늘을 살아가는지 되새겨 본다. 《운빨 로맨스》 석 자락은 굵고 짧게 줄거리를 맺는다. 군더더기가 없고, 그림결도 알뜰하고, 일부러 늘어뜨리지 않는다. 얼핏 잘 빚은 그림꽃이라 여길 수 있지만,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보여줄 수 없다고 느끼며, 여느 어른한테도 보여주기 어렵다고 느낀다. ‘사랑’이 아닌 ‘사랑시늉’으로 타령을 늘어놓는 줄거리는 아무리 잘 빚어도 안 아름답다. 물고 늘어지는 악다구니만 흐른다. 이 악다구니를 어느 만큼 상냥하게 달래어 매듭을 짓는 《운빨 로맨스》이기는 하되,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생각·마음·사랑·꿈으로 나아가는 길하고 너무 먼, 또는 가로막는, 때로는 등진 모습을 익살스레 꾸밀 적에는 한숨이 가늘게 나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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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0.


《이야기로 익히는 논리 학습 1 반갑다, 논리야》

 위기철 글·김우선 그림, 사계절, 2023.3.30.



오늘도 가랑비가 잇는다. 비를 맞으면서 ‘보수동책골목’으로 간다. 이곳은 “부산 자랑”일 텐데, 부산에서 이곳을 살리는 길을 생각조차 못 한다. 〈대영서점〉에 깃든다. 1960∼70해무렵에 신나게 배움길을 걷던 어느 분 손자취가 듬뿍 밴 일본책이 꽤 있다. 예전 임자는 이 땅에 안 계시리라. 가볍게 목절을 하고서 품는다. 빗발이 더 굵다. 빗길에 사상나루로 옮기고,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조금 눈을 붙인 뒤에, 어제오늘 장만한 책을 실컷 읽고서 하루글에 노래꽃을 쓴다. 고흥읍에서 바나나 한 손을 산다. 요즈음 과일값이 장난이 아니라, 귤이나 능금은 엄두도 못 낸다. 시골버스를 탄다. 드디어 호젓하다. 《반갑다, 논리야》가 다시 나왔다고 한다. 1992년에 처음 나왔는데, 그무렵은 떠올리기만 해도 끔찍하다. 배움불굿이 새로 퍼지던 물결에 발맞춘, 그러니까 “입시지옥이 ‘학력고사’에서 ‘본고사’로 바뀔 즈음 틈새를 노리고 나온 끔찍한 ‘논술교재’”로 널리 팔린 《논리야》 석 자락이다. 또래들은 이 책을 많이 사서 읽더라. “너도 이 책 봐. 재미있어!” 하는 동무한테, “야, 스스로 길을 찾고 말하지 않으면 무슨 논리가 있니? 논리·논술이 두려운 사람한테 장사하는 책일 뿐이야!” 하고 잘라말했다. 쓸쓸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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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9.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

 재키 아주아 크레이머 글·신디 더비 그림/박소연 옮김, 달리, 2020.10.20.



밤 한 시에 일어나서 글살림을 추스르고 짐을 꾸린다. 가랑비가 내린다. 책짐을 조금 우리 책숲으로 옮기고서 07:05 시골버스를 타고서 고흥읍으로 간다. 07:50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오늘 따라 늦다. 부산 건너가는 시외버스를 놓친다. 부랴부랴 칙폭나루로 옮긴다. 부산 부전역에 12:23에 내린다. 내리자마자 떠나는 동해선을 보며 20분 더 기다린다. 안락동 〈스테레오북스〉에 들른다. 이윽고 부산 시내버스로 서면을 거쳐 중앙동으로 건너가서 〈곳간〉에 닿는다. 곧 새로 낼 《우리말꽃》을 마지막으로 다듬는 이야기를 편다. 이윽고 19시부터 ‘살림씨앗, 함께 쓰는 우리말 살림사전’ 모임을 한다.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를 돌아본다. 어떤 이는 어린이한테 죽음이 무엇인가를 들려주기 어렵다고 밀하지만, 스스로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못 들려줄 뿐이다. 죽음은 생채기나 멍울일 수 없고, 어둠이나 싫음도 아니다. 몸뚱이를 고스란히 흙한테 돌려주고서, 넋이 새빛으로 깨어나는 길이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꽃얘기 〈모아나〉는 죽음을 어질게 들려주었다. 모아나 할머니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났는가? 꿈을 그려서 얻는 새몸으로 가는 길이 죽음이기도 하다. 미움이나 불길은 죽음하고 먼, 그림자일 뿐이다.


#TheBoyandTheGorilia #JackieAzia Kram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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