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위정훈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전쟁무기는 평화를 싫어한다

[내 사랑 1000권] 29. 히로세 다카시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전쟁무기란 전쟁을 벌이면서 쓰는 무기입니다. 전쟁무기란 땅을 갈아서 곡식을 거둔다든지 나무를 돌보는 연장이 아닙니다. 전쟁무기는 아픈 사람을 고치거나 힘든 사람을 일으켜세우는 동무가 아닙니다.


  전쟁무기란 사람을 죽이려고 만든 녀석입니다. 전쟁무기로는 오직 사람이 사람을 죽일 뿐입니다. 탱크는 길을 망가뜨리고 숲을 무너뜨립니다. 총은 우리 몸을 꿰꿇거나 갈가리 찢습니다. 미사일이든 폭탄이든 마을이며 나라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구실을 합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전쟁무기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가르치거나 알린 적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를 거느려야 적군한테서 우리를 지킬 수 있다고만 가르치거나 알릴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적군이라 여기는 곳에서는 ‘우리한테 있는 전쟁무기를 들먹이’면서 그곳은 그곳 나름대로 ‘평화를 지키려고 전쟁무기를 만들어서 거느린다’고 밝혀요.


  히로세 다카시 님은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책에서 전쟁하고 전쟁무기란 무엇인가를 낱낱이 밝힙니다. 권력자하고 기업이 왜 손을 맞잡고서 전쟁무기를 만들어서 군대를 크게 거느리려 하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교과서에서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를 또박또박 들려주어요.


  왜 권력자는 전쟁을 바랄까요? 사람들이 전쟁에 미쳐야 그들 권력을 단단히 지킬 수 있어요. 왜 기업은 전쟁을 바랄까요? 사람들이 전쟁에 나서야 떼돈을 벌어들일 수 있어요. 우리는 왜 전쟁터에 싸울아비로 끌려가거나 스스로 나아갈까요? 권력자하고 기업하고 지식인하고 교사한테 속기도 하지만, 먹고살려는 뜻으로 함께 전쟁을 벌이곤 해요.


  처음부터 전쟁무기 아닌 낫이랑 호미에 돈을 들이면 가난할 사람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군대나 정치권력이나 기업 아닌 마을에 돈이 흐르도록 하면 배곯을 사람이 없습니다. 전쟁무기하고 군대는 평화를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2018.2.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진 여우 씨 동화는 내 친구 48
로알드 달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퀸틴 블레이크 그림 / 논장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아 우리는 할 수 있단다

[내 사랑 1000권] 26. 로알드 달 《멋진 여우 씨》



  로알드 달 님이 《멋진 여우 씨》라는 어린이문학을 쓴 줄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먼저 영화를 보았어요. 영화를 보고 한참 뒤에 생각했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글로 영화를 찍었다면, 글이 있겠구나 하고요. 아주 마땅한 노릇이지만 영화를 한참 보고 자꾸 볼 적에는 이를 못 깨달았어요.


  한국말로는 2007년에 처음 나왔고 2017년에 새판으로 나옵니다. 영화만큼 사랑받지는 못하는구나 싶은데, 어린이문학 《멋진 여우 씨》에는 어버이 여우하고 아이 여우가 서로 어떻게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잘 그립니다. 이와 맞물려서 ‘살림을 안 짓고 제 밥그릇만 따지는 어른 사람’들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어리석은가를 재미나게 견주어서 보여주어요.


  어른 사람은 그저 먹고 마시고 싸우고 총을 들 뿐입니다. 어버이 여우는 어떻게 하면 슬기롭고 즐겁게 살림을 지으면서 이를 아이들한테 물려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어른 사람은 이웃하고 나누려는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으나, 어버이 여우는 이웃하고 함께 지낼 너른 숲을 꿈꾸어요.


  아이 여우가 오랫동안 굴을 파다가 드디어 먹잇감을 찾아냈을 적에 어버이 여우는 아이들을 가볍게 타일러요. 오랫동안 못 먹은 몸에 고기(밥)를 섣불리 넣으면 안 된다고, 물부터 가볍게 축이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이지요.


  글로 쓴 《멋진 여우 씨》를 읽으면 이러한 대목을 낱낱이 짚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살리지 않았어요. 영화는 아무래도 ‘보는 재미’에 맞추어 ‘더 멋진 그림’을 살리려 했어요. 이와 달리 글은 ‘마음으로 그리는 기쁨’에 맞추더군요.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읽어낼는지 나중에 알아챌는지 알 수는 없어요. 다만 슬기로운 길을 걸어가려고 하는 어버이 여우 마음을 찬찬히 읽고 느끼리라 봅니다. 아름다운 글이란 찬찬히 스미기 마련이에요. 사랑스러운 살림이란 시나브로 퍼지기 마련이에요. 어릴 적에 기숙학교에서 받은 끔찍한 괴롭힘을 오히려 너른 사랑으로 품은 로알드 달 님 작품은 참 따뜻합니다. 2018.1.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살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 옥이 - 이원수 동화집 창비아동문고 1
이원수 지음, 이만익 그림 / 창비 / 200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도 전태일을 벙긋하지 못한 그때

[내 사랑 1000권] 28. 이원수 《꼬마 옥이》



  1970년 가을 뒤, 아무도 섣불리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벙긋하지 못할 적에 뜻밖에 어린이문학에서 전태일 님을 기리는, 아니 전태일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난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글이 태어납니다. 박정희가 무섭고, 박정희 곁에서 사랑받는 윤석중이 두려워, 다들 벌벌 떨면서 눈치를 살피던 때인데, 이원수 님은 씩씩하게 〈불새의 춤〉이라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불새의 춤〉은 매우 짧습니다. 아마 더 길게 그리기 어려웠으리라 봅니다. 더 길게 그렸다가는 아무리 이원수 님이라고 하더라도 군사독재 총부림에 조용히 스러져 버렸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오늘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떳떳이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도 찍을 수 있고, 만화도 그릴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린이문학이나 어른문학으로 꽃피울 수 있기도 하며, 전태일문학상까지 있어요.


  그런데 이원수 님은 일제강점기 끝무렵에 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일으킨 독서회 사건으로 늘 형사가 쫓아다닌 바람에 가난하게 살아야 하던 힘든 수렁에서 친일시를 썼어요. 그렇다고 해방 뒤에 이를 털어놓지 못합니다. 해방 뒤에 갈갈이 찢긴 나라에서 어린이문학을 새롭게 일구는 길에 온힘을 쏟으며 말없는 말로 뉘우치는 몸짓이었다고 할까요.


  동심천사주의에 물들지 않고, 반공문학에 길들지 않으며, 입시교육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은 몇 안 되는 어린이문학가인 이원수 님이 쓴 동화를 모은 《꼬마 옥이》는 이녁 스스로 더 씩씩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밝히면서 이 나라 아이들이 새롭게 일어서며 참말로 당차게 가슴을 펴기를 바란 작은 씨앗이지 싶습니다. 씨앗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 이원수 님이라고 하겠지요.


  꼬마 옥이가, 불새가, 바둑이가, 은이가, 희수가, 바로 새로운 꽃이며 길이고 노래입니다. 우리는 옛어른이 남긴 발자국을 가만히 짚어 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습니다. 2018.1.1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삶)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부른다 창비아동문고 63
이원수 지음, 이상권 그림 / 창비 / 197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래꾸러미이자 사랑꾸러미

[내 사랑 1000권] 25. 이원수 《너를 부른다》



  누가 저한테 온누리 시집 가운데 꼭 한 권만 건사할 수 있다면 어느 책을 가슴에 품겠느냐고 묻는다면 아주 쉽게 하나를 밝힙니다. 저한테는 이원수 님 동시집 《너를 부른다》입니다. 윤동주도 김소월도 백석도 아닌, 김남주도 고정희도 신동엽도 아닌, 이원수라는 분이 일군 노랫말은 예나 이제나 온누리 어린이 벗님하고 어른 벗님한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을 잘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너를 부른다》를 너르게 품으면서 새롭게 거듭날 시집을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너를 부른다》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시집을 쓸 수 있을까요?


  다만 저는 《너를 부른다》를 곧이곧대로 읽거나 읊지는 않습니다. 이 동시집 곳곳에 살짝 끼어든 일본 말씨는 가만히 걷어내어 읽거나 읊습니다. 이를테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이 되어요”로 손질한다든지 “파란 하늘 밑에 파란 잔디밭”을 “파란 하늘 밑에 푸른 잔디밭”으로 손질한다든지 “기뻐 뛰는 가운데서도”를 “기뻐 뛰면서도”로 손질한다든지, “열매 속에 들어가선”은 “열매에 들어가서”로 손질하고, “입을 맞춰 주고 있네”를 “입을 맞춰 주네”로 손질합니다.


  몇 군데를 손질하면서 읽거나 읊고 싶은 마음이란, 이 노랫말을 참말로 삶을 사랑하는 노래로 여기려는 마음입니다. 늘 부르려는 노래이기에 한 올 두 올 손질해서 아이들하고 함께 불러요. 언제나 노래하려는 말이기에 석 올 넉 올 기쁘게 받아들여서 마음에 삭입니다.


  한겨울에는 씩씩하게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단출한 시집입니다. 한여름에는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상냥한 시집입니다. 한가을에는 일하는 아이들을 그리는 야무진 시집이요, 한봄에는 꽃송이 따면서 어깨동무하는 아이들을 그리는 사랑 어린 시집입니다. 참말로 시집 하나란 노래꾸러미입니다. 참으로 시집 하나는 사랑꾸러미입니다. 2018.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녁뜸의 거리
코노 후미요 지음, 홍성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북새통에도 살림을 가꾸는 사람들

[내 사랑 1000권] 24. 코노 후미요 《저녁뜸의 거리》



  1968년에 태어난 사람인데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치른다면서 나라도 마을도 억누르던 모습을 또렷하게 그릴 뿐 아니라, 이 전쟁이 무슨 뜻이었는가를 부드러이 밝히기도 하고, 그 북새통에 아프면서 고단하게 살아가던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를 고즈넉히 밝힌다면?


  만화영화로도 나온 《이 세상의 한구석에》라는 작품이 예전에 본 만화결하고 매우 비슷하다고 느껴서 문득 찾아보다가 ‘아!’ 하고 놀랍니다. 한국말로 2005년에 나온 《저녁뜸의 거리》라는 만화책을 그린 분이 선보인 작품이 요즈막에 새로 나왔군요. 2005년에 한국말로 나온 만화책에는 ‘고노 후미요’라는 이름이었고, 2017년에 한국말로 나온 만화책에는 ‘코노 후미요’라는 이름입니다. 일본말 ‘こ’는 ‘코’로 읽어야 맞으니 2005년에 한국말로 옮긴 출판사는 잘못 적은 셈이네요.


  만화영화로 나온 새 작품을 보면서도 느끼는데요, 예전에 《저녁뜸의 거리》를 볼 적에 이렇게 삶을 작고 낮은 자리에서 바라볼 줄 아는 눈길이 더없이 상냥하면서 곱구나 싶었습니다. 인문이나 역사라는 대단한 이름을 안 붙이더라도 좋습니다.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 사람이 어떤 살림을 지었는지 찬찬히 보여주어도 됩니다. 공장에 끌려가 총알이며 항공모함이며 총을 만들어야 한 사람이 어떤 밥을 먹으며 보금자리를 가꾸었는지 가만히 보여주어도 됩니다.


  우리는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거나 적을 수 있을까요? 지난날 우리 살림살이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살림살이를 어떻게 그리거나 적을 만할까요? 어정쩡하게 옛생각에 잠기기만 하는 그림이나 글이 아닌,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서 즐겁게 살림꽃을 지피려고 하는 사람들이 웃고 울며 어깨동무하던 숨결을 어떤 그림이나 글로 담을 만할까요?


  저기 저 너머에 사는 작은 이웃이 넌지시 말을 겁니다. 여기 이곳에 사는 낮은 이웃이 가만히 글월을 띄웁니다. 저기 저 너머 작은 이웃이 살며시 노래를 부릅니다. 여기 이곳 낮은 이웃이 고즈넉히 단잠에 듭니다. 2017.12.30.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