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2.17.

나는 말꽃이다 114 신문·방송



  《보리 국어사전》을 한창 여미던 2001년 어느 날, 펴냄터 지기님이 ‘신문’을 자꾸 보면 ‘사건·사고’를 놓고 자꾸 아웅다웅하면서 ‘좋고나쁨·옳고그름’으로 쪼개는 버릇이 들기 쉽다면서, ‘글’을 가려서 읽고 보기글을 뽑으면 어떻겠느냐고 얘기했습니다. 이날 저녁에 책집마실을 하면서 ‘신문에 나오는 글’을 한참 돌아봤습니다. 한자말 ‘신문(新聞)’을 우리말로 옮기면 ‘새뜸’입니다. 새롭게 띄우거나 뜨는 길을 ‘새뜸’으로 담은 얼개예요. 그러나 막상 새뜸(신문·방송)을 들여다보면 으레 ‘서울에서 왁자지껄하는 일(사건·사고)’투성이입니다. 온나라를 고루 살피지 않아요. 더구나 새뜸글(신문기사)은 우리말씨하고 먼, 일본말씨나 옮김말씨가 가득합니다. 책도 새뜸도 바깥말씨가 너울대기에 사람들은 우리말씨를 더 잊으며 잃기까지 합니다. 낱말풀이는 ‘옳은 풀이·좋은 풀이’일 수 없습니다. 둘레 목소리를 느끼되, 삶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이라는 숨결을 바라보면서 담을 줄 알아야 합니다. 겉모습(현상·사실)을 담는 낱말풀이가 아닌 속빛(진실·대안)을 밝혀서 담을 낱말풀이입니다. ‘말·삶·넋’을 새로 틔우자면, 온마을과 온마음을 읽고서 고르게 풀어놓아야지요. ‘참새뜸’은 ‘마을빛’과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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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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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2.7.

나는 말꽃이다 113 저작권



  낱말풀이에도 ‘지음몫(저작권)’이 있을까요? 다른 낱말책을 베끼거나 짜깁기를 했다면 ‘지음몫’이 있다고 하기에 부끄럽습니다. 여러 낱말책을 두루 배우면서 새롭게 낱말풀이를 할 적에는 비로소 ‘지음몫’이 있다고 살며시 말할 만합니다. 그런데 말꽃지기(사전편찬자)는 사람들한테 지음몫을 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낱말책을 즐겁게 널리 읽으면서 저마다 스스로 말빛을 새롭게 살찌우고 가꾸어서 ‘새말을 신나게 펼쳐 보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이 낱말책을 곁에 두면서 새말로 이야기꽃을 피우면, 말꽃지기는 ‘사람들이 즐겁게 살려쓴 우리말씨’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낱말책을 새록새록 가꿀 수 있어요. ㅊ에서 책을 내놓은 ㅅ님은 ㅊ이 저지른 ‘지음몫 짓밟기(저작권 침해)’를 놓고서 꽤 길게 눈물글을 띄웠습니다. ㅁ님이 마당(연극무대)에 몰래 올린 짓을 ㅊ이 뒤늦게 알았다지만 막상 글쓴이 ㅅ님한테 안 알렸다지요. 즐겁게 읽은 글·책·낱말풀이를 바탕으로 새빛(새 문화예술)을 펼 수 있습니다만, 첫길을 새롭게 일구어 선보인 지음이(작가·창작자·집필자)가 없다면 아무 새빛을 못 짓게 마련입니다. 베껴쓰기·몰래쓰기·훔쳐쓰기로는 스스로 수렁에 잠길 뿐이에요. 즐겁게 배우고 고맙게 지음몫을 치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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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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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2 미움



  나쁜말이나 좋은말이 있다고 여기면 뜻풀이가 어긋납니다. 어느 말은 좋은말이라 좋게 풀이하고, 어느 말은 나쁜말이라 나쁘게 풀이한다면, 그만 낱말을 낱말대로 바라보는 눈길이 아닌, 치우치거나 비틀린 마음으로 이끌고 말아요. ‘좋다·나쁘다’를 나타내는 낱말은 있되, 낱말로만 놓고 보면 “나쁜말도 좋은말도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좋게 품으면서 쓰는 낱말”하고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서 쓰는 낱말”이 있습니다. 때·곳·자리·흐름·마음·삶에 따라 “어떤 마음을 어떻게 그리느냐”를 헤아려야 비로소 뜻풀이를 차분하게 다스리면서 말빛을 북돋웁니다. 낱말책을 엮는 일꾼뿐 아니라, 낱말책을 읽는 사람 스스로 “이 말은 좋잖아? 이 말은 나쁘잖아?” 하고 섣불리 금을 긋는다면, 그만 우리 삶을 좋거나 나쁘게 가르면서 미움(증오)을 퍼뜨리기 쉽습니다. 미움은 늘 미움을 새로 낳고, 금긋기도 늘 금긋기를 새로 낳아요. 낱말풀이는 “낱말하고 얽힌 삶결을 헤아려서 고스란히 옮기는 길”로 갈 노릇입니다. “낱말에 담은 삶빛을 살펴서 그대로 적는 길”로 가야지요. ‘싸움·때리다·죽이다·놈·년’은 나쁜말도 좋은말도 아닙니다. 이런 낱말에 어떤 삶을 왜 어떻게 담으며 썼는가를 밝히면서 새길을 이끌 낱말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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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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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1 취재



  글을 쓰거나 책을 내기 앞서, 흔히들 ‘취재·사전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둘 다 안 할 노릇이라고 말합니다. “취재(取材) : 작품이나 기사에 필요한 재료나 제재(題材)를 조사하여 얻음”이요, ‘사전조사(事前調査) : 표본 조사를 행하기 이전에 소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하는 예비 조사”입니다. ‘취재·사전조사’는 잘못 쓰거나 틀리게 쓰거나 치우쳐 쓰지 않도록 살피는 일로 여기지만, 막상 이 두 가지는 ‘삶·살림·사랑·숲’을 담아내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글을 쓰든 책을 내든 ‘스스로 살아낼’ 노릇입니다. ‘취재·사전조사’는 ‘구경꾼 눈길’이거든요. 너랑 나는 딴나라에서 산다는 마음이기에 ‘취재·사전조사’로는 ‘이웃이 살아가며 살림하고 사랑하는 숲이란 보금자리’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가지 않습니다. 숱한 글(문학·기사)은 글쓴이 삶이나 오늘이 아닌, 구경꾼으로 어쩌다가 들여다본 남들 이야기에 그칩니다. 낱말책은 더더욱 살아내고 살림하며 사랑할 노릇입니다. 아기랑 살지 않고서 ‘아기’란 낱말을 어떻게 풀이할까요? ‘이웃’이 아니고서 어떻게 이 낱말을 다룰까요? 사랑을 하지 않고서 ‘사랑’을 풀이하지 못합니다. 구경꾼 눈길로는 겉훑기조차 허술하며 속은 아예 못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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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0 사그락



  먹물을 묻히는 붓을 쥐면 스윽스윽 부드러이 번지는 소리가 싱그러이 감도는 이야기로 태어납니다. 까만 돌가루를 길게 뭉쳐 나무로 품은 붓을 쥐면 사각사각 사그락사그락 가볍게 퍼지는 소리가 푸르게 맴도는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붓은 나무를 바탕으로 털빛이나 돌빛을 품습니다. 종이는 나무가 우거진 숲빛을 푸르게 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 한 줄에는 여러 빛살이 어우러집니다. 때로는 서둘러야 해서 후다닥 쓰면서 씽씽 센바람을 맞이합니다. 때로는 느긋하면서 조용히 쓰면서 산들바람이며 봄바람을 맞아들입니다. 스윽스윽 글소리로 하루를 다독입니다. 사각사각 사그락사그락 글소리로 오늘을 달랩니다. 호미로 홈을 파듯 톡톡 쪼는 손길에서는 살림을 여는 소리가 구슬땀에 맺힌 즐거운 이야기로 돋아납니다. 도마를 놓고 부엌칼을 통통통 놀리노라면 밥차림으로 잇는 가벼운 소리가 신나는 노랫가락으로 거듭나면서 넉넉한 이야기로 자라납니다. 우리말은 소리말(의성어)하고 몸짓말(의태어)이 수두룩합니다. 낱말풀이를 할 적에 소리말하고 몸짓말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나, 어쩐지 즐겁습니다. 글을 쓰고 말을 나눌 적에 우리말빛을 살리는 소리말하고 몸짓말을 푸짐히 엮으면 한결 멋스러우면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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