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19 겉속



  글쓰기는 쉽습니다. 쉽다고 생각할 일조차 없이 그냥 하면 넉넉합니다. 누구나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결이 고스란히 글로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에 언제나 다 다르게 살아가고, 이 다 다른 삶이 다 다른 글로 태어나게 마련이기에, 남 눈치를 안 보고서 스스로 마음속을 바라본다면 눈부신 글밭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랑 놀다가 글을 쓰면 됩니다. 아이라면 신나게 놀다가 글을 쓰면 됩니다. 어른이라면 집안일을 하다가 글을 써요. 자전거를 타다가, 두 다리로 걷다가 글을 써요. 풀벌레랑 수다를 떨다가, 나무를 쓰다듬다가, 꽃송이한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 눈을 감다가 글을 써요. 비를 맞다가, 바람을 마시다가, 햇볕을 쬐다가 문득 쓰면 모두 글입니다. 꾸미거나 치레하지 맙시다. 덧바르거나 따오지 맙시다. 스스로 살아가는 속마음을 그대로 씁시다. 겉모습·눈치를 살피면 겉글(겉치레 글쓰기)이 됩니다. 속마음·사랑을 생각하면 속글(스스로 마음을 사랑하는 글)이 돼요. 낱말책은 겉글 아닌 속글입니다. 낱말뜻을 제대로 풀이해서 서로 제대로 알아차리도록 하려면 뜻풀이나 보기글을 꾸며낼 수 없습니다. 꾸밈없이·그대로·삶으로 쓰는 글을 그러모아서 뜻풀이랑 보기글을 싣는 낱말책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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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30.

나는 말꽃이다 118 뜻풀이는 뜻풀이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고서 일을 맡는 사람은 누구한테서도 돈이나 살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지요. 어려운 말로는 ‘청탁방지법’이 있고, 쉽게 말하자면 “안 받기”입니다. 밥 한 그릇을 사주든, 붓 한 자루를 사주든, 길삯 얼마를 내주든, 주전부리나 빵 한 조각을 사주든, 모두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이를 열 살에 처음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긴 동무가 ‘어린배움터 지기뽑기(국민학교 반장선거)’에 나오면서 ‘30센티미터 자’에 이름을 새겨서 돌리더군요. 이 아이는 지기(반장)에 뽑혔습니다. ‘고작 자’ 하나라지만, 가난한 동무들한테 제법 큰 뒷돈(부정청탁)을 한 셈이에요. 책느낌글(서평)을 쓰는 사람한테 책 한 자락도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책을 보내주니 잘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거든요. 제아무리 이름난 글님이 여쭈는 책이더라도 오직 알맹이·이야기·속내만 읽고서 ‘고르고 바르게 느낌글을 쓴다’면, ‘좋게 봐주기(주례사서평)’를 바란 이는 짜증내거나 싫어할 만합니다. 뜻풀이는 어떨까요? 어느 낱말은 ‘좋게 뜻풀이를 하’고, 어느 낱말은 ‘나쁘게 뜻풀이를 해’도 되겠습니까? 모든 낱말을 그저 ‘사랑으로 보는 눈을 바탕으로 말뜻을 고스란히 풀어’야 뜻풀이다운 뜻풀이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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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29.

나는 말꽃이다 117 쓰기



  풀꽃도 움직이고 돌바위도 움직입니다. 풀꽃도 생각하고 돌바위도 생각합니다. 사람만 움직이거나 생각한다고 여기면 그만 스스로 갇혀서 쳇바퀴를 돌다가 이웃을 얕보거나 깎아내립니다. 남이 쓰거나 해놓은 글을 읽기만 하면 ‘나’를 놓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쓰거나 해놓거나 지으면, 좀 엉성하거나 어설퍼 보이더라도 스스로 환하고 스스로 즐거워서 스스로 새롭습니다. 낱말책을 엮는 사람은 ‘똑똑하거나 훌륭하거나 잘나’지 않습니다. 그저 스스로 낱말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스스로 뜻풀이를 붙여 보고 소리내어 읽어 보면서 아이나 시골사람한테 ‘낱말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남(여느 사전)한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생각을 기울여서 낱말을 바라보고 살펴서 풀어내 본다’면 여태까지 흐릿하게 가린 어둠을 걷어낼 만합니다. 해가 떠야만 빛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틔워야 햇살이든 별빛이든 꽃빛이든 스며듭니다. 스스로 마음을 열고 바라보아야 웃음이 터지고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곳에 붙는 이름을 스스로 생각해 봐요. 스스로 사랑으로 바라봐요. 스스로 먹고 씻고 치우듯, 스스로 생각을 쓰고 마음을 쓰고 이야기를 써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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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6 것



  우리말에 ‘것’이 있습니다만, 말끝에는 따로 붙이지 않습니다. “이것 뭐야?”나 “낯선 것이 있어.”처럼 씁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가 아닌 “궁금하면 물어봐”처럼 써야 우리말씨예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는 거예요.”가 아닌 “엄마가 기뻐하도록 태어나요.”처럼 쓰기에 우리말씨입니다. “젖소한테서 짠 거지.”는 “젖소한테서 짜지.”처럼 손봅니다. ‘거·것’을 말끝에 함부로 붙이면 말글이 늘어지고 턱턱 막힙니다. 일본이 총칼로 이 땅에 쳐들어오면서 싸움말씨(전쟁용어)가 확 번졌고, 싸움판(군대)에서는 ‘-다·-까’로 말끝을 맺으라고 시키는데, 여기에 ‘것’을 참 자주 써요. ‘거·것’을 쓸수록 딱딱말씨로 뒤틀리면서 아이들이 우리말을 익히는 길을 가로막는다고 할 만합니다. “열매는 풀이 만든 거네?”처럼 길게 늘일 까닭이 없이 “열매를 풀이 지었네?”로 맺을 노릇입니다. 이렇게 써야 소리내기에 부드럽고 단출해요. 아직 잘 모르기에 “잘 모르는 것”처럼 쓰는 분이 있습니다만 우리말씨로는 “잘 모르는”이나 “잘 모른다”로 끊어야 어울려요. 우리가 고요하면서 참하게 우리 살림을 잇는 나날이라면 얄궂은 말씨가 안 스밉니다. 얄궂은 자취를 톺으면 으레 얄궂은 말씨가 튀어나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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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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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5 주의자



  둘레에서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가슴(마음)이 없고, 늙어서도 사회주의라면 머리(생각)가 없다”는 말을 할 적마다 ‘사회주의자’가 아닌 ‘주의자’라는 말씨를 짚어 봅니다. 영어 ‘-ist’를 일본사람은 한자말 ‘주의자(主義者)’로 옮겼는데, ‘이즘·주의’하고 ‘이스트·주의자’는 “어느 길 하나만 옳다고 여기거나 따르는 모습·몸짓”입니다. 이른바 ‘바라기(팬클럽)’예요. 스스로 바라거나 바라보는 하나만 좋다고 따르는 모습·몸짓이라, ‘바라기·팬클럽 = 이스트·주의자’입니다. 어느 하나만 옳다고 바라거나 바라보기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젊은이입니다. 어느 하나만 옳다고 바라거나 바라보기에 꼰대로 꼬부라진 늙은이입니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외곬이라면, 생각이 안 트이고 마음을 안 열어요. 다투거나 싸우거나 금긋기를 합니다. 젊든 늙든, 아이나 어른 누구라도, 온누리를 고루 보며 두루 읽을 줄 알아야 ‘사람’이라고 봅니다. 어느 하나를 좋아할 수는 있되, 되도록 좋아함보다는 사랑으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사랑이란, 스스로 맑고 곱게 피어나는 빛살입니다. 고이거나 갇혔기에 말썽이에요. 틔우거나 열어 사랑으로 가면 스스럼없이 빛납니다. 오직 사랑으로 바라보는 마음일 적에 말을 다룰 만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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