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39 징검다리



  말은 너랑 나를 잇습니다. 서로 생각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하는 말입니다. 말을 안 하더라도 눈짓이나 눈빛으로, 또 손짓이나 손빛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요. 눈짓·눈빛·손짓·손빛으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리고 더 또렷하게 마음을 나누고 싶기에, ‘말’을 하기 마련입니다. 수줍거나 여린 탓에 말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글’로 마음을 나타낼 수 있어요. 말글이란 징검다리입니다. 둘 사이에 마음이 흐르도록 거드는 징검다리가 말글이요, 이 말글에 마음을 제대로 싣거나 찬찬히 얹거나 즐거이 담거나 넉넉히 옮기거나 사랑으로 펴도록 북돋우는 말꽃입니다. 징검다리는 앞에 나서지 않아요. 조용히 뒷받침을 합니다. 징검다리는 돋보이는 곳에 있지 않아요. 가만히 밑자리를 든든하게 지킵니다. 어떤 마음이든 그려서 나타낼 수 있도록 말꽃을 엮습니다. 어떤 마음이든 참빛이라는 사랑으로 담아내어 서로서로 흐르는 바탕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꽃을 꾸립니다. 이쪽에서 들려주는 말이 저쪽에 제대로 닿도록 돕습니다. 저쪽에서 풀어놓을 말이 이쪽에 오롯이 오도록 거듭니다. 징검다리는 여럿이면 더 좋습니다. 이 냇물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있고, 저 냇물을 지나는 징검다리가 있어요. 마을마다 다르고 터전마다 다른 징검다리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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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8 멋말



  말꽃은 멋을 부리지 않고, 멋을 부릴 수 없으며, 멋으로 가지 않습니다. 말꽃은 오직 맛을 헤아리고, 맛을 밝히며, 맛스러운 길을 갑니다. 고작 ㅏ하고 ㅓ가 다른 ‘맛·멋’인데, 말꽃은 겉으로 예쁘거나 좋아 보이도록 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말꽃은 속으로 든든하면서 새롭게 피어나도록 북돋운다는 뜻입니다. 말풀이를 멋스럽게 꾸미지 않습니다. 더 이름난 사람이 쓴 보기글을 싣지 않습니다. 더 훌륭하다는 보기글을 따오지 않습니다. 굳이 글꽃(문학)에서 보기글을 따지 않습니다. 풀이말은 어느 쪽에도 안 서도록 새로 지어서 붙이기 마련인 말꽃인데, ‘삶을 짓는 기쁨’하고 ‘살림을 노래하는 사랑’하고 ‘숲을 돌보는 손길’을 넌지시 깨달으면서 받아들이도록 가다듬습니다. 어떤 낱말이든 그 낱말이 태어나고 자라난 길을 비추기 마련이에요. 이 길을 말풀이하고 보기글에서 보여주되,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틀이 아닌, 앞으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새롭게 가꾸면서 숨을 빛내는 실마리를 스스로 찾도록, 부드럽고 상냥한 숨결을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멋말(멋부린 말)은 외려 멋없습니다. 겉치레 아닌 속가꿈하고 속사랑으로 말을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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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37 말맛



  모든 말은 삶자리에서 태어나기에, 더 낫거나 더 나쁜 말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태어날 뿐입니다.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쳐들어오던 때에는 총칼로 사람을 억누르던 말씨가 들어와서 퍼지고 새로 태어났어요.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면서 임금님이 중국글(한문)을 높이던 무렵에는 임금 곁에 있거나 임금을 따르던 벼슬아치는 중국글에 맞추어 새말을 자꾸 지었어요. 서로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판이라면 미움말이나 막말이 자꾸 태어납니다. 서로 돌보거나 사랑하는 자리라면 돌봄말이나 사랑말이 새록새록 태어나고요. 어느 말을 마주하든 말맛을 헤아립니다. 거칠거나 막된 말을 쓰는 사람한테서는 이이가 여태 겪거나 보내야 하던 거칠거나 막된 나날하고 얽힌 숨결을 읽습니다. 곱거나 포근한 말을 쓰는 사람한테서는 이이가 이제껏 삶을 곱거나 포근히 달래면서 가꾼 숨빛을 읽습니다. 우리말에 ‘윽박·호통’이 있고 ‘자랑·뻐기다’가 있습니다. 이런 낱말은 이러한 말이 태어난 삶자리가 어떤 넋이었는가를 알려줍니다. ‘슬픔’은 슬픈 삶을 알려주지요. ‘기쁨’은 기쁜 삶을 알려줍니다. 이쁘장하게 보이는 말은 속마음 아닌 겉모습을 꾸미는 삶을 알려줍니다. 저는 어디에서나 푸르게 노래하는 숲을 말맛에 담고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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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36 좌우당간



  즐겁게 쓸 적에 살아나는 말입니다. 즐겁게 쓰지 않으면 그만 외워야 해서 괴로운 말입니다. 일놀이도 이와 같습니다. 즐겁게 해야 신나는 일이요, 마음껏 펴야 재미난 놀이입니다. ‘좌우지간’ 같은 넉글한자를 ‘좌우당간’처럼 슬쩍 말결을 틀어서 쓰는 분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재미난 말놀이일 수 있으나, 더 헤아리면 ‘아무튼·어쨌든·그러니까·그래서·다시 말하면·뭐·글쎄’ 같은 우리 말씨를 밀어낸 셈입니다. 이런 우리 말씨를 ‘암튼·우짜든·그랑게·그란디·아따·무시기·글씨요’처럼 살몃살몃 말꼴을 틀어서 사투리로 쓸 만하고, 이런 준말이나 사투리를 즐겁고 알맞게 두루 쓰곤 합니다. ‘왜 이 말을 쓰기보다 저 말을 쓰라 하느냐?’ 하고 물을 수 있겠지요? ‘이 말 아닌 저 말’을 굳이 드는 까닭이라면, 어린이랑 할머니를 살피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바탕에 맞추어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듯 쉽고 부드러우면서 살뜰히 나눌 말씨로 추스른다면, 말맛이 살면서 사랑이 나란히 피어날 만하지 않을까요? 오랜 말씨를 새롭게 쓰면서 말결이 빛나고 새말이 태어나는 실마리를 얻기도 합니다. 이러는 사이에 말밑을 엮는 얼개를 넌지시 알아채고요. 따지고 보면 ‘굳이’가 아닌 ‘마음써서’ 손질하는 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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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35 무기질적



  요즈음 나도는 적잖은 말씨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입니다. 겉으로는 우리말처럼 들을 만하지만, 알맹이는 온통 일본 한자말이나 말씨예요. 이를테면 ‘무기물적’ 같은 낱말을 들 만합니다. ‘유기물·무기물’로 가르는데, 배움판에서는 ‘일본사람이 한자로 엮은 말씨’를 그냥 씁니다. 이 대목을 살펴볼게요. 일본 배움판은 ‘영어·독일말·프랑스말·라틴말로 적힌 배움말’을 ‘일본 터전에 맞추어 풀어내는 말씨’로 가다듬었어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를 짓밟을 적에 이 일본말이 너울처럼 들어왔고, 이때 이 배움말(학문용어)을 우리 터전에 맞추어 풀어내려고 애쓴 분이 너무 적습니다. 사슬(강점기)에서 풀려난 1945년 8월 뒤에도 매한가지예요. 어느 나라이든 때로는 바깥말로 배움말을 삼을 수 있습니다만, 배움판에서 쓰는 배움말이 온통 바깥말이라면 그 나라는 넋과 얼이 어떻게 흐를까요? ‘유기질·무기질’은 모두 숨결하고 얽힌 낱말인데, 일본에서는 ‘무기질 + 적(的)’이란 말씨로 ‘차갑다·메마르다·딱딱하다·죽은 듯하다’를 나타내곤 하더군요. 잘못 쓴 셈인데요, 이런 말씨가 우리나라에도 퍼졌습니다. 제때 제대로 생각을 담을 낱말을 가려써야지요. 낱말책은 ‘생각을 담는 말’을 추스를 길잡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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