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4 뉴스



  영어 ‘뉴스’를 ‘새소식’으로 고쳐쓰라고들 하는데 ‘소식’은 한자말입니다. ‘뉴스’를 제대로 고쳐쓰자면 ‘새얘기’나 ‘새말’쯤으로 적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이야기”라고 하는 ‘뉴스’이지만, 정작 속을 보면 하나도 새롭지 않은 얼거리에 줄거리라고 느껴요. 죽이고 죽는 줄거리, 속이고 다친 줄거리, 미움과 따돌림과 괴롭히는 못난짓이 춤추는 줄거리, 아프거나 튀틀린 줄거리, 다투거나 싸우는 줄거리가 가득한 ‘뉴스’예요. 이런 뉴스라면, 새롭게 살피거나 받아들일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을 새삼스레 옭아매면서 바보로 내모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새얘기·새말’이 아닌 ‘수렁얘기·굴레말’이라고 할까요. 이름은 ‘새로움(new)’이라지만 조금도 새롭지 않은 곳에 ‘새로움(new)’이라는 허울만 씌운다면,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겉으로만 내세우는 이름을 함부로 퍼뜨리지 않도록 다잡아야겠습니다. 오늘날 ‘뉴스’는 ‘궂긴일’이라 할 만합니다. 또는 ‘슬픈일·아픈일’이라 하겠지요. 낱말책은 뜻풀이만 다는 꾸러미가 아닙니다. 참뜻하고 제뜻하고 속뜻을 고스란히 살펴서 제대로 밝히는 꾸러미입니다. 허울좋게 겉치레로 붙인 이름을 파헤쳐 민낯을 드러내어 슬기롭게 바라보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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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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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3 기대다



  낱말책은 엮는이 혼자 쓰는 말이 아닌, 온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을 두루 살피고 알맞게 추려서 쓰임새를 알리고 새길을 북돋우는 꾸러미입니다. 이런 얼거리라서 스스로 어떻게 말을 새로 엮느냐를 돌아보면서, 둘레에서 새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지켜보고, 오래도록 이어오는 말은 어떠한 숨빛인가를 헤아립니다. 스스로 엮은 낱말책을 끝없이 다시 살피면서 다른 사람이 엮은 낱말책을 늘 곁에 둡니다. 다만 기대지 않습니다. 스스로 예전에 갈무리를 마친 뜻풀이·보기글에 기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갈무리한 뜻풀이·보기글에 기대지 않아요. 기꺼이 배울 뿐입니다. 스스로 해놓은 보람을 새삼스레 배우고, 이웃 누구한테서나 반갑게 배우지요. 돌림앓이판을 지나면서 숱한 사람들은 미리맞기(백신)에 기대었습니다. 나라부터 앞장서서 미리맞기를 하라고 시키기는 했으되, 스스로 살림길을 돌아보는 매무새라면 스스로길(자가면역)을 헤아리면서 푸른숲을 품는 시골살림이나 숲살이로 나아가게 마련입니다. 남이 떠먹이는 밥이 아닌 스스로 떠먹는 밥이듯, 남이 해주는 살림이 아닌 스스로 짓는 삶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에 스스로 지은 말인 사투리처럼, 우리는 남한테 안 기대고 스스로 사랑할 적에 말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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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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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2 남북한



  경상말하고 전라말을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습니다. 뿌리는 하나여도 살림새가 다르기에 경상말하고 전라말은 ‘비슷하되 다릅’니다. 경상말에서 청도말하고 진주말도 매한가지예요. ‘비슷한 경상말’이되 ‘다른 경상말’이에요. 전라말에서 ‘전라남도말’하고 ‘전라북도말’도 매한가지이지요. ‘전주말’하고 ‘순천말’은 ‘비슷하되 다릅’니다. 남녘하고 북녘도 뿌리는 하나요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다른 말입니다. 남북녘을 아우르는 낱말책을 크게 하나로 엮어내려 한다면 무척 뜻깊을 테지만,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느낍니다. 삶·살림이 다르니 고장말이 다릅니다. 남녘하고 북녘은 날씨도 땅도 살림결이 확 벌어져서 말도 제법 벌어졌어요. 억지로 뭉뚱그릴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적기(표기법)조차 다른걸요. 띄어쓰기에 ㄱㄴㄷ(차례/어순)까지 다른 ‘한겨레 두나라’입니다. ‘거위·게사니’처럼 소리는 같아도 쓰임새가 확 다른 낱말도 있어요. 남북녘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 하기보다는, 서로서로 쓰는 말결을 새롭게 살피고 배우도록 따로 여민 낱말책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길을 찾아야 슬기롭겠다고 봅니다. 사투리부터 고장마다 다른데, 나라하고 살림결이 다른 두 말은 저마다 알뜰살뜰 가꿀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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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3.4.

나는 말꽃이다 131 세밀화



  2001년에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이 되어 말꽃짓기를 처음부터 새로 하면서 ‘그림 맡기기’를 미리 챙겼습니다. 어린이한테 뜻풀이로만 낱말을 알려주기 어려울 적에는 그림을 붙여야 하는데 어떤 꼼꼼그림(세밀화)을 살펴야 하는가를 놓고 한참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꼼꼼하게 담은 그림도 이따금 넣어야 할 테지만, ‘낱말책은 해부도감이 아니’기에, ‘풀꽃나무나 살림살이나 목숨붙이’를 ‘낱낱이 뜯는’ 그림은 안 싣기로 했고, 그림님(화가)한테 이 대목을 잘 여쭈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세밀화’는 일본말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꼼꼼·낱낱·찬찬’으로 지을 만합니다. 때로는 꼼꼼히, 때로는 낱낱이, 때로는 찬찬히 담아낼 노릇입니다. 다만, 뜻풀이도 그림도 ‘과학’이라는 눈이 아닌 ‘숨결(생명)’을 담는 눈길일 노릇입니다. 풀은 왜 풀이고 나무는 왜 나무인가를 바라보아야지요. 먼 옛날 모든 살림을 손수 지은 사람들이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만나는 살림길에 지은 수수한 이름에 깃든 넋을 읽어야 뜻풀이도 그림도 어린이가 물려받아 새롭게 가꿀 사랑길로 잇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해파리한테는 머리와 골(뇌)이 어디일까요? 다 다른 숨결을 다 달리 읽어야 다 다른 말을 보고 듣고 익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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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0 스승



  흔히 “어른은 가르치는 사람, 아이는 배우는 사람”처럼 여기지만,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어른은 배우는 사람, 아이는 사랑받는 사람”일 테고,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우는 사람, 아이는 어른한테서 사랑받는 사람”이기에 서로 반가이 어우러지면서 환하게 피어나는 사이로 지내는구나 싶습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낳기’로 가르는 이름입니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아버지한테는 ‘어버이’란 이름을 나란히 얻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았어도 아직 ‘어른’이라고는 안 하지요. 철이 들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여덟 살이나 열두 살이어도 철빛을 고이 품으면 어른입니다. 어른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나아가며 철을 읽고 삶을 깨닫고 살림을 짓는 사람입니다. 어른이기에 ‘길잡이·이슬받이’ 같은 몸짓일 만하고 ‘스승’이 될 때가 있어요. 우리말 ‘스승’은 ‘스님’하고도 맞물리는데, ‘슬기로운 님’입니다. ‘슬기’란 스스로 보고 느끼면서 알아차리는 빛입니다. ‘스승·스님 = 스스로 사랑빛·삶빛·살림빛’이라 하겠습니다. 스승은, 길을 짚거나 알려주기는 하되, 새길을 스스로 나아갈 뿐입니다. 잡아끌거나 떠밀지 않아요. 누구나 스스로 새길을 지으며 누리도록 몸소 보여주는 스승이요 어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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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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