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

곁말 87 고명아들



  머리에 짐을 얹습니다. 물을 끼얹습니다. ‘얹다’라 할 적에는 어느 곳에 올려놓는다는 뜻입니다. 올려놓기에 ‘얹다’라면, 맞이하기에 ‘얻다’입니다. 설날 떡국을 비롯해, 뜻있는 자리에는 ‘고명’을 놓습니다. 돋보이거나 빛나도록 꾸미는 먹을거리인 ‘고명’이요, 예부터 매우 반가이 맞이하는 딸아이한테 ‘고명딸’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들을 그토록 높이던 옛사람이라지만, 막상 아들한테는 ‘고명아들’이라 안 했더군요. 얼핏 보면 ‘고명 = 꾸미는 먹을거리’이지만, 속속들이 보면 ‘고명 = 높이 놓아 돋보이면서 빛나도록 이끄는 먹을거리’입니다. 아들은 아무리 많아도 집안이 빛나지 못 하지만, 이 북새통에 딸을 얻을(얹을) 수 있어서 온집안이 환하면서 즐겁다는 뜻으로 ‘고명딸’이라 했구나 싶습니다. 오늘날 아들(사내·돌이)이 스스로 집안을 밝히고 즐거이 북돋우는 숨결로 거듭난다면, 딸이 많은 곳에 반가이 찾아온 외아들도 ‘고명아들’이 될 만하지요. 딸아들은 저마다 집집에 새숨을 불어넣는 빛살입니다. 고명따님이고 고명아드님입니다. 그리고 ‘고명둥이’예요. 곱게 태어났습니다. 고즈넉하면서 곰곰이 하루를 빛내는 숨빛입니다. 고갱이 노릇입니다. 고루고루 퍼지는 사랑입니다.


고명아들 (고명 + 아들) : 딸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매우 반가우면서 곱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가리키는 이름. (= 고명아들아기·고명아드님. ← 독자獨子, 무매독자)


고명딸 (고명 + 딸) : 아들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매우 반가우면서 곱고 사랑스러운 딸을 가리키는 이름. (= 고명딸아기·고명따님. ← 독녀獨女, 무남독녀)


고명아이 (고명 + 아이) : 딸이나 아들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매우 반가우면서 곱고 사랑스러운 외아들이나 외딸을 가리키는 이름. (= 고명둥이·고명이. ← 독녀獨女, 독자獨子, 무남독녀, 무매독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

곁말 85 달걀채



  새해맞이 떡국은 좀 다르게 끓입니다. 펄펄 오래 끓이는 동안 달걀을 다섯 알 깹니다. 노른자하고 흰자를 나누어 놓습니다. 작은아이를 불러 노른자랑 흰자를 따로 풀어 달라고 이릅니다. 부침판을 달군 뒤 기름을 붓습니다. 흰자부터 부칩니다. 이윽고 노른자를 부칩니다. 되도록 얇게 부칩니다. 떡국을 다 끓였으면 밥자리를 닦습니다. 이제 떡국을 떠서 자리맡에 앉으라 합니다. 따로 부친 하얗고 노란 달걀부침을 따로 채썰기를 해놓습니다. 접시에 달걀채를 옮겨담고서 이야기합니다. “자, 새해 떡국에는 이 고명을 얹지. 알맞게 떠서 먹으렴.” “고명으로 쓰고 남은 달걀은요?” “길고 가늘게 써느라 남는 달걀이 많잖아? 나머지는 다 곁밥(반찬)이지.” 어릴 적 어머니가 새해맞이 떡국을 하며 비나리밥(제삿밥)에 올릴 달걀을 부치고서 채썰기를 할 적에 ‘고명’하고 ‘지단’이란 말을 섞어서 썼습니다. “어머니, 고명은 뭐고 지단은 뭐예요?” 하고 여쭈면, “응? 고명? 지단? 다 같아.” “그런데 왜 두 가지 말이에요?” “응? 글쎄,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써.” 어버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한테 새해 떡국을 끓이다가 찾아보니 ‘지단’은 중국말입니다. ‘고명’은 우리말이로군요. 고기붙이 고명은 따로 ‘꾸미’이고요.


달걀채 (달걀 + 채) : 흰자하고 노른자를 나누어서 따로 얇게 부친 다음에 가늘게 썰어서 얹는 달걀. (= 고명·알고명·알반대기. 지단jidan鷄蛋, 계란채鷄卵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30.

곁말 84 골목그림



  2019년 즈음부터 ‘어반 스케치’라는 낯선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 이 영어(또는 일본영어)를 꽤 쓰는 듯싶습니다. 그렇다면 ‘컨트리 스케치’도 있을까요? ‘어반 스케치’라는 이름을 쓰면서도 서울빛뿐 아니라 시골빛을 담는 듯싶습니다. 어디에서나 그림을 즐긴다면 ‘그림’ 한 마디이면 넉넉합니다. 예전에는 한자말 ‘사생(寫生)’이라 안 하면 그림이 아니라는 듯 여기던 물결이라면, 요즈음은 영어 ‘스케치’라 안 하면 그림이 아니라는 듯 여기는 너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디를 가든 ‘붓종이(필기구)’를 챙깁니다. 슥슥 그리는 우리 집 아이들을 보는 이웃님은 으레 “어머, 무슨 스케치이니?” 하고 묻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림인데요?” 하고 대꾸합니다. 아무래도 그림을 ‘그림’이라 말하지 않으니, 서울을 ‘서울’이라 말하지 않고, 마을을 ‘마을’이라 말하지 않으면서, 골목을 ‘골목’이라 말하지 않는구나 싶어요. 서울빛을 담으면 ‘서울그림’입니다. 마을빛을 옮기면 ‘마을그림’입니다. 골목빛을 여미면 ‘골목그림’이에요. 새롭게 이름을 붙이고 싶으면 ‘그림꽃’이나 ‘그림노래·그림놀이’라 할 만합니다. ‘스케치 여행’이 아닌 ‘그림마실·그림나들이’예요. 사뿐사뿐 거닐며 그리고 나눕니다.



골목그림 (골목 + 그림) : 골목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골목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마을그림 (마을 + 그림) : 마을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마을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서울그림 (서울 + 그림) : 서울을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날·하루·삶·모습·오늘을 그대로 담거나 옮기거나 나타내는 그림. (←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30.

곁말 83 책하루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이 아이들이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도록 글을 남기도록 하자고 생각하며 ‘일기’라는 낱말을 되짚었어요. 한자말 ‘일기’를 둘레에서 널리 씁니다만, 아직 ‘일기’라는 낱말을 모르는 아이가 처음 들을 말은 아이 스스로 곧바로 알아차릴 뿐 아니라, 한결 쉽고 부드러이 깨닫는 말빛이기를 바랐습니다. 곁님하고 한참 얘기했지요. “우리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면서 하루를 쓰자고 하면 어울릴까?” “하루를 쓰니 ‘하루쓰기’이겠네.” “어? 그런가?” “그럼. 그대가 늘 삶쓰기를 말하잖아? 삶쓰기는 삶을 쓰기이니, 하루를 쓰려고 하면 ‘하루쓰기’라 하면 되지.” 넉글씨인 ‘하루쓰기’인데, 석글씨로 ‘하루글’이라 할 만합니다. 둘 다 쓸 만하지요. 이리하여 두 아이하고 날마다 하루글을 씁니다. 오늘을 돌아보고 어제를 되새기면서 모레를 헤아리는 하루쓰기예요. 그리고 저는 날마다 책을 곁에 두면서 읽기에 ‘책하루’를 산다고 할 만해요. ‘책하루쓰기’를 하고, ‘책하루글’을 쓴다고 할 텐데, 단출히 ‘책하루’라고만 읊어 보곤 합니다. 안중근 님이 들려준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를 ‘책하루’ 석글씨로 갈무리한 셈입니다. 숲하루요 책하루요 살림하루요 노래하루예요.


책하루 (책 + 하루) : 책을 읽고서 스스로 무엇을 느끼거나 헤아리거나 받아들였는가 하는 이야기를, 읽은 책에 담긴 줄거리를 알맞게 살펴서 적는 하루 또는 글. ‘느낌글’은 한 꼭지나 몇 꼭지로 적고서 끝낸다면, ‘책하루·책하루글’은 ‘느낌글’을 되도록 하루하루 꾸준하게 써서 차곡차곡 모아 놓는다고 할 만하다. (= 읽은하루·책하루쓰기·책하루글. ← 독서일기, 독서기록)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곁말 82 불수레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닌 1994년입니다. 열린배움터는 이태 남짓 다니고서 그만두는데, 인천하고 서울 사이를 새벽하고 밤에 오가는 길은 늘 북새통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바람이(선풍기)가 없이 미닫이(창문)를 여는 전철이 다닌 ‘인천―서울’ 길입니다. 후끈후끈한 수레가 서울로 들어서면 내내 땅밑을 다니는데 그저 끔직했어요. 불구덩(지옥)이 바로 이곳이로구나 싶더군요. 용케 인천·부천·수원 사람들은 이 모진 복닥판에서 납작이처럼 짓눌리거나 밟히면서 돈을 번다고 느꼈어요. “몇 해만 견뎌 서울로 옮겨서 이 모진 새벽길을 더는 안 겪겠다”고 말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예나 이제나 둘레에서는 ‘인천―서울’ 사이를 ‘지옥철’이란 이름으로 가리킵니다. 시골로 옮겨 살다가 오랜만에 이 붐비는 길에 납작납작 눌리던 어느 날 “불수레로구나.” 하고 외마디가 흘러나왔어요. 온누리를 불바다로 바꾸는 싸움수레인 불수레마냥, 사람들 몸마음을 너덜너덜 망가뜨리는 불수레입니다. 푸른지붕(청와대) 벼슬아치 가운데 불수레를 날마다 탄 사람은 없겠지요. 벼슬아치(공무원·정치꾼)나 길잡이(교사)나 글바치(작가)라면, 불수레를 겪어 보면서 서울을 숲으로 바꾸는 길을 찾아야지 싶어요.


불수레 (불 + 수레) : 1. 불을 얹거나 나르는 수레. 불에 타는 수레. 2. 불을 쏘거나 둘레를 불바다로 만드는 수레. 사람·삶터·마을·숲을 망가뜨리거나 죽이는 사나운 짓을 하려고 만든 수레. (← 탱크, 전차(戰車), 장갑차) 3. 사람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모이는 바람에, 아주 좁아서 괴롭거나 고단해, 몸도 마음도 기운이 다 빠지면서 힘든 수레. (= 불구덩·납작길·복닥판·북새통. ← 지옥철地獄鐵, 러시아워, 교통난, 교통지옥, 교통체증, 교통혼잡, 혼잡, 만원滿員, 만석滿席, 풀full, 극성極盛, 극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