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 / 숲노래 우리말 2023.2.4.

곁말 91 팔매금



  어릴 적에는 날마다 돌팔매를 했습니다. 너른 냇가에 서서 얼마나 멀리 높이 던질 수 있나 싶어 던져요. 손힘도 팔힘도 어깨힘도 기르고 싶어서 던집니다. 요새는 아이를 때리는 나이든 사람이 크게 줄었습니다만, 지난날에는 아이를 때리는 나이든 사람이 수두룩했고, 또래 사이에서도 주먹다짐이 잦았어요. 배움터 길잡이는 언제나 한 손에 몽둥이를 쥐었고, 맨손인 길잡이는 따귀나 발차기나 주먹질을 일삼았습니다. 배움터에서든 골목에서든 잔뜩 얻어맞거나 쥐어터진 날에도 냇가나 바닷가로 혼자 걸어가서 하염없이 조약돌을 던졌습니다. 마치 성풀이 같지만 이내 잦아들어요. 아니 첫 조약돌을 팔매질을 하는 때부터 “아, 돌아. 널 이렇게 멀리 던져서 잘못했어!” 하는 혼잣말이 튀어나옵니다. 애꿎게 날아야 하는 돌멩이일 텐데 “아냐, 나도 바람을 타고 나니까 즐거운걸! 그리고 네가 이렇게 던져 놓아도 물결이며 바람이 나를 다시 옮겨준단다. 걱정하지 마!” 하고 가볍게 속삭여요. 어릴 적에는 열네 살까지, 스물·스물두 살에는 싸움터(군대)에서, ‘먼지가 나도록 맞는다’가 무엇인지 뼛속 깊이 느끼는 나날이었습니다. 모든 때림질(폭력)은 주먹잡이(폭력배) 스스로 갉아먹는 죽임길인데, 그들은 삶길을 모르고 등진 셈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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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매금 (팔매 + 금) : 팔매를 이루는 금. 흐르거나 바뀌거나 움직이는 결·모습·값·셈을 알아보기 좋도록 이어 놓은 금. (= 팔매줄·물결금·물결줄·꺾은금·꺾은줄·줄그림. ← 포물선, 호弧, 곡선, 그래프, 도식圖式, 도표)


팔매 : 1. 작은 돌을 멀리 힘껏 던지는 일. 팔을 휘둘러서 멀리 힘껏 던지는 돌. (← 투구投球, 투석投石, 스로throw) 2. 위로 둥그스름하게 솟았다가 내려가는 결·금·길. 한쪽으로 부드럽게 휘는 결·금·길. (← 포물선, 호弧, 곡선, 그래프, 도식圖式, 도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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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말 / 숲노래 우리말

곁말 90 눈밥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면 다른 철에는 맛볼 수 없던 차가운 덩이나 조각을 누립니다. 말 그대로 ‘얼음’이에요. 아무것도 안 타거나 안 섞은 얼음은 그저 “언 물맛”이지만, 어느새 손이 빨갛게 얼면서도 얼음조각을 자꾸 쥐며 찬맛을 즐깁니다. 아침이면 어디 고드름이 맺혔나 하고 두리번거려요. 고드름을 쪽쪽 빨면 입까지 얼어붙는 듯한데, 얼음도 고드름도 겨울답게 차디찬 맛이 즐겁습니다. 이러다가 눈송이가 하나둘 날리면 혀를 날름날름 눈밥을 먹습니다. 하루 내내 뛰놀며 힘을 몽땅 쏟아붓는 아이들은 겨우내 얼음·고드름·눈을 곁밥으로 삼습니다. 나중에 ‘아이스크림’이란 이름인 먹을거리를 만나는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얼음’이라고만 하시기 일쑤였습니다. 하긴, 그렇지요. 고물을 얹든 안 얹든 ‘떡’입니다. 속을 넣든 안 넣든 ‘빵’입니다. 먼나라에서 들어온 먹을거리를 수수하게 ‘얼음’이란 이름으로 가리킬 만해요. 또는 아이들이 혀를 날름날름하며 누리던 ‘눈송이밥’을 줄인 ‘눈밥’이라 할 수 있어요. 따로 ‘얼음밥’이나 ‘얼음고물’이라 해도 어울릴 테지요. 찌릿찌릿 차갑게 퍼지는 겨울스러운 맛으로 혀를 달래고 몸을 다독입니다. 물방울은 비도 샘도 내도 되고, 눈도 얼음도 되면서 반짝입니다.


눈밥 (눈 + 밥) : 얼려서 눈처럼 누리는 먹을거리. 달콤한 고물을 얹거나 섞어서 누리기도 한다. (= 얼음·얼음밥·얼음고물·얼음보숭이. ←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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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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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2.

곁말 89 글물



  삶·살림·사랑을 이야기로 들려주던 사람들은 말이면 넉넉했습니다. 숲빛이며 들빛이며 하늘빛에 모든 이름이 서리고, 집살림·옷살림·밥살림을 가리키는 말에 모든 숨결이 깃들거든요. 손수 짓고 펴고 나누고 사랑하는 나날에는 마음을 그리는 말로 하루가 즐거웠습니다. 마음을 담는 말이니, 말을 내놓을 적에는 언제나 ‘마음에 흐르고 새긴 생각’을 소리로 옮기게 마련이라, 한 마디를 뱉거나 읊어도 머리에 또렷하게 남아요. 삶·살림·사랑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길하고 등지면서 울타리를 세우고 힘·이름·돈을 거머쥐는 무리가 불거지더니 ‘글’이 태어났습니다.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는 사랑길에서는 글이 굳이 없어도 모든 이야기를 고이 아로새겨 노래로 남겼다면, 위아래로 가르고 높낮이를 따지는 굴레에서는 글을 앞세워 억누르거나 윽박지르기 일쑤였고, 우두머리·임금·벼슬아치를 우러르는 글을 잔뜩 엮었어요. 말뿌리하고 글뿌리가 다릅니다. 어울리고 어우러지는 말이라면, 높이거나 낮추는 글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말이 글에 물들어, 말조차 위아래나 높낮이가 생기고, 글을 종이에 얹는 살림이 생깁니다. 글을 쓰거나 찍으려고 글물을 마련합니다. 먹물은 시커멀 수 있지만, 어질게 다스려 꽃물이나 빛물로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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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물 (글 + 물) : 1.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물. 글·그림·사진을 종이에 찍는 물. (= 그림물·꽃물·빛물. ← 묵수墨水, 잉크ink) 2.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사람. 또는 글힘·그림힘을 내거나 펴는 사람. 글힘·그림힘이 있거나 부리는 사람. 글·그림으로 생각을 펴거나 알리는 사람. (= 먹물. ← 학식學識, 학문, 학술, 지식, 인문, 인문지식, 지식인, 작가, 학자, 전문, 전문가, 선생, 교수敎授, 대학교수, 문필가, 문인)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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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2.

곁말 88 감은눈·고요귀



  다쳐서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날 적부터 아픈 사람이 있어요. 아프지는 않으나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요. 안 아프면서 눈으로는 보기 어렵거나 귀로는 듣기 어려운 사람이 있고, 걸어다니지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뚜벅뚜벅 걸어다니기에 ‘뚜벅이’에 ‘걷는이’입니다. 걷지 않고 앉아서 지내기에 ‘앉은이’입니다. 구경을 하니 ‘구경꾼’이고, 바라보기에 ‘보는이’라면, 눈을 감기에 ‘감은눈’입니다. 소리를 들을 적에는 ‘듣는귀’요, 소리를 듣지 않고서 고요히 지낼 적에는 ‘고요귀’입니다. 한자말 ‘장애인’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장애자’란 한자말에서 ‘-자(者)’가 ‘놈’을 가리킨대서 ‘-인(人)’으로도 바꾸고 ‘-우(友)’로도 바꾸는데, 우리말 ‘-이(사람)’를 쓰면 되어요. ‘따님·아드님·장님·임금님’처럼 ‘-님’을 붙일 수 있습니다. 예부터 우리말은 꾸밈없이 나타내면서 허물없이 어깨동무하는 숨결을 나타냅니다. 말끝을 바꾸면 ‘짓는이’가 ‘짓는님’이나 ‘짓는놈’이 됩니다. 수수하게 ‘-이’요, 일로 삼기애 ‘-꾼·-쟁이’요, 잘 하기에 ‘-장이’인데, ‘-빛’을 붙일 수 있어요. 서로 돌보거나 아끼려는 마음을 담아 ‘-님’을 붙이니, ‘감은님’에 ‘고요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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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눈 (감다 + ㄴ + 눈) : 눈을 감음. 눈을 감은 사람. 눈으로 어떤 모습·빛·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은 사람. 어떤 모습·빛·그림에 따라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 감은빛·감은님·장님·눈못보기. ← 시각장애인, 맹인盲人, 실명失明, 실명자失明者)


고요귀 (고요 + 귀) : 고요한 귀. 귀로 어떤 소리·가락을 듣거나 느낄 수 있지 않은 사람. 어떤 소리·가락에 따라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 고요님·귀못듣기·귓님·손말님·조용님. ← 청각장애인, 농인聾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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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15.

곁말 86 글방아



  낟알 껍질을 벗기려고 방아를 쿵쿵 찧습니다. 방아를 찧든 궁둥이나 엉덩이가 바닥에 철썩 닿으니 ‘궁둥방아’요 ‘엉덩방아’입니다. 이제는 방아를 찧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으나, 미끄러져서 궁둥이나 엉덩이가 바닥에 닿을 적을 가리키는 두 낱말은 고스란히 잇습니다. 방아를 찧는 일이나 모습을 살피면서 ‘시소’란 이름은 놀이를 ‘널방아’처럼 옮길 만합니다. 널을 놓고서 둘이 마주보며 콩콩 뛰어오르는 놀이라면 ‘널뛰기’이니, 널을 놓고서 둘이 마주보며 엉덩이로 바닥을 쿵쿵 찧는 놀이라면 ‘널방아’란 이름이 어울려요. 이제 우리는 셈틀이나 손전화로 만나는 삶입니다. 가까운 곳에서도 먼 곳에서도 누리그물을 펴면서 곧바로 만나지요. 이 누리그물에서는 사이좋게 어울리는 자리도 있으나, 어쩐지 날선 글로 따갑게 쏘듯이 몰아붙이는 자리도 있어요. 수군수군 ‘입방아’를 찧는다고 하지요?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옳느니 그르느니 하고 떠들거나 따지잖아요? 요새는 글로 이러쿵저러쿵 옳느니 그르느니 하고 떠들거나 따지니 ‘글방아’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때로는 글로 티격태격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루기에 ‘글씨름’ 같은 새말이 어울려요. 그러나 글수다를 펼 수도, 글사랑을 할 수도, 글노래를 부를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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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아 : 글로 방아를 쿵쿵 찧듯 무슨 일·이야기·모습을 놓고서 이러쿵저러쿵(이래야 옳고 저러면 틀리고) 글로 쓰거나 떠들거나 따지다. (= 글씨름·글다툼·글싸움. ← 언쟁, 논쟁, 시비是非, 시시비비, 설전舌戰, 승강昇降, 설왕설래, 갑론을박, 토론, 키보드 배틀)


글씨름 : 1. 글로 씨름을 하듯 무슨 일·이야기·모습을 놓고서 어느 쪽이 옳거나 그른가를 짚거나 따지다. 2. 어떤 일을 이루려고 글로 적으면서 힘을 쓰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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