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곁말 2023.5.15.

곁말 106 깃새지기



  경북 의성 두멧골에서 어린날을 누린 이웃님이 ‘논깃새·밭깃새’를 이야기합니다. ‘깃새’라는 말은 처음 들었지만, 이웃님이 들려주는 말을 들으면서 ‘논기슭·밭기스락’이 떠올랐습니다. ‘깃’은 ‘깃털’이며 ‘옷깃’에서 엿보고, ‘깃들다’처럼 써요. 마른풀을 ‘짚’이라고도 하지만 ‘깃’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길미’란 낱말 곁에 ‘깃’이 있어요. 크거나 넓지 않으나, 어느 끝에 조그맣고 또렷하게 있는 결을 밝히는 말씨인 ‘깃’입니다. 공에 깃을 달면 ‘깃공’이고, 영어로 일컫는 ‘배드민턴’이란 ‘깃공놀이’입니다. ‘깃공’은 영어로 보자면 ‘셔틀콕’이에요. 어느 곳에 머물거나 깃든다고 할 적에 한자말로 ‘상주(常住)’를 쓰기도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상주작가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이 퍼집니다. 경북 상주를 가리키는 ‘상주’는 아닐 텐데, 우리 나름대로 우리말빛을 살려서 뒷받침을 하거나 바라지를 하는 길을 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깃들며 글이며 그림을 짓는 사람을 헤아리니 ‘깃글내기’일 테고, ‘깃새내기’예요. 깃새를 지키면서 새롭게 살림빛을 일구니 ‘깃새지기’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날려면 깃으로 덮은 날개를 가볍게 펄럭여요. 기슭(깃새)에 깃드는 작은 손빛으로 바람을 일으킵니다.


깃새지기 (깃새 + 지기) : 어느 곳에 머무르면서 일하거나, 글·그림·이야기·노래·살림을 새롭게 꾸미거나 짓는 사람. (= 깃새내기·깃새님·깃새꾼·깃글내기·깃글꾼·깃글이. ← 상주작가常住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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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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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말빛

곁말 104 두루눈



  나무는 보되 숲을 못 본다든지, 숲은 보되 나무를 안 본다고 하면, 한켠만 바라본다는 뜻이에요. ‘외곬눈(외눈·외눈박이)’이라고 합니다. 나무하고 숲을 나란히 볼 적에는 어떤 눈일까요? 이때에는 하나만 안 보고 여럿을 본다는 뜻이요, 여럿을 보되 하나하나 느끼면서 받아들인다는 몸짓입니다. ‘고루’ 보거나 ‘두루’ 본다는 이야기예요. 고루 바라볼 줄 안다면 ‘고루보다’나 ‘고루눈’처럼 새말을 엮을 만해요. 두루 바라볼 줄 알면 ‘두루보다’나 ‘두루눈’처럼 새말을 짤 만하고요. 이런 결을 담아 ‘뭇눈·뭇눈길’을 쓸 수 있고, 온갖 곳을 오롯이 바라본다는 뜻으로 ‘온눈·온눈길’을 쓸 만하지요. 우리 삶자리를 넓거나 깊으면서 두루 어우를 만한 말이란,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두루 틔울 적에 스스로 짓는다고 느껴요. 두루 보기에 ‘두루눈’이라면, 두루 보면서 나아가기에 ‘두루길’이요, 두루 보면서 품기에 ‘두루일’입니다. 두루보기를 할 줄 알면 ‘두루님·두루벗’일 텐데, 누구나 두루 어울리는 자리를 ‘두루터’나 ‘두루마당’이나 ‘두루누리’란 이름으로 나타낼 만해요. 이를테면 ‘커뮤니티·공개시설·공공시설·공론장·프리마켓·플리마켓·자유공간·광장·사회’가 모두 ‘두루판’입니다.


두루눈 (두루 + 눈) : 두루 보는 눈. 깊으면서 넓게 보는 눈. 여러 곳을 나란히 보면서 헤아리는 눈. 나무하고 숲을 함께 보거나 아우르는 눈. 하나부터 열까지 두루 보는 눈. (= 두루눈길·두루보다·고루눈·고루눈길·고루보다. ← 박이정博而精)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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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05 두손잡이



  왼손잡이를 나쁘게 보는 눈길이 줄었지만 아직 걷히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왼손잡이를 몹시 나쁘게 여기거나 괴롭히기 일쑤였고,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무엇을 할 적에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한테 여쭈었어요. “어머니?” “왜?” “오른손이 다치면 오른손을 못 쓰잖아요?” “그래서?” “오른손을 못 쓰면 왼손을 써야 할 텐데, 이럴 때에도 왼손을 쓰면 안 돼요?” “그땐 써야지.” “그런데 왜 왼손으로 쓰지 말라고 해요?” “…….” 오른손잡이라 하더라도 오른손만 쓰면 힘듭니다. 오른손하고 왼손을 갈마들어야 힘들지 않고 오래도록 일하거나 놀 수 있어요. 그러나 어른들이 하도 뭐라고 나무라고 때리기에 어른들이 안 보는 데에서 왼손쓰기를 했습니다. 오른손도 왼손도 똑같이 내 몸이니, 두 손을 고루 아끼고 다루고 사랑하고 싶었어요. 두 눈이 있어 고르게 바라보듯, 두 다리가 있어 반듯이 걷듯, 두 손을 고르게 움직이면서 ‘두손잡이’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하고 깃공치기(배드민턴)를 할 적에 처음에는 왼손으로 합니다. 왼손으로 오래 했으면 오른손으로 바꿔 쥡니다. 오롯이 옹글게 온눈으로 둘레를 보듯 ‘온손’을 쓰고 싶어요. ‘왼·오른’은 말밑으로 보면 뿌리가 같아요.


두손잡이 (두 + 손 + 잡이) : 두 손을 고르게 잘 쓰거나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왼손하고 오른손을 똑같이 잘 쓰거나 움직일 수 있는 사람. (= 온손잡이. ← 양손잡이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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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03 꽃걸이



  귀에 걸어 ‘귀걸이’요, 목에 걸기에 ‘목걸이’입니다. “귀걸이 코걸이”란 말씨로 들려주는 이야기도 있어요. 줄을 이어 목에 걸 적에는 줄이나 끈이기만 할 적이 있고, 가운데에 빛돌(보석)이나 뜻깊은 살림을 달기도 합니다. 어떤 모습이어도 모두 목걸이예요. 이 가운데 영어 ‘펜던트’는 수수하게 목걸이를 가리키기도 하면서, 가운데에 붙인 빛돌을 도두보는 결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에 생각해 봅니다. 영어를 받아들이는 길이 있고, ‘목걸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낱말을 스스로 짓는 길이 있어요. 빛돌을 단다면 ‘빛돌걸이’라 할 만합니다. 단출히 ‘빛걸이’라 해도 되어요. 빛나는 돌을 걸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목에 걸면서 빛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꽃걸이’나 ‘꽃돌걸이’라 이름을 붙여도 어울립니다. 참말로 꽃을 걸기도 하고, 꽃처럼 곱거나 눈부신 살림을 달아서 건다는 뜻이기도 해요. 목에 건 살림으로 꽃처럼 곱거나 환하게 보인다는 뜻을 나타낼 수도 있어요. 목에 두르니 ‘목두리’입니다만, 사랑을 담아 손수 뜬 목도리라면 ‘빛도리’나 ‘꽃도리’라 할 만해요. 이웃이 내미는 따사로운 손길은 ‘빛손·빛손길’이나 ‘꽃손·꽃손길’이라 할 만하고요. 우리는 모두 꽃이며 빛입니다.


꽃걸이 (꽃 + 걸다 + 이) : 가운데에 빛돌·보석을 댄 목걸이. 반짝이는 돌을 가운데에 대어 돋보이는 목걸이. (= 꽃돌걸이·빛걸이·빛돌걸이. ← 펜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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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102 짐나래



  둥그렇게 짓는 ‘둥지’입니다. 둥그렇게 엮어 서로 몸을 맞대어 함께 있는 ‘둥우리’입니다. 새는 곧바로 날아오를 만하도록 집을 짓습니다. 나무줄기에 구멍을 내어 깃든다면 담이나 지붕이 있는 셈이고, 나뭇가지나 우듬지나 굴뚝에 얼기설기 보금자리를 이루면 지붕이 없는 셈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집’에는 ‘지붕’이 있습니다. 지붕을 두며 살림을 짓고 이루며 있는 곳이 집이라고 할 만합니다. 일본말 ‘택배(宅配)’는 “집으로(택宅) 나른다(배配)”는 뜻입니다. 이 일본말을 뜯으며 ‘나르다’를 들여다봅니다. ‘나르다’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져다주는 몸짓을 나타내는데, ‘날’듯이 가볍고 부드러이 흐르는 결입니다. ‘옮기다’는 묵직한 것이 고스란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도록 하는 몸짓이에요. 힘을 들여 차근차근 가져다주거나 자리를 바꾸는 ‘옮기다’라면, 가볍고 부드럽고 빠르게 날듯이 흐르는 ‘나르다’입니다. 이런 말결을 헤아려, 짐에 나래(날개)를 달듯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일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짐나래’ 같은 이름을 붙여 봅니다. 단출히 ‘나래·날개’라고만 해도 어울릴 테고요. “나래 왔습니다”나 “나래 보냅니다”나 “나래입니다” 하고 말하면 서로 날아오르듯 새로우리라 생각합니다.


짐나래 (짐 + 나래) : 짐에 나래(날개)를 달듯이 가볍고 즐겁게 띄우거나 잇거나 나르는 일, 또는 이 일을 하는 사람. (= 짐날개·짐꾼·짐벗·나름이. ← 포터, 운반, 운송, 운반원, 운송인, 배달부, 배달원, 택배, 택배기사, 집배,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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