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숲집놀이터 249. 교원자격증



“홈스쿨링을 한다니 잘 가르치시나 봐요?” 하고 묻는 분이 많다. “잘 가르쳐서 집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며 스스로 하루를 그리도록 이끌지 않아요.” 하고 먼저 말머리를 연다. 난 ‘가르칠’ 마음이 없고,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고 짓고 생각해서 놀도록 판을 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잘 하는 사람은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잘 합니다. 잘 못하는 사람은 교원자격증이 있어도 잘 못합니다. 거꾸로도 똑같습니다. 학교와 교사라는 울타리만 바라본다면 아이를 아이 그대로 마주하면서 사랑을 물려주고, 이 사랑에 아이들 나름대로 새롭게 사랑을 그리는 길을 스스로 가도록 북돋우지는 못할 테지요.” 하고 보탠다. ‘교원자격증’이란 ‘교사라는 이름인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교과서를 아이한테 잘 알려주는 사람’을 뜻할 뿐이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면 아이한테서 잘 배우면 된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면 아이는 스스로 배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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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9.

숲집놀이터 248. 보여준다



아름답다면 무엇이든 보여준다. 틀림없다. 안 아름답다면 무엇이든 감춘다. 어김없다. 어버이로서 아이들한테 뭘 보여주거나 가르치면 될까? ‘아름다움’ 하나이다. 감추거나 숨길 모습은 하나도 안 보여주거나 안 가르치면 된다. 아이를 가르치는 길은 그야말로 쉽다. 아이를 가르치는 길이 어렵다면, 아스라한 옛날 옛적부터 1945년까지 이르도록 그렇게 많은 시골자락 수수한 어버이가 어떻게 아이를 낳아 살림꾼으로 길러내었겠는가? 시골자락 수수한 어버이가 아이들을 스스로 가르치는 살림을 내팽개치고서 그냥 학교로 내몰아 마침종이(졸업장)에 얽매는 굴레를 씌운 뒤로 이 나라가 휘청거리는 길이지 않을까? 글을 익히고 책을 읽는 일은 좋다. 가멸차건 가난하건 나란히 앉아서 함께 배우는 터전도 좋다. 그러나 마침종이는 주지 말자.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고서 홀가분히 드나드는 배움터여야 한다. 다그치지 말고, 매를 들지 않아야 한다. 겨루거나 싸울 까닭이 없다. 놀고 뛰고 달리고 웃고 노래하면 된다. ‘엘리트 스포츠 + 올림픽 메달’이 무엇을 낳았나? 바로 ‘총칼나라(제국주의)에서 주먹질(폭력)로 억누르는 짓’을 끌어들여서 길들였다. ‘국가대표 선수를 대놓고 주먹과 발길로 두들겨패서 피멍이 들도록 한 사람’조차 멀쩡히 감독 노릇을 하고, ‘초·중고등학교 때 칼부림까지 하며 엄마 힘을 등에 업고서 막짓을 일삼은 배구선수 쌍둥이’조차 손가락질이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린다. 다들 본 대로 배웠다. 그러나 보았어도 물리치면서 새길을 닦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어버이라면 보여줄 만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아름답게 사랑이 되어야 ‘자칫 잘못을 저지르는 때’에도 아이들은 ‘아, 어른도 저렇게 잘못을 하네? 그러나 나는 앞으로 어른이 되면 잘못이 아닌 사랑을 하겠어!’ 하는 마음이 싹트도록 살아야지 싶다.


ㅅㄴㄹ


이듬해에 여덟 살이 되는 아이를 둔

어느 어머니가 

'아이를 앞으로 학교에 보내야 하느냐?'고 물으셔서

슬기롭게 생각해서 아이랑 이야기하시면

실마리를 풀 만하다고 말씀을 여쭈었다.

.

이러고서 이렇게 '숲집놀이터' 이야기를 넉 꼭지

잇달아 쓴다.

교원자격증이 있어야 가르치지 않는 줄,

아이를 가르칠 적에는

자격증 아닌 오직 사랑 하나가 있으면 되는 줄,

즐거이 헤아려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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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8.

숲집놀이터 247. 장래 걱정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내가 ‘돈 잘 버는 일자리’에 붙지 않는 길을 왜 가는지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아이들 장래 걱정’을 어김없이 늘어놓는다. 이분들은 아이들하고 내가 ‘걱정에 휩싸여 살기’를 바란다. 걱정을 해야 서울로 가서 돈벌이 좋은 일자리를 찾을 테고, 돈벌이 좋은 일자리를 찾자면 열린배움터(대학교) 마침종이를 거머쥐어야 하고, 이 마침종이를 거머쥐려면 배움수렁(입시지옥)에 아이들을 몰아넣어야 하고, 배움수렁에 몰아넣으려면 새삼스레 돈을 더 벌어들이는 쳇바퀴에 갇혀야 하고 …… 그렇다. 나는 곁님하고 나하고 아이들 ‘앞길을 그리’려고 한다. 앞날을 걱정할 뜻은 없다. 밤에 잠들어 새벽에 일어날 적마다 하루를 어떻게 그리면서 지을 적에 ‘즐겁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웃으며 노래하고 춤출만 할까’ 하고 생각한다. 나한테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이 삶에서 ‘웃음·노래·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느낀다.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웃음·노래·춤’을 비로소 생각했고, 이 셋을 ‘즐거움·아름다움·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시나브로 헤아린다. 내가 이웃이나 동무한테 들려줄 이야기라면 ‘걱정이 아닌 그림’이요, ‘돈 걱정이 아닌 살림꽃이 되는 길’을 생각하는 마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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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6.

숲집놀이터 246. 면사무소 복지계



바람이 드세어 도무지 자전거는 안 되겠네 싶어 시골버스로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 낮나절, 면사무소 공무원 두 사람이 우리 책숲에 찾아왔다. 고흥에서 열한 해를 살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고 책이며 말꽃(사전)을 숱하게 써내어도 이 고장 공무원이나 교사나 작가는 책숲에 안 찾아왔다. 하나같이 ‘군수바라기’를 할 뿐이요, ‘군수가 꾀하는 막삽질에 붙거나 입을 다물’ 뿐이었다. 면사무소 공무원이 찾아온다기에 ‘시골이란 터전을 새롭게 가꾸면서 푸르게 북돋아 젊게 피어나는 길’을 이야기할 만한가 싶었으나, 두 분은 ‘복지계’ 일만 맡는다면서 ‘차상위계층’인 우리가 ‘어떤 물품 지원을 받으면 좋겠는가’만 묻고 들으려 한다. “저희가 사는 마을 뒤쪽 기스락 보이시지요? 저 자리는 고흥으로 옮기고 싶어한 서울사람들이 마을 어르신한테 팔아 달라고 한 자리예요. 멧턱에 집을 짓고 밭을 작게 일구고 싶다고들 했는데, 마을 어르신은 젊은 서울사람한테 안 팔고 태양광업자한테만 팔아서, 이제 이곳에 젊은이가 들어올 일은 사라졌습니다. 요 앞 멧자락도 잔뜩 밀었지요? 저기도 태양광 예정지잖아요? 저희한테 샴푸·치약·쌀·라면 같은 물품을 주시더라도 저희가 쓸 일이 없어요. 저희를 돕고 싶으시면 저희가 지은 책과 사전을 사서 읽어 주셔요. 그리고 이 시골이 농약하고 비닐이 아닌 숲을 헤아리는 흙살림으로 가는 길을 함께 생각해 주셔요. 복지계라서 복지만 맡는다면, 이 작은 시골이 너무 좁지 싶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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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살림 2021.2.15.

숲집놀이터 245. 할아버지



일곱 해 만에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아이들 할아버지하고 목소리를 나눈다. 우리 아버지는 큰아이가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안 들어가고 집에서 놀며 스스로 배우는 길을 간다고 할 적부터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렸다. 우리 아버지는 사내인 내가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천기저귀를 챙기고 안고 업고 돌보면서 다니는 일도 못마땅히 여겼다. 마침종이(졸업장)가 아닌 살림빛을 품으려는 길보다는 돈·이름·힘을 거머쥐면서 이 세 가지로 집안을 거느려야 한다고 여기는 우리 아버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여덟 아이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나 여러 동생을 먹여살리려고 사범학교를 마치고서 바로 교사라는 길을 가면서 돈을 벌었고, 갖은 고비에 수렁을 온몸으로 견디고 이겨 왔으니, ‘틀·울타리 안쪽’으로 들어가야 이 나라에서 비로소 살아남을 만하다고 여길 만하다. 나는 ‘틀·울타리 안쪽’이 아닌 ‘숲 한복판’을 바라보면서 이 살림빛이 살림꽃으로 피어 살림씨앗을 맺는 길을 생각한다. “할아버지, 돈을 벌어도 살림이지만,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가꾸어도 살림이에요. 넓고 번듯한 집도 세간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지으면서 조금씩 돌보고 가꾸는 집도 세간입니다. 서울 한복판 일자리도 있을 텐데, 기저귀를 빨고 아기를 안고 자장노래를 부르고 밥을 짓고 나무를 품으면서 조용히 하는 일도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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