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76. 사회 배우기



  우리는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마을 빨래터에 가서 물이끼를 치운다. 물이끼 치우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는 동생 겉옷을 들어 준다. 동생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막대수세미만 들고 놀고 싶어하니까. 사회를 배우기 앞서 집에서 사랑을 배운다면 사회를 얼마든지 ‘사랑스레’ 배우리라 생각한다. ‘질서’나 ‘도덕’이나 ‘예의’를 배우지 않더라도 ‘사랑’을 배우면 언제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고운 숨결로 노래하듯이 따사로운 마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질서를 배우는 사람은 질서를 알고, 도덕을 배우는 사람은 도덕을 알 테지만, 질서와 도덕에만 얽매인 채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사랑은 없이 예의만 차린다면, 사랑은 없는데 규칙만 잘 지킨다면, 이러한 사람은 참말 어떤 마음이거나 어떤 모습이거나 어떤 몸짓이 될까? 4348.12.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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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5. 새로운 마음



  새로운 마음일 때에 배운다. 배움이란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껴안아 사랑하는 길을 가르치는 몸짓이니까. 새로운 마음일 때에 가르친다. 어버이나 어른 마음결이 늘 새롭지 않다면 아무것도 못 가르친다.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일은 가르침이 아닌 훈육이나 훈계일 뿐이다.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기에 새롭게 가르칠 수 있고, 새롭게 가르치려는 넋이기에 새롭게 배울 수 있다. 아이가 어른한테서 배우며 함께 가르치는 까닭이나, 어버이가 아이를 가르치면서 함께 배우는 뜻이 다 예부터 고이 있다. 나도 아이들 곁에서 사랑을 차분히 마음자리에서 길어올리는 숨결로 살면서 기쁘게 배운다. 4348.12.20.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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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4. 길동무



  아이들은 서로 동무이다. 먼저 그냥 동무이다. 이내 말동무가 된다. 이윽고 놀이동무가 된다. 시골에서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함께 즐기니 풀동무·꽃동무·나무동무로 지낸다. 보금자리를 둘러싼 숲이 있으면 함께 숲으로 놀러다니면서 숲동무가 될 테고, 들길을 사이좋게 달리거나 걸으면 들동무가 된다. 어버이와 아이 사이는 서로 길동무가 되면서 삶동무하고 사랑동무가 되리라 느낀다. 어버이와 아이는 함께 이 길을 걸어가니까. 어버이와 아이는 함께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니까. 어버이와 아이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돌보는 손길로 마주하니까. 마음을 기울이면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새로운 동무가 된다. 배움동무나 책동무나 글동무도 되고, 그림동무나 사진동무나 꿈동무도 된다. 웃음동무라든지 기쁨동무가 될 만하고, 슬픔동무나 눈물동무도 될 만하다. 자전거동무가 되다가 마실동무가 되고, 아침저녁으로 밥동무가 된다. 4348.12.1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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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3. 이를 뽑으려고 일어나서



  큰아이가 간밤에 갑자기 일어났다. 왜 일어나는가 했더니 이에서 피가 난다면서, 웃니 하나가 아주 많이 흔들린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뽑으라 하니, 큰아이는 이를 뽑고서 자겠노라 한다. 아무래도 밤새 웃니 생각 때문에 잠이 못 들 수 있으니 뽑고서 자는 쪽이 나을 수 있으리라. 큰아이는 어머니한테도 흔들리는 이를 보여주더니 혼자 뽑겠노라 한다. 그리고 참말 혼자 씩씩하게 흔들어서 뽁 하고 빼낸다. 이 빠진 자리에는 휴지를 물고서 “피가 멎을 때까지 책 볼래.” 하고 말한다. 머리랑 궁둥이를 토닥여 준다. 한동안 그림책을 본 아이는 “이제 피 안 나와. 졸려. 잘래.” 하면서 자리에 눕는다. 이불깃을 여민 뒤 얼마쯤 지나서 살피니, 큰아이 이마가 살짝 뜨끈뜨끈하다. 이 하나를 뽑으면서 힘들었나 보다. 이마가 식고 머리카락에 돋은 땀이 마를 때까지 이마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밤을 지냈다. 4348.12.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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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2. 놀기에 재미있다



  아이들은 놀기에 재미있다고 여긴다고 느낀다.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내가 아이로 지내던 지난날 언제나 느끼던 대목이다. ‘다섯 살 아이’요 ‘일곱 살 아이’이며 ‘열 살 아이’로 살던 나는 언제나 놀고 다시 놀고 또 놀고 자꾸 놀고 새로 놀면서 재미있고 기뻤다. 놀면서 내가 나답구나 하고 느끼는 하루였고, 끝없이 새로운 놀이를 늘 스스로 지어서 즐겼다.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 참말 모든 아이는 스스로 논다. 누가 함께 놀아 주어야 하지 않는다. 같이 놀아도 재미있으나, 여럿이 같이 있기에 꼭 재미있지 않다. 스스로 마음껏 달리고 뛰고 구르고 박차고 날고 기고 하려는 몸짓이 될 때에 비로소 재미있다. 어른은 아이한테 마당을 깔아 주든 멍석을 깔아 주어야 한다. 이러면서 어른도 어른 스스로 하는 일을 재미나고 즐겁게 해야지. 아이와 어른은 언제나 서로서로 재미나고 기쁜 삶을 누릴 때에 웃는다. 4348.12.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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