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81. 해 본다



  해 본다. 아무튼 해 본다. 처음이지만 해 본다. 어쩌면 처음이기에 해 본다. 모르지만 해 본다. 아무래도 모르니까 해 본다. 알기에 해 본다. 알지만 새로운 마음이 되어 해 본다. 자꾸 하고 또 하며 거듭 한다. 해 보고 다시 해 보면서 차츰 익숙해진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르고, 해 보아도 모를 수 있지만, 해 보면서 천천히 알아차리고, 오랫동안 해 보는 사이에 어느덧 즐거움이나 기쁨을 누린다. 자, 어떤 놀이라 하든 모두 너희 스스로 해 보면 돼. 씩씩하게 나서렴. 노래하면서 해 보렴. 서로 웃고 도우면서 해 보렴. 4349.1.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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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80. 손을 잡는 아이들



  손을 잡는 아이들이 예쁘다. 어른도 서로 손을 잡으면 예쁘다. 한집 사람들끼리 손을 잡아도 예쁘고, 이웃집 사람하고 손을 잡아도 예쁘다. 이웃나라 사람하고 손을 잡아도 예쁘며, 지구별 사람들이 서로 손을 잡아도 예쁘다.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아끼고 돌보는 마음결이 되면 손을 잡는다. 어른들이 서로 손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는 숨결이 되면 손을 잡는다. 여기에 한 가지를 붙인다면, 아이도 어른도 ‘바쁘지’ 않을 적에 손을 잡는다. 바쁜 사람은 손을 잡을 겨를이 없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느긋하게 노는 마음을 잃을 뿐 아니라, 서로 가만히 마주하고 따스히 바라보면서 손을 잡는 사랑까지 잊기 일쑤이다. 4349.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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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놀이터 79. 아이와 어버이는 같은 나이



  새해부터 ‘우리 집 배움자리’가 어떤 곳인가 하고 새롭게 헤아리기로 한다. 새해 첫날 읍내마실을 하면서 문방구에 들러 여러 가지를 장만한다. 아홉 살이 되는 사름벼리한테 ‘오늘 보낸 하루를 새로 찾아올 나한테 글로 써서 남기기’를 어떻게 하는가를 알려주기로 한다. 새해 첫날에 우리는 모두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 이른바 1학년이 되기로 한다. 그러니까 아이도 어버이도 함께 1학년이요 첫걸음인 셈이다. 지난 한 해까지 잘 했거나 못 했거나 고이 내려놓고 올 한 해를 새롭게 걸어가기로 한다. 집안도 차근차근 알뜰살뜰 건사하면서 갈무리하고, 이야기도 놀이도 배움자리도 기쁨으로 짓자고 다짐한다. 2016년으로 들어서며 생각하는 우리 보금자리는 ‘집놀이터’이다. 우리 도서관은 ‘책놀이터’가 되도록 하고, 집과 도서관을 잇는 ‘숲놀이터’로 거듭나자고 마음에 꿈을 한 톨 심는다. 4349.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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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8. 왼손 칼질



  부엌에서 아침을 짓는데 큰아이가 옆에 서서 이것저것 묻고 지켜본다. “아버지, 미역국 해?” “응.” “그런데 왜 물 안 부어?” “응, 미역국은 먼저 참기름을 살짝 붓고 살살 볶다가 물을 부어서 끓이면 더 맛있거든.” “아, 그렇구나.” “아버지는 왜 오른손으로만 칼로 잘라?” “음, 왜 그럴까?” “모르겠어.” “모르니까 생각해 봐.” “그래도 모르겠는데.” “모르니까 생각해 봐야지.” “오른손으로 잘 해서?” “아니.” “그럼?” “벼리가 연필로 편지를 쓸 때 어느 손으로 써?” “오른손.”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어때?” “삐뚤삐뚤해.” “칼도 오른손으로 자르면 오른손으로 잘 자르고, 왼손으로 자르면 왼손으로 잘 잘라. 더 빨리 자르려고 오른손으로 해. 그렇지만, 그보다는 왼손으로 자를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익숙한 대로 칼을 써.” “응.” “자 봐. 왼손으로 칼을 쥐었지?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똑같아. 머리는 칼 위에 놓고 똑바로 칼등을 바라보면서 썰어야 해. 이렇게 하면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다 똑같이 잘 썰 수 있어.” 여덟 살 큰아이가 묻는 말에 대꾸를 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왼손 칼질을 해 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냥 해 보면 되네. 4348.12.3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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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77. 바라보기



  바라보기에 그림을 그린다. 바라보지 않으면 마음으로 스며드는 이야기가 없으니 그림을 그리지 못할 뿐 아니라, 말도 하지 못한다. 별을 바라보기에 별을 느낄 수 있고, 별을 알려고 다가설 수 있으며, 별을 알려고 다가서는 동안 마음속에 어떤 그림을 그릴 만한가를 알아차린다. 애벌레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애벌레가 있는 줄조차 알지 못하고, 나무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나무가 우리 곁에 선 줄조차 느끼지 못한다. 아이한테 ‘바라보기’를 말하거나 가르치려 한다면, 나도 내가 선 이곳에서 무엇을 바라보는가를 돌아보거나 살피면서 삶을 새롭게 배우겠다는 뜻이 된다고 본다. 나부터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찬찬히 바라보려는 생각을 품어야 하며, 사랑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되어야 한다. 어버이 자리이면서 사람 자리인 삶을 바라볼 때에 비로소 첫 걸음을 내딛는다. 4348.12.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집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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