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2022.7.19.

숲집놀이터 275. 혁명



스스로 갈아엎고(혁명) 싶다면 아기를 낳아서 돌볼 노릇이다. 스스로 아주 새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아이랑 놀고 소꿉하고 살림하면서 하루를 새삼스레 돌아볼 노릇이다. 아기를 낳을 만한 몸이 아닐 적에는, 아기를 받아들이면(입양) 된다. 또는 마을이나 이웃에서 살아가고 뛰놀고 노래하는 아이를 언제나 상냥하고 즐거우면서 슬기로이 마주하면서 보살필 줄 아는 어른으로 살면 된다. 나이만 먹고 몸뚱이만 클 적에는 죽음길이다. 나이를 잊고서 아기·아이·어린이·푸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눈빛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적에는 삶길이다. 나이만 먹고 몸뚱이만 큰 이들은 아기·아이·어린이·푸름이한테 함부로 말을 놓거나 ‘아무말잔치’를 일삼고, 시키기만 하더라. 나이를 먹기보다는 스스로 꿈꾸고 하루를 그리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적에는, 늘 아이 눈높이로 말할 뿐 아니라 아이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살피면서 상냥하고 어진 길을 새록새록 배우고. ‘아이낳기’란, “어버이가 그동안 믿은 틀을 몽땅 허물어버리고, 아이한테 맞추어 새길을 꽃길로 짓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배움빛 2022.6.30.

숲집놀이터 274. 퉁퉁



아이를 안고 업으며 돌아다니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뼈마디도 시큰거린다. 문득 몸을 바라보면 안 아프거나 안 쑤시거나 안 결리거나 안 고단한 데가 없다고 할 만하다. 이때마다 늘 생각을 새롭게 추스르면서 빙긋 웃는다. “아하, 천기저귀를 쓰고, 유리병을 쓰고, 아이 도시락이랑 장난감이랑 그림책이랑 그림종이랑 붓이랑 부채랑 이모저모 잔뜩 챙겨서 등짐으로 메고 다니면 이렇구나.” 하고 깨닫는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혼자 이런 살림을 다 건사하면서 지내셨으려나?” 하고 돌아본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에, 우리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에 …….” 하고 끝없이 생각을 잇는데, 어느 때에 이르러 하나도 안 아프고 안 쑤시고 안 결리고 안 고단하게 살림을 사랑한 어버이를 만난다. 아주 멀잖은 어느 무렵 우리 옛 어버이는 나즈막히 속삭인다. “얘야, 네가 스스로 짐을 짊어진 채 힘들다고 생각하니 힘들단다. 네가 스스로 사랑을 품고서 아이한테 빙그레 웃음짓는 노래를 들려주면 무엇이 힘들겠니? 모든 하루가 기쁨이자 웃음꽃이 아닐까?” 가시어머니(장모님)가 혀를 끌끌 찬다. 우리 어머니도 혀를 끌끌끌 찬다. “너, 돈 없어서 그래? 차(자가용) 사줄까?” “어머니, 저는 차를 살 돈이 없기도 하지만, 차를 살 돈이 있어도 안 사고 싶어요. 아이를 안고 업으면서 이 짐을 짊어지며 다니는 하루가 대단히 즐거운걸요. 아이도 이렇게 즐겁고 웃고 노래하다가 잠들잖아요.” “그러니까 힘들잖아.” “어머니는 저를 낳아 돌볼 적에 힘드셨어요?” “나? 왜 그렇게 물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힘들기만 했겠니?” “거 봐요. 어머니도 사랑을 느끼셨잖아요.” “아니, 왜 사서 고생을 하냐구?” “사서 고생이 아니라, 기쁨을 날마다 누리는 길이에요.” “에그, 잘났어!” “그럼요, 어머니가 낳아 주었는걸요.”


ㅅㄴㄹ


2008년 여름에 큰아이를 낳고서 2011년에 작은아이를 낳은 다음, 2014년까지 어머니한테서 자주 듣던 핀잔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핀잔을 그대로 옮겼습니다만,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배움빛 2022.6.21.

숲집놀이터 273. 멍울



어버이도 아이였다. 아이도 어른으로 자란다. 어버이로 서기 앞서 아이로 살던 숨결은 어린날 받은 생채기가 쌓여 멍울이 질 만하다. 그리고 이 생채기나 멍울을 스스로 기쁘게 씻어내어 우리 아이한테 ‘생채기·멍울’이나 ‘근심·걱정·끌탕’이 아닌 ‘오롯이 사랑으로 눈부시게 누리는 삶·살림이라는 오늘 하루’를 보여주고 들려주면서 물려줄 수 있다. 나는 “멍울 능금(또는 보조개 능금)”이 오히려 한결 달콤하다고 느낀다. 멍울(또는 보조개)이 하나도 없는 능금도 달콤하되, 부딪히거나 긁힌 능금은 ‘다친 자리’를 스스로 아물도록 돌보는 숨빛이 피어나기에 우리한테 새록새록 이바지하는구나 싶더라. 어버이가 짊어지는 멍울이란, 아이한테 넘겨주고 싶은 짐이란 뜻이다. 어버이가 기쁘게 달래어 씻어내는 멍울이란, 아이한테 옹글게 사랑씨앗을 건네면서 푸른숲을 보금자리부터 일구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뜻이다. 아기는 왜 걸을 수 있을까? 숱하게 넘어지고 다치고 무릎이 깨지더라도,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무릎이 깨진 줄 깨끗이 잊고서 ‘걷는 기쁨’을 누리려는 마음이 눈부시거든. 나는 아이로 살던 지난날, 날마다 어머니·언니·마을 또래·마을 언니·마을 어른한테 숱하게 얻어맞으면서 보냈다. 날마다 신나게 얻어터졌다. 이밖에 둘레 어른·또래·여러 언니가 괴롭히거나 짓밟은 생채기는 책 즈믄(1000) 자락으로 쓸 만큼 넘치지만, 오늘 우리 아이들한테 “너희 아버지는 어려서 신나게 맞고 컸어.” 하고 웃으며 말한다. 이제는 멍울이 아니니까. “에? 왜 때렸대? 할머니도? 큰아버지도?” “응. 그때에는 다들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을 테니까.” “그렇구나. 아버지 애쓰셨어요.” “어, 뭐가?” “그냥. 사랑해요.” “아, 고마워. 사랑합니다.” 나는 나를 괴롭히고 때린 모든 사람을 봐준(용서한) 적이 없다. 그들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짜증낸다는 뜻이 아니다. 나는 남을 봐줄 수 없더라.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봐줄 수 있을 뿐이고, 나는 오직 나를 봐줄 수 있을 뿐이더라. 내가 나를 스스로 봐주면서 사랑할 적에, 내 멍울이며 생채기를 스스로 씻으며 어느새 꽃으로 피워 사랑씨앗을 맺고는 아이들 마음에 심을 수 있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배움빛 2022.6.11.

숲집놀이터 272. 시사상식



  우리 집 아이들은 ‘설민석·용선생·박시백’ 같은 이름을 내건 책을 하나도 안 읽는다. 나부터 이런 책은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마침종이(졸업장)를 거머쥘 생각이 없으니 부스러기(지식·정보)를 다룬 책은 덧없다. 모든 부스러기는 마침종이랑 맞물리고, 이 마침종이는 벼슬자리(공무원 임용)하고 큰일터(대기업 취직)로 나아가자면 거느려야 할 이야기일 테지. 아이들은 부스러기(시사상식)를 알아야 하지 않는다. 어른도 부스러기를 머리에 담을 까닭이 없다. 아이어른은 함께 ‘삶을 사랑으로 짓는 살림빛’을 노래하고 웃고 이야기하고 춤추면서 즐겁게 누리고 나누면 넉넉하다. 모든 부스러기는 다 다른 사람을 똑같은 틀에 맞추거나 가두려 한다. 모든 ‘삶·사랑·살림’은 다 다른 사람이 언제나 다르면서 새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스스로 밝히는 실마리이다. 부스러기를 잔뜩 끌어안기에 겉치레에 얽매인다. ‘삶·사랑·살림’을 품으니 삶을 사랑하는 살림말을 수수하게 쓰면서 서로서로 생각을 맑고 밝게 가꾼다. 서울에 빼곡하게 모여서 더 빠르고 크고 세게 돈·이름·힘을 다투어야 하는 자리이기에 부스러기(지식·정보·시사상식)를 높이 친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손수 일구는 숲에 깃드는 어질고 참한 어버이에 신나고 재미난 아이로 살아가는 길이라면 ‘삶·사랑·살림’을 온마음으로 돌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배움빛 2022.6.11.

숲집놀이터 271. 보던 책만



  어릴 적에 어머니나 둘레 어른한테서 익히 들은 꾸지람 가운데 하나는 “왜 보던 책만 자꾸 보니?”이다. 나로서는 굳이 ‘새로운 책’을 들여다볼 마음이 없으니 ‘보던 책’을 다시 본다고 할 텐데, ‘보던 책’을 다시 쥘 적에는 ‘예전에 읽은 책을 또 본다’가 아닌, ‘언제나 새삼스레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책’을 기쁘게 손에 쥐어 ‘새빛’을 누린다고 느낀다. 아이도 어른도 온갖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지는 않는다. 개미를 하루 내내 바라보아도 즐겁다. 나무 한 그루를 하루 내내 안아도 즐겁다. 가랑잎이 구르는 춤사위를 하루 내내 지켜보아도 즐겁다. 새끼를 먹이고 돌보는 제비를 하루 내내 살펴보아도 즐겁다. 하늘을 적시는 구름을 하루 내내 쳐다보아도 즐겁다. 풀을 베는 낫질로 하루를 보내어도 즐겁다. 종알종알 쉬잖고 수다꽃인 아이 곁에서 하루 내내 같이 춤추고 뛰놀아도 즐겁다. 스스로 마음을 살찌우는 일손을 붙잡으면 하루 내내 안 쉬어도 즐겁다. 이 마음으로 살아왔고 자라왔으니, 나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이란 꾸러미를 엮느라 예닐곱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서 뜻풀이를 추스르고 말결을 가누고 말밑을 캐내면서 지치거나 힘든 적이 없다. “아, 이제 하나를 마쳤구나!” 하고 기지개를 켜다가 하루(시간)가 훅 지나간 줄 알고서 빙긋 웃을 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