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27. 아무 말



둘레에서 얼핏 구경하는 사람은 잘 모르기 마련이다.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사랑하려는 눈길인 사람은 잘 느끼기 마련이다. 나는 “아무 말”이나 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말”이든 한다. 나는 “아무 일”이나 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한다. 나는 “아무 사람”이나 사귀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든 사귄다. 나는 “아무 사람”한테나 내 글이나 사진이나 책이나 사전을 주지 않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든 내 글이나 사진이나 책이나 사전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한 땀 두 땀 마음을 쏟는다. 우리 집 아이들은 두 어버이한테서 “아무러한 것”이나 배우지 않는 길을 가도록 마음을 기울인다. 우리 집 아이들은 두 어버이한테서 “어떠한 것”이든 슬기롭게 배우고 사랑으로 녹여서 살림으로 꽃피우는 길을 스스로 익히도록 마음을 쓰려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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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6. 누구나



어머니 혼자 집일을 하면 어머니가 고되다. 아버지 홀로 집일을 다루면 아버지가 벅차다. 아이들 힘만으로 집일을 해내려면 아이들이 지친다. 어느 한 사람이 도맡을 집일이 아니다. 누구나 할 집일이다. 서로 한 가지씩 배우고 가르친다. 처음에는 손에 잡히는 쉬운 일부터 익히고, 차근차근 다른 일로 손을 뻗어서 모든 일을 저마다 즐거이 다룰 수 있도록 가다듬는다. 생각해 보라. 씨앗만 심을 줄 알면 될까? 풀포기만 훑어서 먹을 줄 알면 될까? 흙결을 살필 줄 알기만 하면 될까? 열매를 거둘 줄 알기만 하면 될까? 갈무리만 할 줄 알면 될까? 먹을 줄만 알면 될까? 밥짓기만 할 줄 알면 될까? 설거지만 할 줄 알면 될까? 아주 잘 해야 하거나 솜씨좋게 해내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든 누구나 즐겁게 하면서 살림노래를 부르면 넉넉하면서 아름답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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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5. 달아나다



쳐다보지 않으니 달아난다. 달랑달랑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단추가 달아난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 바짓가랑이가 헐렁헐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어느 날 북 찢어진다. 나사가 덜렁덜렁하는데 쳐다보지 않으니 손잡이가 떨어지며 나사도 감쪽같이 달아난다. 우리 살림이란, 우리가 바라보는 기운을 받고 먹고 맞이하면서 같이 있구나 싶다. 어버이한테 아이도, 아이한테 어버이도 서로 매한가지이지 싶다. 서로 바라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기에, 바라보면서 마음에 담아 사랑이라는 생각을 씨앗으로 지어서 심기에, 비로소 한집이 오순도순 활짝활짝 피어나지 싶다. 서로 쳐다보지 않으니 서로 달아난다. 아이도 어버이도 그만 달아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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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3. 갈무리



스스로 치울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치운다. 스스로 갈무리할 생각이 있으면 스스로 갈무리한다. 스스로 놀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놀고, 스스로 심부름할 생각이 있으니 스스로 심부름을 한다. 스스로 먹을 생각이 있으니 밥을 찾아서 먹고, 스스로 잘 생각이 있으니 어디에서나 사르르 눈을 감고서 꿈나라로 간다. 그러니까 언제나 모두 스스로 우러나올 적에 할 수 있다. 시켜서 하는 때도 있겠지만, 시켜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또 시키고 다시 시키고 거듭 시켜야 한다. 스스로 하는 놀이나 일이라면 언제나 기꺼이 즐겁게 웃으면서 하기 마련이다. 어느 길로 갈 적에 갈무리가 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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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24. 내 모습이



내 모습이 고스란히 아이 모습이다. 그러니 내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 모습이자 형 모습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몸짓은 언제나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형을 보여준다. 잘하든 못하든 모두 같다.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이 이런 모습이나 몸짓이 아니어도 빌미가 될 씨앗은 모두 똑같이 품는다. 다시 말해서 나 스스로 바꾸면 모두 바뀌고, 나 스스로 새롭게 살아가면서 꽃피우려 하면 다 같이 거듭날 수 있다. 엊그제 어느 방송국에서 뭔가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받아들일까 말까 망설이다가 오늘 ‘손사래’로 마음을 굳혔다. 우리가 쓴 책을 하나도 안 읽고서 찍겠다고 하니,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다룰 만할까? 나랑 곁님이랑 아이들 삶을 바탕으로 쓴 책이 한 권도 아닌 꽤 많은데, 이 가운데 여러 권쯤은 읽어야 서로 이야기할 만하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취재를 자꾸 받아들인 지난 몸짓이란, 우리를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려는 뜻이 없는 사람들을 자꾸 손님으로 받은 지난 몸짓이란, 우리 아이들한테 하나도 배움거리가 못 된다는 뜻이다. 이웃이나 동무는 ‘남’이 아니다. 이웃이나 동무는 마음하고 삶을 읽으며 손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끊고 맺을 줄 아는 모습이 스스로 되어야, 아이들한테 사람을 사귀는 길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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