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205. 아이한테



우리 집 아이들이 맑고 곱다는 말을 들려주는 분들이 으레 나랑 곁님이 아이들한테 ‘무척 잘해 준다’거나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한다’고 덧붙여 말하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적마다 이런 말이 맞지 않으니 바로잡아야 해서 살짝 지치는데, 어제 문득 새로 생각했다. 살짝 지칠 일이 아니라 무언가 배울 일이로구나 싶더라. 곧, 나나 곁님은 “아이한테 무엇을 해 주는 일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나나 곁님은 “우리 스스로를 헤아려서 하는 일만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나 곁님이 아이한테 해 주는 일이란 언제나 한 가지라고 느낀다. ‘아이가 홀가분하게 서서 스스로 제 길을 즐겁게 노래하면서 나아가도록 곁에 있는 일’ 하나. 어버이가 아이한테 무엇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아이도 어버이한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서로 곁에 있으면서 지켜보거나 살펴볼 뿐이다. 서로 지켜보거나 살펴보되 스스로 나아갈 길을 갈 뿐이다. 스스로 제 길을 걸어가기에 함께 살아갈 수 있고, 함께 살아가기에 저마다 제 길을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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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04. 나누다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을 나눈다. 오늘 하루 살아간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서로 마음을 나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았는지 마음에 갈무리를 할 수 있고, 갈무리를 하다 보면 이튿날 어떤 하루를 새롭게 살 적에 한결 즐거울는지 돌아볼 만하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오늘 하루 함께한 삶님이 어떤 마음이나 생각이었는지 느낄 수 있고, 이렇게 느끼는 동안 이튿날 삶님하고 어떤 몸짓하고 숨결로 새롭게 살림을 가꿀 적에 즐거울까 하고 헤아릴 수 있다. 무엇이든 나눈다. 슬픔하고 기쁨도 나누고, 돈하고 밥도 나눈다. 웃음하고 눈물도 나누고, 보금자리하고 세간도 나눈다. 글하고 책도 나누며, 노래하고 춤도 나눈다. 잔치도 나눌 뿐 아니라, 바람하고 햇볕하고 샘물도 나눈다. 나누면서 함께 보고 배우고 살피고 지켜본다. 나누는 사이에 서로서로 깊어지고 넓어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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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03. 있고 없는



없어야 비로소 배울 수 있다. 있지만 새롭게 배울 수 있다. 없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배울 수 있다. 있을 적에 더 넉넉히 보듬으면서 배울 수 있다. 어떠한 길이든 배우려는 마음이라면 배운다. 어떠한 길이든 배우려는 마음이 자라지 않으면 못 배운다. 없을 적이든 있을 적이든 차근차근 배우자고 한다면 살림이 피어나겠지. 있을 적이든 없을 적이든 핑계를 대거나 토를 붙이려고 한다면 배우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살림도 가라앉겠지. 밥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밥짓기를 안 배운다면, 밥해 주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적에 어떻게 할까? 살림을 도맡는 사람이 있기에 살림짓기를 안 배운다면, 살림을 꾸리던 사람이 어느 날 불쑥 자리를 비울 적에 어떻게 할까? 사내도 가시내도 모든 일이나 살림을 다 건사할 줄 알아야 한다. 어른도 어린이도 모든 일이나 살림을 꾸준히 배워서 제 나름대로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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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02. 말씨



배우려는 사람한테 어떤 몸짓이랑 말씨로 가르쳐 주려는가. 아직 몰라서 배우려고 하는 사람한테 어떤 몸짓이랑 말씨로 마주하면서 가르치는가. 아직 모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어리둥절하는 사람한테 어떤 몸짓이랑 말씨를 보이면서 가르칠 수 있는가.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헤매는 사람이 있다. 배우고 싶은 사람도 헤매는 사람도 아직 모르니 누가 알려주기를 바라거나 기다린다. 우리는 따스한 몸짓이랑 말씨로 가르칠 수 있다. 왜 그것도 모르느냐고 따지는 몸짓이랑 말씨로 가르칠 수 있다. 갑갑해 하는 몸짓이랑 말씨로, 즐겁게 노래하는 몸짓이랑 말씨로, 산들바람처럼 보드라운 몸짓이랑 말씨로, 회오리바람처럼 무시무시한 몸짓이랑 말씨로, 참말로 늘 다르거나 새롭게 바라보면서 가르칠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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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집놀이터 201. 예쁘네



온누리 어떤 아이를 보더라도 참 이쁘구나 싶다. 왜 이렇게 온누리 아이들이 저마다 다르게 어여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은 저희가 예쁘거나 안 예쁘거나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싶다. 어른이 아이를 보며 예쁘다고 말할 뿐, 아이는 스스로 예쁜 줄 안 예쁜 줄 처음에는 헤아리지 않는다. 따지거나 가리려는 마음이나 생각이 없이 오롯이 그대로 하루를 열고 맞아들이면서 누리니, 이 아이들은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숨결 그대로 아름답구나 싶다. 어른이라면? 어른이라는 몸이나 나이가 되었어도 스스로 예쁘다거나 안 예쁘다는 틀을 세우지 않을 줄 안다면 온누리 어떤 어른도 언제나 더없이 아름다울 만하지 싶다. 예뻐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줄 안다면, 이래야 예쁘고 저러면 안 예쁘다는 틀을 세우지 않을 줄 안다면, 스스로 마음을 바라보고 스스로 삶을 짓는 기쁜 손길이 될 줄 안다면, 참말로 어른도 아이도 모두 어여쁠밖에 없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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