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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보이즈 - (2 Disc)
야구치 시노부 (Shinobu Yaguchi) 감독, 타케나카 나오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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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보이즈

Waterboys, 2001



  물을 만난 아이들은 물속에서 평화롭다. 물에서 노는 아이들은 물속에서 홀가분하다. 물에서 어울리는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돌본다. 물에서 노래하고, 물에서 웃으며, 물에서 꿈꾼다. 물이란 무엇일까. 이 아이들한테 물을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들한테 물을 주면 어떻게 될까. 어른들은 아이들하고 어떻게 살아가는가.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물을 주는 사람인가, 빼앗는 사람인가.


  아이들은 꿈을 꾸고 싶기에 물과 한몸이 된다. 아이들은 사랑을 하고 싶기에 물과 한마음이 된다. 다른 무엇이 있을까.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할까.


  헤엄을 잘 쳐야 하지 않는다. 물장구를 잘 쳐야 하지 않는다. 헤엄을 좋아하면 된다. 물장구를 즐기면 된다. 헤엄치기 운동선수가 될 까닭이 없다. 물장구를 치면서 돈을 벌 까닭이 없다.


  걷는다. 자전거를 달린다. 헤엄을 친다. 선다. 눕는다. 앉는다. 얘기한다. 어깨동무를 한다. 서로 손을 맞잡고, 빙그레 웃다가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한뜻이 된다. 다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가슴에 품고 일어선다. 물방울이 튀고, 물빛으로 젖는다. 땀방울이 흐르고, 땀내음이 퍼진다.


  아이들아, 너희 몸은 물로 이루어졌지. 너희가 먹는 밥도 물로 이루어졌고, 풀도 나무도 꽃도 모두 물로 이루어졌어. 물기가 마르면 목숨이 사라지고, 물기가 촉촉하면 숨결이 빛난다. 지구별은 물이 있어 파랗게 빛나다가 푸르게 빛나지. 너희 몸도, 또 어른들 몸도, 너희들 마음도, 또 어른들 마음도, 이렇게 파라면서 푸르게 빛나는 노래일 테지. 4347.5.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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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말괄량이 삐삐 (6disc)
올레 헬봄 감독, 잉거 닐손 외 출연 / 엠앤브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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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삐삐

Pippi Longstocking, 1968



  아이들과 〈말괄량이 삐삐〉를 볼 적마다, 이 영화가 자그마치 쉰 해를 넘은 작품인 줄 깨달으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쉰 해가 훨씬 더 묵은 영화이지만, 언제 보아도 새로우면서 새삼스럽다. 삐삐가 하늘을 나는 까닭은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겠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삐삐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알기 때문이다. 삐삐네 동무인 토미와 아네카는 ‘사람은 하늘을 못 날아’ 하고 생각하니까 하늘을 못 난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갑갑하거나 메마른 학교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삐삐는 억지스레 학교에 붙잡히지 않아도 된다. 삐삐가 학교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교사는 차분하게 아이들을 마주한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삐삐 같은 아홉 살짜리 아이가 신을 신고 책상에 발을 척 올리면 무어라 할까? 예전이라면 교사가 손찌검을 하며 거친 말을 일삼을 테지만, 오늘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리라 느낀다.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살아가는 삐삐이다. 삐삐와 동무가 되는 아이들도 삐삐와 함께 노래를 하면서 논다. 놀 적에는 늘 노래가 뒤따른다. 아니, 노니까 노래를 부른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은 대중노래나 유행노래에 매달리기만 한다. 삶을 빛내는 노래는 즐거운 놀이에서 태어나고, 즐겁게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아름답게 사랑을 밝히는 길을 걷는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


나는 디브이디 넉 장 있는 상자로 장만했는데

디브이디 여섯 장짜리가 새로 나왔네.

여섯 장짜리와 넉 장짜리는 얼마나 다를는지 모르겠으나

둘은 똑같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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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일반판 - 아웃케이스 없음
와이드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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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 Memories Of Matsuko, 2006



  어느 날 곁님이 문득 말한다. “〈마츠코〉 봤어요?” 나는 한 마디로 말한다. “아니.” “그럼 봐요. 당신이 무척 좋아할 영화예요.” 곁님 이야기를 듣고 이레쯤 지나서 비로소 이 영화를 본다. 곧바로 볼 수도 있으나, 집일을 도맡으며 지내다 보니, 이래저래 바쁘고 힘들어서 이레가 지나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보았다.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내려면 틈을 낼 수 있지만, 곁님이 이래저래 보라고 알려준 영화라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을 때에 보고 싶었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본다. 영화를 한 시간 반쯤 볼 무렵, 큰아이가 잉잉댄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영화를 조용히 보는데 일곱 살 큰아이가 쉬가 마려운가 보다. 어쩌나. 영화를 끊고 쉬를 잘 누여서 재워야지.


  이틀 뒤 비로소 나머지를 마저 본다. 이틀이 지나기까지 이래저래 집일을 하느라 참 바빴다. 이틀 동안 이불도 여러 채 빨았고, 영화를 다 본 오늘은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제법 먼 나들이를 다녀오기까지 했다.


  영화 〈마츠코〉는 무엇을 말할까.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삶을 누렸을까. 시시하다고 보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아름답다고 보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 내 삶과 네 삶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오늘 누리는 삶과 네가 오늘 누리는 삶은 서로 어떻게 잇닿는가. 아픈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읽는가. 기쁜 사람들 웃음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웃고 노래할 적에 즐겁다. 웃음은 남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노래는 남이 불러 주지 않는다. 웃음도 노래도 언제나 스스로 빚고 가꾸며 누린다. 마츠코는 살고 싶었고, 고운 마음이고 싶었으며, 여린 동생과 사이좋게 꿈꾸고 싶었다. 이리하여 이 길대로 새 빛이 된다.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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