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32] 설겆수세미



  예전에는 ‘수세미’라고 하면 ‘수세미외’라고도 하는 덩굴풀이 있고, 이 덩굴풀 수세미(수세미외)를 잘 말려서 설거지를 할 적에 쓰는 부엌살림 수세미가 있어요. 옛날에는 집집마다 수세미외 씨앗을 심어서 기른 뒤에 열매를 얻어 손수 말린 뒤에 설거지를 하는 부엌살림으로 삼았어요. 오늘날에는 가게에서 실리콘 수세미나 아크릴 수세미를 사다가 쓰지요. 가게에서 안 사고 실로 뜨개를 해서 설거지를 할 적에 쓰기도 하고요. 가만히 살피면 그릇을 씻으려고도 수세미를 쓰지만, 몸을 씻으려고도 수세미를 써요. 이때에는 ‘손타월·핸드타월’이나 ‘때타올·때타월’ 같은 말을 뒤섞어서 쓰는데, 영어 ‘towel’을 놓고 ‘타월·타올’로 옮기기보다는 ‘수세미’라는 낱말을 살려서 써 볼 만하지 싶어요. 설거지에서는 ‘설거지수세미·설겆수세미’라 하면 되고, 손에 끼워서 몸을 씻으면 ‘손수세미’라 할 만하며, ‘몸수세미’라 해 볼 만해요. 때를 벗길 적에는 ‘때수세미’가 돼요. 자동차를 닦는데 쓰면 ‘차수세미’라 하면 되지요. 손이나 몸을 씻는 수세미는 ‘씻는수세미’나 ‘씻수세미’처럼 이름을 붙여도 잘 어울려요. 수세미에 막대를 달아 유리나 바닥을 닦는다면 ‘막대수세미’가 됩니다. 2016.12.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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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30] 하늘소금



  하늘에서 소금을 내려 줍니다. 비처럼 내리는 소금은 아닙니다만, 소금 한 줌을 하늘이 내려 줍니다. 그래서 ‘하늘소금’입니다. 따사롭거나 뜨겁게 내리쬐는 해님이 하늘에 있어서 하늘이 내려 주는 소금이에요. 이러한 소금은 하늘소금이면서 ‘해소금’이 될 테지요. ‘햇볕소금’이나 ‘볕소금’이 되기도 할 테고요. 눈부신 햇살을 머금어 ‘햇살소금’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바다가 베풀어 ‘바닷소금’입니다. 하늘빛을 닮은 새파란 바다가 담긴 소금이에요. 쪽빛 같은 바다가 내어주는 소금이에요. 눈처럼 새하얀 소금인데, 이 하얀 빛깔에는 하늘빛하고 바다빛하고 햇빛이 듬뿍 스며요. 드넓은 바다는 우리 밥상맡에 짭조름한 맛을 베풀어 주고 싶어서 소금을 내어줍니다. 하늘이랑 해랑 바다가 나란히 어우러져서 소금 한 줌이 태어납니다. 이러고 보면 우리가 먹는 소금은 ‘하늘해바다소금’인 셈일까요? 하늘도 해도 바다도 이름을 뺄 수 없잖아요. 하늘꽃 같은 소금이요, 해꽃이나 바다꽃 같은 소금입니다. 2016.7.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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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9] 책노래



  한국말사전에서 ‘콘서트’라는 영어를 찾아보면 ‘음악회’나 ‘연주회’로 고쳐써야 한다고 나와요. ‘음악회’나 ‘연주회’라는 한자말을 다시 찾아보면 두 낱말은 모두 “음악을 연주하는 모임이나 자리”를 가리킨다고 나와요. ‘음악’은 ‘노래’를 가리키는 한자말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콘서트’는 ‘노래모임’이나 ‘노래자리’를 가리키는 셈이라 할 만하지요. 노래모임이나 노래자리를 살펴보면 무척 신나거나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멋지지 싶습니다. 수수한 노래모임이나 노래자리일 수 있지만, 대단한 노래잔치나 노래마당이 되곤 해요. 요즈음은 책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즐겁게 나누자는 뜻으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곤 해요. 이런 자리에 ‘북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바로 ‘책노래모임’이나 ‘책노래자리’나 ‘책노래잔치’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책을 노래하듯이 즐기는 모임이랄까요. 책을 노래하듯이 나누는 자리랄까요. 책을 노래하듯이 사랑하는 잔치랄까요. 수수하게 ‘책노래’를 나눈다고 해도 되고요. 2016.6.1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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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7] 손낯


  “손 좀 씻으렴” 하고 말할 적에 손만 씻는 사람이 있고, 손이랑 낯을 함께 씻는 사람이 있어요. “낯을 씻으렴” 하고 말할 적에 낯만 씻는 사람이 있으며, 낯이랑 손을 나란히 씻는 사람이 있어요. “손 씻고 밥을 먹자” 하고 말할 적에는 손만 씻자는 뜻일 수 있지만, 손하고 낯을 깨끗이 씻자는 뜻일 수 있어요. ‘손씻기’나 ‘낯씻기’는 손이나 낯을 씻는 일이나 손낯을 씻는 일을 가리켜요. ‘발씻기’라면 따로 발을 씻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고, ‘몸씻기’라면 몸을 씻는 일을 나타내기도 해요. ‘손낯씻기’처럼 ‘손낯’이라는 낱말을 지어 본다면, 이때에는 손하고 낯을 모두 씻자고 하는 뜻을 또렷하게 드러낼 테지요. 이 얼거리처럼 ‘손발씻기’처럼 말할 수 있을 테고요. 2016.6.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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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26] 종이두루미



  집에서 종이로 노는 아홉 살 아이는 곧잘 종이접기를 하고 싶어서 책을 펼칩니다. 책에 나온 ‘종이학’ 접기를 해 보려는데 잘 안 된다면서 자꾸 도와 달라 합니다. 한 번 두 번 돕다가 아이한테 말합니다. “책을 덮으렴. 책을 보면서 하면 아예 못 접어.” 나는 책 없이 접는 손놀림을 아이한테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은 대로 종이를 네모반듯하게 자르고, 세모를 두 번 접어서 자국을 내며, 네모를 두 번 접어서 또 자국을 냅니다. 다시 세모를 접고, 잇달아 수많은 세모를 넣어 자국을 낸 뒤에 비로소 하나씩 새로운 꼴로 접습니다. 이러는 동안 어느새 예쁜 ‘종이두루미’가 태어납니다. 종이두루미를 다 접고 나서는 거꾸로 ‘펼친 종이’가 되도록 하나씩 풉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손으로 만지면서 몸에 익혀야 눈을 감고도 접을 수 있어.” 한나절 동안 함께 종이를 접고 나서 ‘종이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종이학’ 접기인데, 일본에서는 ‘오리츠루(おりづる·折り鶴·折鶴)’라는 이름을 써요. “접는 두루미”라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종이접기를 ‘오리가미(おりかみ·折り紙·折紙)’라고 말해요. 종이로 두루미를 접는 놀이가 일본에서 건너왔어도 ‘두루미’라는 이름을 쓰면 되었을 텐데, 처음에 ‘학(鶴)’이라는 한자를 쓴 바람에 이제는 ‘종이학’이라는 이름만 널리 퍼졌구나 싶습니다. 2016.5.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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