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65] 살피종이

책을 읽다가 사이에 넣는 종이나 표를 ‘책갈피’라고 흔히 말합니다. 사이에 넣기에 ‘갈피’라는 낱말을 쓸 수 있는데, 나중에 책을 읽으며 알아보기 좋도록 꽂는 종이나 표라면 ‘책살피’라는 이름이 알맞아요. 땅이나 물건 사이를 가리는 구실을 하는 ‘살피’예요. 이 같은 말뜻과 쓰임새를 헤아린다면, 책 사이에 꽂거나 붙이기도 하지만, 책상맡이나 벽이나 셈틀이나 냉장고에도 붙이는 종이를 놓고 ‘살피종이’라는 이름을 지을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포스트잇(Post-it)’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처음에는 ‘포스트 스틱 노트(Post-stick note)’라고 했다가 줄였어요. 처음 지은 이름은 ‘알림 붙임 종이’쯤 될 테고, 우리도 ‘알림종이’ 같은 말은 더러 씁니다. 어느 모로 보면 ‘알림붙임종이’ 같은 긴 이름을 써도 돼요. 이를 ‘살피종이’라든지 ‘쪽살피·살피쪽’처럼 써 볼 만합니다. 빛깔을 넣은 종이일 적에는 ‘빛살피종이·살피빛종이’나 ‘쫓빛살피·빛살피쪽’처럼 쓸 만할 테고요. 어쩌면 ‘알붙쪽(알리려고 붙이는 쪽종이)’이나 ‘알붙종이’처럼 재미나게 줄여서 써 볼 수 있어요. 2017.9.10.해.ㅅㄴㄹ


[살피종이] (≒ 쪽살피·살피쪽·알붙쪽·알붙종이)

: 알아보기 좋도록, 또는 나중에 알아보거나 살필 수 있도록 살짝 붙이는 작은 종이

 * 살피종이를 붙인 데를 읽어 보렴

 * 나중에 살피려고 살피종이를 붙였어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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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3] 텃씨


고장마다 날씨가 달라요. 땅하고 냇물하고 멧줄기도 모두 다르고요. 그래서 고장마다 오랜 옛날부터 심어서 가꾸고 갈무리한 씨앗이 있습니다. 이 씨앗은 천 해나 만 해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고 해요. 그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몸에 맞는 씨앗이면서, 그 고장 날씨나 철하고 어울리는 씨앗이랍니다.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땅에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씨앗을 심으며 살았기에, 예전에는 이 오랜 씨앗을 두고 다른 이름을 안 붙였어요. 오늘날에 이르러 다국적기업이나 농협에서 씨앗을 다스리다 보니, ‘토종(土種) 씨앗’ 같은 이름을 따로 붙입니다. 그런데 ‘토종’이란 ‘흙/땅/터(土) + 씨앗/씨(種)’ 얼거리예요. 한자말 ‘토종’은 바로 씨앗을 가리킵니다. ‘토종 씨앗’이나 ‘토종 종자(種子)’라고 하면 얄궂은 겹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하면 어느 한 곳에 눌러앉는 새를 가리키는 ‘텃새’ 같은 말이 있어요. ‘텃(터 + ㅅ) + 새’라는 얼개를 헤아려 ‘텃 + 씨’나 ‘텃 + 사람’ 같은 새 낱말을 지을 만해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심어서 돌보거나 갈무리한 씨앗이기에 ‘텃씨’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보금자리를 이루어 살아온 사람이기에 ‘텃사람’입니다. 텃사람이 쓰는 말이라면 ‘텃말’이 될 테지요? 어느 고장에서 오래된 집이나 마을이라면 ‘텃집·텃마을’이 될 테고요. 2017.8.19.흙.ㅅㄴㄹ



[텃씨]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나는 씨앗

 * 들깨 텃씨를 얻어서 텃밭에 뿌렸어요

 * 텃씨는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심을 수 있지요

 * 이 땅을 가꾸며 텃씨를 지켜 온 할아버지

[텃사람]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 텃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텃힘을 부리지는 않아

 * 우리 마을 텃사람인 할머니를 만나서 텃말을 들었어요

[텃말]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쓰는 말

 * 너는 제주 텃말을 쓰고, 나는 담양 텃말을 쓰지

 * 할머니가 쓰는 텃말은 구수하고 감칠맛 나요

[텃집]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림을 이어온 집 (‘전통 가옥’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멋진 텃집은 자그마치 오백 해가 되었다는구나

 * 아름다운 텃집이 모인 포근한 마을입니다

[텃꽃]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자란 꽃

 * 흰민들레는 우리 텃꽃입니다

 * 이 작은 제비꽃도 봄바람 타고 피는 텃꽃이야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한국말사전 새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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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1] 제살깎기

어쩐지 우리한테 못마땅하구나 싶은 사람이 있어서 괴롭힙니다. 우리를 둘러싼 다른 사람이 아무리 착하거나 참답거나 사랑스럽거나 곱게 살더라도 우리 눈에 못마땅하다면 그만 괴롭힙니다. 때로는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때로는 따돌리거나 들볶습니다. 우리 곁에 있던 아무개는 우리가 괴롭힐 적마다 괴롭지요. 그런데 왜 괴롭힘을 받는지 알 길이 없어요. 저를 괴롭히는 사람한테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어도 자꾸 괴롭히거든요. 어쩌면 누가 우리를 괴롭힌 일을 잊거나 털지 못한 채 그만 다른 사람을 괴롭힐는지 몰라요. 우리가 괴롭게 지내던 나날을 자꾸 마음에 담으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 있을 테고요. 이러다가 우리 스스로 우리를 괴롭히는 일까지 하고 맙니다. ‘제살깎기’입니다. 장사를 하는데 제값을 받지 않고 이웃장사하고 다툼을 하듯이 값을 후려치는 일이 있는데, 이때에도 제살깎기예요. 서로 제값을 받으면서 즐겁게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 손님을 이웃장사한테 안 빼앗기려고 하면서 그만 서로 괴롭습니다. 내가 나를 괴롭히기에 제살깎기예요.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잃기에, 스스로 사랑하려는 마음인 ‘제사랑’을 잊기에, 우리가 스스로 몸하고 마음에 생채기를 입힙니다. 2017.7.30.해.ㅅㄴㄹ


[제살깎기]

: 나를 스스로 괴롭히는 짓. 내가 나한테 도움이 안 되거나 나쁘게 되도록 하는 짓

 * 두 가게가 서로 제살깎기를 한다

 * 스스로 싫다면서 자꾸 제살깎기를 하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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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0] 푸짐밥

단출하게 차려서 혼자 먹습니다. 혼자 먹을 생각이라서 단출하게 차립니다. 때로는 푸짐하게 차려서 혼자 먹습니다. 혼자 먹더라도 넉넉하게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가볍게 차려서 이웃을 부릅니다. 많이 먹기보다는 이야기를 넉넉히 나누면서 입맛을 당기려는 뜻입니다. 때로는 푸짐하게 차려서 이웃을 부릅니다. 기쁘고 넉넉하게 나누려는 마음이기에 이것저것 잔뜩 차려요. 혼자서 혼밥을 먹는다면 여럿이서 모둠밥을 먹을 텐데, 단출하게 먹으면 ‘단출밥’이요, 푸짐하게 먹으면 ‘푸짐밥’입니다. 다른 일이 바빠서 단출밥을 먹을 수 있어요. 바삐 길을 나서려고 단출밥을 차릴 수 있어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 가볍게 누리려고 단출밥을 마련할 수 있지요. 다른 일이 바쁘건 말건 많이 먹고 싶어서, 또는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먹고 싶어서 푸짐밥을 차릴 수 있어요. 시외버스나 기차에서도 더욱 즐겁고 넉넉하게 먹으려는 뜻으로 푸짐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단출하게 차리기에 잔칫밥이 안 되지 않습니다. 단출하게 차리더라도 서로 기쁨을 나누면 잔칫밥입니다. 푸짐하게 차릴 적에만 잔칫밥이 되지 않아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넉넉한 마음이 피어오를 적에 잔칫밥입니다. 2017.7.30.해.ㅅㄴㄹ


[푸짐밥]

: 푸짐하게 차린 밥. 여러 사람이 기쁘고 넉넉하게 나누려고 차리는 밥

 * 오늘 저녁은 푸짐밥이야

 * 모처럼 모였으니 푸짐밥을 차리자

[단출밥]

: 가벼우면서 손쉽게 차린 밥. 가볍게 배를 채우려고 손쉽게 차리는 밥

 * 버스를 오래 타야 해서 단출밥을 먹으려고

 * 먹고 치우기 좋도록 단출밥을 차렸어

[잔칫밥]

: 잔치를 하거나 잔치를 하듯이 차린 밥. 기쁜 일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나누려고 차리는 밥

 * 좋은 일이 있어서 잔칫밥을 마련했지

 * 오늘은 꼭 잔칫밥 같구나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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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59] 밀당

비가 오니 비가 그칩니다. 해가 뜨니 해가 집니다. 잠에서 깨어나니 잠을 잡니다. 삶을 바라보면 한 가지만 흐르는 일이란 없어요. 두 가지가 늘 사이좋게 맞물려요. 비만 오거나 비가 안 오기만 하다면 괴로워요. 해가 내내 뜨거나 내내 안 뜨면 고달프지요. 잠만 자거나 잠을 안 자도 힘들 테고요. 오르니 내립니다. 내리니 오르고요. 가니까 오고, 오니까 와요. 이처럼 한때에는 밀다가 한때에는 당깁니다.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재미납니다. 슬그머니 밀다가 살그마니 당기면서 웃음이 피어나요. 좋아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밀고 당기지만, 글이나 영화에서도 밀고 당기듯이 줄거리가 흘러요. 개구진 아이들은 한창 신나게 뛰놀다가 한동안 조용히 쉬어요. 사람이 살며 느끼거나 누리는 ‘밀고 당기기’를 ‘밀당’이라는 짧은 말마디로 간추립니다. ‘밀당’은 ‘밀당하다’로 써 볼 수 있겠지요. 거꾸로 ‘당밀·당밀하다’로 써 보아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누구는 밀당이나 당밀을 안 하고 ‘밀밀’이나 ‘당당’만 할는지 몰라요. 밀기만 해서는 힘들고, 당기기만 해서는 고단할 텐데요. 알맞게 밀고 당기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짓습니다. 2017.7.23.해.ㅅㄴㄹ



[밀당 (밀당하다)]

1. 밀고 당기다

 * 서로 밀당하면서 주고받기만 한다

 * 밀당을 하듯이 글을 써 볼 수 있어

2. 밀고 당기듯이 움직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듯이 굴다가도, 그 사람을 안 좋아하는 듯이 구는 모습을 가리킨다. 오락가락하도록 굴면서 맞은쪽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는 몸짓이다

 * 저 둘은 밀당을 하더니 가까워졌네

 * 밀당은 그만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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