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을지재단 : 새뜸(언론) 하나를 거머쥐려고 했다는 ‘을지재단’이 도마에 오르는 듯싶은데, ‘뭐 이 따위 나라가 다 있느냐?’고 성낼 까닭은 터럭만큼도 없다. 그들 을지재단이 새뜸 하나를 집어삼키려고 나서지 않았다면, 그런 무리가 새뜸을 움켜쥘 속셈을 품도록 허술한 틀이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오늘날처럼 누리판(인터넷세상)이 확 펴지 않았다면, 우리 스스로 거의 하나도 몰랐을 일이 아닌가? 더구나 그런 무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검은짓을 일삼지 않았을까? 이런 일이 불거질 때 잘 들여다볼 일이다. 검은짓을 일삼은 무리한테도 이바지할 수 있다. 제발 바보스런 짓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고빗사위로 삼을 만하다. 뭘 그렇게 허거프게 집어먹으려고 하는가? 나무 몇 그루 심을 마당을 거느리는 조그마한 집 한 채를 누리면 될 일이 아닌가? 지나치게 벌어들인 돈은 둘레에 있는 뜻있고 가난한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면 아무 걱정도 근심도 말썽도 잘못도 없다. 움켜쥐려고 하니 말이 많고 말썽까지 일으킨다. 힘을 부리려 하니 스스로 무너진다. 돈을 어느 만큼 벌었다면, 참말로 옳고 바르게 둘레에 펴고서, 이녁은 시골 오두막 한 채를 거느리면서 조용하게 살아가면 아름답다.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마찬가지이다. 2023.11.2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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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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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을 적마다 : 앓을 적마다 뭔가 알아간다. 우리말 ‘앓다·알다’가 ‘알’이라는 낱말을 밑동으로 뜻이나 결을 가르는 줄 알기는 했으나, 두 낱말 사이에 어떤 수수께끼가 깃들었는지는, 그야말로 호되게 앓을 적에 깨닫는다. 우리는 앓거나 아파 보아야 눈을 뜬다. 안 앓거나 안 아플 적에는 좀처럼 눈을 못 뜬다. 〈왕자와 거지〉라는 옛이야기에는 두 가지로 다른 앓이·아픔을 다룬다. 그저 왕자로 살아갈 적에는 ‘아무리 마음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들 살림살이를 알 턱이 없다. 몽땅 내려놓고서 ‘거지 옷’을 입으며 뒹굴어야 비로소 하나씩 알아간다. 거지에서 왕자로 바뀐 아이는 다시 ‘왕자 옷’을 벗어야 할 때에 이르러야, 그러니까 새롭게 큰앓이를 해야 이 아이도 거듭나며 알아차릴 수 있다. 곰곰이 보면, 옛이야기 〈왕자와 거지〉를 옳게 풀어내어 어질게 들려주는 어른을 못 봤다. 아무래도 ‘앓다·알다·알’ 세 마디에 얽힌 수수께끼부터 안 들여다보니 그렇겠지. ‘안’이라는 낱말도 재미있고 놀랍다. ‘속·안·알’로도 잇고, ‘아니다·아직·안’으로도 잇는다. 2023.11.2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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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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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 뽑기(선거)를 앞두면 으레 쏟아지는 ‘험지’라는 한자말을 돌아본다. 그들은 사람을 안 보고 마을에 안 살기에 ‘험지’타령을 한다. 그들이 벼슬꾼이나 감투꾼이 아닌 일꾼이라면, 함부로 ‘험지’란 한자말을 입에 안 올리게 마련이다. 그들이 일꾼이라면, 모두 같은 이 나라 이 땅 이 마을이니, 아직 모르는 이웃한테 찾아가서 온땀을 바쳐 일할 마음을 다스리겠지. 그들 스스로 일꾼이 아니기에 ‘험지’란 말을 우스꽝스레 뱉는다. 사람을 먼저 보고, 사람 곁에 있는 들숲바다를 보며, 들숲바다가 품는 풀꽃나무랑 흙돌나무를 헤아린다면, 우리 입과 눈과 코와 귀는 ‘삶·사랑’이라는 낱말로 ‘마을·살림’을 일구려는 꿈을 키울 테지. 일하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또는 돈·이름·힘을 거머쥐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궁금하다면, 그이가 ‘험지’라 말하는지 ‘이웃’이라 말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라. 2023.11.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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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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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이웃님이 고흥에서 여수를 이튿날 다녀오신다기에 슬쩍 여쭙는다. “얼마나 걸리시나요?” “나는 한 40분쯤?” 택시라면 30분쯤 걸릴 테고, 빨리 몬다면 20분에라도 가리라. 그런데 ‘대중교통’으로 고흥·여수 사이를 오갈 적에는 7시간이 든다. 읍내로 나가고, 읍내에서 기다리고, 시외버스를 타고, 여수에서 다시 기다리고, 고흥으로 돌아오고, 또 기다린 끝에 시골버스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차근차근 짚어 보았다. 고흥·여수 사이를 버스로 오간 적이 없다면 이렇게 걸리는 줄 모르리라.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길’이 매우 허접하다. 모두 쇳덩이(자가용)한테 맞출 뿐 사람한테는 안 맞춘다. 길을 느끼거나 알지 않는 채 쇳덩이에만 몸을 싣는다면, 어린이나 푸름이나 할매할배가 어떤 길인지 모르겠지. 길을 모른다면 글도 모르겠지. 길도 글도 모른다면 말도 모를 테고, 말을 모른다면 넋이나 마음을 알 턱이 있을까.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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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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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삯 : 시골에서는 아흔 살 할매도 버스를 타려면 온돈을 치러야 한다. 서울(도시)에서는 어떤가? 버스나 전철을 그냥 탄 지 한참 되었다. 요새는 시골에서 어린이나 푸름이(청소년)한테 버스삯을 50원이나 100원만 받는다. ‘시골 어린이 50원 버스’하고 ‘시골 푸름이 100원 버스’는 차츰 큰고장으로 번진다. 머잖아 서울에서도 ‘어린이·푸름이 50원(또는 100원) 버스’로 바뀔 만하리라 여긴다. 사이에 낀 스무 살부터 예순 살에 있는 사람들은 고스란히 온돈을 치른다. 아니, 덤터기를 쓴다고 여길 만하다. 그런데 스물∼서른다섯 나이라면 ‘젊은이(청년)’라 여겨, 나라에서 여러모로 살림돈을 받쳐준다. 요즈음은 ‘군대 사병 달삯 200만 원’에 이르는 때인데, 예전에 군대란 곳에서 ‘사병 달삯 1∼3만 원’을 받고서 죽을고비를 겨우 넘기고 살아난 사람들은 꾸역꾸역 일을 해서 낛(세금)을 바치기만 하는 얼거리로 여길 수 있다. 2023년으로 쳐서, ‘마흔∼예순 나이’에 낀 사람들은 배움터(초·중·고등학교) 열두 해에 걸쳐 날마다 흠씬 두들겨맞으면서 자라야 했고, 갖은 가시밭길을 맨몸으로 헤매야 했는데, 순이는 순이대로 웃사내질(남성 가부장권력)에 시달렸고, 돌이는 돌이대로 ‘군대와 회사에서 위계질서 폭력’에 시달렸다. 그나저나 시골버스이건 도시버스이건, 어떻게 ‘50원 버스’나 ‘100원 버스’나 ‘할매 할배 0원 버스’를 할 수 있는가? 바로 우리가 낸 낛(세금)으로 버스회사에 이바지돈(보조금)을 매우 많이 주기 때문이다. 곰곰이 따지면, 우리가 여태 버스회사에 우리 낛으로 치른 이바지돈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버스삯 안 내고 다닐 만큼’ 넉넉하다. 버스회사에서 이바지돈을 어떻게 썼는지, 또 나라(지자체)에서 버스회사에 이바지돈을 어떻게 보태었는지, 제대로 밝히는 글자락이 드물거나 없다. 버스도 지하철도 모든 사람이 ‘돈을 안 내고 타도 될’ 만하다. 줄줄이 새는 돈을 바로잡으면 된다. 줄줄이 새는 돈을 몰래, 또는 뜬금없이 가로채는 무리를 걷어치우면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본소득·기본복지’를 얼마든지 제대로 할 밑돈이 넉넉하지만, 이 밑돈을 밑돈으로 안 쓰니까 어지럽다. 뒷돈이나 몰래돈으로 바꾸니 자꾸자꾸 나이로 뭘 가르면서 서로 미워하는 틀이나 담벼락을 쌓고 만다. 2023.1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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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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