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2. 동무와 달리는 길

 


  경상도 안동으로 나들이를 가서 여섯 살 동무를 만난 아이가 함께 달린다. 동무가 먼저 저 앞서 달린다. 아이가 동무 뒤를 따르다가 멈춘다. 나란히 달리기도 하고, 앞서 달리기도 하면서, 시골마을 감싸는 나무와 풀이 베푸는 푸른 바람을 서로서로 마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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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 골짝물 머리 감기 (2013.8.6.)

 


  혼자 머리 감는 놀이를 즐기는 사름벼리는 골짝물에서 삼십 분 즈음 머리를 박고 물을 끼얹는다. 스스로 ‘추워’ 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지치지 않고 머리에 물을 끼얹는다. 마을 빨래터에서 물이끼 걷어내는 청소를 마치고 나서도 머리 감는 놀이를 즐기고, 골짝물 졸졸 흐르는 숲속에서도 머리 감는 놀이를 즐긴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물결에 어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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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0. 저기 잠자리 있어요 (2013.8.1.)

 


  두 아이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다가 들 한복판에서 살짝 멈춘다. 너른 들 논도랑이 거의 모두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흙도랑인 곳이 드문드문 있어, 큰아이더러 “자 봐 봐. 여기는 참말 도랑이야.” 하고 말하며 가리키는데, 조금 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저기 잠자리 있어요. 조용히 해요.” 하고 말한다. 어디 있나 기웃거리니, 자전거 옆 땅바닥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넌 이 잠자리를 알아보았구나. “움직이지 마요. 그러면 잠자리 날아가요.” 그래, 안 움직일게. 그런데 우리는 땡볕에 이곳에서 얼마나 꼼짝 않고 있어야 할까? 한참 잠자리를 바라보며 모두 땀을 뻘뻘 흘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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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8-09 12:34   좋아요 0 | URL
이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ㅎㅎ

숲노래 2013-08-09 13:00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살아가며
날마다 재미난 일
숱하게 겪으며 즐겁습니다~
 

시골아이 9. 흙을 두 손에 (2013.8.5.)

 


  비가 많이 오면 마당보다 웃자리에 있는 뒷밭 흙이 빗물에 쓸려 내려오면서 마당에 흙을 조금씩 남긴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한참 뛰어놀다가 바닥에 흙이 있는 줄 깨닫고는 어느새 쪼그려앉아 흙을 뭉치면서 논다. 흙이야 어디에도 있지. 논에도 밭에도 있지. 바닷가 모래밭에도 있고 숲속에도 있어. 그런데 아이들이 마음껏 만지면서 놀 만한 흙은 어디에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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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8. 멧길 (2013.8.1.)

 


  자동차 드나들어 관광지 되기를 바라는 시골 군청 행정으로 오솔길 넓혀 찻길처럼 만들지만, 이곳까지 관광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가끔 구경 삼아 지나다니는 사람 있기는 한데, 이러한 멧길은 다시 오솔길로 돌아가 자동차 아닌 두 다리로 찬찬히 사뿐사뿐 오르내릴 때에 한결 빛나면서 아름다우리라 생각한다. 멧길은 자동차로 슥슥 오르내려서는 멧길이 아니다. 숲바람 쐬고 숲소리 들으며 두 다리로 호젓하게 걸어야 비로소 멧길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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