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보금자리 2 (2014.10.31.)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리는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별비와 사랑비와 꽃비가 내리는 사이사이 별과 사랑과 꽃을 하나하나 그린다. 온누리에 별과 사랑과 꽃이 쏟아져서 흐드러지기를 바란다. 우리 보금자리에도, 이웃 보금자리에도, 골고루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칠 수 있기를 빈다. 다 같이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삶이 되기를 꿈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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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사름벼리 웃네 (2014.9.2.)



  그림순이가 그림종이를 조그맣게 오려서 쪽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 바라보다가 그림종이 하나를 살며시 든다. 그림순이가 알아챈다. ‘응?’ 하면서 고개를 들다가 빈 종이를 든 줄 깨닫고는 다시 그림놀이에 빠져든다. 나는 그림순이 곁에서 ‘그림어버이’가 되자고 생각하면서, 그림순이 모습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작게 그림 하나를 그린다. 내가 아이를 바라볼 적에 가장 기쁘다고 느끼는 모습을 그린다. 단출하게 석석 그린다. 그림순이가 아주 좋아하는 빛깔로 그린다. 그림을 마친 뒤 “사름벼리 웃네” 여섯 글자를 넣는다. 웃는 아이 가슴에 별과 사랑을 하나씩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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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보금자리 1 (2014.10.27.)



  내 ‘그림’이 무엇인가 하고 돌아본다. 요즈막에 들어 나 스스로 내 그림을 제대로 안 그렸구나 하고 깨닫는다. 왜 나는 내 그림을 안 그렸을까. 우리 집이 어떤 모습이 되고, 우리 도서관이 어떤 숨결이 되며, 우리 숲이 어떤 보금자리가 되기를 제대로 바라지 않았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먼저 또박또박 한 글자씩 쓴다. 이러고 나서 글자에 빛을 입힌다. 빛이 띠가 되도록 씌운다. 빛띠에 숨결이 흐르기를 바라면서 해무지개를 얹는다. 별비와 꽃비와 달비와 사랑비와 사마귀비와 잎비와 엄지비 들을 그리다가 그림 그리기를 멈춘다. 요즈막에 몸이 퍽 고단했구나 싶어 어깨가 뻑적지근해서 손아귀에 힘이 잘 안 붙는다. 하루나 이틀쯤 쉬었다가 마저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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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노래 (2014.10.2.)



  이웃님한테 보내려고 그림을 그린다. 사진책을 펴내고 사진강의를 하면서 사진길을 걷는 이웃님한테 ‘노래’를 그려서 보내기로 한다. 노래란 무엇일까? 사진이란 무엇일까? 동그라미 하나가 다른 동그라미를 만나고, 동그라미 안쪽에서 온갖 빛깔로 무지개가 드리운다. 물결이 치고, 꽃과 별이 하나둘 돋더니, 어느새 잎이 나는 나무가 자란다. “흐르는 삶이 고스란히 품에 안겨 사진 한 장”이라고 한 마디를 짤막하게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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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노들마루 (2014.9.25.)



  두 가지 이름을 그리기로 하면서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말을 읊는다. 하나는 우리 집에 찾아온 셋째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갈 곳을 헤아리는 이름이다. 어떤 이름을 누구한테 붙일는지는 모른다. 다만, 먼저 나한테 떠오른 이름 하나를 적는다. 이 이름을 다른 곳에서 누군가 쓸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도 이 이름을 그려서 즐겁게 쓸 수 있다. ‘노들’은 어느 마을 이름이고, ‘마루’는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이름이다. ‘미루’라는 이름도 어쩐지 마음이 끌렸는데, ‘노들’하고 어울리자면 ‘마루’가 한결 낫구나 싶다. 숲을 이루는 깊은 멧자루가 함께 있는 ‘노들마루’를 꿈꾸어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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