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솜노래 (2014.7.24.)



  솜씨를 사랑하는 이웃한테 주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 솜씨란 솜씨이고, 솜과 씨이다. 두 손을 모두어 실타래를 엮고, 두 손으로 엮는 실타래 따라 파랗게 별이 빛난다. 별이 빛나는 두 손으로 실타래를 엮으니 알록달록 어여쁜 별빛이 이 땅에 드리운다. 새가 날고 나무가 자라며 나비가 춤춘다. 이곳에서 짓는 삶이란 어떤 꿈이 될 수 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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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ㅍㄹㅅ (2014.7.18.)



  아이들 치과 진료를 받으려고 고흥집을 이레쯤 비운 사이, 누군가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서 ‘씨받이 상추’를 뽑아 갔다. 누구 짓일까? 누가 우리 집 ‘씨받이 상추’를 몰래 가져갔을까? 고흥집을 나서기 앞서 씨방이 차츰 여물기에, 고흥집으로 돌아오면 ‘사다 심는 상추씨’가 아닌 ‘씨를 받아 심는 상추씨’를 잔뜩 얻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떤 마을 이웃집에서 우리 상추씨를 몽땅 가져갔을까? 이 얘기를 들은 곁님이 나한테 그림을 그리라고 말한다. 우리 집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그림을 그리라고 말한다. 그래, 우리 집에는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넋으로 삶을 가꾸는 사람만 찾아오도록 그림을 그려야겠구나. 맑게 웃고 노래하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집을 지키고, 우리 식구가 심은 나무가 우리 집을 감싸며, 구름과 무지개와 하늘과 흙과 꽃이 우리 집을 지킨다. “우리 집은 ㅍㄹㅅ이다.” 나한테 ‘ㅍㄹㅅ’은 “푸른 숲”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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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별 그리기 (2013.12.20.)



  사름벼리가 여섯 살이던 지난 십이월에 파란 별을 커다란 종이에 그야말로 큼직하게 그리며 논 적이 있다. 그림 한 장에 파란 별을 하나씩만 그린다. 그래서 이 별 그림을 보다가,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둘레에 덧그림을 붙여 보았다. 커다란 별 둘레에 작은 별이 반짝이고, 동그란 해(또 다른 별)가 무지개꼬리를 달고 훨훨 날아가는 그림을 그렸다. 해와 같은 동그란 무지개별은 억새밭을 가로지르고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이 무지개별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드리우겠지. 오랜만에 두 아이와 함께 대만 영화 〈로빙화〉를 보았다. 언제 다시 보아도 참으로 가슴이 짠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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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따뜻해 (2014.7.12.)


  나들이를 간 집에 일곱 살 아이가 있다. 일곱 살 아이가 쓰는 크레파스와 종이를 빌려서 그림을 한 장 그려 본다. 일곱 살 아이는 어머니와 놀이터에 갔고, 집에는 여섯 살 동생과 아버지가 있다. 여섯 살 동생을 넓은 그림종이에 먼저 넣고 구름에 앉힌다. 아이가 앉은 구름은 커다란 나뭇잎이 받쳐 준다. 따뜻한 빛이 옆에서 퍼지고, 무지개 비가 내린다. 날마다 서로서로 따뜻한 말과 넋으로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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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이모 이모부와 (2014.7.11.)



  이모랑 이모부하고 만나서 노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름벼리와 산들보라를 바라본다.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모부 품에 안긴 사름벼리를 먼저 그린다. 그러고 나서 이모 곁에서 노는 산들보라를 그린다. 네 사람이 사랑스럽게 어우러지는 빛을 그린다. 연필로 슥슥 한달음에 그린다. 네 사람이 앞으로도 사랑스레 어우러지면서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삶을 가꿀 수 있기를 빈다. 아이들이 이웃과 동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잘 다스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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