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75. 집고양이 되고 싶은 (2015.4.9.)



  우리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다. 이 아이들한테는 우리 집이 저희 보금자리이다. 어른으로 큰 뒤에도 우리 집 둘레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미 고양이는 멀리 떠난 듯한데, ‘새로운 어른 고양이’는 자꾸 섬돌에 앉아서 쉬거나 자고, 마루문을 열어 놓았으면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오고, 마당에 천막을 쳐 두면, 이 천막에도 슬그머니 들락거린다. 다른 들고양이나 마을고양이는 눈을 마주치면 움찔하다가 내빼기 바쁜데, ‘우리 집에서 태어난 들고양이’는 눈이 마주쳐도 빤히 바라보다가 먼저 고개를 옆으로 살며시 돌린다. 이러면서 니아아아아옹 하고 오래도록 노래한다. 너는 집고양이가 되려는 셈이니?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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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4. 풀을 노래하는 집 (2015.3.27.)



  어여쁜 시골돌이가 뒤꼍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른다. 네 마음대로 노래를 하렴. 우리 집은 누구나 목청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집이니까. 신나게 발을 구르면서 춤을 출 수 있는 집이고, 얼마든지 뛰고 달리면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집이야. 봄에는 봄을 노래하고 겨울에는 겨울을 노래하지. 새로 돋는 풀이 네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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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3. 장난돌이 사는 집 (2015.4.1.)



  우리 집은 ‘장난돌이’가 사는 집이다. 장난돌이는 무엇이든 장난질이다. 장난꾸러기인 셈인데, 날마다 터무니없다 싶은 짓도 잘하고, 재미나다 싶은 짓도 잘한다. 어버이로서 골을 내면 터무니없다 싶은 짓으로 보이고, 어버이로서 따스하게 바라보면 재미나다 싶은 짓으로 보인다. “얘야, 입에 물지 마라.” 하고 이르면 더 입에 물고, “얘야, 그것 먹으면 배부를 테니 밥은 안 먹어도 되겠네.” 하고 어르면 어느새 퉤 뱉는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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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2. 햇볕에 빨래 널기 (2014.11.9.)



  햇볕이 고운 날은 일하기에도 좋고, 놀기에도 좋으며, 빨래를 널기에도 좋다. 한동안 안 입고 쟁여 놓은 옷을 몽땅 꺼내어 빨랫줄에 넌다. 옷가지는 햇볕을 먹으면서 기지개를 켜고, 따스한 기운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깨어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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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71. 풀짚에서 자는 마을고양이 (2014.12.11.)



  올해에 우리 집 헛간에서 들고양이 세 마리가 태어났다. 두 마리는 까망 무늬가 있고 한 마리는 흙빛 무늬가 있다. 흙빛 무늬가 있는 아이는 언제부터인지 잘 안 보이고, 까망 무늬가 있는 어린 고양이 두 마리와 어른 고양이 한 마리 셋이 어울리는 모습만 자주 본다. 어른 고양이는 수컷일까. 옆밭 자리에 깔아 놓은 풀짚에 앉아서 잔다. 시골에서는 풀짚이 아주 포근할 테지.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있고, 풀짚에서 퍼지는 기운이 있을 테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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