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00. 눈을 맞이하다 (2015.12.26.)



  눈을 맞이해서 하얗게 된다. 모처럼 한낮까지 눈이 안 녹으니 우리 집도 겨울다운 모습이 된다. 마을 어르신들은 눈을 안 쓸어도 곧 다 녹으리라 말씀한다. 나도 그쯤은 잘 알지만, 눈을 쓸고 만지는 재미를 아이들이 놓칠 수 없다. 한 해에 한두 번 겨우 찾아오는 눈이니, 이 눈을 기쁘게 맞이하면서 누려야지요.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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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99. 아랫집 개 보기 (2015.12.26.)



  두 아이가 “개 보고 싶은데 할아버지는 개가 문다고 안 된대. 개한테 가도 안 무는데.” 하고 말합니다. 아랫집에서는 소도 개도 집에서 키웁니다. 다만, 소는 소우리에서만 살고, 개는 개집에서만 살아요. 다른 집에서도 여러모로 집짐승을 키우지만 모두 집밖으로 나다니지 못합니다. 우리 집은 짐승을 안 키우니 아이들은 시골마을에 살아도 짐승을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끼리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문틈으로 살그마니 아랫집 개를 구경하면서 부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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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98. 한겨울 파란하늘 (2015.12.29.)



  하늘이 눈부시도록 파란 날이 있다. 바람도 자고 볕도 따스하면서 눈부시도록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고운 날이 있다. 아이들하고 마을 한 바퀴를 도는 놀이를 하다가 새파란 하늘이 쩌렁쩌렁 가슴을 울리듯이 스며들어서 얼른 집으로 들어가서 사진기를 갖고 나온다. 사진기 없이 마을 한 바퀴를 돌며 놀다가, 이 파아란 하늘숨을 마시면서 꿈을 꾸는 우리 ‘후박나무집’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도 아로새겨 보기로 한다. 앞으로 해가 가면 갈수록 후박나무는 더 우람하고 튼튼하게 자랄 테지. 아이들도 어른들도.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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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97. 해님하고 먹구름 함께 (2015.12.16.)



  마을 빨래터에 낀 물이끼를 걷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하늘빛이 두 갈래로 갈린다. 왼쪽은 해님이 방긋방긋 웃듯이 밝고, 오른쪽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하다. 어쩜 이런 두 하늘이 한꺼번에 나타날까 싶지만, 무엇보다도 재미나다. 하늘을 넓게 우러를 수 있으니 두 하늘을 본다. 하늘에 대면 우리 집 후박나무는 아직 조그마하다 할 만한데, 머잖아 전봇대 키만큼 자랄 즈음이면 우리 고흥집은 무척 멋스러우면서 사랑스러울 만하리라 느낀다. 나무야 나무야 씩씩하게 자라렴.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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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96. 싸락눈이 살포시 (2013.11.28.)



  눈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고흥에서 싸락눈이라도 밤새 쌓이는 일은 몹시 드물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은 평상에 그대로 있고, 널나무를 밟고 평상을 오르내리며 놀던 자국도 그대로 있으며, 괭이를 들고 흙을 쪼며 놀던 손길까지 그대로 있다. 싸락눈은 밤새 이 모두한테 곱게 드리웠다. 비록 아침해가 곧바로 이 모두한테 따사로이 내리쬐면서 눈을 몽땅 녹여서 하늘로 보냈지만.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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