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12. 어디나 우리 삶터 (2016.6.16.)



  골짜기에 나들이를 오면서 이곳에서 어떤 놀이를 짓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삶을 짓는 터전이기에 삶터가 된다. 우리 삶을 짓는 터라면 어디나 우리 삶터가 된다. 우리 삶을 짓지 못한다면 먹고 자는 집이라 하더라도 삶터가 되지 못할 테고. 놀이로 짓는 삶을 마음속으로 그린다. 놀면서 마음속에 그리는 꿈이 씨앗 한 톨이 되기를 빌어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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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10. 작대기로 들어 (2016.5.17.)


  작대기로 들어 본다. 나무 작대기를 쥐면서 마당을 몇 바퀴 돌다가 작대기 끝에 살그마니 걸쳐 본다. 나무가 우거지는 곁에서, 오월꽃이 피는 둘레에서, 저녁바람이 불어 포근하게 감기는 이곳에서, 홀가분하게 놀이를 짓는다. 우리 놀이를 나무와 꽃과 풀과 바람과 구름과 해가 나란히 지켜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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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03. 마지막 눈 (2016.2.29.)



  2월 끝자락에 지난겨울 마지막 눈이 내렸다. 어떻게 마지막 눈인 줄 아느냐 하면, 벌교만 하더라도 3월에 눈이 내릴 만하지만, 고흥은 3월에 도무지 눈이 못 내리는 포근한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르지. 3월에도 갑작스레 눈이 내릴 수 있겠지. 아무튼 2월 끝날에 내린 눈을 만나면서 새 겨울이 올 때까지 마지막 눈이 되겠다고 느꼈다. 놀이돌이는 이 마지막 눈을 마음껏 누리면서 장난감 짐차를 눈밭에서 돌돌돌 굴렸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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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02. 이제 봄? (2016.2.19.)



  아침부터 포근하니 두 아이가 묻는다. “이제 봄?” “어때? 봄 같아?” “응. 봄 같아.” “그러면 이제 봄이지.” “봄이구나!” 마을길을 달리고 마당을 달린다. 어디이든 앞으로 환하게 트인 곳을 달린다. 봄이기에 더 기쁘게 웃으면서 달리고, 봄이 다가오니 이 봄내음을 듬뿍 마시면서 달린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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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01. 흙 (2015.12.26.)



  흙이 있으니 흙을 만지면서 논다. 물이 있으면 물을 만지면서 놀고,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만지면서 논다. 흙이 있으니 흙을 만지면서 살림을 짓고, 물이 있으니 물맛을 느낀다. 나무가 있으니 나무를 곁에 두면서 하루하루 산다. 그래, 맞아. 나는 이곳에서 너희 손길이 따스하게 피어나기를 꿈꾸면서 함께 살지.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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