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 오늘은 괜찮은 날이라고 새가 말해주었습니다
방윤희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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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9.

다듬읽기 203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

 방윤희

 생각정원

 2023.11.24.



  《1일 1새 방구석 탐조기》(방윤희, 생각정원, 2023)는 하루에 한 가지 새를 눈여겨보는 살림을 들려줍니다. 일본말씨를 따서 ‘일일일새’로 적었으나, ‘하루한새’처럼 우리말로 적을 만하고, “하루 한새 집구석 살피기”나 “하루 한새 집구석 이웃”이나 “날마다 집구석 새바라기”나 “하루하루 집구석 새구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 곁에서 이웃으로 지내는 마음이니 ‘새’롭습니다. 새한테 모이를 준다면 ‘모이주기’입니다. 글님은 ‘-지다’ 같은 옮김말씨를 매우 자주 쓰는데, 새를 보는 마음뿐 아니라, 새가 노래하듯 마음을 노래하는 말결을 조금 더 살필 수 있기를 바라요. ‘꾸미기’가 아닌 ‘꾸리는’ 하루를 누리는 새처럼, 사람으로서 하루를 가꾸면서 생각을 일구는 길이라면, 새길도 말길도 삶길도 사랑으로 포근히 추스르리라 봅니다.


ㅅㄴㄹ


그러니까 새는 하늘을 보게 하죠

→ 그러니까 쌔 때문에 하늘을 보죠

→ 그러니까 새가 있어 하늘을 보죠

7쪽


새를 보는 일에 시큰둥해졌습니다

→ 새보기가 시큰둥했습니다

→ 새바라기가 시큰둥했습니다

10쪽


나라는 존재를 잠시 잊게 되어요

→ 나를 한동안 잊어요

→ 나를 가만히 잊어요

→ 나를 문득 잊어요

26쪽


동정(관찰)하는 법

→ 보는 길

→ 바라보는 길

→ 살펴보는 길

34쪽


나도 버드피딩(Bird Feeding) 해볼까

→ 나도 새밥주기 해볼까

→ 나도 모이주기 해볼까

→ 나도 먹이주기 해볼까

35쪽


최소 세 마리다. 느낌적(?) 느낌으로는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 적어도 셋이다. 아마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 적어도 셋, 얼추 다섯 마리쯤 되는 듯하다

41쪽


깃털은 탄성이 있어서

→ 깃털은 탱탱해서

→ 깃털은 통통해서

42쪽


접힌 상태의 날개깃에서 푸른색 줄무늬가

→ 접한 갈개깃에서 푸른줄무늬가

44쪽


참새는 주로 인간 곁에 서식한다

→ 참새는 으레 사람 곁에 깃든다

→ 참새는 흔히 사람 곁에서 산다

51쪽


참새가 없는 곳엔 인간도 살 수 없지 않을까

→ 참새가 없는 곳엔 사람도 살 수 없지 않을까

51쪽


오늘이 바로 참새의 날이다

→ 오늘이 바로 참새날이다

51쪽


갑자기 두 눈의 동공과 코 평수가 넓어졌다

→ 갑자기 두 눈망울과 콧구멍을 키운다

→ 갑자가 눈을 크게 뜨고 콧구멍을 벌린다

55쪽


스토킹을 해보니 새들의 생태에 관해 잘 모르는 게 아쉽기만 했다

→ 구경만 하니 새를 잘 몰라 아쉽기만 하다

→ 보기만 하니 새를 너무 몰라 아쉽다

61쪽


새들에 대해 좀더 알아야 할,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 새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 새를 좀더 알아야겠다고 여겼다. 새가 잘 있는지 궁금하다

→ 새를 좀더 알자고 생각했다. 새가 잘 사는지 궁금하다

61쪽


동백이의 사생활이 파파라치에게 찍혀 공개된 듯한 느낌이었다

→ 동백이 삶이 거머리한테 찍혀 드러난 듯하였다

→ 내가 동백이를 괴롭혀서 하루를 밝힌 듯하였다

63쪽


안 그래도 심란한데

→ 안 그래도 싱숭생숭

→ 안 그래도 어수선

70쪽


야생동물이 우리 인간들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환경에 맞춰 열심히 살아간다

→ 우리 사람들 때문에 들짐승이 이만저만 괴롭지 않지만, 다들 제 나름대로 터전에 맞춰 힘껏 살아간다

→ 우리 사람들 때문에 멧짐승이 이만저만 힘겹지 않지만, 모두 제 나름대로 터에 맞춰 애써 살아간다

82쪽


근처에도 대벌레들이 군데군데 포진해 있어서

→ 둘레에도 대벌레가 군데군데 있어서

→ 둘레에도 대벌레가 군데군데 도사려서

110쪽


확인하니 푸른빛이 보인다. 파랑새다

→ 살펴보니 파랑이 보인다. 파랑새다

114쪽


더위 탓인지 새들의 방문이 줄었다

→ 더위 탓인지 새가 덜 찾는다

→ 더위 탓인지 새가 뜸하다

150쪽


참새 똥도 씻겨져 반들거렸다

→ 참새똥도 씻겨 반들거린다

158쪽


폭우가 내린 지 사흘이 지났지만

→ 소낙비 내린 지 사흘이지만

→ 큰비가 내린 지 사흘이지만

159쪽


상주하던 새들은 어디로 피했는지

→ 머물던 새는 어디로 갔는지

→ 깃들던 새는 어디로 날아갔는지

159쪽


새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 새가 새삼 고맙다고 느끼며

→ 새가 새삼 고맙고

187쪽


오늘은 다행히 온전한 상태였다

→ 오늘은 그나마 멀쩡하다

→ 오늘은 좀 곱상하다

203쪽


특별히 관심 있게 보지 않았다

→ 더 들여다보지 않았다

→ 딱히 쳐다보지 않았다

→ 굳이 살펴보지 않았다

224쪽


시무룩해져서 걷는데 바위 위에 새처럼 보이는 물체가 낙엽에 반쯤 가려진 게 보였다

→ 시무룩해서 걷는데 바위에 새 같은 무엇이 가랑잎 사이로 살짝 보인다

→ 시무룩하게 걷는데 바위에 떨어진 잎 사이로 언뜻 새가 보이는 듯하다

2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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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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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4.

다듬읽기 200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창비

 2022.10.14.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백수린, 창비, 2022)은 골목집을 다루는 듯싶지만, 막상 골목집하고 먼 삶에 머문다고 느낍니다. 모름지기 모든 골목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가꾸고 돌보는 터전입니다. 예부터 모든 어버이는 손수 아기를 돌보고, 기저귀를 손수 갈아서 삶고 빨고 햇볕에 말려 다시 아기한테 대었습니다. 아기돌봄을 나라한테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던 오랜 살림길입니다. 조촐한 보금자리인 골목집과 마을집도 매한가지예요. 잿집(아파트)은 단추만 누르면 40칸이건 60칸이건 쑥 올라가지만, 골목집·마을집은 디딤칸을 천천히 스스로 밟고서 오르내립니다. 손수 보금자리를 일구는 사람은 말을 어렵게 안 꼴 뿐 아니라,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쓸 일이 없습니다. ‘뭐, 머잖아 떠날 곳’이라고 여기는 골목마을에서 한동안 지내 본 나날을 옮긴 글은 너무 겉멋스럽습니다. ‘창비 온라인 플랫폼’이 아닌 ‘마을이웃’하고 나눌 글이었어도 이처럼 허울스럽게 꾸미는 글을 썼을는지, 글님 스스로 돌아볼 수 있기를 빌 뿐입니다.


ㅅㄴㄹ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처음 알려준 사람은 M이모다

→ 오늘 내가 사는 마을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ㅁ님이다

9


한동안 연락이 끊긴 것은 어떤 이유였던가

→ 왜 한동안 끊겼던가

→ 왜 한동안 멀리했던가

10


그로부터 몇 달 후

→ 그러고서 몇 달 뒤

11


물론 처음부터 이 동네에서의 생활에 내가 쉽게 적응한 것은 아니다

→ 다만 처음부터 이 마을에 쉽게 몸을 붙이지는 않았다

→ 그러나 처음부터 이곳에서 쉽게 살아내지는 않았다

12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로든 공동주택에서만 살았던 내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 아주 어린 날을 빼고는 어울집에서만 살았기에 이 마을에서는 여러모로 놀랐다

→ 아주 어릴 적을 빼고는 한터집에서만 살았기에 이곳에서는 여러모로 얼떨떨했다

13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산다는 행위가 관념이 아니라 좀더 구체적인 것들, 물질성이랄지 육체성을 가진 것들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 이곳에서 살며 우리 하루란 몸을 써서 하나씩 해야 한다고 배웠다

→ 이곳에서 사는 동안 늘 온몸으로 다 해야 하는 줄 배웠다

13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공간을 갖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처음 나의 집이 생겼을 때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할 수 있으리라는 점 때문에 제법 설렜다

→ 어버이를 떠나 혼살림을 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동무를 마음껏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 제법 설렜다

→ 제금을 나는 이들처럼 나도 처음 우리 집을 얻을 때 이웃을 마음껏 부를 수 있구나 싶어 제법 설렜다

16


서울의 많은 장소들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이 동네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세련된 건물들, 생존을 위한 요구와 필요만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공간들로 대체되는 날이 올까

→ 서울 곳곳처럼 이 마을도 사라지고 번듯한 집으로 바뀌어 손쉽게 먹고살기만 하는 날이 올까

21


무용無用의 아름다움

→ 쓸모없는 아름다움

→ 덧없는 아름다움

→ 헛된 아름다움

51


쓸모없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한대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 쓸모없어도 사랑하지만 창피하지 않다고 여긴다

59


사랑의 날들

→ 사랑하는 날

→ 사랑스런 날

→ 사랑날

96


무엇이 되었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한없는 사랑을 필요로 한다

→ 어느 숨결이든 가없이 사랑받아야 한다

→ 어느 숨빛이든 그저 사랑받아야 한다

102


슬픔이 가르쳐준 것

→ 슬프며 배우다

→ 슬프면서 배운

126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 나로 사는 수고

→ 나로 있는 수고

193


봄의 일기

→ 봄글

→ 봄하루

206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행복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얼마나 즐거울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 얼마나 이어갈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즐겁다

224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종이에는 이웃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자리에는 널리 사랑을 적어 나갈 테다

2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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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자서전 -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 체 게바라 전집 1, 개정판
체 게바라 지음, 박지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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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5


《체 게바라 자서전》

 체 게바라

 박지민 옮김

 황매

 2004.12.31.



  《체 게바라 자서전》(체 게바라/박지민 옮김, 황매, 2004)이라고 하는 이름이 붙은 꾸러미는 ‘자서전’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74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체 게바라 님이 쓴 글”이 나오고, 한 줌쯤 되는 줄거리를 마친 뒤에는 “체 게베라 만남글(인터뷰)”을 줄줄이 붙입니다. 기림글(추천글)을 왜 이다지도 길게 붙여야 하는지 알쏭할 뿐 아니라, 옮김말도 영 사납습니다. 글님은 일본 한자말도 일본말씨도 옮김말씨도 안 썼을 텐데, 왜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말씨를 다 잊어버린 채 뒤죽박죽으로 옮겨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옮긴다’고 할 적에는 ‘글님 마음’을 ‘글님이 살아가는 터전에서 어떤 눈높이와 살림결로 폈는가’를 읽어서 이어야 어울립니다. 이웃말만 외울 적에는 우리말로 못 옮기겠지요. 우리말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이웃말은 이웃나라 삶과 살림과 사랑을 담습니다. “무늬만 한글”이 아닌, “알맹이가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인 말”로 옮기기를 빕니다.


ㅅㄴㄹ


#CheGuevara #SelfPortraitCheguevara



이것은 내가 첫 여행을 하던 때의 이야기다

→ 내가 처음 길을 떠나던 이야기다

→ 내 처음 마실을 나선 이야기다

74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으며

→ 우리는 얘기를 했으며

→ 우리는 말꼬를 텄으며

77


그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출발했다

→ 그러고는 곧장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떠났다

→ 그러고서 마지막인 산 프란시스코 델차나르로 나섰다

82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 그다지 대단하지 않게 여길 만하다

→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90


그 장엄한 아름다움은 푸른 숲으로 뒤덮인 언덕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푸르게 뒤덮인 언덕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 언덕은 푸른숲인데 무척 아름답다

→ 푸른숲 언덕은 아름답고 어마어마하다

91


이웃한 숲들로 이루어진 산속 오솔길들이 차례로 이어져 있다

→ 숲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이 잇달아 나온다

→ 숲을 지나는 오솔길로 이어갔다

91


한 병동에서 푹 쉴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나의 의학 지식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먼저 돌봄길을 선보여야 했다

→ 돌봄칸에서 푹 쉴 수 있으나, 아픈이를 먼저 돌보아야 했다

92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 이 모두를 얘기하자면 오래 걸린다

→ 이 모두를 말하자면 한참 걸린다

99


연두 빛이 나는 경사면에 위치해 있었는데

→ 옅푸른 비탈에 있는데

→ 옅푸른 고갯길에 있는데

→ 옅푸른 언덕에 있는데

105


거구의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 크고 뚱뚱한 이 사람은 손톱처럼 단단해 보이는 얼굴이다

105


우리의 코를 애무하는 듯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태고의 숲이 에워싸고 있는

→ 우리 코를 쓰다듬는 듯한 풀내음을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매만지는 듯한 푸른내를 맡으며 오래숲이 에워싸는

→ 우리 코를 간질이는 듯한 푸른냄새를 맡으며 옛숲이 에워싸는

111


길 위의 먼지를 온통 뒤집어쓴 우리의 행색에서 이전의 귀족적 풍모를 찾아내줄 사람은 없었다

→ 길바닥 먼지를 뒤집어쓴 우리 꼴에서 벼슬아치 같은 빛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 길에서 먼지를 온통 쓴 우리 꼬라지에서 멋스런 모습을 찾아낼 사람은 없다

114


새로운 땅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잉카인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제국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 새땅을 애타게 바라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높이 솟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 새터를 뜨겁게 꿈꾸던 잉카사람은 나라가 힘차게 뻗는 길을 지켜보았고

129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몇 마디의 의미 없는 말들이 오가는 대화는 주춤거리기 시작해 서로 각자의 길로 떠나려던 참이었다

→ 안쪽을 건드리지 않는 몇 마디 덧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서로 헤어지려던 참이다

→ 울타리를 넘보지 않는 몇 마디 뜻없는 말이 오가다가 주춤거리며 다들 갈라서려던 참이다

142


민중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 사람들은 넘어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 들꽃은 거꾸라져 보아야만 배울 수 있는데

142쪽


오늘은 훌륭한 조언을 해주는 좋은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 오늘은 훌륭히 귀띔하는 상냥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 오늘은 훌륭히 말씀하는 착한 할아버지가 된 듯하다

211쪽


단식투쟁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완전히 틀리셨어요

→ 굶기싸움은 어머니가 아주 틀리셨어요

→ 어머니는 밥굶기싸움을 잘못 보셨어요

213쪽


박애주의 단체의 회원들은 농부들의 죽음이 미국정부 내에 있는 자기 동포들이 지원한 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 이웃사랑 모임 사람들은 미국에 있는 제 겨레가 돈을 댄 총칼에 논밭지기가 죽은 줄 알까

224쪽


누가 그의 육체적 존재를 없앴는가

→ 누가 그를 죽였는가

→ 누가 그이 몸을 박살냈는가

2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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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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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9.

다듬읽기 196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1.9.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을 펴면, 첫머리는 글님이 어릴 적부터 겪은 쓴맛과 멍울과 생채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구나 싶다가, 어느새 글이 갈팡질팡 길을 잃는 듯싶습니다. 이모저모 꾸미거나 덧붙이려 들면서 들쑥날쑥합니다. “나이만 드는 사람”은 ‘어른’이 아닙니다. “철이 드는 사람”이 ‘어른’입니다. 어른이 되는 길이 서글플 까닭이 없습니다. 철이 들어 눈이 밝고 마음을 틔울 적에는 늘 스스로 생각하는 숨빛으로 사랑을 펴게 마련입니다. 철이 안 들고 나이만 먹기 때문에 ‘늙’으며, 이렇게 늙은 몸으로 뒹굴 적에는 서글플 수 있겠지요. ‘어른’은 말을 꾸미거나 감추지 않습니다. 어른은 수수하고 쉽게 숲빛으로 글을 살리고 가꿉니다. 어른이 아니기에 쉬운말을 안 쓸 뿐 아니라, 겉치레하고 허울을 자꾸 붙이려고 하더군요.


ㅅㄴㄹ


신기하게도 흐리멍덩한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들이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 흐리멍덩하던 일을 글로 쓰는데 놀랍게도 조금씩 뚜렷이 떠오른다

→ 마음에 남아서 글로 쓰는데 믿기지 않지만 조금씩 또렷이 생각난다

10


마음속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만점을 주었다

→ 마음으로 되씹으며 한목소리로 으뜸을 매겼다

→ 마음으로 살피며 다같이 첫째로 매겼다

20


배드민턴 라켓 없는 집이 없었던 것처럼

→ 깃공치기 채가 없는 집이 없었듯이

23


나 역시도 재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 나도 재미는 생각하지 않는다

25


중요한 건 그래서 누가 이겼냐이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따진다

→ 그래서 누가 이겼냐를 들여다본다

25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 거의 서른 해 일이다

→ 거의 서른 해가 됐다

32


첫 시합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원하게 케이오를 당했다

→ 첫판 첫마당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드러누웠다

→ 첫겨룸 첫마루를 열면서 바로 시원하게 뻗었다

41


그것을 이별이라 부르기도 애매해다. 기본적으로 늘 떨어져 있다

→ 헤어졌다고 하기도 어설프다. 늘 떨어졌다

→ 갈라섰다고 하기도 멋쩍다. 늘 떨어졌다

51


그 도시의 어느 돈가스 가게에 앉아 있었다

→ 그 고장 어느 돼지튀김 가게에 앉았다

51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 마음이 아니야

→ 마음힘이 아니야

58


한 명은 단란주점에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 여자애였다

→ 하나는 노닥술집에 다닌다고 하는 가시내였다

→ 하나는 노닥가게에 다닌다는 말이 있는 아이였다

67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시련에 부딪혀 고난을 겪을 때마다

→ 살면서 뜻하지 못한 고비에 부딪힐 때마다

→ 살면서 생각지 못한 벼랑에 부딪힐 때마다

90


할아버지의 등장을 알리는 것은 골목 어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동요 소리였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물가물 노랫소리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 할아버지는 골목 어귀에서 가늘게 놀이노래를 들려주며 나타났다

101


당시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경험은커녕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행을 많이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겪기는커녕 꿈도 못 꿀 만한 뜬금짓을 자주 저질렀다

→ 열여덟 살이던 우리가 해보기는커녕 어림도 못 할 짓을 자주 저질렀다

111


이미 나의 덜 떨어짐이 평소의 행실로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 이미 늘 덜떨어진 내 모습이 익히 알려진 터라 부질없는 짓이지만

113


학교 대표로 여기저기 사생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 배움터에서 뽑혀 여기저기 그림잔치에 가곤 했다

127


너무 어린 것인지, 밤눈이 어두운 건지

→ 너무 어린지 밤눈이 어두운지

141


내가 근로장학생 일을 한 것은 단지

→ 내가 배움일꽃을 맡은 뜻은 그저

→ 내가 배움일꾼을 한 까닭은 그냥

147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내가 물었다

→ 한동안 조용했고 내가 물었다

→ 살짝 말이 없고 내가 물었다

17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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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레시피 - 딸에게만 알려주고 싶었던 비밀
나카가와 히데코 지음 / 이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4.1.

다듬읽기 139


《아버지의 레시피》

 나카가와 히데코

 박정임 옮김

 이봄

 2020.11.23.



  《아버지의 레시피》(나카가와 히데코/박정임 옮김, 이봄, 2020)는 책이름에 ‘레시피’라 적듯, ‘부엌’이 아닌 ‘주방’을 말하고, ‘밥차림·밥짓기·밥하기’가 아닌 ‘요리·요리 만들기’를 말합니다. ‘부용(육수)’처럼 적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고깃물’을 프랑스말로 ‘bouillon’이라고 하더군요. 밥 한 그릇을 놓고서 ‘하다·짓다·차리다’라 할 적에는 손끝이 조금씩 다릅니다. 다 다르되 모두 사랑을 바탕으로 살림하는 마음입니다. ‘요리·조리·레시피’는 모두 우리말이 아닙니다. 일본스러운 티가 묻어서 우리말이 아니지 않아요. 예부터 우리 살림자리에서 쓴 말은 ‘하다·짓다·차리다’인걸요. “아버지가 차리다”요 “아버지가 짓다”입니다. “아버지 손맛”이고 “아버지 부엌”입니다. 수수하게 오늘 하루를 바라보는 눈매라면, 옮김말뿐 아니라 밑글부터 좀 달랐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 아버지는 아침마다 두바퀴를 타고 마을을

8쪽


내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일본 본가에

→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일본집에

→ 우리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일본에

9쪽


아버지는 손님에 대한 마음을 요리 안에 담아내는 프로 요리사였다

→ 아버지는 손님을 헤아려 밥에 담아내는 솜씨꾼이었다

→ 아버지는 손님을 살피며 밥 한 그릇에 담아낼 줄 알았다

11쪽


주방에서의 아버지는 엄격했지만

→ 아버지는 부엌에서 깐깐했지만

→ 아버지는 부엌에서 딱딱했지만

→ 아버지는 부엌에서 매서웠지만

11쪽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먼저 맛있는 부용(육수)를 만들자

→ 밥을 맛있게 하려면 먼저 국물을 맛있게 마련하자

→ 밥을 맛있게 차리려면 고깃물부터 맛있게 내자

13쪽


아버지의 웃음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한다

→ 웃음짓는 아버지가 씨줄과 날줄 같다

→ 웃는 아버지가 맞물린다

18쪽


얼마 안 되는 쌀을 가지고

→ 얼마 안 되는 쌀로

→ 쌀 한 줌으로

20쪽


수습생으로 있는 동안에는

→ 곁일꾼으로 있는 동안에는

→ 심부름을 하는 동안에는

27쪽


그렇게 설명하는 아버지의 표정에 생기가 넘쳤다

→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며 빙그레 웃는다

→ 아버지는 이렇게 들려주며 얼굴을 편다

40쪽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맛이 있다

→ 오래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맛이 있다

→ 오래되어도 한결같은 맛이 있다

→ 오래도록 같은 맛이 있다

→ 오래오래 그대로인 맛이 있다

54쪽


잘 구워진 돼지고기를 접시 위에 올리고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 잘 구운 돼지고기를 접시에 올리고 판에 남은

→ 돼지구그를 잘 구워 접시에 올리고 판에 남은

67쪽


모든 요리에 공통되는 점은 고기를 반드시 강불에서 볶아 색을 입히면

→ 어떤 밥차림이든 고기를 반드시 센불로 볶아 빛을 입히면

77쪽


철제 프라이팬이 있다

→ 쇠지짐판이 있다

→ 쇠자루판이 있다

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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