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407] 틀



  틀에 맞추면 틀을 보고

  삶을 가꾸면 삶을 보고

  길을 걸으면 길을 보고



  아이를 틀에 가두며 지내면 입시지옥 한복판에 있어도 그곳이 틀에 박힌 입시지옥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틀을 짜 놓으니 똑같은 모습으로 찍어내기 좋습니다만, 어느새 이 틀에서 조금도 못 벗어나기 마련이에요. 아이하고 살림을 지으면서 삶을 가꾸는 하루라면 늘 새로운 하루이면서 노래하며 누리는 나날입니다. 틀이 없다면 늘 모두 스스로 새로 지어야 하는데, 틀이 없기에 홀가분하게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틀을 짜서 손품을 줄이고 싶다면 이 길을 갈 텐데, 품을 줄이기 때문에 생각이 마음껏 자라거나 샘솟지는 않아요. 2018.6.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406] 하던 버릇



  하던 대로 하니 굳는다

  새롭게 하려면 새롭다

  살림은 버릇이 아니다



  하던 대로 하면 굳어지니 어느새 버릇이 됩니다.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낯설거나 어려울는지 몰라도, 어느 틀로 굳지 않으면서 새롭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날마다 밥을 짓는 몸짓은 늘 하던 대로 하는 몸짓이라고는 느낄 수 없어요. 날마다 똑같은 몸짓으로 밥을 지으면 밥그릇에 사랑이 깃들지 않을 테고, 이런 밥으로는 기운을 못 차려요. 밥이나 국이나 반찬이 늘 같다 하더라도 새롭게 지어서 기쁘게 나아가려는 사랑이라면 참말로 늘 새롭게 맞아들이면서 맛나고 아름답겠지요. 살림은 살림일 뿐, 버릇이 될 수 없습니다. 버릇은 버릇일 뿐 살림이 될 수 없어요. 살림을 지으니 배우고, 버릇이 되니 못 배우거나 안 배웁니다. 2018.6.6.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405] 잎새바람



  꽃샘바람은 참말 샘쟁이일까

  잎새바람은 잎을 사랑하지

  풀줄기 사이로 봄이 흐른다



  해마다 봄을 앞두고 꽃샘추위가 닥친다고 말합니다. 흔히 봄을 시샘하는 추위라고 하는데, 꽃샘추위가 있기에 봄꽃이 한결 맑고 밝게 피어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예부터 꽃샘추위라는 이름뿐 아니라 잎샘추위라는 이름을 쓴 까닭을 헤아리면 알 만해요. 꽃도 잎도 섣불리 돋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요, 마지막 찬바람을 흠씬 맞고서야 비로소 새롭게 깨어날 만하다는 뜻이에요. 이리하여 우리 곁에 시샘하는 바람이 아닌 사이에 부는 바람인 ‘잎새바람·꽃새바람·풀새바람’이 붑니다. 사이에 새롭게 바람이 붑니다. 2018.6.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404] 물결



  허물을 벗는 나비 매미는

  물로 녹고 나서

  날개 매단 몸으로 거듭나네



  사람 몸은 거의 물로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밤에 고요히 잠들어 꿈꾸는 동안 죽은 듯이 녹으면서 아침에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는 삶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뿐 아니라 뭇짐승도 푸나무도 이와 같을 만해요. 딱히 어느 한 빛깔이 아닌 물은 모든 빛깔을 품을 수 있어요. 어느 한 모습으로 굳어지지 않는 물은 참말로 모든 모습으로 바뀔 수 있어요. 오늘 우리는 어떤 빛깔하고 모습으로 눈을 번쩍 뜰까요? 2018.5.1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로 읽는 책 403] 내 밥



  누가 차려 줘도 즐겁고

  밖에서 사먹어도 좋으며

  손수 지어 먹어도 기뻐



  어느 밥이 가장 맛있느냐 하고 물으면 섣불리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모두 고마운 밥이라고 말예요. 누가 지어서 차려 주는 밥은 반가우면서 고마워요. 밖에서 사먹는 밥은 일손이 들지 않아 홀가분하면서 고맙지요. 손수 지어서 차리는 밥은 품이나 겨를을 쏟아야 하지만 한결 사랑스레 누릴 만해요.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면서 어버이한테 차려 주는 밥은 더없이 상냥하면서 흐뭇합니다. 이러다 보니 어느 밥이 더 맛있거나 덜 맛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내 밥이요, 언제나 우리 밥입니다. 2018.5.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