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32. 2013.11.2.

 


  큰아이가 큰 가위로 종이를 오리다가 손가락을 살짝 다쳤다고 한다. 다친 손가락을 쪽 펴면서 수저질을 한다. 벼리야, 그 반창고 떼고 먹으면 안 될까. 반창고 붙인다고 손가락이 낫지 않아. 반창고에 낀 때를 좀 보렴. 벗기고 좀 있다가 다시 붙이든가 하자. 즐겁게 차려서 즐겁게 먹는 밥이 되고, 즐겁게 모여서 즐겁게 누리는 밥이 되면, 살짝 벤들 깊이 벤들 무엇이 대수롭겠니. 벌과 나비와 벌레가 꽃송이에 찾아들어 밥을 먹듯, 우리도 우리 밥상을 꽃밥으로 삼아 맛나게 먹고 아프거나 다치는 데 없도록 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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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1. 2013.10.25.

 


  밥상을 차릴 적에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서로 마주보도록 밥그릇과 국그릇을 놓는다. 그런데, 곧잘 큰아이가 작은아이 밥그릇이랑 국그릇을 제 옆에 붙여 놓는다. “나는 보라랑 같이 앉을 거예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렴. 놀면서 자주 툭탁거리는데, 곧 서로 앙금을 풀고, 밥을 먹거나 마실을 다니거나 둘이 서로 챙겨 주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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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0. 2012.03.04.

 


  사름벼리가 한동안 머리묶기를 무척 즐기더니 요즈음에는 머리묶기를 그닥 즐기지 않는다. 어머니가 땋으면 제법 좋아하기는 하지만, 머리카락 찰랑찰랑 늘어지도록 하기를 즐기는구나 싶다. 한때 이 아이가 머리를 날마다 묶어 달라 하고는 머리핀을 잔뜩 머리에 박으면서 지내던 때가 아스라하다. 다시 이런 모습을 하는 때가 있으려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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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29. 2013.03.24.

 


  십일월로 접어들며 풀잎 모두 시드는 찬바람 한결 차갑다. 십이월에도 일월에도 찬바람이 불어 풀포기 새로 돋기 어려웁겠지. 이월에도 아직 새 풀잎 돋지 못할 테고 삼월이 되어야 바야흐로 새 풀포기 돋는다. 겨울 앞두고 지난봄 풀포기 뜯어 차린 밥상 떠올린다. 가을아 곧 겨울이로구나, 겨울아 네가 휭휭 찬바람 불어 이 땅 쉬게 해 주어야 다시 봄이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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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13-11-01 18:39   좋아요 0 | URL

"겨울아 네가 휭휭 찬바람 불어 이 땅 쉬게 해 주어야 다시 봄이 되겠지."

겨울이 땅을 쉬게 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매서운 추위에 땅이 언다고만 여겼을 뿐인데 그것이 휴식이 될 수 있다니...ㅎㅎ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요!!!

숲노래 2013-11-01 18:49   좋아요 0 | URL
봄에 나는 모든 풀은 겨우내 긴긴 나날 추위를 곱게 받아들이면서 흙 품에서 쉬었기에 깨어날 수 있더라고요. 겨우내 쉬고 난 풀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씩씩하게 우리를 먹여살리기도 하고요. 참 재미난 삶이네 하고 생각해요~
 

꽃밥 먹자 28. 2013.10.26.

 


  집에서 밥살림 도맡는 아버지가 여러 날 서울로 부산으로 볼일 보러 오가는 동안, 옆지기도 아이들도 제대로 된 밥차림을 누리지 못했다. 고흥으로 돌아와 여러 날 몸을 폭 쉬면서 옆지기도 아이들도 제대로 된 밥차림을 다시금 누린다. 조금 바지런을 떨면 마당에서 까마중 열매 한 가득 얻어 밥그릇마다 수북하게 담을 수 있고, 더 바지런을 떨면 가을에 새로 돋은 풀을 뜯어 들내음을 실컷 맛볼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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