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37. 2013.11.16.

 


  한여름에 곧잘 긴치마와 긴소매 저고리를 입겠다던 큰아이는 찬바람 부는 날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긴소매 치마저고리는 추운 날 입는 옷이라고 얘기했기에. “날이 추우니까 한복 입어도 되죠?” 아침에 일어나면 치마저고리로 스스로 갈아입는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한참 뛰면서 놀다가 치마가 퍽 길어 발에 밟혀서 번거롭다 싶으면 다른 옷으로 갈아입지만, 아침저녁으로 한두 차례씩 치마저고리 차림을 하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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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6. 2013.11.18.

 


  아이들하고 밥을 먹는데, 큰아이가 문득 무를 들더니 살며시 구부리며 “무지개다!” 하고 말한다. 살그마니 구부리면서 무지개라 말한다. 작은아이는 누나 따라 무를 구부리다가 톡 끊어진다. 끊어진 무를 보면서 “무지개 끊어졌다!” 하고 말한다. 너희는 무 아닌 무지개를 먹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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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1-21 00:52   좋아요 0 | URL
아~ 애들은 정말 타고난 시인 같아요!!
사랑스런 남매 보기 좋아요!!^^

숲노래 2013-11-21 01:22   좋아요 0 | URL
네, 시인이요 발명가요
아주 놀랍습니다~ ^^
 

꽃밥 먹자 35. 2013.11.12.

 


  배고프지?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먹자. 손으로 집어먹지 말고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써. 밥도 같이 먹고, 풀도 곤약도 골고루 하나씩 집어서 먹자. 이 밥이 네 몸을 살리고, 네 몸을 튼튼하게 지켜 주지. 즐겁게 먹고 또 웃으면서 신나게 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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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4. 2013.11.13.

 


  밥을 차리면서 풀을 뜯고 까마중을 훑으며 살짝 뜸을 들인다. 풀을 뜯어 헹군 뒤 밥상에 올리고, 까마중도 한두 번 물에 씻어서 밥그릇에 담아 밥상에 올린다. 이 다음에 국을 뜨는데, 벌써 아이들 숟가락이 까마중 그릇으로 간다. 밥을 퍼서 밥상에 올릴 무렵, 어느새 까마중 그릇 거의 다 빈다. 너희들은 잘 아는구나. 이 가운데 가장 맛난 밥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아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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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11-14 11:12   좋아요 0 | URL
와 까마중... 어렸을 때 시골에서 맛보고는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ㅎㅎ
지금 사는 곳도 시골이긴 한데 ㅎㅎ 눈에 안 띄는 것인지,
제가 모르는 것인지,
아예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까마중 맛을 아는 것을 보니, 건강한 입맛을 가진 듯 합니다 ㅎㅎ ~
참 이쁘네요 ㅎㅎ

숲노래 2013-11-15 04:26   좋아요 0 | URL
까마중은 흔하게 피고 지는 들풀 들꽃이에요.
가만히 둘러보면 가까이에서 으레 피고 지는 줄 알아차리시리라 생각해요.
사람들이 즐겨 따먹으면
그야말로 끝없이 새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요~

Grace 2013-11-14 15:03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밥상에 끼일 수 있다면 무척 즐거울 것 같아요!ㅎㅎ
반찬이 맘에 쏙 듭니다.^^

숲노래 2013-11-15 04:26   좋아요 0 | URL
그리 대단한 반찬은 없어요 ^^;;;
top 님도 집에서 즐겁게 드셔 보셔요~~~
 

꽃밥 먹자 33. 2013.8.30.

 


  여러 달 떨어져 지낸 어머니와 만나기 하루 앞서, 아주 단출하게 아침밥을 차린다. 퍽 단출하게 차린 밥이라 큰접시에 밥을 푸고 무와 오이를 썬 다음 달걀 한 알 올린다. 작은아이가 냉큼 달걀부터 집어서 먹으려 하기에, “보라야, 아직 다 안 차렸으니 조금 기다리렴.” 하고 말한다. 미역국을 옆에 놓고, 돈나물 뜯어서 헹군 뒤 밥접시 한쪽에 올린다. “자, 이제 먹자.” 이제 밥술을 들려는데, 미국에서 석 달 공부 마치고 일산 할머니 댁으로 돌아온 옆지기가 전화를 건다. 아이들은 밥을 먹다 말고 전화를 받는다. 그래, 너희한테는 어머니 목소리가 밥이 되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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