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42. 2013.12.7.

 


  읍내에서 양배추랑 세발나물을 장만해서 간장 살짝 넣어 무친다. 마당에서 정구지를 십이월에도 뜯는다. 까마중알 훑는다. 무채와 오이채를 밥상에 얹는다. 다른 것 더 올리지 않아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준다. 밥상을 차리며 언제나 고맙다고 느낀다. 이 씩씩하며 예쁜 아이들이 우리 집 아이들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즐겁다. 밥차림이란, 잘 먹는 얼굴빛과 손빛을 보면서 흐뭇한 살림이라고 날마다 새록새록 깨닫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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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08 05:52   좋아요 0 | URL
와, 벌써 저렇게 혼자 젓가락질을 하네요?

숲노래 2013-12-08 05:56   좋아요 0 | URL
날마다 부쩍부쩍 늘며 아주 예쁘답니다~~~

하늘바람 2013-12-08 08:21   좋아요 0 | URL
사랑이 묻어나네요

숲노래 2013-12-08 10:53   좋아요 0 | URL
에고고, 고맙습니다~
 

꽃밥 먹자 41. 2013.11.29.

 


  한창 밥을 먹는데 큰아이가 슬그머니 장난을 한다. 여느 때라면 밥 한 술 뜨고 콩콩 뛸 테지만, 날이 추워 부엌문을 닫고 먹느라 콩콩 뛰지 못하니, 네모낳게 썬 곤약을 손가락에 끼우고는 “어라, 곤약반지네?” 하면서 빙그레 웃는다. 이 모습을 본 작은아이도 똑같이 손가락에 곤약을 끼우고는 “곤약반지네?” 하고 말한다. 밥도 놀면서 먹어야 밥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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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0. 2013.11.23.

 


  꽃밥에 가끔 소시지나 햄이나 고기를 섞는다. 아버지 마음으로는 고구마랑 호박이랑 양파랑 가지만 볶아서 밥과 나란히 놓고 싶지만, 가끔은 다른 것을 넣어 본다. 어떤 밥을 차리든 우리 집 밥상맡으로 곱게 스미는 햇살 고맙게 느끼면서 즐겁게 먹자. 언제나 꽃밥 먹으며 꽃넋 되고 꽃삶 일구는 꽃놀이 즐기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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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9. 2013.11.24.

 


  너희들 아버지가 신나게 밥을 차려 놓았는데, 따순 김이 다 식고 나서야 밥상으로 오면 이제 밥 안 차려 주겠어! 하고 외친 이튿날 아침, 참말 밥을 안 한다. 굶든 흙 파서 먹든 너희들 마음대로 해 보라지! 하면서 슬그머니 고구마를 씻어서 스텐냄비 달군 다음 살짝살짝 얹는다. 달걀 넉 알 함께 얹는다. 밥은 안 지었으나 고구마를 삶았으니 고구마를 먹는다. 구웠다고 할까 익혔다고 할까, 달걀도 한 알씩 밥그릇에 담는다. 뜨거운 자리 호호 불면서 껍질까지 맛나게 먹는다. 다음에도 또 밥 제대로 안 먹으면 밥을 안 차리겠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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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8 2013.11.10.

 


  작은아이한테 밥을 먹일 적에 밥이나 반찬이 떨어질까 봐 곧잘 한손으로 밑을 받치면서 먹이는데, 이 모습을 눈여겨보았는지, 작은아이가 스스로 국을 떠서 먹으며 한손으로 숟가락 밑을 받친다. 보라야, 맞기는 맞는데, 국그릇을 바로 밑에 두고 국물을 떠먹을 적에는 손을 안 받쳐도 될 텐데. 네 입에 들어가는 국보다 네 손에 떨어지는 국이 더 많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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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1-23 23:43   좋아요 0 | URL
이 사진, 너무나 좋습니다!
빛과 보라의 모습이 기막히네요~*^^*

숲노래 2013-11-24 06:23   좋아요 0 | URL
아침을 먹을 적마다
아침볕이 아주 보드랍고 고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