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4.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0 제주글꽃



  제주라는 고장을 담은 글을 읽고픈 이웃님이 있으면, 첫째로는 ‘진성기’를 읽으라 여쭙고, 둘째로는 ‘김석범’을 들추라고 여쭈며, 셋째로는 ‘현용준’을 살피라고 여쭙니다. 넷째로는 ‘김영갑’을 보면 된다 여쭈고, 다섯째로는 《오름나그네》를 쓴 ‘김종철’을 이야기해요. 찾기가 조금 힘들더라도 ‘석주명’이 남긴 글을 헤아릴 만하고, ‘현을생’이 갈무리한 책이 돋보인다고 보탭니다. 헌책을 뒤적이겠다면 《어머니의 노래》(현시옥 글)하고 《마음의 조국 한국》(다카노 마사오 글)을 살짝 꼽습니다. 《홍이 이야기》(박건웅 그림)도 곁에 둘 만하겠지요. 제주글꽃을 누리고 싶은 분한테 ‘한강 글, 작별하지 않는다’는 안 꼽습니다. 이녁 글은 제주글꽃이 아닌 몇 가지 글감을 제주에서 얻어 딴 이야기를 펴는 글이니까요. 무엇보다도 제주를 글로 누리고 싶다면, 이 책도 저 책도 모두 내려놓고서 두 다리로 달포쯤 천천히 고샅을 걷고 오름을 누비다가 들판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기를 바라요. 보름쯤 천천히 자전거를 달리며 오름을 넘고 들길이며 바닷길을 지나다가 모래밭에 드러누워 바다내음을 맡기를 바라요. 이러고서 우리 스스로 하늘빛하고 바다빛하고 들빛을 천천히 몇 줄 적어서 스스로 읽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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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9 책날



  2021년 8월 14일, 나라에서 “위안부 할머니 ‘기림의 날’”을 외치고 “기림의 날 챌린지”를 하기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할퀴고 짓밟은 생채기하고 멍울을 달래면서 기리려는 뜻이라면, 일본말 ‘の’를 넣었구나 싶은 “기림의 날”이 아닌, 우리말답게 “기림날”이라 할 노릇이요, ‘챌린지’란 영어가 아닌 ‘함께하기·어깨동무’를 외칠 노릇일 테니까요.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는 같은 날에 숨졌다고 합니다. 1616년 4월 23일이라지요. 이날을 두고 우리나라에서도 “책의 날” 같은 이름을 쓰는데, 단출히 ‘책날’이라고 하면 됩니다. 어린이날·어버이날·한글날처럼 ‘책날’입니다. “-의 날”처럼 ‘-의’를 보태는 일본말씨는 이제 걷어낼 줄 알아야지 싶어요. 글을 사랑하고 책을 아끼는 뜻을 펴는 자리야말로 우리말씨답게 스스로 푸르고 아름다이 빛내야지 싶어요. 그리고 4월 23일은 “온누리 책날”일는지 모르나, “우리 책날”이라고 말하기는 좀 멋쩍습니다. 이웃나라에서는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가 대단할는지 모르나, 우리한테까지 대단하지는 않아요. 우리로서는 한글날을 책날로 나란히 삼아 ‘한글책날’로 할 적에 빛날 만하지 않을까요. 우리글로 삶을 노래하기에 “우리 책”이 태어나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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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22.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8 갓꽃



  고흥에 깃들고서 처음 맞는 봄인 2012년에 유채꽃을 제대로 마주했고, 갓꽃을 새롭게 만났습니다. 시골 어른은 “허허, 서울(도시)에서 살다 온 양반이라 갓꽃도 모르나? 살다 보믄 다 알아. 걱정 말게. 그라믄 유채를 어떻게 먹는지 모르겠네?” 하면서 줄기를 벗겨 속을 먹는다고 알려줍니다. 유채랑 갓도 노랗게 꽃을 피우고, 배추랑 무도 장다리꽃을 피웁니다. 꽃이 없는 푸나무는 없습니다. 모든 푸나무는 꽃이 다르게 생겼고, 결도 빛도 내음도 숨도 다를 뿐입니다. 유채꽃이랑 갓꽃이 어떻게 다른가 하고 갈라내려고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보고 따지고 어림해 보았는데, 오히려 더 갈라내기 어려웠어요. 이러던 어느 해에 큰아이가 “아, 꽃냄새 좋다.” 하고 읊는 말에 귀를 번쩍 떴어요. 그래요, 눈을 감고서 가만히 꽃내음을 맡으면 갓꽃이랑 유채꽃이 다른 결을 바로 알아차릴 만합니다. 꽃내음을 가른 뒤에는 꽃빛이 다른 결을 알아채지요. 이러고서 ‘굳이 왜 갈라야 하는가’를 깨달으면서 노란 봄꽃이 벌나비한테 풀벌레한테 새한테 쥐랑 개구리한테, 그리고 바로 우리한테 어떻게 이바지하며 동무로 어우러지는가를 느끼고 누릴 만합니다. 그저 지켜보면 됩니다.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서두르지 말고 늘 마주하며 함께 놀면 되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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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22.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7 모과꽃



  모과꽃 한 송이를 가만히 먹으면 하루 내내 굳이 아무것도 안 먹어도 될 만큼 배가 부를 만합니다. 모과꽃을 먹어 보았나요? 아마 모과꽃을 먹어 본 사람은 드물 테고, 모과나무를 곁에 두는 사람도 드물 테며, 모과꽃이 언제 얼마나 피는가를 아는 사람도 드물 테지요. 모과꽃이 아니어도 뽕꽃이나 감꽃이나 살구꽃이나 포도꽃이나 귤꽃이나 능금꽃을 먹을 만합니다. 그야말로 숱한 꽃은 꽃으로서도 아름다운 밥입니다. ‘많이 먹어야 할 꽃송이’가 아닌 한 송이로 온몸을 사르르 녹이면서 북돋우는 꽃밥이에요. 우리는 밥다운 밥을 멀리하거나 잊기에 지나치게 먹고 만다고 느껴요. 왜 많이 먹는지 생각해 봐요. ‘참다이 먹을것’을 먹을 때까지 우리 몸이 자꾸 밥을 넣어 달라고 비는구나 싶어요. ‘참밥’을 한 모금이나 한 톨만 몸에 가벼이 넣어 주면 즐겁습니다. 참밥 아닌 거짓밥을 잔뜩 몸에 넣으니 몸도 고단하고, 푸른별도 휘청거리며, 온누리가 뒤엉킨다고 느껴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할까요? ‘참책’이 아닌 ‘거짓책’이나 ‘꾸밈책’이나 ‘눈가림책’을 잔뜩 읽는들, 우리 스스로 마음을 틔우거나 생각을 열거나 슬기롭게 빛날까요? 아니겠지요. ‘아무 책이나 많이 읽기’가 아닌 ‘꽃책’을 즐거이 만날 적에 저마다 빛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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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6 허울



  모든 책은 꽃입니다. ‘문학’이란 이름이 붙어야 글꽃이 아닙니다. 어느 갈래로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지은이가 삶에서 편 이야기가 꽃처럼 서립니다. 모든 책은 노래입니다. ‘시·동시’란 이름이 붙어야 노래이지 않습니다. 어느 자리에 넣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님이 살림자리에서 일군 이야기가 노래로 흐릅니다. 모든 책은 살림입니다. ‘자기계발’이란 이름이 붙어야 살림이지 않아요. 어느 쪽에 깃드는 책이든 모든 책은 글쓴이가 사랑이라는 숨결로 여민 이야기가 포근히 북돋웁니다. 저는 ‘이름을 아는 분’이 쓴 책이건, ‘이름을 모르는 분’이 쓴 책이건, 손에 쥐어 천천히 펼칠 적에는 ‘이름’을 잊습니다. 오직 줄거리로 스며듭니다. 책은 껍데기로 안 읽고 알맹이로 읽으니까요. 모든 이야기는 허울이 아닌 속살로 맞아들이니까요. 눈속임(사기꾼)은 으레 겉치레를 하거나 잔뜩 꾸밉니다. 돈이 있어 보이거나 이름이 잘나 보이거나 힘이 세 보이는 이들이 눈을 속이려 들어요. 책도 매한가지예요. 빈수레일수록 시끄럽다는 말처럼 줄거리·이야기·알맹이가 허술할수록 허울을 씌우려 합니다. 허접하기에 허울로 갑니다. 헐었기에 허울에 매달립니다. 허름한 속내를 감추려고 허울로 눈가림을 일삼습니다. 이제 눈을 떠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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