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0 꾼



  ‘꾼(전문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꾼은 한 갈래를 꾸러미로 엮어 살피는 사람이요, 한 갈래를 깊이 보려고 하면서 다른 갈래를 잘 모르거나 놓치거나 안 쳐다봅니다. 집(건축)을 다루는 꾼은 옷(패션)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밥(요리)을 다루는 꾼은 아이(육아)를 다루는 꾼을 모릅니다. 글(작가)을 다루는 꾼은 숲(자연)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벼슬(공무원)을 쥔 꾼은 노래(음악)를 다룬 꾼을 모릅니다. 갈수록 온갖 꾼은 스스로 쥔 한 갈래만 살피거나 생각할 뿐, 곁에 있는 숱한 꾼을 들여다보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살림·집안일이라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살림지기란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돌아보는 사람하고, 꾼 눈길로 풀꽃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사뭇 다릅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틀(학명·설명·이론)에 가둘 수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든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짓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사람다운 빛을 나눕니다. 꾼이 솎아낸 책을 읽기보다는, 살림순이가 즐기는 책을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꾼한테서 글쓰기를 배우기보다는, 살림돌이랑 도란도란 수다를 펴며 즐겁게 글을 쓰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아기를 돌볼 줄 안다면, 누구나 나라지기(대통령)쯤 착하고 아름답게 맡습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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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5.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9 민주진보



  몇 해마다 뽑기철(선거시즌)이 돌아오면 이녁 이름 앞에 ‘민주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를 마주합니다. 이분들을 곰곰이 보며 참말로 ‘민주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이 걸맞나 하고 돌아보면, 모두 거짓말쟁이 같습니다. “사람을 먼저 살핀다”거나 “사람하고 숲은 하나”라고 여기는 이는 좀처럼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추근질·응큼질·더럼질(성추행 및 부정부패)’이 없는 이는 왜 뽑기철에 만나기 어려울까요? 뒷돈을 긁어모은 더럼이가 아닌, 차근차근 일하여 살림돈을 건사한 수수한 살림꾼은 왜 뽑기철에 일꾼으로 나서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할까요? 시골에서 군의원·도의원·군수·국회의원·교육감 같은 자리에 나서려는 이 가운데 참말로 ‘시골집’에서 작게 살며 나무를 돌보고 풀꽃을 사랑하는 사람을 여태 하나도 못 봤습니다. 허울에 사로잡혀 ‘내 쪽이냐 네 쪽이냐’로 쪼개어 싸우는 갈라치기만 봅니다. ‘무슨 당 사람’이 아니라 ‘슬기롭고 착하고 참하며 올바로 일할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면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란 말은 모두 거짓부렁이요, “선거는 눈먼도둑 잔치”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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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5.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8 대학교 앞



  푸른배움터를 마치는 1993년까지 ‘대학교 앞뒤’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길거리인 줄 하나도 몰랐습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틀에 맞추며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터에 갇히는 나날이니 둘레를 제대로 볼 틈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배움수렁을 벗어나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대학교 앞뒤’란 곳이 몹시 알쏭했습니다. “여기는 뭔데 밥집·옷집·술집이 이렇게 많지?” 새내기란 이름으로 첫이레를 보내며 “여태 억눌리며 셈겨룸(시험)만 바라보았으니, 좀 놀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 하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왜 배움터 곁에 책집은 없는지, 그나마 있던 책집은 왜 하나둘 닫아야 하는지 더욱 아리송했고, 열린책숲(대학도서관)은 책숲이 아니라 ‘고시공부 수험생판’에 ‘베스트셀러 소설 대여점’에 잠긴 슬픈 수렁인 줄 낱낱이 보고서 “나는 이런 고인물·썩은물에 비싼값을 치르고 들어가려고 열여덟 해를 바쳐야 했나?” 싶어 벼랑에서 굴러떨어지는 하루라고 느꼈습니다. 2022년에도 열린배움터 곁은 술판·노닥판입니다. 나라(정부)에서도 마음을 안 씁니다. 아니, 나라는 젊은이가 책읽기·삶읽기·사랑읽기·살림읽기·숲읽기를 스스로 하며 눈빛을 밝히기를 안 바라고, 술바보로 뒹굴기를 바라는 듯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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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7 교보 책광고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 ‘알림글(광고)’을 싣는 책은 들추지도 만지지도 사지도 않아요. “최종규 씨는 그대 책을 누리책집에 아예 안 알릴 셈인가?” 하고 묻는 분한테 “누리책집에 목돈을 들여 알리는 펴냄터라면, 그곳에서는 제 책을 안 냅니다.” 하고 잘라말합니다. 마을달책(지역잡지)을 뒷배하려는 뜻으로 이따금 마을달책에 책알림글을 실으며 이바지삯(후원금)을 보내곤 합니다. 마을살림을 두루 펴는 마을달책이 새롭게 기운내기를 바라면서 책알림글을 손수 돈을 들여 꾸미지요. 누리책집에 알림글을 싣는 펴냄터나 글바치(작가)는 무슨 뜻일까요? 그들 책이 날개책(베스트셀러)이 되기를 바라겠지요. 그들 책만 더 많이 팔리고, 그들 책만 한복판이나 꼭두에 서기를 바라는 뜻일 테고요. 열일곱 살 무렵(1991년), 인천 〈대한서림〉에서 1∼10에 꼽히는 날개책을 한 해 동안 거의 안 빠뜨리고 읽은 적 있어요. 이동안 “모든 날개책은 줄거리랑 얼거리가 닮았네. 연속극 보는 듯해.” 하고 느껴, 그 뒤로 날개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교보 책광고’나 ‘알라딘·예스24 책광고’로 뜨는 책도 연속극 같아요. 스스로짓기하고 등진 구경질·팔짱질로 우리를 홀리더군요. 스스로 살피며 삶을 읽는 눈빛을 찾아야 비로소 책이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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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베스트셀러’라고 내세우는

숱한 책광고를 스칠 적마다

“아, 이런 책은 사지도 읽지도 보지도 말라”는

뜻을 알려주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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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6 사라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쓴 《사라진 나라》는 안 팔리고 안 읽히다가 사라졌습니다. 이녁 어린 나날을 수수하게 담아내어 반짝거리는 삶책(자서전)이에요. 《삐삐》하고 《산적의 딸 로냐》에 나오는 어린이는 이녁 딸이자 바로 이녁 스스로입니다. 《마디타》도 ‘개구쟁이’도 언제나 이녁 딸이자 이녁 스스로이고, 더 헤아리면 이녁 어머니하고 아버지일 테지요. 모든 아이는 놀이를 하려고 태어납니다. 모든 어른은 놀이로 살림을 지으려고 아이를 낳습니다. 놀이로 살림을 짓는 마음을 잊어버린 어른은 아이를 괴롭히거나 닦달하여, 아이가 그만 놀이넋을 잃는 구석까지 내몰지요. 《사라진 나라》가 새책집에서 사라졌습니다만, 너무 안 팔린 탓인지 헌책집에서도 좀처럼 못 만나기에 이 책이 궁금한 ‘어린이책 사랑벗’한테 찾아 주기 어려워요. 사라진 책이 한둘은 아닙니다. 사라진 책치고 펴냄터가 알림글(광고)을 뿌린 책은 없습니다. 사라진 책치고 책숲지기(도서관 사서)가 눈여겨본 책은 드물더군요, 사라진 책 가운데 글바치(작가·지식인)가 곁에 둔 책도 드물어요. 사라진 책을 찾지 못하는 이웃님한테 건네려고 헌책집마실을 즐깁니다. 책 하나를 만나려고 걷는 모든 사람은 이 별에 깃든 숲을 새롭게 느끼려는 마음이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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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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