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5 새



  어른으로 자라나는 아이요, 아는이다운 숨빛을 건사하는 어른입니다. 아이는 마음껏 날아오르듯 뛰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눈빛이기에 아이답습니다. 어른은 즐겁게 날아오르듯 일하고 살림하고 사랑하는 눈망울이기에 어른답습니다. 이러한 아이어른을 헤아리노라면 꼭 새를 닮았네 싶어요. 몸뚱이가 다른 둘이요, 사람몸에는 날개가 없습니다만, 새도 사람도 하늘땅 사이에 흐르는 숨결이에요. 스스로 홀가분하게 살아가면서 사랑을 짓는 목숨이고요. 나이만 먹느라 늙어서 죽어가는 이를 어른이라 안 하고 늙은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적어도 뛰놀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춤추지 않으며 식어버린 눈일 적에는 아이라 안 하고 애늙은이라고 합니다. 사람으로서 아이답고 어른다운 길이란 ‘새’하고 어깨동무하는 살림으로 짓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새를 잊으면 아이다움도 어른다움도 잃지 싶어요. 상냥하면서 슬기롭기에 어른이라면, 착하면서 참하기에 아이입니다. 어질면서 너그럽기에 어른이라면, 따뜻하면서 넉넉하기에 아이입니다. 아이로만 머물거나 아이다움을 잊는다면 그만 사람길하고 등지지 싶어요. 조그마한 몸인 제비가 보름 넘게 안 먹고 안 쉬고 날면서 푸른별을 가로지르곤 합니다. 우리는 밥이 아닌 사랑을 먹기에 빛나는 넋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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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4 살림집



  모든 집은 모름지기 모두 달랐습니다. 모든 사람은 모두 다르거든요. 푸른별에서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모두 같은 말을 썼다고 합니다. 오늘 눈길로 보자면 설마 싶을 테지만, 푸른별에 처음 사람이 깃들 무렵에는 날씨도 터전도 숲도 모두 같았을 테고, 살림도 같았을 테니, 말이 같았을 만합니다. 날씨에 터전에 숲이 다 다르다면 말이 다 다릅니다. 겨울에 흰눈이 없는 곳에 ‘눈’을 가리키는 말이 없어요. 늘 더운 곳에 ‘솜’이나 ‘이불’을 가리킬 말이 없겠지요. 우리나라는 조그마한 터라지만 고장마다 살림새가 달라서 말도 다릅니다. 이 살림에 맞추어 옷밥집도 달라요. 그런데 어느덧 모든 고장이 서울바라기로 흐르며 똑같은 잿빛집이 엄청나게 서고, 사람들 스스로 ‘똑같이 쌓은 집’에 깃들어 ‘똑같이 생긴 부릉이’를 몰고 ‘똑같이 셈틀맡에 앉아 돈을 법’니다. 살림집이라기보다 돈자리(부동산)로 흐르는 잿빛집인 터라, 다 다른 사람한테 다 다른 책이 아닌 ‘똑같은 잘난책(베스트셀러)’이 넘치고, ‘똑같은 잘난책’을 팔려는 마음이 자라요. 벼도 콩도 옥수수도 부추도 고장마다 날씨·흙·비바람해에 따라 다른데, 우리는 왜 똑같은 책을 읽으려 할까요? 더구나 ‘똑같은 책’이어도 ‘다 다르게 읽는 눈’마저 잃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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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3 앓기에



  앓기에 알게 마련입니다. ‘앓다’랑 ‘알다’는 말밑이 같습니다. 더구나 ‘앓다·알다’는 ‘알’이라는 말뿌리도 같지요. ‘알’은 ‘얼’하고 말밑이 같아요. ‘앓다·알다’랑 ‘알·얼’은 ‘아이·어른’하고도 말밑이 같습니다. 이 얼거리를 슬기로이 읽어낸다면 “아이는 앓으면서 튼튼하게 큰다”는 옛말을 마음으로 깨달을 만해요. 뼈마디가 자라고 키가 쑥쑥 오를 적마다 몸앓이를 하거든요. ‘앓이’는 나쁘지 않습니다. 아프거나 앓을 적에는 다 뜻이 있어요. 여태까지 입은 헌몸을 내려놓고서 새몸으로 나아가는 길목이기에 아프거나 앓습니다. 이러면서 무언가 배워 스스로 알아차리지요. 아프거나 앓지 말라면서 자꾸 미리맞기(백신·예방접종)를 시키는 일을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일부러 아프거나 앓아야 하지 않습니다만, 숲빛인 살림물(약)이 아닌, 잿빛(화학약품)으로 버무린 미리맞기를 몸에 집어넣는다면, 우리는 제대로 몸앓이를 할까요? ‘미리맞기 = 미리 몸앓이를 한다’는 얼개인데, 아직 몸앓이를 받아들일 만한 때가 아닌데 억지로 미리 잿빛(화학약품)을 몸에 넣으면 되레 몸이 망가지게 마련이에요. 이제라도 참길을 보고, 참삶을 읽고, 참사랑을 나누면서, 참빛을 깨우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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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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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6.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2 임계장 고은 서정주 이원수



  허울스레 ‘훌륭한 말’만 골라 담았구나 싶은 책이 있습니다. 이런 책은 얌전히 도로 꽂고서 잊습니다. 몇 해쯤 지나면 ‘훌륭하게 꾸민 허울’에 숨은 속낯이 드러나더군요. ‘서정주·고은 글’을 그저 ‘글(문학)’로만 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서정주·고은은 여태 뉘우침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참으로 오래도록 힘바라기(권력추종)·노닥질(추행)로 질펀하게 보낸 삶부터 제대로 바라보아야 이들이 남긴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이원수 친일시’를 캐냈다면서 스스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랑하더군요. 그런데 그분은 ‘이원수 뉘우침글(참회록)’인 〈겨울 물오리〉는 늘 모르는 척합니다. 친일시를 부끄러이 여겨, 1945년 뒤로 이승만·박정희가 부린 서슬·총칼·굴레에서 어린이글을 지키는 울타리로 살았고, 이승만·박정희·전두환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은 ‘윤석중 동심천사주의’하고 맞선 이원수입니다. 1970년에 〈불새의 춤〉을 쓰며 전태일 넋을 기릴 뿐 아니라, 촛불(민주화)을 밝히자는 뜻을 끝없이 폈습니다. 우리는 글을 삶과 넋으로 읽는가요? 《임계장 이야기》는 책집에서 사라집니다. 글쓴이는 응큼질(성추행)에 뉘우침글을 썼을까요? 삶을 읽어야 참빛이 피어날 씨앗으로 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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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1 허울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니 쓸모있고, 스스로 값었다고 바라보니 값없어요. 스스로 웃으려 하니 웃고, 스스로 울려 하니 울어요. 스스로 꾸미니 겉치레로 나아가고, 스스로 노래하니 별이 됩니다. 스스로 좀 모자라다면 “그래, 난 모자라. 그렇지만 이렇게 모자란 나를 사랑해” 하고 웃으며 춤추니 꽃이 됩니다. 남을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잘 하는 남이 있으면 손뼉을 치며 반깁니다. 스스로 하루를 짓고, 스스로 즐겁게 웃음짓고, 스스로 반가이 아침저녁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새롭게 지음이(작가)인걸요. 글이나 책뿐 아니라, 삶도 밭도 마음도 이야기도 차곡차곡 짓습니다.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상냥하고 어여쁜 지음이입니다. 보기좋게 꾸미려 든다면 지음이하고 멀어요. 꾸밈이일 테지요. 참빛이며 참삶이며 참글이며 참말하고 동떨어진 ‘꾸밈이’로 지낼 적에는 허울좋은 눈가림입니다. 남처럼 걸어야 하지 않고, 남보다 빨라야 하지 않고, 남만큼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즐거이 수다를 펴면 되고, 즐거이 읽다가 덮으면 돼요. 잘난 지음이(작가)나 말꾼(비평가)처럼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날마다 걷는 길을 스스로 생각을 가꾸어 바라봅니다. 즐거움도 고단함도 모두 우리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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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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