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10.8.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1 열화당 “세기말 사은 대잔치”



  1999년 8월부터 펴냄터(출판사) 일꾼으로 지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살면서 혼자 책을 사읽고 누릴 적에는 도무지 알 길 없던 책마을 속내하고 속낯을 이때부터 하나하나 보았습니다. 제가 일하던 펴냄터조차 이곳 엮음이(편집자)는 이웃글꾼(외국 작가)한테 글삯(저작권료·인세)을 치를 적마다 “돈이 아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무렵 웬만한 펴냄터는 이웃글꽃(외국문학)을 몰래 냈습니다. “굳이 이웃글꾼한테 돈(인세)을 줘야 하느냐?”고 밝히는 엮음이나 펴냄이(대표)가 많았어요. ‘열화당’도 그런 펴냄터 가운데 하나입니다.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비롯해서, 이웃나라(외국) 책을 으레 ‘몰래 훔쳐서(계약을 안 하고 무단으로) 냈’어요. ‘열화당’도 숱한 펴냄터도 ‘이웃나라 저작권’뿐 아니라 ‘엮음새(편집)·꾸밈새(디자인)’까지 그대로 훔치기 일쑤였어요. 이런 훔침질은 우리나라가 세계저작권협회에 들어간 2000년 1월 1일부터는 더 할 수 없었다는데, ‘열화당’은 1999년 12월 31일까지 ‘몰래 훔쳐서 낸 책’을 어떻게든 더 팔아치우려고 용을 쓰더군요. 이른바 “세기말 사은 대잔치”란 이름을 붙였는데, ‘저작권 도용’으로 펴냄터 이름값(명예)·돈(재산)을 가로채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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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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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0 대단하지 않되



  책은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사람은 낮지도 높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일이나 놀이도 낮거나 높을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별에서 풀꽃나무가 대수롭다고 할 만합니다만, 풀꽃나무만 대수롭게 바라볼 일은 아니라고 느껴요. 물에서 사는 헤엄이도, 들에서 사는 짐승도, 숲에서 사는 새도 저마다 대수로워요. 책 하나만 놓고서 본다면, 책은 대단하지 않되, 언제나 숲에서 옵니다. 모든 책은 아름드리숲에서 자라던 나무예요. 한낱 종이꾸러미가 아닌, 숲결(숲이라는 결)을 책자락(책이라는 이야기가 흐르는 자락)에서 느끼는 사이에 천천히 눈을 밝히고 마음을 틔우지 싶습니다. 무엇을 얻거나 잘난이가 되려고 손에 쥐는 책이 아닌, 저마다 다르게 숲이라는 숨결을 품은 삶인 줄 가만히 느껴서 푸르게 빛나려고 손에 쥐어 보는 책이지 싶어요. 책을 읽기에 징검다리를 놓습니다. 너랑 나 사이에 새롭게 숨결을 틔우는 이야기를 책 하나로 살며시 잇습니다. 이름난 글님(작가)이나 이름없는 읽님(독자)이 아닌, 수수하게 숲에서 일렁이는 풀꽃나무 같은 너나(글님+읽님)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게 빛납니다.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 즐겁게 깨어납니다. 대단하지 않되, 마음 깊이 흐르는 풀빛을 일깨워 삶빛을 손수 짓도록 속삭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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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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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39 제2의 아무개



  어느 그림책을 처음 본 날 참으로 거북해서 한켠에 밀어놓았고, 여섯 달 만에 다시 들추어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책날개에 “제2의 존 버닝힘, 제2의 퀸틴 블레이크, 영국 그림책 전통을 잇는 작가(그림책연구가 김난령)”라는 말을 새겼어요. 다시 읽어 보아도 쓴웃음이 납니다. 그림책을 싫어하니까 “제2의 아무개”라는 말을 쓰겠지요. 그림책뿐 아니라 글책도 빛꽃책(사진책)도 매한가지입니다. “제2의 아무개”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흉내·시늉·따라하기·베끼기’에 갇혔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서지 못한 모습에 “제2의 아무개”란 이름을 붙여요. 생각할 노릇입니다. 똑같은 책이란 없고, 비슷한 책도 없어요. 다 다른 나라에서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이웃을 곁에 두고서 다 다른 어른이자 사람으로서 다 다른 사랑으로 다 다른 삶을 고스란히 실어서 다 다른 이야기로 여미어 내는 다 다른 책입니다.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할 마음이 있는가요? 우리는 서로 손잡고 뛰놀며 웃고 노래할 생각이 있는지요? 힘을 빼야 놉니다. 힘이 들어가면 못 놀아요. 힘을 잔뜩 주면 일도 어그러집니다. 살림·집안일도 힘이 아닌 마음으로 합니다. 아직 스스로 마음을 못 세워 “제2의 아무개”로 맴돌 테지요. 마음을 세우면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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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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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38 8000원



  장만해 놓고서 몇 해를 묵힌 그림꽃책(만화책) 《3월의 라이온》 14·15걸음을 2022년 8월에 읽었습니다. 우리말로는 2009년부터 나오는데, 그때 펴냄터에서는 8000원을 붙였습니다. 그무렵 여느 그림꽃책은 3000∼3500원, ‘완전판(두 자락을 하나로 묶은 판)’은 5500∼6000원이었기에 바가지였어요. 이렇게 부풀려도 되나 싶더군요. 도무지 사기 싫어 미적미적했어요. 헌책으로 나오는 날까지 기다리고프더군요. 2022년 4월에 《3월의 라이온》 16걸음이 나왔는데 2009년하고 똑같이 8000원입니다. 요새는 여느 그림꽃책이 4500∼5500원일 만큼 종이값이 오른 터라 《3월의 라이온》이 8000원이어도 안 비싸 보입니다. 그 펴냄터는 왜 2009년에 5000원도 6000원도 아닌 8000원이란 값을 덜컥 붙였을까요? 팔기 싫었을까요? 펴냄터에서 값을 어떻게 하든 사람들이 알아서 따르게 마련이라고 콧대를 높였을까요? 열 몇 해 동안 값을 안 올려서 고마울 수 있지만, 이보다는 종이값 오름결에 맞추어 조금씩 올려도 좋으니, 처음부터 세게 밀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이미 나온 책(구간도서)’은 에누리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종이값이 꾸준히 오르기에 ‘에누리 아닌, 조금씩 올려서 책값을 받아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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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37 겨울



  저는 한 해를 12월부터 열어 11월에 마감합니다. 달종이로 본다면 1월부터 12월까지로 나오지만, 저한테 12월은 마감달이 아닌 ‘한 해를 그리는 달’이고 11월은 ‘한 해를 추스르는 달’이에요. 언뜻 보기로, 첫발을 디디는 1월이 첫달이라 할 테지만, 첫발을 디디려면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무엇을 하며 나아가려는가 하는 그림’부터 있을 노릇입니다. 한해그림(1년계획)이 없이는 한 걸음조차 내디딜 수 없어요. 우리 겨레도 예부터 섣달인 12월부터 한 해를 열어요. ‘매듭을 짓기에 첫발’이라고 할 만해요. 묵은절로 고마이 마무르면서 열고, 새절로 기쁘고 새롭게 나아갑니다. 꽁꽁 얼어붙는 추위가 흘러 겹겹 옷을 입고 겨우겨우 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겨우내 포근히 덮는 하얀눈은 모든 숨결이 고요히 잠들고 가만히 꿈을 그리도록 북돋운다고 느껴요. 아침을 여는 새빛도 이와 같지요. 깊디깊은 밤이 흘러 새벽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하루입니다. 밤이 있어 낮이 있어요. 우리말은 ‘낮밤’이 아닌 ‘밤낮’이랍니다. 슬플 적에는 눈물을 흘리고서 빗물에 고이 씻어내니 다시 웃음길로 나아갑니다. 채우고 비우기를 되풀이하는 사이, 이 자리에는 삶이라는 길을 살림이라는 손길로 사랑이라는 빛을 담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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