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26.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1 코우노 후미요 こうの史代



  2017년에 나온 그림꽃(만화책) 가운데 《이 세상의 한 구석에 상·중·하》가 있습니다. 열두어 살부터 읽을 수 있다고 여기고, 매우 아름다우면서 슬픈, 더없이 사랑스러우면서 포근한 그림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그림책 석 자락을 ‘2017년 숲노래 올해책’ 가운데 으뜸으로 뽑았습니다. 둘레에서는 “무슨 만화책이 올해책이냐?” 하고 핀잔을 하고, 사서 읽는 이웃은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습니다. “만화책이라면 아무리 좋더라도 안 사고 안 본다”는 이웃님이 많아, 마을책집지기라든지 글이웃 여럿한테 이 그림꽃을 곧잘 사서 건네곤 했는데, 하도 안 팔려서 판이 끊어졌고, 고작 다섯 해 만인 2022년에 헌책으로 25만 원이니 15만 원이니 하고 올리는 분이 있더군요. 헌책으로 값어치를 알아주는 분이 있는 셈이려니 싶지만 쓸쓸합니다. 아무리 아름책이라 하더라도 판끊긴 지 다섯 해가 채 안 되어 25만 원 값이라니요? 그러나 우리 곁을 돌아보면 참말로 ‘갓 나온 뒤 몇 해 동안 사랑도 손길도 눈길도 못 받으며 사라지는 아름책’이 수두룩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왜 그때그때 알아보지 않으려 할까요? 왜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소비’에 기울고 말까요? 아름책을 품고 읽으면 누구나 아름길을 볼 수 있을 텐데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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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숲노래 책읽기 2022.12.23.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0 띠종이



  책에 띠종이를 하기에 예뻐 보일는지 모르고, 띠종이에 알림글을 더 새길는지 모르고, 지은이 얼굴을 박아서 돋보이기를 바랄는지 모릅니다. 띠종이가 깃든 책을 보면 “‘살피(책갈피)’로 삼으라는구나.” 하고 여기지만, 띠종이가 깃든 책은 그만큼 책값이 오릅니다. 굳이 띠종이를 안 하면서 책값을 낮추면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구태여 띠종이로 더 알리거나 내세우려 하지 말고, 오롯이 이야기로 이웃을 만나려는 마음일 적에 아름다울 테고요. 숲빛(친환경)은 입방정으로 이루지 않습니다. 작은펴냄터는 눈물을 삼키며 띠종이를 두르거나 도무지 종이값을 더 대기 버거워 띠종이를 안 두릅니다. 큰펴냄터는 으레 지은이 얼굴을 크게 박으면서 잘난책(베스트셀러)을 노리며 띠종이를 두릅니다. 띠종이 말고도 살피에 잎글(엽서)에 덤(굿즈)을 곁들이는 큰펴냄터가 많습니다만, 책이 왜 책인지를 곰곰이 짚어 봐야지 싶습니다. 뭔가 덧붙이거나 자랑하려는 겉차림은 참빛이나 사랑하고는 멀어요. 옷이 날개라 하지만, 옷은 허울이기도 합니다. 글은 눈으로 읽되, 마음은 오직 ‘사랑빛이란 마음눈’으로만 읽습니다. 줄거리(내용·컨텐츠)보다는 이야기(삶·살림·사랑)를 들여다보는 이웃님하고 띠종이 없는 책을 홀가분히 나누고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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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 2022.12.6.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9 손원평



  손원평 님은 창비·민새롬 둘이 저지른 ‘지음몫 짓밟기(저작권 침해)’를 지켜본 바를 눈물글(입장문)로 ‘창비 인스타’에 올렸는데, 앞으로는 입다물기(침묵)를 하겠다고 밝힙니다. ‘〈아몬드〉 100만 부 파티’를 창비에서 치러 주기도 했고, 손원평 님은 창비에서 새로 낼 책이 여럿 있고,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힘과 의지’가 없다고 합니다. 잘못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하는데, ‘짓밟기’를 저지른 ‘펴냄터 인스타’에 눈물글을 올리고서 앞으로는 입을 다물 뿐 아니라 법으로도 안 따진다면, 참말로 이런 잘못이 다시 안 일어날까요? 창비를 비롯한 여러 펴냄터는 ‘누리물결(SNS)’이 퍼진 뒤로 예전과 다르게 그들이 벌인 끼리질(담합·문단권력)이 크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뉘우친 적은 없고, 뭘 바꾸겠다고 하거나 참으로 바꾸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고, 몇 해쯤 지나서 더는 떠드는 사람이 없을 즈음, ‘베낌질(표절)’이건 다른 막질을 했건 슬그머니 새책을 내놓으면서 장삿길을 확 폈습니다. ‘100만 부 파티’를 할 수 있는 글님(작가)조차 입다물기를 하고 법으로 안 따진다면, ‘1만 자락이나 100자락 책’을 판 글님은 앞으로 무슨 말을 읊거나 지음몫을 지킬 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ㅅㄴㄹ


출판사와 연극연출가가 저지른 짓은

여러 사람들이 다 짚으니

굳이 그 대목을 건드리기보다는

'작가'라는 자리에 선 사람이

무엇을 놓치는거나 

안 쳐다보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국민일보 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571284?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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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8 자전거



  어릴 적부터 늘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단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넘어지면 아픈데, 넘어지면서 배우라구?” 하고 물으면 빙그레 웃기만 해요. 이러다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어느새 더는 안 넘어지고서 달릴 텐데, 그때가 되면 안단다.” 하고 덧붙여요. 어느 날 드디어 더는 안 넘어지되 흔들흔들 앞으로 나아가다가 바람이 머리카락을 훅 날리고 눈앞이 환하게 트이면 “아!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모든 아기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혔습니다. 아기처럼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야” 비로소 삶을 배워요. 쓴맛(실패)을 보면서 어떻게 가다듬거나 고쳐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 배우는 얼개입니다. 남이 이끌어 주면 얼핏 쉬워 보이나, 스스로 배울 일이 없어요. 밑바닥부터 뒹군 사람은 쓴맛에 가시맛에 매운맛을 잔뜩 보는 동안 다릿심이 붙고 팔심이 늡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처음에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 품에서 받아먹기만 했어요. 새도 둥지를 떠나는 첫 날갯짓이 아주 엉성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부릉이를 자주 몰수록 책읽기라는 맛하고 글쓰기라는 맛하고는 자꾸 멀 수밖에 없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책맛이며 글맛이 맑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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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숲노래 책읽기 2022.11.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7 에밀 파게



  오늘날은 마을책집(동네책방)이 책길을 새로 열도록 서로 북돋우는 길잡이·쉼터·수다터 구실이라면, 지난날에는 헌책집이 이 몫을 했습니다. 지난날에는 책숲(도서관)뿐 아니라 새책집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했고, 글쓴이·그린이를 불러 책수다를 함께하는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에서는 글쓴이·그린이를 어렵잖이 만날 뿐 아니라,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들을 수 있었어요. 책동무나 책어른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즐거운 놀이터요 우물가였고요. 어느 날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 이 책 아나? 책 좋아하는 양반이라면 진작 알려나?” 하면서 1972년판 《讀書術》을 건네고, “요새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속에는 한자가 하나도 없어도 책이름을 한자로 적은 예전 책은 거들떠도 안 봐.” 하고 덧붙입니다. 에밀 파게(1847∼1916) 님을 처음 만난 날입니다. 그 뒤 1959년 양문사 옮김판을 만났고, “L'Art de Lire”를 옮긴 영어 “The Art of Reading”를 1959년하고 1972년에 한자말로는 ‘독서술’로 풀었다면 2000년 눈길로는 ‘읽는길·읽음길’이나 ‘읽는눈·읽음눈’으로 새로 여미어야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문 글바치한테 ‘art’는 ‘術(기술)’일 테지만, 우리말로는 ‘길’이나 ‘눈’이거든요.


ㅅㄴㄹ

#LArtdeLire #TheArtofReading #EmileFague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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