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1 태도



  저는 ‘태도(態度)’라는 한자말을 안 쓰지만 둘레에서는 흔히 씁니다. 이 한자말은 “1. 몸의 동작이나 몸을 거두는 모양새 2. 어떤 사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자세”를 뜻한다지요.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겹말풀이입니다. “몸의 동작”은 말이 안 되는 말인데, 따지는 목소리도 고치려는 손길도 없습니다. 아무튼 ‘태도·동직·자세 → 몸짓’입니다. ‘꼴·꼬라지·꼬락서니’나 ‘매무새·모습·몰골 몸놀림·몸그림’이나 ‘릇·-살이·삶’이나 ‘손짓·아웅·움직이다·일삼다’나 ‘짓·-질·척·체’나 ‘틈·품·티’나 ‘숨·숨결·숨길·씨·결·빛’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 몸짓을 느끼고 모습을 보며 품을 나누고 어떤 짓인가 살피며 어떻게 숨결이 묻어나는가를 헤아려요. 움직이거나 보이는 모든 결은 바로 ‘나·너·우리’입니다. 저는 “태도를 보지 않”습니다. 언제나 “나를 보”고 “너를 보”며 “우리를 보”려 해요. 겉모습이 아닌 속빛을 읽을 생각입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 “책매무새”나 ‘책결·책숨·책빛’에 마음을 기울입니다. 좋은 몸짓도 나쁜 몸놀림도 없습니다. 삶에 따라 다르거나 새롭게 피어나는 티요 틈이자 씨앗입니다. 서로 손을 잡아요. 함께 걸어요. 같이 어깨동무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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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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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4.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200 잊힌책 금서 나쁜책



  1987년까지는, 나라가 일으키는 잘못을 짚거나, 배움터가 어긋난 굴레를 다루거나, 글꾼·이름꾼·돈꾼이 감추거나 속이면서 우두머리를 기리는 못난 일을 나무라는 책이  ‘나쁜책’이자 ‘금서’란 이름이었습니다. 1999년 무렵까지 적잖은 글바치와 들꽃모임(시민단체)은 ‘만화책’이면 싸잡아서 나쁜책으로 여겨, 해마다 불지르기까지 했습니다. 2000년을 넘어서니 나라에서 나쁜책을 가리는 일이 거의 사라졌어요. 다만, 나쁜책·금서를 불태우지 않되, ‘아름책·사랑책·숲책’을 등돌리거나 등지거나 밀치는 길로 간다고 느낍니다. 지난날 전두환 씨가 ‘3ㅅ(스포츠·스크린·섹스)’을 내세우며 사람들 눈귀를 홀리려 했다면, 오늘날 나라와 글꾼·이름꾼·돈꾼은 잘난책(베스트셀러)을 추켜세우면서 우리 넋을 사로잡으려고 합니다. 나라도 마을도 사람도 아름답다면, 외곬로 안 쏠립니다. 우리 삶터가 아름답다면, 보금자리부터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수수하고 조촐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누구나 쉽고 즐겁게 누릴 노릇입니다. ‘좋은책 = 좁은책’입니다. “나쁜책을 나무라는 글”은 ‘나무람책’에서 그쳐요. ‘잊힌책’으로 몰리는 사랑책을 품으면 스스로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잊어버린 눈을 뜨고서 ‘살림책’을 쥘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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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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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9 의료대란



  시골에 가뭄이 들어 마늘이 타더라도 서울에서는 모르쇠입니다. 알 턱이 없고 느끼지 않습니다. 시골에 장마가 들어 나락이 녹거나 흐물거리거나 곰팡이가 피어도 서울에서는 불구경입니다. 알 일조차 없습니다. 서울이 밤낮으로 번쩍번쩍 밝자면, 옆에 있는 인천을 비롯해서 온나라 시골에서 번쩍터(발전소)를 끝없이 돌리고, 빛줄(송전선)을 길다랗게 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 모르고 잊고 등돌리면서 쳇바퀴로 하루를 보내는 얼거리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을 외치는 모임은 서울 한복판에서 목소리를 낼 뿐, 시골 할매가 엉금엉금 기며 ‘턱 높은 시골버스를 겨우 오르내리’는 삶을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스무 해 남짓 돌봄터(병원)에 얼씬조차 않지만 돌봄낛(건강보험료)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의료대란’이라는 허울은 돌봄일꾼(의사)이 스스로 콧대를 높이고, 둘레나 나라에서도 이들을 우러르는 진구렁으로 치닫습니다. 곰곰이 보면 “서울사람이 서울에 있는 돌봄터에 가는 일” 못잖게 “서울 바깥에서 서울 돌봄터로 먼마실 가는 일”이 잦을 수 있습니다. 전남 고흥 할매할배는 택시삯 60만 원을 들여 ‘서울 돌봄터 마실’을 합니다. 시늉뿐인 마을살림(지방자치)이니, 그들이 콧대를 높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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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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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8 보기



  아이로 자라는 동안에는 ‘아이 눈’으로 보되 ‘둘레 어른 눈’하고 ‘또래 아이 눈’을 나란히 생각했습니다. 차츰 크며 어른이라는 이름을 들을 무렵부터는 ‘어른 눈’으로 보되 ‘둘레 아이 눈’하고 ‘또래 어른 눈’을 함께 살폈어요. 바야흐로 아이를 낳아 ‘어버이’란 이름을 새로 들을 즈음부터 ‘아이 눈·어른 눈·어버이 눈’이라는 세 눈을 품는 하루로 나아가고, 삶터를 인천에서 전남 고흥으로 옮기며 ‘시골 눈·숲 눈’이라는 결을 가다듬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리가 있어요. ‘높고낮은’ 자리가 아닌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하고 왜 하며 누구랑 하고 언제 하느냐’는 자리로 본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우리 자리에 서는 눈으로 볼” 적에 무엇이든 스스로 느끼고 알아차려서 받아들이고 익혀 가꾸는 숨결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라면 아이답게 살며 눈빛을 반짝이면 넉넉합니다. 어른이라면 어른답게 살림하며 삶빛을 일구면 아름다워요. 어른이 할 몫은 ‘봄(보기·보다)’이라고 느낍니다. 지켜보고 살펴보고 돌아보고(돌보고) 마주보고 알아보고 찾아보고 즐겨볼 줄 아는 마음이기에 넉넉해요. 낱말책은 “아이(뒷사람)가 물려받아 읽을 책을 어른(오늘사람)이 사랑으로 여미는 살림을 말로 그린 꾸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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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7 이제부터



  어릴 적에는 책이 드물고, 읽을 만한 책도 적었는데, 좀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책읽기에 품을 들이기 빠듯했습니다. 첫째, 심부름이 엄청납니다. 날마다 심부름이 안 끊이는데, 어머니가 맡은 집안일이며 살림을 헤아리면 심부름을 안 하고 못 배겨요. 밤늦게까지 일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는 어머니를 늘 지켜보니, 심부름으로도 하루가 갑니다. 둘째, 배움터에서 내주는 짐(숙제)이 무시무시합니다. 요새야 짐이 적거나 없다지만,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밤샘을 해도 못 해낼 만큼 끔찍한 짐더미였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바쁜 집안일을 미루고서 작은아이 짐을 거들기까지 해주셨어요. 셋째, 놀이입니다. 아무리 심부름에 짐더미로 벅차도 쪽틈을 내어 어떻게든 놀고, “이튿날 좀 얻어맞지 뭐.” 하면서 놀았어요. 오늘날 어린이는 배움판(학교 + 학원) 탓에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린이는 참으로 억눌리며 시달립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지난날과 달리, 아름책이 참 많아요. 비록 지난날에는 어린이가 가까이할 아름책이 드물었어도, 오늘날에는 이제부터 읽을 아름책이 두루 있기에, 아이하고 어른이 함께 ‘아름 어린이책·아름 그림책·아름 그림꽃책(만화책)’을 곁에 두면, 서로 나란히 새롭게 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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