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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집이란

 


  골목집이란 꽃집이다. 집 안팎에 꽃씨 뿌려 골목집 된다. 집 둘레에 풀씨 깃들어 자랄 적에 곱게 아끼니 골목집 된다.


  어깨를 맞대는 작은 집들이 햇살조각 골고루 나눈다. 어느 한 집이 햇살조각 더 받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햇살조각 좋아하는 만큼 이웃도 햇살조각 좋아한다. 서로서로 알맞게 골고루 햇살조각 누린다.


  자동차도 짐차도 오토바이도 깃들기 어려운 골목동네에는 작은 사람들 두 다리가 가장 알맞다.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함부로 찾아들지 않는 골목동네에는 사람들 발걸음 소리 고즈넉하게 울린다. 귀를 찢는 소리도, 깜짝 놀래키는 빵빵 소리도, 시끌벅적 어수선한 소리도 섣불로 스며들지 못하는 골목동네에서는 저마다 이녁 집 조그마한 마당에서 해바라기 즐긴다. 사람도 풀도 꽃도 나무도 조금조금 햇살조각 나누면서 해바라기 놀이를 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차소리가 귀를 찢지 않으니 나즈막한 목소리로도 알뜰살뜰 이야기꽃 무르익는다. 삶꽃을 피우고, 골목꽃을 바라보며, 사랑꽃 이어질 씨앗 한 톨 갈무리한다. 4346.6.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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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풀 한 포기

 


  골목동네 거닐 적에 으레 담풀이나 담꽃을 만난다. 담풀은 벽돌담이나 시멘트담에 생긴 구멍에 씨앗을 드리워 피어나는 풀이다. 담꽃은 벽돌담이나 시멘트담 갈라진 틈바구니에 씨앗이 내려앉아 자라는 꽃이다.


  오십 층이나 육십 층짜리 높다란 건물에는 담풀도 담꽃도 깃들지 못한다. 빈틈이나 작은 구멍 하나조차 내주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집이나 건물 둘레에 들풀 자라는 모습 그닥 즐기지 않는다. 쌀밥도 풀씨앗으로 짓는 밥인 줄 헤아리지 못하고, 상추도 고추도 부추도 모두 풀인 줄 살피지 못한다. 못 먹는 풀이나 안 먹는 풀이란 없는 줄 깨닫지 못한다. 모든 풀은 꽃을 피우고, 모든 풀은 꽃내음 날리는 푸른 숨결인 줄 헤아리지 못한다.


  골목마실은 골목동네 살피는 마실이라 할 텐데, 골목동네 살피는 마실이란 바로 골목집과 골목담과 골목길 둘레에 풀빛이 얼마나 짙고 푸르며 맑게 있는가를 돌아보는 마실이라고 느낀다. 골목풀 만나고 골목꽃 사귀는 마실이 골목마실이라고 느낀다. 4346.6.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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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해설사

 


  사람들한테 골목동네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목해설사’가 있다고 한다. 문학을 비평하는 ‘문학비평가’처럼, 골목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만하리라 본다. 그런데, 문학을 어떻게 왜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할까. 그리고, 골목을 어떻게 왜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하는가.


  문학을 이야기하는 사람 가운데 스스로 ‘문학 이야기꾼’이라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골목을 이야기하는 사람 가운데 스스로 ‘골목 이야기꾼’이라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곧, 문학비평가나 골목해설사는 ‘이야기’ 아닌 ‘지식’을 다루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문학을 빚은 사람들 마음을 읽기보다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긴 줄거리를 읽는 문학비평가요, 골목동네에서 꿈과 사랑을 빚는 사람들 넋을 읽기보다 골목이라는 건축물에 깃든 역사나 문화를 읽는 문화해설사로구나 싶다.


  문학을 이야기하려면 문학을 누려야 한다. 스스로 문학을 읽을 뿐 아니라 문학을 써야 한다. 골목을 이야기하려면 골목을 누려야 한다. 스스로 골목을 거닐 뿐 아니라, 골목(동네)에서 살아야 한다. 문학을 하지 않으며 문학비평만 하는 일이란 얼마나 재미있을까 궁금하다. 골목(동네)에서 살아가지 않으며 골목해설만 하는 일이란 얼마나 살가울까 궁금하다.


  글쓰기가 바로 문학쓰기이다. 역사에 남는다든지 작품책을 내야 문학쓰기가 아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을 사랑으로 아로새길 때에 문학쓰기, 곧 글쓰기이다.


  삶읽기가 바로 골목읽기이다. 이런 건축물 저런 문화재를 알려준대서 골목읽기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골목사람 되어 골목이웃과 알콩달콩 빚고 엮는 이야기를 누릴 때에 골목읽기, 곧 삶읽기이다.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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