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래유산 공씨책방



  서울 신촌에 있는 헌책방 〈공씨책방〉 바깥벽에는 ‘서울미래유산’ 간판이 붙었습니다. 지난 2013년이에요. 그런데 〈공씨책방〉은 건물임자가 바뀌면서 이곳에서 쫓겨나야 할 판입니다. 이러면서 서울시나 서울도석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정책이나 조례가 없닥고 해요. ‘서울미래유산’으로 뽑아서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서울시이지만, 또 서울에서 ‘마을책방 살리기 정책’을 편다는 서울도서관이지만, 정작 마을책방이 어려울 적에는 어떤 도움도 못 준다고 하네요. 2016.11.1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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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이삿짐을 날라 주셔요



  서울 신촌에 헌책방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동교동세거리 큰길가에 〈글벗서점〉이 있어요. 이곳은 그동안 꾸준히 지키던 자리를 다른 가게한테 물려주기로 하고는 새로운 자리로 옮긴다고 합니다. 2016년 11월 30일까지 그 자리에서 책방을 열고, 12월 1일부터는 새로운 터에서 지하, 1층, 2층 이렇게 세 군데를 알맞게 나누어 ‘새로운 헌책방’으로 책살림을 짓기로 한답니다. 이런 얘기를 그제 처음 들었고, 어제 〈글벗서점〉에 찾아갔어요. 내 마음은 ‘헌책방 한 곳에 책을 몽땅 싸서 옮기는 길’에 한 권이라도 책을 사서 이삿짐을 줄이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은 저 혼자만 품지 않았는지, 이런 말씀을 하면서 책을 사는 손님이 제법 있다고 해요. 참말로 고운 손길이지요. 얇은 종이 한 장도 서로 나누어 들면 더 가볍다고 하듯이, 아름다운 책을 우리 손으로 따사로이 어루만져 준다면, ‘헌책방 이삿짐’을 우리가 한두 권씩이라도 ‘우리 집으로 날라’ 볼 수 있다면, 새롭게 태어나려는 헌책방은 더욱 기운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11.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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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을 받다



  시골에 살다 보니 서울마실을 어쩌다가 한 번 하는데, 책방마실도 어쩌다가 한 번 합니다. 예전에는 자주 드나들던 단골책방조차 여러 해에 한 번 겨우 찾아가는데, 어제 찾아간 창천동 헌책방 사장님한테 내 새로운 책을 선물로 드렸어요. 오랜만에 인사도 하면서 책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스무 해 남짓 그 헌책방을 드나들며 만난 아름다운 책이 바탕이 되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같은 책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안쪽에 마을책방 한 곳이, 작은 헌책방 한 곳이, 그야말로 서울 한복판에 조그맣지만 예쁘게 터를 잡는 즐거운 책터 한 곳이, 온누리에 어떤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키는가를 적어서 건넸어요. 그런데 헌책방 사장님이 대뜸 책값이라면서 ‘책에 적힌 값’대로 돈을 내미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고마웠기에 선물로 드리는 책인걸요.” “나도 고마워서 책값을 주고 싶어요.”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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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있는 책



  헌책방에 있는 책하고 새책방에 있는 책은 다릅니다. 두 곳은 다른 책터이니 저마다 다른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헌책방에는 헌책이 있고, 새책방에는 새책이 있어요. 헌책은 말 그대로 헌책이고, 새책은 말 그대로 새책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다른 책은 언제나 같은 책이곤 합니다. 헌책은 헌책 값으로 사고파는 물건이요 새책은 새책 값으로 사고파는 물건인데, 두 가지 물건은 물건이라는 대목을 넘어서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예요. 또한 헌책이든 새책이든 우리가 두 손에 쥐어 펼치면, 이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언제나 똑같이 우리 마음을 건드립니다. 오래된 책이기에 마음을 덜 움직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책이기에 마음을 더 움직이지 않습니다. 1950년에 찍은 책이기에 더 애틋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찍은 책이기에 더 빳빳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떻게 찍은 책이라 하건, 모든 책에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꾼 손길이 깃든 슬기가 흐릅니다. 헌책방에 갔으면 헌책을 샀고 새책방에 가면 새책을 샀을 텐데, 어떤 책이건 늘 책이요 이야기이며 슬기라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앞으로 얼마나 기나긴 해가 흐르더라도 한결같이 흐를 꿈과 사랑이 어우러진 노래를 바람처럼 불러 봅니다. 2016.6.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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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책



  ‘새책’하고는 다른 책이라면 ‘헌책’이다. 왜냐하면 ‘새’ 것하고 맞서는 것은 ‘헌’ 것이니까. 이리하여 책방에는 새책방하고 헌책방이 있다. 새로 나온 책이기에 새책이고, 새책방은 새책을 다룬다. 한 번 값을 치러서 사고판 책은 ‘사람 손길’을 타면서 헌책이 된다. 그러니까 ‘헌책’이란 “한 번 읽힌 책”인 셈이다.


 새책 → 헌책 = 읽힌 책


  이다음을 헤아려 본다. “읽힌 책”이란 무엇인가? 바로 “사람 손길을 탄 책”이다. 사람 손길을 탄 책이란 “사랑을 받은 책”이다. 고운 사랑이든 미운 사랑이든, 누군가 어느 책 하나를 사랑하면서 어루만졌기에 ‘헌책’이 된다.


 헌책 = 읽힌 책 = 손길 받은 책 = 사랑받은 책


  여기에서 헌책방이라는 책터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헌책방에 깃든 헌책이란 바로 “한 번 읽힌 책”일 텐데, 때로는 “두 번 읽힌 책”도 있고 “열 번 읽힌 책”이라든지 “서른 번 읽힌 책”도 있으리라. 어느 책은 여러 도서관이나 개인을 거쳐서 헌책방에 들어오고, 어느 책은 한 사람 손길만 탄 뒤에 헌책방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어느 책을 다 읽은 뒤에 곧장 내놓기에 “갓 나온 지 이레 만에 헌책방에 들어올” 수 있다. 책 한 권에 사랑스러운 손길을 내민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른 빠르기로 책을 읽으니까, 즐겁게 읽고서 즐겁게 내놓을 수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를 더 살펴본다면, 모든 새책은 헌책이 된다. 모든 책은 “헌책이 되면”서 비로소 “읽히는 책”이 되고 “사랑받는 책”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읽혀서 사랑받는 책이 되기에 비로소 ‘헌책’이니까, 헌책 한 권에 얼마나 아름다운 숨결이 깃들었는가 하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은 바로 이 숨결을 누리려고 굳이 ‘헌책’을 만지면서 새롭게 읽으려 하지 싶다. 게다가 ‘새책’을 손에 쥐어 읽은 사람은 이 ‘헌책’을 헌책방에 내놓을 적에 무척 눅은 값으로 팔거나 그냥 맡기기 때문에, 헌책방에서 파는 책은 ‘새책 값하고 대면 싸다’고 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손길을 탄 아름다운 책이 값까지 싸니까 헌책방이라는 책터는 대단히 재미나면서 놀라운 곳이 되기도 한다. 사랑이 흐르고 아름다움이 감돌며 기쁨이 어리는 책터를 가리켜 헌책방이라고 할 만하지 싶다.


 읽히고 + 손길 받고 + 사랑받고 + 아름답고 + 기쁜 → 책


  모든 책은 처음부터 ‘책’이지 않다. 모든 책은 처음에는 ‘새책’이다. 새책으로 새책방에 놓이고 나서 누군가 처음으로 눈길을 보내고 손길을 뻗기에 ‘헌책’으로 바뀐다. 헌책으로서 찬찬히 읽히는 동안 어느새 이 책은 ‘책다운 책’으로, 그러니까 오롯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제구실을 한다.


  이제 이 이야기를 간추리자면, “모든 읽힌 책은 아름다운 헌책이요 사랑받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숨결이다” 하고 말할 만하지 싶다. ‘물건’으로서 새책이었다가 ‘사랑받아 읽혀서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난 기쁨’으로 거듭난 헌책한테 이름을 새롭게 붙이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를테면 ‘오랜책’이라는 이름? 오랜 나날 사랑을 받을 만한 책이라는 뜻이고, 오랜 나날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책이라는 뜻이며, 오랜 나날 사람들한테 슬기로운 꿈을 북돋울 만한 책이라는 뜻이다. 2016.3.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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